2008년 3월 30일 일요일

사슴남자 아오니요시-두 번의 키스로 끝난 드라마




노다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타마키 히로시와 꾸준히 명성을 쌓아올린 아야세 하루카라는 두 스타를 앞세운 사슴남자 아오니요시가 종영되었다. 보조 캐릭터들의 네임 밸류도 상당해서 시작 전에는 꽤 기대를 모았지만 지속적으로 시청한 한국의 팬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타마키가 인기를 얻은 노다메 칸타빌레는 만화적인 비현실성과 체코, 프랑스를 넘나드는 촬영지로 인해 일본색이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그야말로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일본 드라마는 보통 한국과 별 차이가 없는 도시적 배경이 바탕으로 깔린 것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오래된 도시인 나라, 오사카, 교토의 풍경, 각 도시의 상징, 전설이 드라마의 핵심인 이 드라마가 한국 대중에게는 낯설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어야할 이유도 없고, 일본에서 대충 인기를 끌면 된다. 하지만 요즘 일본 드라마는 한국 케이블 방송 편성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일본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직접적인 리메이크인 하얀 거탑은 물론이고 뉴하트의 설정은 일본의 의룡을 떠올리게 한다.

여하튼 이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의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고 인기 드라마의 시청률인 20%선에 근접조차 하지 못했다. 배우들의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인기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극적 구성의 치밀함을 논하고 싶지는 않으나 하이라이트라할 '눈'의 쟁탈전과 메기를 누르기 위한 의식이 마지막화 초반에 끝나버려 김이 빠진 부분이 없지 않다. 타마키의 분열증적 캐릭터는 노다메에서 치아키의 매력과 너무 이질적이었고, 아야세는 호타루의 빛에서 개그 캐릭터로 성공한 것을 밀고 나갈 셈인 모양인데 이번에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가장 주목할만한 캐릭터는 최근 각종 드라마, 영화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타베 미카코인 것 같다. 드라마 초반 화난 얼굴로 결석하고 칠판에 낙서를 해서 선생을 골탕먹이는 의문의 소녀로 등장했지만 막판 타마키, 아야세와 대동단결하여 일본의 붕괴를 막는다. 이 배우는 귀엽긴 하나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는데 꾸준히 등장하는 것을 보니 연기력이 상당한 모양이다. 하지만 드라마 막판 타마키와의 키스신은 역대 최악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사프리의 이토 미사키와 카메나시 카즈야의 키스와 비견할 바는 아니라도.

드라마의 주역 중 하나는 때로는 CG로 변신하기도 했던 로봇 사슴이다. 일본의 기술력을 칭찬해야 하는지 코웃음을 쳐야 하는지 애매한 인조 사슴의 연기는 극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1분기 드라마 중 아직 다 못 본 장미없는 꽃집을 제외하면 요즘 일본 드라마가 왜 이런가 하는 통탄을 해 마지 않을 상황이다. 허니와 클로버는 아름다운 배우들로 꾸몄으나 영화판만큼이나 실망을 안겨줬고, 내일의 키타요시오는 초반의 실망감을 후반에 약간 만회한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아직 2분기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톱스타들을 끌어 모아서 졸작을 만들지는 말기를 소망한다.

2008년 3월 25일 화요일

Into the wild



처음에는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가 떠올랐다. 하지만 라스트 킹의 니콜라스 게리건은 순진한 마음에 우간다로 떠났지만, 인투 더 와일드의 Christopher McCandless는 아니 알렉산더 수퍼트램프는 꽤 작정을 하고 집을 떠난다. 영국 지식인으로서의 오만한 봉사 의식과 달리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정의 부조리를, 사회의 요구들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떠난다.

월든을 탐독하던 그의 선택은 무엇인가. 영화를 보면서 그가 언젠가는 사회로 돌아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하망하게도 그는 독초를 먹고 외롭게 죽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가 본 마지막 장면을 상상하며(실제 이야기지만 마지막 장면 만큼은 상당한 상상력을 발휘했으리라) 그에게 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회에는 없는 무언가로 와일드한 태양을 제시한다.

주인공은 알래스카로 떠나기 직전 만난 노인에게 당신은 두려움이 많다고 약올렸다. 하지만 알렉스는 어떨까. 자신이 원하는 바를 극한까지 추구한다는 면에서 용기가 많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출발 자체가 도피였다. 시궁창에서 살지 않겠다고 뛰쳐나가는 것은 좋으나 누구도 납득하지 않는 알래스카에서의 삶 속에서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2008년 3월 7일 금요일

도킨스의 개체 중심적 사고

... 같은 종에 속하는 개체들 중 절반은 잠재적으로 배우자가 될 가능성이 있고, 새끼의 양육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이용 가치가 있을 잠재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같은 종에 속하는 성원들은 서로 아주 닮아 있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생활방식으로 유전자를 보존하는 기계이므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놓고 다투는 특히나 직접적인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

이상원, 이기적 유전자와 사회생물학, p.50.(ㄴ도킨스 글 직접 인용한 것)

동족상잔이야말로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