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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3일 수요일

트윈 픽스 : 더 리턴 종료 후 생각 1

꿈만 같이 시리즈가 다시 시작되고 꿈처럼 끝나버린지 거의 열흘이 되어가고 있다. 시즌 종료 후에 혼란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았고, 어떤 이들은 이게 원래 린치 스타일이니 깔끔한 설명과 종료를 바랐다면 그야말로 착각이라는 말도 한다. 언제까지나 논란이 이어질 이번 트윈 픽스를 되새기는 글들을 몇 개는 쓰지 않을까 싶은데 우선 즉각적인 것들 몇 개만 적어본다.

'트윈 픽스 시즌3'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리뷰 글들을 써왔는데 미국 매체들의 리뷰들에서는 시즌3가 아니라 그냥 '더 리턴'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통상적인 드라마 시즌이 1년 혹은 2년 내에 다음 시즌이 방영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27년만에 돌아온 드라마를 시즌3라고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트윈 픽스를 방영한 미국의 쇼타임은 시즌3라고 부르지 않는다. 쇼타임이 시즌1, 2도 재방영했던 걸 생각한다면 이번 트윈 픽스는 편의상 시즌3라고 부를 수 있지만 정식 명칭은 '트윈 픽스 : 더 리턴'이 맞는 것이었다.

'더 리턴'이라는 말은 시즌4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즌3가 없었는데 시즌4가 있을 수 없다. 다음 트윈 픽스가 TV 시리즈로 방영된다면 '더 리턴'과 유사한 식의 부제가 붙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70대인 감독의 나이와 출연 배우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원작 시리즈의 등장 인물이 주축이 된(이미 '더 리턴'의 스토리에서는 중심에서 멀어졌던 바이고) 다음 시즌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카일 매클라클란은 한 번 더 한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아마 다른 트윈 픽스를 바라는 것은 모두에게 그저 희망없는 희망 사항에 그칠 것이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이번의 '더 리턴'을 되돌아보면 린치와 프로스트는 이 시리즈를 영원히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것도 같다. 이번에 오드리 혼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그녀가 16편의 마지막 씬이 암시하는 것처럼 정신병원에 갖힌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고 해답은 없는 상태인데, 만약 '더 리턴'의 오드리 씬들이 거의 확실하게 오드리의 상상 속의 장면들이라면 팬들도 상상을 통해, 꿈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만의 트윈 픽스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 감독이 18편의 여행을 통해 원작 시리즈의 플롯마저 뒤엎어버린 것은 트윈 픽스의 저주에서 벗어나서 다른 대안을 찾아보라는 제안은 아니었을까? 트윈 픽스 이야기를 원한다면 당신들 마음대로 만들어보라, 그러나 영원한 저주의 이 세계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가? 세상엔 TV 드라마보다 더 좋은 것이 많다, get a real life!

어젯밤인가 문득 든 생각은 데이빗 린치의 극중 직함에 대한 것이다. '더 리턴'에서 고든 콜은 FBI의 부국장이다. deputy director인데 director는 영화 감독이다. 린치는 극 속에서 부국장이라는 캐릭터의 직함과 감독이라는 현실의 직함을 중첩되게 이용하고 있다. 그는 모니카 벨루치라는 현실의 배우를 꿈 속에서 만났다. 고든 콜이 모니카 벨루치 꿈을 꿀 수 있을까? 우리는 모니카 벨루치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더 리턴'은 TV 쇼의 세계, 현실과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고든 콜이 모니카 벨루치를 꿈 속에서 만난 것은 현실과 가공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행위다. 그런데 가공의 인물이 꿈을 꾼다면 가공의 가공으로 더 깊숙한 비현실의 세계로 가는데 그곳에 현실의 인물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보기로 한다.

블루 로즈에 대해서도 짧게 생각나는 바를 적어본다. 블루 로즈 케이스는 로이스 더피라는 여성과 그녀의 털파가 얽힌 사건이다. 털파 로이스 더피는 죽어가며 '나는 블루 로즈 같다'라고 말하며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루 로즈가 무엇인가? 파란 장미라는 것은 왠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꽃일 것 같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실제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꽃이다. 그렇다면 털파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완벽한 비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드하우스에서 공연된 곡에 대해 말해보기로 한다. 로드하우스 공연곡들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노래가 좋았냐 여부보다는 노래 가사가 이 시리즈에서 갖는 의미가 더 중요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노래 가사들은 시리즈 혹은 각 에피소드의 이야기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걸 하나하나 분석하는 사람이 이미 있을지도 모르고 앞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요즘 많이 듣는 크로마틱스의 섀도우의 가사 중에는 사진을 떼어낸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17편에서 새라가 로라의 사진을 내려놓고 마구 쳤던 그 장면이 예견된 것처럼 보인다. 사실 노래는 재작년에 만들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더 리턴'의 방영에 맞춰 공개되었다고 한다.

2017년 9월 4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피날레 해외 리뷰들

아직 주요 리뷰어들이 장문의 제대로 된 리뷰를 써낼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쇼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까지(정확히는 몇 시간 전까지) 나온 미국 언론들의 리뷰들을 보고 알게 되었거나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피날레 에피소드의 줄거리는 대체로 동의가 되는 것 같다. 쿠퍼가 과거로 돌아가 로라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냈고, 그리하여 무언가 세상이 바뀌는 듯 했지만 새라는 여전히 울고 있고, 캐리는 자기가 로라인지 모르며, 새라의 집에서는 새라를 모르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고 있었다. 이것이 과거인지 미래인지 혹은 평행 우주인지 알 수 없다. 쿠퍼는 로라를 구하려고 했지만 계속 실패하는 것 같고, 그럼에도 쿠퍼는 여전히 그 시도를 그만두지 못 한다는 것이다. 

리뷰에서 알게 된 것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쿠퍼가 캐리를 데려간 로라의 집, 혹은 새라의 집에서 나온 여주인의 이름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녀의 성 트리먼드와 그 전 주인으로 알려진 찰폰트라는 이름 모두가 블랙 로지에 사는 존재들이 이름이었다. 그렇다면 트윈 픽스의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 같기도 하지만 사악한 존재들이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로라를 구출하려고 해도 달라진 건 없다는 의미인가? 여담으로 앨리스 트리먼드라는 이름으로부터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린 리뷰어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언급할만한 것은 쿠퍼의 변화다. 쿠퍼가 다이앤과 함께 다른 차원, 혹은 세계로 넘어간 이후 이전의 쾌활한 쿠퍼가 아니라 미스터 씨의 면모가 반쯤 섞였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아까 리뷰에서 정사 장면을 언급하긴 했는데 이 때 쿠퍼의 자세가 뻣뻣하긴 했다. 카우보이에게 총을 쏜 장면이나 끓는 기름 속에 권총을 넣는 장면도 미스터 씨를 연상시킨다.

쿠퍼만 변한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도 변했다. 쿠퍼와 다이앤이 들어간 모텔과 그들이 타던 차가 모두 다르게 변한 것이다. 아까 볼 때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리뷰에 적지는 못 했던 내용이다.

다이앤의 외모의 변화를 지적한 것도 흥미롭다. 다이앤은 빨간 머리가 되었고, 손톱을 흰 색, 검은 색으로 번갈아서 칠했다. 이를 보고 두 명의 리뷰어들이 블랙 로지, 빨간 방을 연상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빨간 머리를 두고는 나도 그런 생각이 떠오르긴 했는데 바닥의 흑백 문양과 손톱 색도 분명히 연결지을 수 있다.


이번 시즌3가 린치 감독의 전작들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은 꾸준했는데 특히 이번 두 편을 두고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로스트 하이웨이를 노골적으로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여럿 나온다. 전기를 통해 다른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모티브, 누군가의 손을 잡고 어둠 속을 헤쳐나가려는 시도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사실로서 더 적어볼 부분으로 마이크의 팔이라 주장하는 나무에 대한 것이 있다. 이 나무는 전에는 "팔의 진화"라고 자기를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팔"이라고 말했고, "저기에 살던 어린 소녀의 이야기인가?"라는 대사를 했는데 이는 오드리의 대사였다. 오드리가 언급은 안 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그녀를 떠올릴 말이 하나 나오긴 했던 것이다.

그리고 주디's 식당에 있던 웨이트리스는 다름 아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딸이라고 한다. 서부극 영화에 많이 출연했고 나중에는 서부극을 비틀었던 클린트의 딸이 카우보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니 무언가 역설적이랄까 아니면 너무 당연하달까.

마지막에 쿠퍼와 캐리가 트윈 픽스에 왔을 때 더블R은 시즌3에서 계속 보던 리모델링한 RR to go가 아니었다고 한다. 확실히 그랬다.

네이도의 이름을 통해 그녀가 다이앤이라는 걸 먼저 파악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내용도 한 리뷰에서 소개되었다. Naido를 거꾸로 하면 O-Dian이고 이는 Original Diane의 약자라는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면 매우 그럴 듯하다.

이전 리뷰에서 정정할 부분으로 우선 "우리는 꿈 속에서 산다"라고 말한 것은 파이어맨이 아니라 쿠퍼였다. 한 리뷰어가 쿠퍼라고 하길래 설마했는데 확인해보니 화면에 배경으로 깔린 희미하고 거대한 쿠퍼의 입이 그 말을 하고 있는 걸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두번 째로 고칠 것은 오데사가 워싱턴 주가 아니라 텍사스 주의 오데사라고 한다. 모두가 텍사스의 오데사라고 하니 내가 잘못 봤다고 일단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도 상으로 워싱턴과 텍사스는 1000마일이 넘는 걸로 나와서 430마일과 매치하기가 어려운데, 물론 같은 주 내의 오데사라면 너무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자동차로 하루 꼬박 운전하면 텍사스에서 워싱턴으로 갈 수 있다고 하닌 그런가보다 한다.

2017년 6월 12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 6 리뷰


이번 에피소드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잔혹한 장면이 나왔다. 어린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비교적 적나라하게 찍혔다. 그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 트윈 픽스 사람들(그렇다. 이번 편은 트윈 픽스 장면이 꽤 많이 나왔다)은 모두 눈물을 흐렸다. 트레일러에서 사는 한 노인은 아마도 죽은 소년의 영혼으로 추정되는 노란 것이 하늘로 올라가며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보기도 한다.

가장 주목되는 장면은 시즌 1, 2에서 쿠퍼가 녹음기에 대고 이야기할 때 상대방으로 설정된 다이앤이 드디어 공개된 것이다. 시즌 3이 시작되기 전에 다이앤의 정체가 밝혀질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던 바 있는데, 그녀는 데이빗 린치 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로라 던이 연기한다. 하지만 얼굴만 한 번 보여줬을 뿐 아무 말도 없었고 다음 편 이후의 활약을 예고한다.

더기 존스로서 세상에 복귀하여 고생하고 있는 데일 쿠퍼는 지난 에피소드의 엔딩에서 머물렀던 그 장소에 계속 있다가 경찰(?)에 인도되어 귀가한다. 그리고 보험 회사 상사가 맡긴 케이스 파일들을 열어 해결하는데 빨간 방의 외팔이 아저씨의 도움을 받는다. 외팔이는 쿠퍼에게 일어나라고 외치고 이어서 죽지 말라고도 했다. 그래서 쿠퍼가 제정신을 차리나 싶었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았고, 카지노에서 잭팟이 터질 슬롯 머신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작은 빛이 보험 서류의 문제점들을 알려주자 연필로 사다리와 계단 그리고 선과 원을 그리면서 표시를 해둔다.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직장 상사는 처음에 장난친 거냐고 하다가 계속 들여다보며 전문가닾게 그 깊은 뜻을 알아챈다.

또 다른 큰 이야기는 5편 마지막에 뱅뱅 클럽(?)에서 담배를 피고 행패를 피우던 그 청년이 더 큰 마약 조직과 접선하는 과정에서 망신을 당하고 앞서 언급한 소년을 차로 치게 된 긴 과정이다. 지난 시즌들에서 혼 가문이 지역 사회를 장악한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외부의 거대 조직이 개입하여 큰 사단이 날 것을 예고한다.

더기의 아내 역할을 연기하는 나오미 와츠는 계속하여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어 보기에 불편하다. 사실은 쿠퍼인 더기가 워낙 무반응이니 실상 혼자 대화를 하는 셈이라 이해가 가지만 어색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 편에서 그녀는 남편의 외도 사진을 통해 돈을 뜯어내는 불량배들에게 소리를 치며 어둡고 어려운 시대를 논했다. 방영은 트럼프 대통령 시대지만 촬영은 오바마 때 됐을 터인데 공교로운 일이다.

이번 편은 엔딩이 예전처럼 뱅뱅 클럽의 인디 밴드 공연으로 끝났다. 배경음악이 흐르고 검은 화면에서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대부분의 경우와 다르긴 한데 데이빗 린치가 이런 식의 엔딩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사가 해당 에피소드의 내용과 꼭 연결되는 것 같지도 않은데.

2017년 5월 23일 화요일

마침내 트윈 픽스의 귀환

2년 전의 약속대로 트윈 픽스가 돌아왔다. 1990~91년의 원래 시리즈에서 25년 후에 만나자던 로라의 대사가 거짓말처럼 지켜졌다. 물론 제작 기간 때문에 셈에 따라 26 혹은 27년 후에 돌아온 것인지도 모르지만 정확히 25년 후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시즌1, 2가 미국의 공중파에서 방영된 것과 달리 이번 시즌은 케이블 채널인 쇼타임에서 방영된다. 그런만큼 폭력과 노출의 수위는 영화판처럼 높았고 난해하기로 따지면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여서 별로 일반 TV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실제 방영 직후 타임지 온라인 판의 리뷰는 시청자에게 지나치게 친절하지 않은 이 드라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우선 1, 2번 에피소드가 한꺼번에 방영되었다. 마치 27년 전 충격적인 트윈 픽스의 첫 여정이 두 개 에피소드 분량의 파일럿으로 시작된 것을 반복하는 것처럼. 온라인을 통해서는 3, 4번 에피소드까지도 공개되었다. 한 에피소드마다 거의 한 시간을 꽉 채우고 있어 최종적으로 18회까지 방영될 이번 시리즈는 18시간의 쉽지 않은 여행이 될 터이다.

방영 전 뉴스를 통해 원작 출연자 중 의외로 많은 얼굴들이 이번에 참여해서 놀라웠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 시절부터 이탈한 출연진도 있었고, 밥 역할의 프랭크 실바와 로그 레이디처럼 돌아가신 분도 있지만 벤자민 혼과 그의 동생 같은 인물도 재등장한다. 하지만 많은 인물들이 에피소드 2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공간적 범위가 트윈 픽스를 벗어나 뉴욕과 사우스 다코타, 라스 베가스까지 확장되었기 때문에 새 공간의 새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다보니 정작 트윈 픽스의 기존 인물 중 얼굴을 내비친 사람은 몇 명 없다. 새로 참여한 엄청난 네임 밸류의 배우들이 언제 등장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는 벤자민 혼의 호텔에 비서로 출연한 애슐리 주드 정도가 있었다.

몇 개의 언론 리뷰들을 읽어봤는데 대체적인 줄거리는 25년 동안 붉은 방에 사로잡힌 쿠퍼가 세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는 데 일치한다. 세상에는 25년 전 밥에 사로잡혀버린, evil 쿠퍼가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나중에는 더기라는 또 다른 버전의 쿠퍼도 세상에서 살고 있음이 드러나는데 이 존재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이야기에서는 붉은 방의 쿠퍼가 더기와 교환되는 형식인데..

물론 새로운 살인, 기괴한 살인이 등장한다. 로라 팔머의 살인에서 신체훼손은 없었으나 이번 트윈 픽스의 살인(들)은 지나치게 끔찍하다. 미스터리는 더 커졌고, 그에 발맞춰 린치의 카메라워크는 시청자의 눈을 말그대로 어지럽게 만든다. 이미지들은 흔들리고, 춤을 추고, 땅이 갈라지고, 눈 앞에서 갑자기 등장하거나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거인, 작은 나무 모양의 '팔(arm)', 외팔이 남성, 로라 팔머의 수수께끼가 던져지는 가운데 뭐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린치와 프로스트가 만든 이 트윈 픽스의 세상은 2년 동안 여름마다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군 미스터 로봇이나 봄마다 돌아온 게임 오브 쓰론처럼 쉬운 예측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우리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것인지를 쇼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여하튼 귀환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