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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미스터 로봇 시즌3 2편

이(블) 코프에 출근하게 된 엘리엇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매일 성실하게 출근해서 자신이 초래한 스테이지 2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 이 코프에서 복구팀의 하급 직원으로 일하면서 상사들에게 종이 서류를 뉴욕으로 모으지 못 하게 하고 스캔해서 보관하도록 설득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하지만, 바로 위 상사는 듣기 싫고 구구돌스 공연 보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엘리엇은 상사의 이메일을 해킹해서 그의 비리를 FBI에 고발했다. 엘리엇은 그 위의 상사도 같은 방식으로 FBI에 체포되게 만들었는데, 다행히 그 위의 상사는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시작 부분은 실제 있었던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엘리엇의 상상이 상당히 가미된 것처럼 보이고, 스테이지 2를 막았다는 엘리엇의 자기 확신도 약해보였다.

엘리엇은 스테이지 2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위로를 하면서도 밀려드는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 하고 울음을 터뜨렸고, 다시 상담을 받으러 갔다. 오래 간만에 출연한 의사(?)는 처음으로 미스터 로봇을 대면하게 되었는데, 미스터 로봇은 그녀와 대화를 했지만 아무 것도 내놓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엘리엇은 미스터 로봇이 나타나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 했다. 그러나 완전히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미스터 로봇은 전에는 엘리엇과 혼연일체였는데 지금은 하나가 있으면 나머지 하나는 완전히 뒤로 물러나있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편의 하나의 테마는 엘리엇의 고독인데, 그는 자신의 생일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날 저녁 여동생을 만난 그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고 그녀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달린은 한밤중에 엘리엇의 컴퓨터에 감시 장치를 설치했고, 미스터 로봇은 그걸 알아채고 그녀를 추궁했다. 처음에 미스터 로봇/엘리엇은 감시 장치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에피소드 마지막에 드러나듯 그 상황을 역이용하려고 했다. 엘리엇은 달린을 보면 미스터 로봇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고 말하며 여동생을 안 보려고 했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일종의 계획을 갖고 달린을 일부로 집에 초대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되기도 한다.

놀랍게도 타이렐의 부인이 벌써 시리즈에서 이탈했다. 남편만 사랑했다는 방송에서의 발언 때문에 지난 시즌에 관계를 맺은 바텐더의 분노를 산 것이다. 머리에 총알을 맞은 그녀는 부검실에서 두개골이 절단되었다. 묘한 성적 매력을 발산한 그녀의 이른 퇴장은 아쉬움을 남긴다. 어머니의 피범벅이 된 아기는 FBI 요원의 말처럼 고아원으로 갈 것인가.

이 드라마의 시간대는 여전히 2015년인 것도 드러났는데, 그렇다면 지난 편에서 트럼프와 메이는 어떻게 등장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이 코프에서는 이코인을 달러를 대신한 기축통화로 만들려했는데 중국은 재미있게도 비트코인을 내세웠다. 현실의 중국은 비트코인을 규제하는 상황인데 매우 최근의 일이라서 드라마 각본을 쓸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을 것 같긴 하다. 화이트로즈는 유엔에서 어떤 결론이 나건 스테이지 2를 실시하겠다고 다짐했다.

2017년 10월 15일 일요일

미스터 로봇 시즌3 1편 해외 리뷰

트윈 픽스 더 리턴 때처럼 미국 언론의 리뷰를 보면 도움이 될까 싶어 세 개 정도를 읽어 봤다. 확실히 이전 시즌들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진 상태에서 1편을 봤을 때 보지 못한 부분들을 더 알 수 있었다. 레딧에는 물론 많은 해석들이 넘치겠지만 거기까지 확인할 여력은 없다.

가장 놀란 점은 정전이 이미 시즌 2에서 시작되었다는 대목이었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쨌거나 1편을 볼 때는 전혀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1편은 정전이 끝나는 것으로, 전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1편의 내용에서 시간 여행이 암시되었다는 해석들도 나를 놀라게 했다. 아무리 엘리엇이 천재 해커라고 해도, 다크 아미가 상상 못 할 능력들이 있다고 해도 시간 여행이라고?? 발전소는 이 코퍼레이션의 소유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 발전소에서 누군가 평행 우주론을 펼치고는 있었고, 안젤라가 엘리엇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는 이야기를 던지긴 했는데 리뷰어들은 시간 여행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만약 시간 여행이 실제로 이 드라마에서 실현된다면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 같다. 시간 여행은 아니라도 적어도 미스터 로봇이 어떻게 화이트로즈에게 이용당하고 죽었는지에 대한 스토리는 나중에 나올 것 같긴 하다.

2017년 9월 13일 수요일

트윈 픽스 : 더 리턴 종료 후 생각 1

꿈만 같이 시리즈가 다시 시작되고 꿈처럼 끝나버린지 거의 열흘이 되어가고 있다. 시즌 종료 후에 혼란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았고, 어떤 이들은 이게 원래 린치 스타일이니 깔끔한 설명과 종료를 바랐다면 그야말로 착각이라는 말도 한다. 언제까지나 논란이 이어질 이번 트윈 픽스를 되새기는 글들을 몇 개는 쓰지 않을까 싶은데 우선 즉각적인 것들 몇 개만 적어본다.

'트윈 픽스 시즌3'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리뷰 글들을 써왔는데 미국 매체들의 리뷰들에서는 시즌3가 아니라 그냥 '더 리턴'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통상적인 드라마 시즌이 1년 혹은 2년 내에 다음 시즌이 방영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27년만에 돌아온 드라마를 시즌3라고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트윈 픽스를 방영한 미국의 쇼타임은 시즌3라고 부르지 않는다. 쇼타임이 시즌1, 2도 재방영했던 걸 생각한다면 이번 트윈 픽스는 편의상 시즌3라고 부를 수 있지만 정식 명칭은 '트윈 픽스 : 더 리턴'이 맞는 것이었다.

'더 리턴'이라는 말은 시즌4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즌3가 없었는데 시즌4가 있을 수 없다. 다음 트윈 픽스가 TV 시리즈로 방영된다면 '더 리턴'과 유사한 식의 부제가 붙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70대인 감독의 나이와 출연 배우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원작 시리즈의 등장 인물이 주축이 된(이미 '더 리턴'의 스토리에서는 중심에서 멀어졌던 바이고) 다음 시즌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카일 매클라클란은 한 번 더 한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아마 다른 트윈 픽스를 바라는 것은 모두에게 그저 희망없는 희망 사항에 그칠 것이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이번의 '더 리턴'을 되돌아보면 린치와 프로스트는 이 시리즈를 영원히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것도 같다. 이번에 오드리 혼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그녀가 16편의 마지막 씬이 암시하는 것처럼 정신병원에 갖힌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고 해답은 없는 상태인데, 만약 '더 리턴'의 오드리 씬들이 거의 확실하게 오드리의 상상 속의 장면들이라면 팬들도 상상을 통해, 꿈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만의 트윈 픽스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 감독이 18편의 여행을 통해 원작 시리즈의 플롯마저 뒤엎어버린 것은 트윈 픽스의 저주에서 벗어나서 다른 대안을 찾아보라는 제안은 아니었을까? 트윈 픽스 이야기를 원한다면 당신들 마음대로 만들어보라, 그러나 영원한 저주의 이 세계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가? 세상엔 TV 드라마보다 더 좋은 것이 많다, get a real life!

어젯밤인가 문득 든 생각은 데이빗 린치의 극중 직함에 대한 것이다. '더 리턴'에서 고든 콜은 FBI의 부국장이다. deputy director인데 director는 영화 감독이다. 린치는 극 속에서 부국장이라는 캐릭터의 직함과 감독이라는 현실의 직함을 중첩되게 이용하고 있다. 그는 모니카 벨루치라는 현실의 배우를 꿈 속에서 만났다. 고든 콜이 모니카 벨루치 꿈을 꿀 수 있을까? 우리는 모니카 벨루치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더 리턴'은 TV 쇼의 세계, 현실과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고든 콜이 모니카 벨루치를 꿈 속에서 만난 것은 현실과 가공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행위다. 그런데 가공의 인물이 꿈을 꾼다면 가공의 가공으로 더 깊숙한 비현실의 세계로 가는데 그곳에 현실의 인물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보기로 한다.

블루 로즈에 대해서도 짧게 생각나는 바를 적어본다. 블루 로즈 케이스는 로이스 더피라는 여성과 그녀의 털파가 얽힌 사건이다. 털파 로이스 더피는 죽어가며 '나는 블루 로즈 같다'라고 말하며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루 로즈가 무엇인가? 파란 장미라는 것은 왠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꽃일 것 같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실제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꽃이다. 그렇다면 털파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완벽한 비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드하우스에서 공연된 곡에 대해 말해보기로 한다. 로드하우스 공연곡들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노래가 좋았냐 여부보다는 노래 가사가 이 시리즈에서 갖는 의미가 더 중요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노래 가사들은 시리즈 혹은 각 에피소드의 이야기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걸 하나하나 분석하는 사람이 이미 있을지도 모르고 앞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요즘 많이 듣는 크로마틱스의 섀도우의 가사 중에는 사진을 떼어낸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17편에서 새라가 로라의 사진을 내려놓고 마구 쳤던 그 장면이 예견된 것처럼 보인다. 사실 노래는 재작년에 만들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더 리턴'의 방영에 맞춰 공개되었다고 한다.

2017년 9월 4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피날레 해외 리뷰들

아직 주요 리뷰어들이 장문의 제대로 된 리뷰를 써낼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쇼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까지(정확히는 몇 시간 전까지) 나온 미국 언론들의 리뷰들을 보고 알게 되었거나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피날레 에피소드의 줄거리는 대체로 동의가 되는 것 같다. 쿠퍼가 과거로 돌아가 로라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냈고, 그리하여 무언가 세상이 바뀌는 듯 했지만 새라는 여전히 울고 있고, 캐리는 자기가 로라인지 모르며, 새라의 집에서는 새라를 모르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고 있었다. 이것이 과거인지 미래인지 혹은 평행 우주인지 알 수 없다. 쿠퍼는 로라를 구하려고 했지만 계속 실패하는 것 같고, 그럼에도 쿠퍼는 여전히 그 시도를 그만두지 못 한다는 것이다. 

리뷰에서 알게 된 것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쿠퍼가 캐리를 데려간 로라의 집, 혹은 새라의 집에서 나온 여주인의 이름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녀의 성 트리먼드와 그 전 주인으로 알려진 찰폰트라는 이름 모두가 블랙 로지에 사는 존재들이 이름이었다. 그렇다면 트윈 픽스의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 같기도 하지만 사악한 존재들이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로라를 구출하려고 해도 달라진 건 없다는 의미인가? 여담으로 앨리스 트리먼드라는 이름으로부터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린 리뷰어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언급할만한 것은 쿠퍼의 변화다. 쿠퍼가 다이앤과 함께 다른 차원, 혹은 세계로 넘어간 이후 이전의 쾌활한 쿠퍼가 아니라 미스터 씨의 면모가 반쯤 섞였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아까 리뷰에서 정사 장면을 언급하긴 했는데 이 때 쿠퍼의 자세가 뻣뻣하긴 했다. 카우보이에게 총을 쏜 장면이나 끓는 기름 속에 권총을 넣는 장면도 미스터 씨를 연상시킨다.

쿠퍼만 변한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도 변했다. 쿠퍼와 다이앤이 들어간 모텔과 그들이 타던 차가 모두 다르게 변한 것이다. 아까 볼 때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리뷰에 적지는 못 했던 내용이다.

다이앤의 외모의 변화를 지적한 것도 흥미롭다. 다이앤은 빨간 머리가 되었고, 손톱을 흰 색, 검은 색으로 번갈아서 칠했다. 이를 보고 두 명의 리뷰어들이 블랙 로지, 빨간 방을 연상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빨간 머리를 두고는 나도 그런 생각이 떠오르긴 했는데 바닥의 흑백 문양과 손톱 색도 분명히 연결지을 수 있다.


이번 시즌3가 린치 감독의 전작들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은 꾸준했는데 특히 이번 두 편을 두고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로스트 하이웨이를 노골적으로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여럿 나온다. 전기를 통해 다른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모티브, 누군가의 손을 잡고 어둠 속을 헤쳐나가려는 시도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사실로서 더 적어볼 부분으로 마이크의 팔이라 주장하는 나무에 대한 것이 있다. 이 나무는 전에는 "팔의 진화"라고 자기를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팔"이라고 말했고, "저기에 살던 어린 소녀의 이야기인가?"라는 대사를 했는데 이는 오드리의 대사였다. 오드리가 언급은 안 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그녀를 떠올릴 말이 하나 나오긴 했던 것이다.

그리고 주디's 식당에 있던 웨이트리스는 다름 아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딸이라고 한다. 서부극 영화에 많이 출연했고 나중에는 서부극을 비틀었던 클린트의 딸이 카우보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니 무언가 역설적이랄까 아니면 너무 당연하달까.

마지막에 쿠퍼와 캐리가 트윈 픽스에 왔을 때 더블R은 시즌3에서 계속 보던 리모델링한 RR to go가 아니었다고 한다. 확실히 그랬다.

네이도의 이름을 통해 그녀가 다이앤이라는 걸 먼저 파악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내용도 한 리뷰에서 소개되었다. Naido를 거꾸로 하면 O-Dian이고 이는 Original Diane의 약자라는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면 매우 그럴 듯하다.

이전 리뷰에서 정정할 부분으로 우선 "우리는 꿈 속에서 산다"라고 말한 것은 파이어맨이 아니라 쿠퍼였다. 한 리뷰어가 쿠퍼라고 하길래 설마했는데 확인해보니 화면에 배경으로 깔린 희미하고 거대한 쿠퍼의 입이 그 말을 하고 있는 걸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두번 째로 고칠 것은 오데사가 워싱턴 주가 아니라 텍사스 주의 오데사라고 한다. 모두가 텍사스의 오데사라고 하니 내가 잘못 봤다고 일단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도 상으로 워싱턴과 텍사스는 1000마일이 넘는 걸로 나와서 430마일과 매치하기가 어려운데, 물론 같은 주 내의 오데사라면 너무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자동차로 하루 꼬박 운전하면 텍사스에서 워싱턴으로 갈 수 있다고 하닌 그런가보다 한다.

트윈 픽스 시즌3 시즌 피날레(17, 18화) 리뷰

역시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는 미스터리로서 전설이 된 이 시리즈를 친절하게 설명하며 시즌3을 마치지 않았다. 오드리는 마지막 두 편에서 전혀 출연하지도 않고,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아서 그녀의 진실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주디가 누구인지는 설명이 되는 듯 했지만 결국 미해결로 남아있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쿠퍼가 지난 16편에서 돌아왔고, 이제는 로라가 돌아왔지만 무언가 아주 이상한 형태로 귀환했다는 점이다.

17편은 여러 사건들을 매듭짓기 위해 많은 이야기들이 전개되어서 한 시간이 훨씬 넘는 분량을 보는 느낌인 반면 18편은 등장 인물도 적고 매우 적은 이야기가 전개되어 짧게 느껴진다.

두 시간의 이야기를 요약하는 것이 쉬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정리를 해본다. 우선 사우스 다코타의 호텔방에서 고든 콜은 털파 다이앤을 총으로 쏘지 못한 것을 자책하다가 알버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그동안 숨겨운 비밀을 털어놓는다. 원래는 자우데이라는 말이었던 주디라는 어두운 존재에 대해 브릭스와 콜 그리고 쿠퍼만이 알고 있었고 주디를 찾을 계획을 세웠는데 콜을 제외한 두 명은 사라졌다. 필립 제프리스는 별개로 주디를 알게 되었지만 그도 사라졌고 콜에 따르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콜의 이야기에서는 나쁜 쿠퍼를 따라다니던 레이가 FBI의 정보원이었음이 드러났다. 나쁜 쿠퍼는 브릭스 소령이 알고 있는 좌표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나중 장면에서 나오지만 제리 혼이 와이오밍 주(지도를 보니 이 주는 트윈 픽스가 속한 워싱턴 주에서 주 하나를 또 지나가야 있었다)에 있었으므로 나쁜 쿠퍼가 알고 있는 두 개의 좌표값 중 하나는 와이오밍 주의 어딘가고, 나머지 하나는 잭래빗의 궁전 근처였다.

나쁜 쿠퍼는 역시나 어두운 밤길을 운전하여 나머지 좌표값이 가리키는 잭래빗의 궁전 인근으로 가서 앤디가 하늘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다 사라졌던 그 위치에서 마찬가지 방식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는 이른바 화이트 로지로 가지 않고 트윈 픽스 보안관 사무소로 순간 이동했다. 이 순간 이동 과정은 마치 거인 혹은 파이어맨이 화이트 로지에서 그렇게 되도록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인다. 화이트 로지에는 브릭스 소령의 거대한 얼굴이 떠있었다.

트윈 픽스 보안관 사무소 앞에서 나쁜 쿠퍼는 앤디를 만났고 이어서 건물 안에 들어가 루시와 프랭크 트루먼을 연이어 만난다. 눈에 띄게도 나쁜 쿠퍼는 이들을 보면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이전에 그가 웃은 적이 있었던가? 그 때 채드는 구두 안에 숨겨둔 열쇠로 감방을 나오고 총을 가져오고 있었고, 나이도 혹은 네이도는 점점 불안해하며 소리를 높였다.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앤디가 감방으로 달려갔지만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채드와 마주쳤다. 즉 죽음을 눈 앞에 뒀는데(사실 앞서 나쁜 쿠퍼와 앤디가 만나는 장면에서 앤디가 총에 맞아 죽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운명을 따라 바다를 건너온 핵주먹 프레디의 활약으로 채드는 무력화된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을 예감한 앤디는 감방의 사람들을 모두 위로 데리고 간다.

이어지는 장면은 혼돈의 연속이다. 프랭크와 나쁜 쿠퍼가 의자에 앉아 대화를 하는 와중에 진짜 쿠퍼가 전화를 걸었고, 프랭크는 다행히 누가 진짜인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나쁜 쿠퍼를 처치한 것은 놀랍게도 루시였다. 나쁜 쿠퍼는 총알 한 방에 쓰러졌다. 이어서 진짜 쿠퍼가 미첨 형제들과 도착했는데 또 우즈맨들이 등장하여 나쁜 쿠퍼의 배와 가슴을 어루만지는 것 같더니 밥이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지난 8편에서 분명히 밥이 나쁜 쿠퍼와 분리되었기에 밥이 어디에 간 것이냐, 새라 속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던 터인데, 이번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다. 일단 총을 맞고 숙주가 죽었으니 밥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지만 나쁜 쿠퍼가 재생되었으니 다시 들어갔던 것일까? 8편에서 밥이 다시 살아난 나쁜 쿠퍼에게 들어가는 장면은 없었지만 그런 논리가 아닐까 싶다. 어찌되었건 검은 공 형태의 밥은 혈투 끝에 프레디의 고무장갑의 위력 앞에서 말그대로 산산조각이 났고 트윈 픽스의 그 유명한 반지를 손가락에 끼게 된 나쁜 쿠퍼는 사라졌다.

바비 브릭스에 이어 고든 콜 등 FBI 요원들까지 브릭스 소령이 25년 전에 예상한대로 프랭크의 사무실로 들어와 모인 가운데 쿠퍼는 과거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17편의 제목을 선언했다. 이후 이번 편의 가장 놀라운 이야기에 틀림없는 사건이 전개된다. 바로 네이도가 진짜 다이앤이었던 것이다. 진짜 다이앤은 금발이 아니라 빨간 머리였다. 진짜 쿠퍼와 진짜 다이앤으로서 둘은 재회의 기쁨을 누렸지만 곧이어 파이어맨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꿈 속에서 살고 있다". 이번 시즌3가 모두 누군가의 꿈 이야기가 아니냐는 추측이 끊이지 않던 가운데 파이어맨의 이 선언은 내게 악몽과도 같았다. 설마 그런 이야기란 말이냐.

희미하고 거대한 쿠퍼의 얼굴이 화면에 깔린 가운데, 마치 이 장면이 쿠퍼의 상상 속의 일들이라는 듯한 메시지가 나오는 가운데 갑자기 어둠이 깔리며 쿠퍼, 고든, 다이앤만이 그레이트 노던 호텔의 보일러실로 순간 이동했다. 쿠퍼가 트루먼에게서 되돌려받은 오래 전 방식의 호텔방 열쇠로 이상한 소리가 나던 그 보일러실의 방을 열 수 있었다. 셋 중 오직 쿠퍼만이 그 방에 들어간 가운데 그는 마이크와 만난다. 마이크는 지나간 미래(future past)의 어둠 속에서, 두 세계 사이에서 불이여 나와 함께 걷자(fire walk with me)라고 외친다는 비밀스러운 말을 했다. 이 호텔방은 마치 편의점처럼 또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였다. 쿠퍼는 계단을 올라 주전자가 된 필립 제프리스를 다시(?) 만난다.

필립은 수증기를 통해 주디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트윈 픽스의 그 유명한 반지에 나오는 그 문양, 마치 악마의 얼굴을 단순화한 것 같은 그 모양이 나오더니 선들이 해체되고는 숫자 8로 변신했다. 그런데 숫자 8에 검은 점이 아래 쪽에 박혀있어 무슨 의미일까 싶다.

필립과 처음 만난 쿠퍼는 1989년의 어느 시점으로 가보길 요청한 것 같았고, 필립이 8을 보여준 이후 쿠퍼는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갔다. 밤중에 로라가 제임스의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인데 마치 로라가 미래에서 온 쿠퍼를 보고 비명을 지른 것처럼 편집이 바뀌었다. 한동안 영화의 장면이 나온 가운데 큰 변화가 나타난다. 로라가 미래에서 온 쿠퍼를 만났고, 쿠퍼가 로라를 자크 르노와 리오, 로넷이 있는 그 타락의 장소, 로라의 죽음으로 끝날 그 곳이 아닌 집으로 데려간다고 설명한다. 트윈 픽스 파일럿의 그 유명한 장면, 로라가 비닐에 싸인 시체로 발견된 장면에서 로라의 시체가 사라지고, 피트는 로라의 시체를 처음 발견했던 사람이 되는 대신 편안하게 아침 낚시를 즐기게 되어 마치 과거가 바뀐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담배 꽁초 가득한 거실에서 흐느끼는 새라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녀가 술병으로 로라의 사진이 담긴 액자의 유리를 깨뜨리는 장면이 나온 이후 로라의 손을 잡고 숲 속으로 향하는 쿠퍼의 모습이 다시 나왔으나 로라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이 과정에서 1편 첫 장면에서 파이어맨과 함께 있던 와중에 축음기(?)에서 나오던 이상한 소리도 짧게 등장한다. 로라가 사라진 어두운 숲 속은 빨간 커튼이 되고 밴드의 연주에 맞춰 트윈 픽스의 뮤즈 줄리 크루즈가 노래를 하며 17편이 끝난다.

18편은 빨간 방에 온 나쁜 쿠퍼가 불타는 상태로 의자에 앉아있다가 사라진 가운데 마이크가 '씨앗'과 쿠퍼의 머리카락으로 털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나온다. 재미있게도 원본의 신체가 포함되어 제조된 털파는 원본의 상태와 거의 같아지는 모양이다. 새로운 털파 쿠퍼는 진짜와 거의 구분이 안 되었고, 예전 더기가 아니라 FBI 요원의 복장과 그 신체로서 제이니이와 소니 짐에게 돌아갔다. 이 블로그 댓글에서 예전의 도박쟁이, 바람둥이 더기가 돌아가면 행복할 수 있을까 우려한 적이 있는데 린치는 매우 희망적인 마무리를 선사했다.

이어서 17편의 마지막 부분이 다시 반복되는데 로라가 사라진 이후 줄리 크루즈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가 있는 빨간 방이 나타났다. 시즌2의 마지막처럼 빨간 방 안을 배회하는 쿠퍼는 나무가 된 마이크의 팔을 만나고, 자신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로라를 만난다. 사실 이 장면들은 예전에도 나왔던 터라 이것이 현재인지 과거인지 헛갈리게 만든다. 릴랜드가 로라를 찾으라고 부탁하는 가운데 빨간 방을 나온 쿠퍼는 다이앤을 만난다.

다이앤과 함께 어딘가로 향하는 쿠퍼는 430마일이 된 지점, 아마도 블랙로지의 출입구인 숲 속의 그 장소로부터 430마일 떨어진 곳, 고압전기가 흐르는 그 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순간 이동한다. 다이앤은 이곳을 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경고했고 쿠퍼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갑자기 밤으로 바뀌었고 쿠퍼와 다이앤은 어느 모텔로 갔다. 아까 필립이 8을 말했기에 당연히 그들이 8번 방으로 가서 주디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쿠퍼는 7번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다이앤이 털파로 보이는 다이앤을 목격하는 장면도 나온다.

주디에 대한 수사 혹은 탐문이 있을 거라는 나의 예상이 다시 깨졌고 둘은 모텔에서 사랑을 나눈다. 거의 다이앤의 등을 보여주는 것으로 진행된 정사 장면은 길게 이어졌고, 다이앤은 쿠퍼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마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한 의도를 내비쳤다. 지난 편에서 다이앤의 설명을 감안하면 이 둘은 키스를 한 번 한 적이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나쁜 쿠퍼가 다이앤에게 두번 째의 키스를 했고 그녀를 범했기에 그 기억 때문에 같은 얼굴을 한 쿠퍼를 이 사랑스러운 순간에 바라볼 수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침에 다이앤은 모텔방에서 사라졌고 쪽지 하나가 남겨졌다. 여기서 1편에서 제시된 리차드와 린다의 비밀이 풀린다. 다이앤은 자신을 린다, 쿠퍼를 리차드로 지칭하며 우리의 관계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파이어맨이 말한 리차드는 리차드 혼이 아니었던 것이다.

쿠퍼는 다이앤을 더 이상 찾지 않고 차를 운전해서 오데사로 들어간다. 오데사라는 지명은 미국에서 워싱턴 주와 텍사스 주에 있는데 극중 운전 거리를 생각하면 워싱턴 주의 오데사로 보인다. 쿠퍼는 길을 가다 커다란 간판에 주디(Judy's)라는 문구를 보고는 그 식당에 들어간다. 쿠퍼는 이미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웨이트리스에게 당신 말고 또 다른 웨이트리스는 어디 있는지 물었고 근처 테이블에서 세 명의 카우보이들과 시비가 붙자 그들을 제압하고는 또 다른 웨이트리스의 주소를 알아낸다. 여담으로 이번 시즌3에서는 트리니티 핵 실험이 워낙 중요한 소재라 그런지 세 명의 인간 집단이 자주 등장했다. 퍼스코 형사들이 있고, 카지노의 캔디, 맨디, 샌디가 있고, 여기 카우보이 셋도 있다.

쿠퍼는 차를 몰아 알아낸 주소에서 멈춘다. 그곳에는 팻 트라우트 트레일러 파크에 있던 그 전봇대와 동일하게 크게 숫자 6이 있고 작은 숫자로 324810이 적혀있었다. 만약 이 숫자가 주소를 지칭한다면 다른 도시의 동일한 세부주소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에 이어 장소까지 도플갱어라는 것일까? 그곳에 있는 웨이트리스는 다른 누구도 아닌 로라였다. 그러나 그녀는 로라가 누구인지 몰랐고, 아빠 릴랜드 엄마 새라도 몰랐다. 쿠퍼가 18편의 제목처럼 네 이름이 무어냐고 묻자 그녀는 캐리 페이지라고 답했다. 쿠퍼는 새라에게 로라를 데려가는 것이 너무 중요하니 같이 트윈 픽스로 가자고 요청했다. 캐리는 망설였지만 응했다.

캐리의 집 안에는 남자가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한채 방치되어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식당 주디에 며칠 동안 출근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그녀는 FBI에게 그 장면을 그냥 보여줬다. 물론 그 FBI도 그 시체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쿠퍼는 시체보다도 벽의 선반에 있는 작은 하얀 말이 신경쓰이는 듯 했다. 기억하기론 하얀 말이 트윈 픽스에 나온 적이 있었다.

쿠퍼는 다이앤과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로라의 얼굴을 한 캐리를 옆에 태우고 밤길을 달렸다. 이 밤길 장면은 매우 길었다. 린치의 영화에는 이렇게 컴컴한 밤에 도로를 끝없이 달리는 장면이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된 바 있다. 시즌3에서 밤길 드라이브는 거의 나쁜 쿠퍼와 함께 등장했는데 이제는 진짜 쿠퍼가 이 길을 달린다. 보통 이런 장면에서는 다른 차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어떤 차 한 대가 쿠퍼의 차를 뒤쫓는 것처럼 보였다. 이 때 음악도 심상치가 않아서 교통사고라도 나나 싶었지만 다른 차는 쿠퍼의 차를 추월해서 앞으로 지나가버렸다. 캐리는 쿠퍼에게 가정을 잘 꾸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자기는 너무 어려서 잘 몰랐다고 말했다. 오데사 버전의 로라도 거친 인생을 살아왔던 모양이다.

그들은 중간에 주유소와 편의점(!)에 들렀다가 드디어 트윈 픽스에 도착한다. 한밤중이라 그런지 더블R의 문은 닫혀 있었다. 드디어 캐리-로라는 자신의 집에 돌아왔다. 시즌3의 부제인 더 리턴은 이렇게 완성되는 것 같았다. 새라가 드디어 마음의 평화를 찾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집의 문을 연 것은 전혀 다른 금발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새라를 몰랐고, 그 전 집 주인도 새라가 아니었다. 당황한 쿠퍼는 마지막으로 그 집 여주인에게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앨리스 트레먼드라는 답이 왔다.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일까? 시즌3에서 토끼가 주요 소재였던 걸 생각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티브가 차용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8편 리뷰에서 기괴한 곤충을 두고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잡종 동물 같다고 쓴 것 같다.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차로 돌아가던 쿠퍼는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혹은 깨달았는지 다시 돌아서서는 올해가 몇 년도냐고 물었다. 로라는 답을 하지 않았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로라를 부르는 새라의 목소리가 들리고, 캐리-로라는 예의 그 비명을 질렀고, 마치 전기가 나간 듯 로라의 집에서 불이 꺼지며 시즌3의 대단원이 막을 내렸다. 18편의 엔딩 크레딧에서는 빨간 방에서 로라가 쿠퍼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그 장면이 배경에 깔렸다.

너무 길어졌고,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도움도 필요한 듯 싶고 시간도 필요하여 리뷰는 이만 마치기로 한다.

2017년 8월 29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6 리뷰

이번 편도 예상치 못 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드디어' 쿠퍼가 제정신을 찾았다는 것이 가장 큰 소식이다. 지난 주에는 모든 장면의 내용을 다 적으려다가 글이 길어졌던 터라 이번에는 동일한 식으로 쓰지는 않으려고 한다.

시작은 아버지와 아들의 밤길 드라이브였다. 드디어 리차드 혼이 미스터 씨, 악한 쿠퍼의 아들임이 완전히 확인되었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리차드가 미스터 씨를 대신해 올라간 바위 위에서 아주 강력한 전기 충격으로 소멸된 이후 미스터 씨의 입을 통한 확인이었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미스터 씨는 좌표값을 세 개의 소스로부터 받았다고 말하는데 두 개는 기억이 나는데 하나는 모르겠다. 그가 리차드에게 세 개 중 두 개가 일치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 리차드가 두 개가 일치하는 곳부터 확인해야한다고 하자 너 똑똑하다고 하는 장면은 웃겼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선택할 터인데 그는 어떤 위험을 감지했는지 아들을, 아니 털파의 후손이라고 해야 할까, 대신 보내며(내가 너보다 25살 더 먹었다는 이유를 댈 때도 웃겼다) 조심했다. 과연 누가 그 위험한 좌표를 알려준 것일까? 필립 제프리스(라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후 미스터 씨는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all이라는 그냥은 알 수 없는 문자를 다이앤에게 보냈다. 재미있게도 한밤에 보낸 악한 쿠퍼의 문자가 오후 네 시 경에 다이앤에게 도착했는데 미 대륙 내의 시차가 최대 3시간인데 어찌된 연유인지 모르겠다. 문자를 보낼 당시 전송이 안 된 상태라는 표시가 휴대폰 화면에 보이긴 했다.

문자를 받은 다이앤은 갑자기 충격을 받은 듯 했고, 쿠퍼를 외치며 기억이 난다며 정확한 좌표를 문자로 보냈다. 쿠퍼가 좌표값을 전부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다이앤이 보낸 것 같은데, 이후 다이앤이 의미심장한 배경음악(어메리칸 워먼이라는 제목의)이 깔린 채 고든 콜을 찾아가서 쿠퍼를 예전에 만났을 때의 상황을 고백했다. 드러난 바로는 악한 쿠퍼가 혼수상태(혼수상태는 이번 에피소드의 주요 사건이기도 하다)였던 오드리를 강간하여 임신을 시켰고, 다이앤마저 강간을 했다. 쿠퍼가 키스를 하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다이앤의 표현을 볼 때 악한 쿠퍼와의 접촉이 다이앤의 털파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털파가 원본과 별개로 존재한다면 원본 다이앤은 어디 갔을까. 빨간 방에 착한 쿠퍼처럼 갇혀있는 것인가?

착한 쿠퍼, 더기-쿠퍼는 지난 주의 콘센트 수사(FBI인 쿠퍼의 직업정신이 발현되었다는 ew의 제프 젠슨의 표현이다)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코마 상태지만 그 외 모든 신체 기능은 온전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이니이와 소니 짐 그리고 부쉬넬이 모두 자리를 뜨자 빨간 방의 외팔이 마이크가 또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쿠퍼가 벌떡 일어났다. 쿠퍼는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은 물론 더기로서 살았던 며칠의 기억도 함께 간직하고 있었다. 무려 15시간의 답답함 이후 드디어 FBI, "the FBI"로서의 유쾌하고 당당한 쿠퍼로 돌아온 것이다.

쿠퍼는 트윈 픽스의 보안관 사무실로 가야함을 알고 있었고, 제이니이, 소니 짐과 눈물겨운 이별을 한 후 빨간 문을 통해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쿠퍼가 마이크에게 부탁해 더기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했기에 가능했다. 전에 쿠퍼가 세상에 돌아오기 위해 더기가 빨간 방에 가서 하나의 황금빛 구슬로 변했는데, 그것이 바로 '씨앗'이고 거기에다 쿠퍼의 머리카락(?)만 있으면 더기를 제조할 수 있었다. 손오공보다는 조금 더 성가신 복제방식이다. 더기는 미첨 형제들의 비행기를 타고 트윈 픽스로 향할 예정이다.

허치와 샨탈은 더기를 살해하기 위해 그 집 앞까지 갔으나 더기는 입원 중이었고, 그 틈에 고든 콜의 명을 받은 FBI 라스 베가스 지부의 요원들에 이어 미첨 형제들까지 더기의 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연인 청부살인업자의 종말을 재촉한 것은 차를 조금 옮겨서 주차해달라는 지역 주민의 요청을 거부한 오만함이었다. 미첨 형제의 표현을 빌리면 요즘 사람들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이렇게 주차 문제를 총기 살인으로 해결하는 험한 이웃이 만들어졌다.

에피소드의 종반에 역시나 뱅뱅바가 나오고 한 가수가 공연을 했기에 또 이렇게 끝나나 싶었고, 오드리가 안 나오고 지나가는구나 했는데 아니었다. 오드리는 지난 에피소드에서 찰리를 목졸라 죽일 듯한 기세였는데 둘이 결국 로드하우스에 도착한 것이다. 둘은 마티니를 마시려고 했는데 사회자, 지난 주에 화살표로 볼륨업을 요청하고 춤까지 춘 그가 오드리의 댄스를 요청했다. 여기부터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다. 오드리는 25년 전 여고생 시절 남성들을 유혹하던 그 춤을 그 음악에 맞춰 추었다. 그 춤사위에는 여러 이유로 서글픔이 배어있었지만 묘하게도 로드하우스의 손님들은 그 춤에 맞춰 몸을 가벼이 흔들어댔다. 그러나 그 탈선의 장소에서 어떤 남성이 아내의 부정을 발견하고 대판 싸움이 벌어지자 오드리는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고 외쳤다. 그러자 새하얀 공간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 오드리, 지금까지 시즌3에서 본 오드리의 머리 모양과는 다른 오드리가 경악하는 장면으로 전환되고 끝났다.

오드리가 코마 상태였다는 단서가 있었고, 지난 몇 편 동안의 오드리와 찰리의 모습을 보며 이것은 현실이 아닌 상상 혹은 꿈이라는 추측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런 주장들이 힘을 얻게 되는 모양새다. 15편을 두고서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적인 단편소설인 '법 앞에서'와 유사하다는 글을 보았는데 매우 흥미롭고 설득력이 있었다. 지난 주 리뷰에 썼지만 고든 콜 사무실에 대놓고 걸린 카프카의 사진을 보건대 이번 시즌3가 카프카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과연 진짜 오드리는 어디에 있는지, 주디는 누구인지, 주요 인물들이 모여들 트윈 픽스 보안관 사무실에서 무슨 결말이 날지 다음 주면 알게 된다(물론 궁금한 부분들이 다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17편의 제목은 과거가 미래를 정한다, 18편의 제목은 너의 이름은 무어냐이다.

2017년 8월 22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5 리뷰

매우 슬프고고 흐뭇한 에피스도였다. 뜻밖에도 한 번 더 시리즈에 출연한 로그 레이디는 호크와 조금 긴 통화를 하고 죽었다. 한편 에드와 노마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지난 주에는 트윈 픽스에 대한 글을 많이 봤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봤는데 그렇다고 확 이해가 가게 된 것도 아니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도 다시 보며 이번 시리즈와 연결되는 점들을 여럿 확인했다. 글을 쓰며 참고가 될 지점들은 언급하기로 한다.

우선 오프닝 신에 대해 생각해봤다. 오프닝은 원작 시리즈의 목재 공장의 장면은 사라지고 안개가 많은 산을 보여주다가 폭포로 끝난다. 폭포에서 물은 당연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지만 카메라 앵글은 마치 물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퍼지는 느낌을 준다. 마치 핵폭탄이 터진 후 버섯구름이 생겨나듯이. 버섯 구름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한다.

에피소드의 시작은 14편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네이딘이 금삽을 들고 씩씩하게 아주 먼 길을 걸어가서 에드의 주유소에 도착했다. 그들의 대화는 네이딘이 드디어 에드를 완전히 놔주기로, 즉 노마와 함께 하라고 허락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이 커플이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네이딘은 닥터 앰프, 자코비 덕에 에드를 드디어 놓아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에드는 자코비가 무슨 방송을 하는지 알고 있고 그다지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다. 둘이 자코비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자코비의 많은 출연 분량을 감안하고, 트윈 픽스에서 가장 강력한 주술 중 하나인 네이딘의 마수에서 에드가 드디어 탈출했으니 닥터 앰프가 앞으로 세 편 남은 시즌에서 더 큰 일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이어지는 장면에서 나쁜 쿠퍼는 칠흑 같은 밤길에 자동차를 몰아 그 유명한 편의점에 도착한다. 편의점은 아마 8편에서도 나왔을 텐데 원래는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필립 제프리스가 꿈속에서 가보았다는 장소다. 이 때 흐르는 음악의 제목에는 히로시마가 들어간다. 전에도 이 음악이 한두 번 시즌3에서 우즈맨과 연관되어 사용되었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다. 즉 우즈맨과 블랙 로지는 8편에서 나온 핵실험과 분명히 연결되는 것이다.

확인차 앞 에피소드들의 몇 장면을 다시 봤는데 3편에서 나오는 고든 콜의 필라델피아 사무실에는 그의 책상 바로 뒤에 걸린 거대한 사진 속에 핵폭발 이후의 버섯 구름이 있고, 맞은 편 벽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사진이 걸려있다. 데이빗 린치의 의도가 상당히 반영된 벽 장식일 것이고, 지난 편에서 모니카 벨루치와 관련한 꿈 이야기를 감안하면 감독으로서의 린치가 미국의 현대적 악이 핵실험에서 기원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선언으로 보면 될까 싶다.

나쁜 쿠퍼, 레이도 그렇고 팀 로스와 제니퍼 제이슨 레이가 연기하는 허치와 찬탈은 모두 가장 무거운 범죄인 살인을 저지르고 태연히 자신들의 밥 먹을 걱정이나 하는 인물이다. 그들은 어린 자식 앞에서 아버지를 저격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그들은 라스 베가스의 또 하나 악한인 덩컨 토드를 살해한 후 햄버거를 뜯으먹으며 미국은 기독교 나라면서 인디언을 학살한 살인자의 나라라는 이야기를 자신들은 살인자 나라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듯 태연히 말했다.

다시 편의점 장면으로 돌아가면 나쁜 쿠퍼는 누군가의 안내를 받아 계단을 올랐고 사라졌다. 이들은 어느 방에 들어갔는데 벽 장식으로 보건대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로라가 방에 걸어두라고 블랙 로지의 아주머니에게 받은 그 그림 속의 방 같았다. 그 방에서 필립 제프리스를 찾는 나쁜 쿠퍼를 보며 다른 남자가 기계를 작동하자 역시 영화판에서 나왔던 하얀 가면을 쓴 아이의 얼굴이 잠깐 보였다. 쿠퍼는 긴 복도와 또 하나의 계단을 올라갔고, 그 위에는 적지 않은 방이 있는 기다란 집이 있었다. 마치 영화판에서 편의점 위에 살던 아주머니 같은 실루엣을 한 어떤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줬고, 쿠퍼는 드디어 필립 제프리스를 만난다.

처음에 15편을 보고 나서 엔딩 그레딧에서 필립을 데이빗 보위가 연기했다길래 그렇다면 죽기 전에 목소리만 어떻게 녹음했구나 싶었다. 그러나 재차 확인하니 목소리는 다른 배우가 연기했고, 보위는 영화판의 장면으로 등장했던 것이었다. 화면 속의 필립은 기계와 그 기계가 내뿜는 수증기 혹은 연기였다. 둘은 서로 만났음을 인정했지만 무언가가 어긋나고 있었다. 레딧의 글에서 필립이 이상하다는, 필립을 사칭한 다른 누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미 제기된 바 있는데 필립은 레이를 알지만 나쁜 쿠퍼를 죽이기 위해 레이를 보내지도 않았고, 나쁜 쿠퍼의 전화번호를 모르니 전화를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도플갱어가 흔한 트윈 픽스이니 필립의 도플갱어도 있는 것일까?

나쁜 쿠퍼는 영화판에서의 만남에서 필립이 강조했던 인물인 주디가 누구냐고 계속 물었다. 그러자 필립은 이미 쿠퍼가 주디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고, 어떤 숫자 다섯 개 정도를 연기로 보여주며 적어두라고 권했다. 주디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이미 레딧에서는 논의가 있었는데 물론 결론은 없다. 다이앤? 오드리?

전화를 받으며 편의점을 나오게 된 나쁜 쿠퍼는 자신을 따라와서 총구를 겨누는 리차드 혼과 마주친다. 리차드는 그를 그냥 FBI 요원인 쿠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자신의 범죄 때문에 도둑이 제발 저려 겁을 먹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오드리 혼이라고 밝혀 시청자들이 거의 확신하고 있던 의혹을 해결해주었다. 물론 아버지가 누구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이전의 설정상 나쁜 쿠퍼인 게 거의 확실할 것이다. 이 둘은 트럭을 타고 가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번 편에는 뱅뱅바가 두 번 등장한다. 먼저 나온 뱅뱅바 장면에서는 르네를 발견한 제임스가 인사를 건네다가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르네라는 여성은 2편에서 셸리 옆에 있던 여성이고, 이 때도 뱅뱅바에 온 제임스가 자꾸 눈길을 줬던 사람이다. 이후 제임스가 뱅뱅바의 가수로서 공연을 할 때 눈물을 흘리던 것도 르네다. 그러나 그녀는 멀쩡히 남편이 있는 여성임이 드러났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르네를 향해 눈치도 없이 제임스가 인사를 건넨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남편에게 무례한 처사였다. 제임스는 르네 남편과 그 친구에게 흠씻 얻어맞았다. 그러나 그 옆에는 무적의 오른손 주먹을 가진 프레디가 있었다. 프레디는 약하게 때렸지만 제임스를 공격한 두 남성은 응급실행이다. 제임스와 프레디는 감옥으로 가서 이미 수감된 Naido, 채드, 술 취한 남자와 만난다. 프레디가 파이어맨이 점지한 운명에 따라 트윈 픽스로 왔는데 감옥에 갇힌 만큼 그의 운명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Naido가 있는 바로 그 감옥에서 무언가 큰 일을 하는 것 같다. 프레디를 감옥으로 보내기 위해 제임스가 그렇게 멍청하게 도발을 하는 설정을 했으리라. 2편에서 셸리가 말한 교통사고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눈치가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베키의 남편인 스티븐이 숲 속에서 자살하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 스티븐은 도나의 여동생과 숲 속의 큰 나무 밑에서 마약 기운 혹은 금단 증상으로 몸을 떨면서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둘의 대화를 보건대 스티븐이 베키를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스티븐은 산책 나온 트레일러 파크의 주민을 보자 화들짝 놀라 총을 감추는 듯 보였고, 도나 여동생은 나무를 돌아 다른 쪽으로 도망갔다. 그녀가 왜 도망쳤을까. 그 전까지는 스티븐의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트레일러 파크의 주민은 관리인인 칼 로드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칼 로드는 훨씬 젊어서 사실 영화를 최근에 다시 보기 전까지는 매치가 안 되었다. 영화 속의 젊은 칼은 지금의 성인군자 같은 캐릭터는 아니고 조금 더 다혈질이었다.

더기-쿠퍼는 제이니이가 주는 케익을 맛있게 먹다가 갑자기 TV 리모콘을 누르고, 또 먹다가 눌러봤다. 지극히 수동적인 더기-쿠퍼의 과거 행동을 감안하면 꽤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그가 전원 버튼을 우연히 누르자 어떤 영화가 나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TV에서 고든 콜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더기-쿠퍼는 깜짝 놀랐고 이후 콘센트에서 예의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는 케익을 먹을 때 쓰던 포크로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그 위험한 행동, 포크로 콘센트 쑤시기를 시도하다가 감전이 되었고 이후 다른 장면으로 넘어간다. 더기-쿠퍼 캐릭터에 대해서 행동이 아이 같다며 무너진 아버지의 모습을 상징한다는 해석을 떠올리게 한다. 전기 콘센트를 통해 세상에 돌아온 쿠퍼가 콘센트와 전기를 통해 접촉했다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로그 레이디의 마지막은 숙연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전에 린치, 즉 고든 콜이 알버트를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생사를 다투는 투병을 한 배우들이 정말 죽음을 앞두고 열연을 했다는 게 놀랍다. 그만큼 이 시리즈가 배우로서 그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그 레이디는 호크에게 자신은 이제 죽어가지만 이게 끝이 아니고 다른 식으로 또 만나게 됨을 예고했다.

호크는 통화가 끝난 후 로그 레이디에게 굿 나잇에 이어 굿 바이를 건네며 그녀가 죽었음을 이미 알았다. 호크는 프랭크 트루먼이 업무를 보고 있던 회의실에 바비, 앤디, 루시를 불렀다. 로그 레이디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회의실에 들어오던 앤디와 루시의 모습은 14편에서 앤디가 파이어맨 앞에 갔을 때 봤던 그 장면으로 보인다. 덧붙여 앤디가 거인 앞에서 본 마지막 장면은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칼 로드의 트레일러 파크에 있던 전봇대(?)였다.

오드리는 여전히 로드하우스에 가지 못 하고 남편이라고 하는 찰리와 다투고 있었다. 오드리와 함께 로드하우스에 가려고 코트까지 입은 찰리는 오드리에게 코트를 입으라고 권유했는데 오드리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찰리를 몰아붙여 결국 찰리는 다시 코트를 벗고소파로 돌아갔다. 오드리는 결국 그 방을 별로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 찰리가 내가 알던 사람과 달라보인다고 주장하더니 소파로 돌아간 찰리를 덮쳐서 공격한다.

마지막 장면은 역시 뱅뱅바, 로드하우스다. 한 젊은 여성이 홀로 앉아 공연을 보고 있는데, 폭주족으로 보이는 두 남성이 와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를 들어서 바닥에 주저앉히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지난 편에서 새라에게 집적대던 남성처럼 왜곡된 남성성에 대한 비판의 일환일 것이다. 그녀는 바닥에 있다가 기어서 앞으로 가기 시작하고는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낯설고 거친 남자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자신은 바닥에서 기어가는데 아무도 봐주지 않고 공연만 보며 춤추는 현실에 대한 저항일까?

엔딩 크레딧은 뱅뱅바 공연이 아니라 편의점 위에 있는 가상의 그 공간을 보여준 것 같다. 한 번 장면 전환이 있는데 무슨 의도일지 모르겠다. 참고로 지난 편 엔딩에서 에드가 밖을 내다보며 음식을 먹을 때 창에 비친 자그마한 에드의 모습을 포착한 레딧의 내용이 있었다. 나는 한참을 돌려보고야 알아볼 수 있었는데 현실의 에드와 창 속의 에드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뱅뱅바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고 마치기로 한다. 영화판에서 뱅뱅바는 퇴폐의 장소였다. 고등학생인 로라와 도나가 술을 마시고, 운영자인 자크 르노가 로라에게 매춘을 알선한 곳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매 번 엔딩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밴드나 가수가 공연하는 바로 그 와중에 로라는 그런 끔찍한 일들을 하고 겪고 있었던 것이다. 2편을 다시 보니 자크 르노를 연기했던 그 배우가 장-미셸 르노로서 로드하우스를 경영하는 장면을 얼핏 볼 수 있었다(물론 다른 에피소드에서 그 악명높은 바닥 청소 장면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설명이 된다). 당시 장-미셸은 셸리의 남자 친구가 될 레드와 무언가 논의하고 있었다. 밥이 사라진 트윈 픽스에는 2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10대 매춘과 마약 거래가 성행하는 로드하우스가 있고, 밤마다 그곳에는 썩어 있는 사회의 일면을 외면하고 그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거대한 군중이 있다.

2017년 8월 14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4 리뷰2

다시 한 번 보고 나니 생각하지 못 한 부분도 있고 처음에 생각했으나 아까 못 썼던 부분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호텔 방에 고든 콜과 태미, 알버트가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가 유리창을 닦기 시작하자 그 소음 때문에 고든이 입을 크게 벌리며 싫어하는 표정을 지은 부분이다. 처음 볼 때는 장면의 의미가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고든의 표정과 유리창 청소할 때의 소음은 눈없는 여인 Naido와 닮아있었다.

그리고 고든 콜의 꿈 속 장면에서 파이어 워크 위드 미 시절 처음으로 필립 제프리스 즉 데이빗 보위가 데일 쿠퍼를 만나는 대목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까 리뷰에서 오해를 했다. 재차 확인하니 고든은 그곳에 있지만 있지 않은 사람으로 필립을 지목하는 듯 했지만, 필립은 쿠퍼를 가리키며 이게 누구인 것 같냐고 고든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필립은 이미 쿠퍼가 이상한 존재였음을 알아챘다는 의미로 보인다. 알버트가 태미에게 설명했듯이 블루 로즈 사건의 시작은 1975년 로이스 더피라는 이름의 여성이 두 명 있었고 하나의 로이스가 다른 로이스를 살해했고, 죽은 로이스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었다. 데이빗 린치가 이 설명을 넣고 두 명의 쿠퍼에 대해 강조한 걸 보면 두 쿠퍼의 운명이 로이스의 경우와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앤디가 파이어맨과 만나서 봤던 일련의 장면들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앤디가 본 환상은 대본 상에 The Experiment라고 나오는, 1편 초반에 유리 상자를 지켜봐야했으나 정신없이 사랑을 나눈 두 남녀를 무참히 살해한 존재부터 시작된다. 이후 핵실험 이후 밥이 포함된 거품을 내뿜는 존재가 나타났는데, 이 존재의 형상은 The Experiment와 유사하기도 하다. 만약 앤디가 본 환상들이 시간순이라면 핵실험으로 상징되는 The Experiment가 있고 그것이 밥을 포함한 악을 세상에 내뿜었다는 설명으로도 보인다. 이후로는 편의점이 나오고, 이후 갓 어 라이트?를 외치는 우즈맨이 등장한다. 이것은 모두 핵실험 이후 오래 되지 않은 후의 사건들이다. 다음에는 학교에서 도망치듯 달려가는 소녀가 잡히는데 이는 로라의 죽음 이후일 것이다. 이어서 빨간 커튼과 로라의 사진 그리고 양 옆으로 천사들의 형상이 나온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가 로라가 구원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줬기에 앤디가 본 여기까지의 환상은 핵실험부터 이전 시리즈와 영화판의 이야기의 결말까지 다루고 있다.

그런데 환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두 명의 쿠퍼가 나오고, 보안관 사무실의 전화가 울리고, 이후 앤디와 루시의 장면이 나오고, Naido의 손을 잡은 앤디 그리고 어떤 주소를 나타내는 듯한 숫자가 적힌 전봇대 같은 기둥이 보인다. 이걸 다 보고 앤디는 Naido가 매우 중요한 존재이고 아무도 이 사건을 알아서는 안 된다고 일행에게 신신당부해다. 이렇게 보면 Naido가 로라와 어떤 연관이 있거나 이야기 상에서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모니카 벨루치가 왜 등장했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인터넷에서 그 배경을 검색하지 않은 상태에서 떠오르는 유일한 생각은 그녀가 매트릭스 시리즈에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매트릭스도 현실과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면 그녀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그녀 자신이 세계의 뭇 남성들의 환상 속의 대상이기도 하다.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4 리뷰

데이빗 보위와 모니카 벨루치가 등장한 흥미로운 에피소드였다. 보위의 경우는 영화판인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화면으로였고, 모니카 벨루치는 고든 콜의 꿈 속의 장면으로서였다. 엔딩 크레딧에는 데이빗 보위를 추모하는 문구가 올라갔다. 보위가 죽기 전에 시즌3에 참여했느냐도 관심거리였는데 이렇게 과거의 젊은 시절 영상 자료로서만 등장하고 말 것 같다.

드디어 고든 콜이 트윈 픽스에 전화를 걸면서 FBI의 수사가 트윈 픽스를 향하게 되었다. 또한 더기의 아내인 제이니-이가 다이앤의 배다른 자매라는 놀라운 사실이 공개되었다. 이로써 고든 콜의 블루 로즈 팀은 라스 베가스에 있는 더기에게도 눈을 돌리게 되어 고든 콜과 쿠퍼, 린치와 맥라클란의 재회가 예고되었다.

알버트는 태미에게 블루 로즈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그 사건에는 한 명의 여성이 둘 존재하는, 마치 쿠퍼가 둘 존재하는 것 같은 상황이 있었다. 이에 대해 태미가 나름대로 이해하면서 tulpa라는 말을 했는데, 위키에 따르면 이는 원래 티벳 불교의 개념인 모양이고 상상의 친구라는 뜻의 현대적 용법도 있다고 한다

트윈 픽스 보안관 사무소에서는 채드가 갑자기 체포되었다. 전에 리차드를 도와주는 채드의 비행이 방영되긴 했지만 사실 다른 보안관들이 채드를 오래 전부터 감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트루먼, 호크, 바비, 앤디가 브릭스 소령이 남긴 쪽지에 적힌 장소로 향했다. 깊은 산 속인 줄 알았던 그 장소에는 의외로 전선이 지나가고 있었고 전선에는 전기로 인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잭 래빗(잭래빗은 미국적 동물이었다. 종 분류로는 rabbit이 아니라 hare라고 한다)의 궁전이라는 곳은 나무 둥치라고 불러야할까, 오래된 나무인데 줄기의 아랫 부분만 남았고 그 모양이 성과 유사하긴 했다. 보안관들이 가야 할 장소는 이 나무에서 조금 떨어져있었다. 그 곳에는 시즌3의 3편 혹은 4편에 등장하여 빨간 방을 벗어난 쿠퍼가 만났던 눈이 없는 여성이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브릭스 소령의 쪽지에 적힌 2시 53분이 되자 또 하늘에서 소용돌이가 생겼고 여성의 손을 잡고 있던 앤디가 손을 놓고 일어섰다가 그 속에 빨려들어갔다. 앤디는 시즌3 첫 장면, 거인과 쿠퍼가 만났던 그 장소로 갔다. 그 거인은 자신을 파이어맨이라고 불렀다. 아마 소방관을 의미할 것 같은데 에피소드 후반에 나온 영국 출신의 청년도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자신을 파이어맨이라 부른 존재와 만났다고 한다.

앤디는 그 방의 천장에서 우즈맨들을 비롯해 과거의 중요한 장면들을 보았고, 거기서 두 명의 쿠퍼가 존재한다는 것도 분명히 이해했다. 그 방 이후에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쿠퍼와 달리 앤디는 곧 원래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더 똑똑하고 단호해졌다.

숲에서 발견한 여성(극중 이름은 Naido고 유우키 나에라는 일본인 이름의 배우)을 보호의 차원에서 감옥에 데려갔는데 옆에는 채드와 또 다른 남성이 있었다. 알 수 없는 그 남성은 채드의 말의 뒷 마디를 마치 더기처럼 그러나 비꼬는 투로 따라했고, 숲 속의 여인의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도 따라했다. 그 남성은 얼굴이 전부 다쳤거나 병에 걸렸거나 하여 기괴한데 입에서 피까지 끊임없이 흘리고 있었다. 에피소드 마지막 뱅뱅바에서 두 여성의 대화를 감안하면 그가 빌리가 아닌가 의심되는데 엔딩 크레딧엔 빌리가 없었다. 그는 크레딧에 'Drunk'라고 된 Jay Aaseng 같다.

제임스 헐리가 지난 편에 이어 등장했는데 그의 직업이 드러났다. 그는 벤자민 혼의 그레이트 노던 호텔의 경비원이었다. 그의 옆에는 젊은 남성, 위에서 언급한 영국 청년이 있었다. 그 둘은 호두를 까먹고 있었다. 청년은 손가락으로 호두를 부수는데 힘이 너무 세어서 호두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청년의 사연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그 날이 제임스 헐리의 생일이라고 하여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재미있게도 청년은 제임스를 지미라고 불렀다. 제임스가 이름을 속였나 싶었지만 제임스를 그렇게도 부를 수 있는 모양이다)

이야기는 그 청년이 런던의 어떤 골목길에서 예의 그 소용돌이를 만나 파이어맨을 만났고, 어느 가게에 가서 개봉된 상자 안에 있는 오른손 장갑을 사야 하고 그걸 끼면 엄청난 손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며, 그가 미국의 트윈 픽스에서 그의 운명을 만나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분명한 영국 액센트의 23살 청년이 벤의 호텔에서 제임스를 만났다. 이야기를 잘 듣고 난 후 제임스는 호텔의 보일러실을 체크하러 가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듯 한데 그 실체를 잘 모르겠다.

이후 새라도 전편에 이어 등장했다. 새라는 집의 보드카 병들로 충분하지 않은지 뱅뱅바가 아닌 다른 바에 가서 블러디 메리를 주문했다. 구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남자가 접근하여 수작을 부리다가 새라가 응하지 않자 그녀를 레즈비언이라고 욕하며 위협했다. 그러자 새라는 시즌 초반 로라가 했던 바로 그 기술, 얼굴을 손으로 열어보이는 그 묘기를 빨간 방도 아닌 바에서 선보였다. 공격적이었던 그 남자는 겁에 질렸고 곧이어 새라의 희한한 공격을 받아 목에서 피를 흘리며 즉사했다. 새라는 처음에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사람들이 모여든 이후 이내 침착하고 더 나아가 냉정하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는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장면으로서 뱅뱅바에서 또 알 수 없는 배우들이 등장해 마을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에는 오드리와 찰리의 대화에서 등장한 빌리와 직접 연관된 사람이 등장했다. 한 여성은 티나의 딸이었다. 티나와 빌리는 부적절한 관계라는 점이 다시 이야기되었는데, 티나의 딸은 빌리가 자신의 집에 와서 이상한 상태에서 피를 흘리고 뛰어다녔던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빌리가 감옥에 있는 그 남성이 아닌가 싶은데 아직은 미확인 상태다.

앞에서 고든 콜의 꿈 이야기를 빠뜨렸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시즌3의 테마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내용 같다. 고든 콜은 꿈에서 모니카 벨루치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태미, 알버트 등에게 해주었다. 꿈에서 모니카 벨루치가 나왔다면 로맨틱을 넘어 에로틱한 장면이 연상될 터인데 실제 그렇지는 않았다. 모니카 벨루치는 고든 콜에게 "우리는 꿈을 꾸고 그 꿈 속에서 살고 있는 꿈꾸는 사람 같다. 그런데 꿈꾸는 사람은 누구지?"라고 했다. 또한 고든 콜은 꿈에서 그녀와 만나는 와중에 뒤를 보며 젊은 시절의 그를 보았다. 그 젊은 시절은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시기를 말한다. 그 때 쿠퍼가 고든 콜에게 꿈 이야기를 했고, 이어서 데이빗 보위가 등장했는데 그는 거기에 있었지만 거기에 없었다고 한다.

사실 이 이야기들은 선문답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고대부터 반복되는 호접몽 같은 테마 같기도 하다. 결국 트윈 픽스의 어떤 이야기들은 꿈 속의 이야기라는 말일까? 트윈 픽스라는 세계가 린치와 프로스트의 꿈의 세계라는 것은 확실한데 그 시청자, 애청자, 매니아들의 꿈의 세계이기도 하다는 말일까?

2017년 8월 8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3 리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트윈 픽스의 심층 리캡을 담당한 제프 젠슨의 12편에 대한 평가는 B-로 좋지 않았다. 그를 비롯해 상당수의 리캐퍼, 리뷰어들이 오드리가 갑자기 등장해서 시청자들이 전혀 모르는 인물들을 몇 명이나 거론하며 불평했던 장면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만 당혹스러운 게 아니었구나 싶었지만 시즌3에 대한 반응이 초반만큼 열띠지 않아보인다.

13편은 시즌 1, 2에서 안타까운 로맨스의 한 쌍인 에드 헐리와 노마 제닝스가 정답게 앉아있는 장면이 나와서 좋았다. 하지만 노마는 또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모양이다. 그 남자는 노마의 더블R 식당을 프랜차이즈로 확장시킨 듯 하고, 노마의 바람과 달리 덜 건강하고 싸구려인 재료를 이용하여 사업을 하고 있었다. 노마의 체리 파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번에는 많은 분량이 나온 더기/쿠퍼가 체리 파이를 그렇게 탐닉하는 것도 노마 덕분일 것이다.

에드는 노마와 월터(?)가 사업 이야기를 하도록 바비와 함께 다른 자리로 피신했고 이후 엔딩 크레딧의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한다. 에드는 자신의 주유소, 노마의 더블R 식당이 변한 것처럼 25년의 세월에 걸맞게 조금 변한 그 주유소에 홀로 앉아 더블R의 음식을 먹으며 무언가 작은 종이 조각 하나를 불태운다. 불은 트윈 픽스 시리즈에서 중요한 소재이므로 일종의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네이딘은 닥터 자코비 혹은 닥터 앰프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것을 알고는 반색했다. 네이딘은 자신의 자랑스러운 소음이 전혀 없는 커튼으로 닥터 앰프의 금삽(말 그대로 금칠한 삽)을 가렸다가 보이게했다가 한다. 네이딘과 에드가 같이 있는 장면이 없는 걸 보면 이 커플이 마침내 별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에드와 노마가 애초에 함께 하지 못 한 것이 네이딘 때문이었고 에드와 노마가 함께 살지 않는 걸 볼 때 여전히 네이딘과 에드가 부부일 수도 있다.

오드리는 이번에도 출연했는데 지난 번에 약 7분 정도 등장한 것에 비해 아주 짧게 등장했다(그렇지만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번에도 매우 짧게 출연했다). 오드리는 트윈 픽스의 그 유명한 로드하우스가 어디인지 모르는 아주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녀는 로드하우스로 가고 싶기도 했고, 남편인 찰리의 옆에도 있다고 싶었다. 또 자기가 누군지도 헛갈리는 눈치다. 전편에서 그녀와 찰리의 부자연스러운 대화 때문에 이들이 일종의 빨간 방 같은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는데 이번 대화로 그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생각해보니 이번에는 FBI 팀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퍼스코 형사 삼형제가 등장해서는 더기/쿠퍼의 지문 조회를 한 결과 얼마 전 감옥을 탈출했고, 동시에 한참 전에 사라진 FBI 요원이라는 걸 알게 되고는 이게 무슨 지독한 농담이냐는 듯이 껄껄 웃고 조회 결과를 구겨서 버렸다.

13편에 가장 많은 분량은 나쁜 쿠퍼, 혹은 미스터 C와 더기/쿠퍼가 담당했다. 주인공이 오래간만에 주인공 답게 분량을 맡은 것이다. 우선 나쁜 쿠퍼는 자신의 배에 총알을 박은 레이를 찾아왔다. 레이 주변에는 일련의 거칠어보이는 남자들이 있었는데 이 조직은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도 팔씨름으로 두목을 결정하고 있었다. 나쁜 쿠퍼가 수적으로 불리한 장소에 도착해서 총알받이가 되지 않기 위해 안전장치를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실소를 자아냈다. 당연히 나쁜 쿠퍼는 팔씨름을 이겼고 팔씨름짱 두목의 얼굴을 주먹 한 방에 말 그대로 뭉개버렸다. 이후 레이를 고문해서 필립 제프리스의 지시 사항을 알아냈고, 그가 어디 있는지(더치맨이라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도 파악한다.

이 장면들에서 재밌는 것은 처음 나쁜 쿠퍼가 왔을 때 스크린 화면, 그러니까 프로젝터의 빛을 쏘는 그런 스크린을 레이와 그 일당이 지켜보는 광경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자세로 그들은 나쁜 쿠퍼가 어떻게 거기까지 왔는지를 궁금해한다. 이후 나쁜 쿠퍼가 레이를 고문할 때도 그 일당들은 그 스크린 화면을 통해 나쁜 쿠퍼의 동선을 바라본다. 그런데 마치 카메라가 몇 대 있는 것처럼 다른 각도의 화면들이 보여진다. 이 때는 뜬금없이 리차드 혼까지 등장하여 그 장면을 바라본다. 이런 설정이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는 바로 파악되지 않는다. 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비현실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일까? 나쁜 쿠퍼와 더기/쿠퍼의 공간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은 계속 지적되고 있는데 애초에 창조된 트윈 픽스의 세계에서 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간 비현실성의 공간은 무슨 의미인지도 더 따져볼 일이다. 여하튼 레이가 원래는 나쁜 쿠퍼를 죽이고 그 손에 끼우기로 했던 반지를 스스로 자기 손에 끼고 살해된 이후 반지가 먼저 사라져서 빨간 방에 갔고 죽은 레이도 빨간 방에 갔다. 

미첨 형제는 더기/쿠퍼 덕에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되자 더기/쿠퍼에게는 물론 보험사 사장 부쉬넬에게도 고가의 선물을 안겼다. 미첨을 통해 더기/쿠퍼를 암살하려고 했던 동료 앤서니는 패닉에 빠졌고, 하루 안에 더기를 죽이라는 토드의 명령을 받게 된다. 앤서니는 자신과 연결된 경찰에게서 독약을 획득하여 다음 날 더기의 커피에 독약을 타는데 성공한다. 더기가 갑자기 체리 파이에 꽂혀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온 더기는 앤서니의 어깨를 이곳저곳 짚었다. 처음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자켓 위의 비듬을 치워주나 싶었지만 그러진 않았고 어깨를 만져준 것 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앤서니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독약이 든 커피를 화장실에 버리고 사장에게도 그동안의 음모와 악행을 다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새라에 대해 적어야겠다. 지난 편에서는 처음에 몰랐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의 설명을 보고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로라의 방 근처에 있는 천장에 달린 선풍기 장면과 호크가 새라를 찾아왔을 때 집 안에서 유리병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 장면이다. 선풍기 장면은 불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일 수 있고, 유리병 소리는 새라가 가게에 놓고간 물건을 남자 점원이 배달하러 갔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었고(이것은 그럴 듯 하지만 배달 차량이 안 보이는 걸 볼 때 호크가 왔을 때 점원이 집 안에 있었다고 하기도 어렵고 새라가 굳이 점원의 존재를 속일 필요도 없다) 혹은 검은 아저씨들 같은 초자연적 존재가 집 안에 있으리라는 가설도 있다.

새라는 이번 편에서는 보드카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봤는데 요상하게도 화면 속에서는 권투 시합이 한창 진행 중인데 같은 장면이 계속 반복됐다. 어느 방송사의 화면이 그렇다면 대단한 방송 사고이고, 새라 집의 어떤 힘 때문에 화면이 무한반복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쉽사리 공포스러운 표정을 만드는 새라는 태연했다. 그렇다면 새라는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다고 느끼거나 그녀 자신이 반복 재생되도록 설정을 했다는 말인데 어느 것이건 오싹한 설정이다.

이번 주의 뱅뱅바의 공연은 놀랍게도 오래간만에 출연한 제임스 헐리의 공연이다. 그가 부른 노래는 분명히 예전 트윈 픽스의 어느 장면에서 본 것인데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리캐퍼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제임스의 노래는 클럽을 찾은 어느 여성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혹시나 젊은 시절 제임스와 연애한 도나나 로라의 영혼이 들어간 인물일까?

2017년 7월 31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2 리뷰

이번 편은 카일 맥라클란의 짧디 짧은 출연 분량만큼이나 할 말이 별로 없다. 드디어 오드리 혼이 출연했으나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드리는 과거 미모에 어울리지 않는 남성인 찰리와 결혼한 상태였다. 이 남성은 더 블랙리스트에서 떳떳하지 않은 일을 했다. 여하튼 둘은 법적 부부지만 이별을 거론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는 않다. 오드리는 계속 빌리를 언급했는데 그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벤자민 혼은 손자인 리차드의 범죄의 뒷처리를 떠맡게 되었다. 일단 트레일러에서 폭행당하고 겨우 목숨을 건진 여성의 수술비를 전액 대기로 했다. 예전에 자신의 아버지가 사줬던 자전거를 즐거이 회상하던 그는 예전 트윈 픽스의 군주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과거로 인한 업보를 감내하고 후회하는 모습이다. 벤은 리차드가 아버지없이 자랐다는 설명을 했는데 이로서 더욱 나쁜 쿠퍼의 아들일 것이라는 추측을 키운다.


그의 동생인 제리는 드디어 산에서 내려왔다. 이전 편에서 자신의 발(그러나 발은 자신이 제리의 일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과 대화를 하는 기상천외한 연기를 했던 제리는 산에서는 내려왔지만 여전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표정이다.

시작은 FBI 요원들의 회합 장면이다. 와인 병들이 여럿 놓인 선반을 앞에 두고 고든, 태미, 알버트가 대화를 했다. 요는 블루 로즈 태스크 포스 팀에 정식으로 태미를 합류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원래는 데이빗 보위가 영화판에서 연기한 필립 제프리스가 블루 로즈 팀의 수장이고 그 아래 쿠퍼, 알버트 그리고 또 한 명이 있었는데 알버트만 남고 모두 사라졌다는 친절한 설명이 있었다. 알버트가 설명한 태미의 경력은 아주 화려해서 그는 FBI의 최우수 자원이었는데 이 위험천만한 팀에 합류한 걸 매우 영광스럽게 여기는 표정이었다.

이들의 축하 자리에 곧 다이앤이 합류했다. 고든은 다이앤도 임시적으로 이 팀에 공식적으로 합류시키기로 했다. 태미나 다이앤 모두 이미 깊이 블루 로즈 사건을 목격한 상태라 형식적인 절차이기도 하겠고, 알버트와 고든 입장에서는 다이앤을 더 잘 감시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겠다.

다이앤은 이후 나쁜 쿠퍼가 보낸 듯한 문자를 다시 받았다. 라스 베가스?라는 내용인데 다이앤은 그들이 아직 물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리고 다이앤은 지난 편에서 봤던 어떤 지점의 좌표값을 지도앱에서 검색했는데 다름 아닌 트윈 픽스였다. 베가스에는 더기/쿠퍼가 있고, 트윈 픽스에는, 음 트윈 픽스는 모든 일이 종합되어 폭발할 지점일 것이다. 호크와 프랭크가 곧 방문할 지점이다.  

이제는 가장 많이 출연하는 역할 중 하나인 트레일러 파크의 관리인은 이번 편에서 선인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다리를 저는 가난한 사람이 피를 팔아서 돈을 받았다는 걸 보고는 돈을 쥐어주고 한달치 임대료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이번에 많은 분량 출연한 또 하나의 인물은 로라의 어머니 새라다. 그녀는 마트 계산대에서 직원들을 향해 트윈 픽스에 닥칠 위기에 대한 예언같은 말을 했다. 남자들이 오고 있다는 말은 우드맨들을 지칭하는 것일지, 나쁜 쿠퍼와 그 일당이 온다는 말일지 모르겠다.

새라의 출연과 더불어 이전 시리즈에서 많이 봤던 로라의 집도 등장했다. 그 집을 다시 보는 것은 반가웠지만 거기서 벌어졌던 비극을 생각하면 착잡하기도 하다. 새라는 마트에서와 달리 정신이 돌아온 모습이었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텔레비전에서 냉혹한 동물의 세계를 봤던 것 같은데 어떤 의미였을까 새삼 궁금해졌다.

또한 자코비가 또 등장해 세상을 향해 저주를 퍼붓고 이 똥같은 세상을 고치기 위해 자신이 파는 삽을 사라는 광고를 했다. 애꾸눈의 네이딘은 자코비의 방송을 또 바라보며 그의 말에 동조하고 그의 말, 삽이 효과가 있었다며 좋아했는데 네이딘과 자코비가 이번 시즌3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할 따름이다.

2017년 7월 28일 금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1 관련 정보

며칠 지났지만 ew.com의 트윈 픽스 리캡에서 알게 된 내용 몇 개를 추가로 정리해보기로 한다.

가장 놀라운 점은 베키의 남편 스티븐이 바람을 피운 상대방 여성이 원래 시리즈에서 아역으로 출연했던 배우라는 점이다. 그녀는 시즌1, 2에서 로라의 절친인 도나의 여동생이었다. 시즌3에서의 출연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고, 더 나온다해도 아주 짧을 것 같다.

두번째로 놀란 점은 드라마 시작하고 곧 출연했던, 숲 속에서 피를 흘리며 기어 나온 여성이이전 에피소드에서 리차드 혼에게 공격을 받고 죽은 걸로 생각했던 바로 그 여성 미리엄 설리번이라는 정보였다. 얼굴이 피투성이라 그런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크게 공감했고 나도 드라마를 볼 때 생각이 난 것은 더기/쿠퍼가 리무진에 타서 미첨 형제를 만나러 가는 과정과 영화 세븐의 마지막 부분의 유사성이다. 사실 나는 황량한 사막에서 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찍은 촬영 방식의 비슷함만 생각했는데 더기/쿠퍼가 들고 있던 상자도 세븐과 유사하다. 물론 세븐에서는 사람 머리가 들어있었고, 여기서는 달콤한 체리 파이가 들어있지만 바로 이런한 전복이 트윈 픽스의 기괴한 세계에서 희망을 주는 단초라는 해석이다.

그리고 세 명의 인물에 대한 해석도 있었다. 드라마 초반에 세 명의 어린 형제가 캐치볼을 하고 있었고, 우드맨이라고 불린 검은 아저씨들도 고든 콜의 눈에 세 명이 방에 있는 것이 보였고, 이번 편에는 안 나왔지만 퍼스코 형사도 삼형제다. 이런 것들이 ew의 리캐퍼에게는 세 명, 트리니티 즉 삼위일체에 대한 은유로 보였다고 한다. 흥미로운 지적이다.

2017년 7월 11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9

2주의 휴식을 마치고 트윈 픽스 시즌3이 돌아왔다. 난해하고 폭력적인 8편에 이어 쉬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한 리뷰어는 이것이 일종의 흐름이라고 봤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난해한 에피소드가 제시되고 이어서 이야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나오는 식의.

이번에는 팀 로스의 등장이 가장 반가웠다. 출연 분량은 짧지만 사악한 쿠퍼의 부하로서의 불량한 모습을 잘 연기했다. 팀 로스의 TV 드라마 출연인데 분량이 짧다는 게 이상하지만 대화를 보건대 다음 편들에서 살인자로서의 연기를 더 보여줄 것이다. 그는 심지어 휴대폰마저 총으로 쏴서 죽이는 남자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바비와 갈란드 브릭스의 부자지간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진 장면들이다. 애초의 시즌1, 2를 돌이켜보면 트윈 픽스 마을의 가장 불량 소년인 바비 브릭스가 트윈 픽스의 보안관이 되리라고 상상하긴 어려웠다. 바비의 어머니가 말하듯 갈란드는 이미 25년 전에 바비가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자식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라기보다는 보안관 트루먼이 호크에게 말한 것처럼 미래를 이미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바비는 트윈 픽스의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그와 아버지의 추억에 녹여낸 갈란드의 조치를 확인하며 기쁨과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다.

카일 맥라클란의 사악한 쿠퍼는 초반에 약간의 연기를 했지만, 착한 쿠퍼는 가만히 앉아있는 자세로 잠깐 출연한다. 대신 트윈 픽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반가웠다. 바비의 어머니의 등장도 그렇고, 앤디와 루시는 예의 그 멍청한 커플 연기를 보여줬고, 혼 형제들도 등장했다. 내가 그레이트 노던 호텔의 이상한 소리의 진원지로 의심했던 벤자민 혼의 아들 조니는 이번 편에서 죽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그러니까 그가 이상한 소리의 발신자는 아니었다.

착한 쿠퍼가 미국 국기를 보고, 미국에 대한 노래를 듣는 와중에 그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한 젊은 여자의 맨 다리였다. 나는 즉시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오드리 혼이 쿠퍼를 유혹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역시나 어떤 리뷰어도 그 점을 지적했고, 이번에 쿠퍼의 시선을 잡은 여성은 물론 제이니 이와 다이앤까지 빨간 신발을 신었다고 말한하. 분명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고, 오드리가 어서 출연해주길 바란다.

난쟁이 청부살인업자 스파이크 더 아이크는 모텔에서 체포되었다. 지난 편에서 작은 버전의 팔이 쿠퍼에게 지시한 결과 아이크의 손바닥의 살점이 커다랗게 떨어져나간 바 있다. 그래서 퍼스코 형제 형사들은 그걸 두고 이번 편에서 농담을 했다.

이번 편은 뱅뱅 바에서 젊은 두 여성이 농담을 주고 받는 와중에 한 여성이 겨드랑이를 자꾸 긁고 나서 배경에 깔린 음악을 공연한 한 여성 삼인조 밴드의 공연 실황으로 이어지며 끝난다. 겨드랑이에 피부병이 걸린 듯한 그 여성을 두고 트윈 픽스의 유명한 외팔이 마이크의 팔과 연결시키는 해석도 있었다.

뱅뱅바의 밴드 공연들이 이번 시즌에 적극적으로 들어간 것에 어떤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편을 보건대 블랙 코미디가 가미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비극적인 이 시리즈를 보는 이의 마음을 이완시키는 효과는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다르게 생각해보면 트윈 픽스의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하루의 여독을 풀지만 그 마을은 사악한 무언가가 수십 년을 맴돈 곳이기에 어느 날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를 곳이기도 하다.

2017년 6월 27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8에 대한 리뷰들을 보고

예상대로 언론의 리뷰어/리캐퍼들도 이번 에피소드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트윈 픽스 시리즈를 꿰차고 있는 한두 명은 이번 편조차도 나름대로 많이 설명을 해내고 있어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들의 글을 보고 새삼 깨닫는 것은 시즌1만 재밌게 보고 많이 기억하는 내가 시즌 2와 극장판까지의 세계관을 계승한 이번 시즌3를 제대로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라는 제목의 트윈 픽스 극장판은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정도 보긴 했는데 트윈 픽스 TV판의 전사를 다뤘다는 점 말고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3에서는 그 극장판의 이야기들이 종종 다뤄진다. 세상을 떠난 데이빗 보위가 연기했던 FBI 에이전트 필립스는 이번 편에서 통화의 상대방으로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 오랫동안 흔들리는 화면 속에 등장한 편의점도 영화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 편에 대한 리뷰어/리캐퍼들의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두기로 한다. 이번 편을 밥이라는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본 나의 의견은 그들의 공통된 관점이기도 하다. 원자폭탄 실험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이 세계와 저 너머 세계의 경계를 허물거나 흐려지게 만들었고 이후 밥도 등장하고 시커먼 얼굴의 나뭇꾼(Woodman)도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거인, 세뇨리타 다이도 같은 하얀 오두막의 존재들이 로라 팔머를 세상으로 내보냈다.

로라는 이미 1945년부터 릴랜드의 딸로 태어나 밥에 점령된 릴랜드에게 능욕되고 살해된 후 천사에게 구원될 운명이라는 이야기로까지 해석된다. 로라가 그냥 망가진 십대 소녀가 아니라 일종의 구원자로까지 격상되는 해석인데 애초에 밥과 검은 오두막의 힘을 너무 크게 잡아놔서 대항 세력의 대표로서 로라의 존재감도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8편 후반부의 주역인 젊은 커플 중 여자가 로라의 어머니가 아니냐는 재미있는 해석도 있었다. 그 배우의 출생연도를 따지기도 하고 극중 여성의 나이를 따져서 로라의 엄마가 될 만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삼킨 것의 정체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달랐다. 제일 먼저 읽은 리뷰에서는 말벌+개구리라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바퀴벌레, 파리 등 온갖 곤충들이 다 나왔다. 맥락은 다르겠지만 나는 거울 나라 앨리스의 이상한 생물체들이 떠올랐다.

우드맨이 갓 어 라이트?를 외치며 악행을 저지르는 걸 보고 한 리뷰어가 누가 좀 불을 주지 그랬냐!고 절규할 때는 무릎을 탁 치며 동의했다. 우드맨은 미국 대통령인 링컨을 연기했던 배우가 맡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