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호 감독의 '공모자들'을 본데 이어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거의 유사한 주제를 다룬 방송까지 보니 착잡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너무나 예상했던 일들이 조금씩 확인된 것에 불과해서 무덤덤하다고 해야 할까. 김종배님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자주 이름을 들었던 해직 기자라는 타이틀의 이용마님의 병색으로 야윈 얼굴이 두 영상물에서 공히 등장하는데 그의 얼굴은 지난 9년간 정권에 의한 언론 장악의 상징으로 제시되었다. 권력이 언론을 죽였다는 상징. 김종배님도 병을 얻어 애써 유지하던 팟캐스트를 접어야 했는데 그간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생각하게 된다.
*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 생각했던 내용 중 적지 못 한 것을 하나 더 적어둔다. 82년 리들리 스콧 영화에서 룻거 하우어가 연기한 로이 배티의 육체는 아름다웠다. 그는 네덜란드 출신 배우지만 나는 게르만 혈통을 자랑하는 독일인을 보았다. 히틀러가 강조했던 게르만의 몸이 자꾸 떠오른 건 왜일까. 2차대전에서 독일의 악행은 차치하고 그들의 몸이 아름답다는 프로파간다는 무의식 중에 인정된 것일까? 82년 영화나 2017년 영화나 흑인이 등장했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초에 지구에서 잘 사는 사람들은 다른 행성으로 떠나고, 가난하거나 원작에 따르면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 남아있을 지구에 그렇게 차별받는다고 하는 흑인은 왜 별로 안 보일까? 버려진 행성에서도 백인이 주인 노릇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하면 과할 것 같고 사회 구조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는 사고관 때문일까. 더구나 레플리컨트들마저 모두 백인일색 아닌가? 드라마 웨스트월드는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킬 모든 종류의 인종들을 배치했던 것 같은데 영화는 이야기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그런 방식을 취한 것일까? 쿠바인인 조이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든 것은 약간의 변화라고는 하겠다. 82년 시리즈에서는 고층 건물 외벽에서 웃음짓는 일본 여인이 인상적이었는데 시대마다 섹시한 나라가 바뀜을 반영한 결과일 것도 같다. 말이 나왔으니 첨가하자면 애초 82년에 한국어, 한글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LA가 30년 후에 갑자기 한글, 한국어가 대폭 증가했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치 일본 여성이 쿠바인 조이로 대체된 것이 이상하듯이. 그냥 2017년 세계의 현실이 82년 영화의 세계가 그대로 이어졌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세계로 침입한 결과로 보인다.
* 미스터 로봇 지난 편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 적지 못 했다. 지난 번 글은 리뷰라기도 뭐하고 그냥 배설한 내용에 가까웠다고 하겠지만 지하철 속의 사람들 얼굴이 거대한 이모티콘으로 변한 장면을 빠뜨렸다. 미국의 시사 잡지들에서는 최근 스마트폰의 악영향에 대한 특집 기사가 이어지고 있고, 좀더 특정해서 에모지(이모지)에 대한 우려를 표한 기사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카카오톡, 네이버 등의 이모티콘이 스마트폰 화면을 벗어나 인형을 비롯한 캐릭터 상품으로 불티나듯 팔린다는데 이게 뭐하는 일인지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