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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8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3 리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트윈 픽스의 심층 리캡을 담당한 제프 젠슨의 12편에 대한 평가는 B-로 좋지 않았다. 그를 비롯해 상당수의 리캐퍼, 리뷰어들이 오드리가 갑자기 등장해서 시청자들이 전혀 모르는 인물들을 몇 명이나 거론하며 불평했던 장면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만 당혹스러운 게 아니었구나 싶었지만 시즌3에 대한 반응이 초반만큼 열띠지 않아보인다.

13편은 시즌 1, 2에서 안타까운 로맨스의 한 쌍인 에드 헐리와 노마 제닝스가 정답게 앉아있는 장면이 나와서 좋았다. 하지만 노마는 또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모양이다. 그 남자는 노마의 더블R 식당을 프랜차이즈로 확장시킨 듯 하고, 노마의 바람과 달리 덜 건강하고 싸구려인 재료를 이용하여 사업을 하고 있었다. 노마의 체리 파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번에는 많은 분량이 나온 더기/쿠퍼가 체리 파이를 그렇게 탐닉하는 것도 노마 덕분일 것이다.

에드는 노마와 월터(?)가 사업 이야기를 하도록 바비와 함께 다른 자리로 피신했고 이후 엔딩 크레딧의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한다. 에드는 자신의 주유소, 노마의 더블R 식당이 변한 것처럼 25년의 세월에 걸맞게 조금 변한 그 주유소에 홀로 앉아 더블R의 음식을 먹으며 무언가 작은 종이 조각 하나를 불태운다. 불은 트윈 픽스 시리즈에서 중요한 소재이므로 일종의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네이딘은 닥터 자코비 혹은 닥터 앰프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것을 알고는 반색했다. 네이딘은 자신의 자랑스러운 소음이 전혀 없는 커튼으로 닥터 앰프의 금삽(말 그대로 금칠한 삽)을 가렸다가 보이게했다가 한다. 네이딘과 에드가 같이 있는 장면이 없는 걸 보면 이 커플이 마침내 별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에드와 노마가 애초에 함께 하지 못 한 것이 네이딘 때문이었고 에드와 노마가 함께 살지 않는 걸 볼 때 여전히 네이딘과 에드가 부부일 수도 있다.

오드리는 이번에도 출연했는데 지난 번에 약 7분 정도 등장한 것에 비해 아주 짧게 등장했다(그렇지만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번에도 매우 짧게 출연했다). 오드리는 트윈 픽스의 그 유명한 로드하우스가 어디인지 모르는 아주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녀는 로드하우스로 가고 싶기도 했고, 남편인 찰리의 옆에도 있다고 싶었다. 또 자기가 누군지도 헛갈리는 눈치다. 전편에서 그녀와 찰리의 부자연스러운 대화 때문에 이들이 일종의 빨간 방 같은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는데 이번 대화로 그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생각해보니 이번에는 FBI 팀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퍼스코 형사 삼형제가 등장해서는 더기/쿠퍼의 지문 조회를 한 결과 얼마 전 감옥을 탈출했고, 동시에 한참 전에 사라진 FBI 요원이라는 걸 알게 되고는 이게 무슨 지독한 농담이냐는 듯이 껄껄 웃고 조회 결과를 구겨서 버렸다.

13편에 가장 많은 분량은 나쁜 쿠퍼, 혹은 미스터 C와 더기/쿠퍼가 담당했다. 주인공이 오래간만에 주인공 답게 분량을 맡은 것이다. 우선 나쁜 쿠퍼는 자신의 배에 총알을 박은 레이를 찾아왔다. 레이 주변에는 일련의 거칠어보이는 남자들이 있었는데 이 조직은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도 팔씨름으로 두목을 결정하고 있었다. 나쁜 쿠퍼가 수적으로 불리한 장소에 도착해서 총알받이가 되지 않기 위해 안전장치를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실소를 자아냈다. 당연히 나쁜 쿠퍼는 팔씨름을 이겼고 팔씨름짱 두목의 얼굴을 주먹 한 방에 말 그대로 뭉개버렸다. 이후 레이를 고문해서 필립 제프리스의 지시 사항을 알아냈고, 그가 어디 있는지(더치맨이라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도 파악한다.

이 장면들에서 재밌는 것은 처음 나쁜 쿠퍼가 왔을 때 스크린 화면, 그러니까 프로젝터의 빛을 쏘는 그런 스크린을 레이와 그 일당이 지켜보는 광경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자세로 그들은 나쁜 쿠퍼가 어떻게 거기까지 왔는지를 궁금해한다. 이후 나쁜 쿠퍼가 레이를 고문할 때도 그 일당들은 그 스크린 화면을 통해 나쁜 쿠퍼의 동선을 바라본다. 그런데 마치 카메라가 몇 대 있는 것처럼 다른 각도의 화면들이 보여진다. 이 때는 뜬금없이 리차드 혼까지 등장하여 그 장면을 바라본다. 이런 설정이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는 바로 파악되지 않는다. 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비현실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일까? 나쁜 쿠퍼와 더기/쿠퍼의 공간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은 계속 지적되고 있는데 애초에 창조된 트윈 픽스의 세계에서 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간 비현실성의 공간은 무슨 의미인지도 더 따져볼 일이다. 여하튼 레이가 원래는 나쁜 쿠퍼를 죽이고 그 손에 끼우기로 했던 반지를 스스로 자기 손에 끼고 살해된 이후 반지가 먼저 사라져서 빨간 방에 갔고 죽은 레이도 빨간 방에 갔다. 

미첨 형제는 더기/쿠퍼 덕에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되자 더기/쿠퍼에게는 물론 보험사 사장 부쉬넬에게도 고가의 선물을 안겼다. 미첨을 통해 더기/쿠퍼를 암살하려고 했던 동료 앤서니는 패닉에 빠졌고, 하루 안에 더기를 죽이라는 토드의 명령을 받게 된다. 앤서니는 자신과 연결된 경찰에게서 독약을 획득하여 다음 날 더기의 커피에 독약을 타는데 성공한다. 더기가 갑자기 체리 파이에 꽂혀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온 더기는 앤서니의 어깨를 이곳저곳 짚었다. 처음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자켓 위의 비듬을 치워주나 싶었지만 그러진 않았고 어깨를 만져준 것 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앤서니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독약이 든 커피를 화장실에 버리고 사장에게도 그동안의 음모와 악행을 다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새라에 대해 적어야겠다. 지난 편에서는 처음에 몰랐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의 설명을 보고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로라의 방 근처에 있는 천장에 달린 선풍기 장면과 호크가 새라를 찾아왔을 때 집 안에서 유리병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 장면이다. 선풍기 장면은 불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일 수 있고, 유리병 소리는 새라가 가게에 놓고간 물건을 남자 점원이 배달하러 갔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었고(이것은 그럴 듯 하지만 배달 차량이 안 보이는 걸 볼 때 호크가 왔을 때 점원이 집 안에 있었다고 하기도 어렵고 새라가 굳이 점원의 존재를 속일 필요도 없다) 혹은 검은 아저씨들 같은 초자연적 존재가 집 안에 있으리라는 가설도 있다.

새라는 이번 편에서는 보드카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봤는데 요상하게도 화면 속에서는 권투 시합이 한창 진행 중인데 같은 장면이 계속 반복됐다. 어느 방송사의 화면이 그렇다면 대단한 방송 사고이고, 새라 집의 어떤 힘 때문에 화면이 무한반복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쉽사리 공포스러운 표정을 만드는 새라는 태연했다. 그렇다면 새라는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다고 느끼거나 그녀 자신이 반복 재생되도록 설정을 했다는 말인데 어느 것이건 오싹한 설정이다.

이번 주의 뱅뱅바의 공연은 놀랍게도 오래간만에 출연한 제임스 헐리의 공연이다. 그가 부른 노래는 분명히 예전 트윈 픽스의 어느 장면에서 본 것인데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리캐퍼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제임스의 노래는 클럽을 찾은 어느 여성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혹시나 젊은 시절 제임스와 연애한 도나나 로라의 영혼이 들어간 인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