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픽스 블루레이 디스크가 인기를 끌어서 많은 구매자들이 아직 못 받고 있다는 소식이 보이는 가운데 아마존의 블루레이 세트 가격은 예매 때보다 십몇 달러 정도 인상되었다. 당분간 사지는 못할 듯 하고 '더 리턴'의 초반 에피소드 몇 개를 다시 보았다.
예상대로 1편부터 다시 보면 몇 달 전 어리둥절한 상태로 보았던 조각들이 더 잘 맞춰진다. '더 리턴'을 18시간 짜리 영화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확실히 18편까지 전체를 염두에 두고 봐야, 즉 다시 보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리즈다.
이번에 다시 발견한 부분은 3편 초반에 끝도 없이 어디론가 떨어지는 듯한 장면에서 흔들리는 쿠퍼의 얼굴이 고든 콜 사무실의 카프카 사진의 얼굴과 매우 비슷하게 연출된 점이다. 그 의도가 카프카의 어떤 소설과 연관이 있는지는 짐작이 잘 되지 않는다.
빨간 방에서 마이크가 쿠퍼에게 한 이야기는 잘 몰랐던 것을 알게 해준다. 마이크는 빨간 방에 갖힌 쿠퍼가 나가기 위해서는 도플갱어인 미스터 C가 빨간 방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어떤 이유에서인지 미스터 C가 알고 있었고, 손을 써놨다고 말했다. 이후의 전개 과정을 보면 미스터 C가 돌아간 후 쿠퍼가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라, 더기가 빨간 방으로 들어갔고 쿠퍼는 더기로서 세상에 나왔다.
위의 상황을 감안하면 더기라는 존재는 미스터 C가 빨간 방에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이며, 세상에 존재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더기가 커리어를 쌓았다는 보험사의 공간과 제이니 이와 소니 짐이 있는 가정의 공간은 모두 미스터 C가 만들어냈거나 혹은 미스터 C가 조작해낸 장소들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의 흐름상 이는 명확해보인다. 미스터 C는 쿠퍼의 암살도 사주했다.
통나무틀 통해 마가렛은 호크에게 인디언의 유산과 연관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라고 했다. 회의실에서 증거물들을 늘어놓은 이후 증거품 중 하나인 토끼 그림이 그려진 초콜릿이 의혹의 대상이 되는데 호크는 토끼가 상관있을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그 과정에서 설마하는 심정으로 돌아가다가도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중에 드러나듯이 잭래빗의 궁전이 가야할 장소였으니 통나무의 조언은 확실한 정보였다.
쿠퍼가 더기로 세상에 나온 이후의 모습은 어린아이 같다는 이야기는 이미 나온 바 있는데 그는 확실히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더기/쿠퍼는 남들이 자기를 미스터 잭팟이라고 부르면 그렇게 받아들였고, 남들이 너는 더기 존스라고 부르자 나는 더기 존스라고 말했다. 자신이 에이전트 쿠퍼라는 의식은 전혀 없었다. 그는 갓난아이처럼 말들을 배우고, 화장실 이용하는 법을 배운다. 그렇지만 커피에 대한 본능이나 암살자를 제압했을 때의 반응처럼 쿠퍼로서의 경험이 무의식 상태로 남아있다.
실버 머스탱 카지노에서 CCTV 카메라가 두 번 카메라에 잡히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쿠퍼 덕에 두 번의 메가잭팟을 터뜨린 가난한 할머니는 쿠퍼가 잭팟을 떠뜨리고 수거하지 않은 동전을 탐내다가 머리 위의 감시 카메라를 보며 손가락 욕을 했다. 카지노를 떠나 집으로 가려던 쿠퍼는 카지노 사무실에서 돈자루를 받으며 관리자의 위협을 받고는 역시 머리 위의 카메라를 보았다. 그의 의식 수준에서 감시 카메라의 존재를 안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그 카메라를 통해 미첨 형제들이 감시를 하는 것이지만 쿠퍼가 그들을 만난 적도 없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감시 카메라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도 아니었다. 마치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감시를 인식하듯이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이 시리즈에서 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행위다. 처음부터 뉴욕의 고층 빌딩 옥상에서 텅 빈 상자를 멍하니 한참 바라보는 청년이 등장했고, 커다른 TV를 보는 새라의 장면은 초반은 물론 이후로도 몇 번 등장한다. 화이트 로지로 알려진 거인과 세뇨리타 다이도의 공간은 극장처럼 생겼고 극장처럼 작동한다. 이러한 보는 행위들은 모두 다른 의미가 있다. 카지노 사무실에서 쿠퍼의 감시 카메라 보기는, 쿠퍼가 눈길이 바로 가는 관리자 책상 위에 놓인 주사위로 만든 펜꽂이를 호기심에 바라보는 행위와는 다른, 마치 카메라가 나를 보라고 명령해서 바라본 것 같은 시선의 이동이었다. 카지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감시 카메라가 출입자들을 다 파악하고 있으니 다시는 카지노에 오지 말라는 관리자의 말을 확인하는 차원의 행위이겠으나 이 때의 쿠퍼가 그럴리는 없다. 요원으로서 쿠퍼의 무의식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 장면은 매우 이상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즉각적으로 어떤 신의 시선을 느낀 피조물의 의식 같은 것이 연상되었다. 그러나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2017년 12월 11일 월요일
2017년 12월 4일 월요일
트윈 픽스 블루레이, DVD 판매 소식
트윈 픽스 더 리턴의 폭풍이 지나가고 한동안 이 시리즈를 잊고 살았다. 그런데 이틀 전쯤 우연히 새 블루레이 발매에 대한 소식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블루레이가 12월에 발매되기로 예정된 것은 알고 있었다. 당시 린치 자신이 직접 트윗을 했던 것 같고, 그 때 블루레이의 제목으로 트윈 픽스 시즌3이라고 소개를 해서 내가 예전에 올린 글의 내용과 배치되는, 그러니까 시즌4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 하루이틀 내에 나올 새 블루레이/DVD 타이틀의 제목은 트윈 픽스 시즌3이 아니라 '트윈 픽스 : 어 리미티드 이벤트 시리즈'다. 제작 과정이 필요했을 터이니 타이틀이 바뀐 것이 한 달 내의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일찌감치 나왔던 OST 음반의 제목은 진작부터 시즌3이 아니라 어 리미티드 이벤트 시리즈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시즌 3으로 할 것인지 말지 린치 자신이 고민했던 모양이다.
12월 4일 정오 즈음인 지금 영국 아마존을 보면 이 블루레이는 이미 판매 중이다. 제품 정보를 보면 오늘 발매한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은 여전히 12월 5일 발매한다고, 즉 지금은 예약구매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https://www.amazon.co.uk/Twin-Peaks-Limited-Packaging-Blu-ray/dp/B075MVHM41
https://www.amazon.com/Twin-Peaks-Limited-Event-Blu-ray/dp/B076M4XM6H
6시간 혹은 8시간으로도 소개된 부가 영상들이 기대가 되는 바이지만 한참 배송대행지들이 바쁜 요즘에 이 타이틀을 주문한다면 언제나 도착할지 모르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직전까지 가보니 직배 운송료가 7.98달러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고민을 해봐야겠다.
어디선가 블루레이가 리지언 프리라고 본 것 같은데, 미국 아마존의 제품은 A/1로 되어 있고, 다행히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영국 아마존 제품은 리지언 프리였다.
하지만 이제 하루이틀 내에 나올 새 블루레이/DVD 타이틀의 제목은 트윈 픽스 시즌3이 아니라 '트윈 픽스 : 어 리미티드 이벤트 시리즈'다. 제작 과정이 필요했을 터이니 타이틀이 바뀐 것이 한 달 내의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일찌감치 나왔던 OST 음반의 제목은 진작부터 시즌3이 아니라 어 리미티드 이벤트 시리즈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시즌 3으로 할 것인지 말지 린치 자신이 고민했던 모양이다.
12월 4일 정오 즈음인 지금 영국 아마존을 보면 이 블루레이는 이미 판매 중이다. 제품 정보를 보면 오늘 발매한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은 여전히 12월 5일 발매한다고, 즉 지금은 예약구매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https://www.amazon.co.uk/Twin-Peaks-Limited-Packaging-Blu-ray/dp/B075MVHM41
https://www.amazon.com/Twin-Peaks-Limited-Event-Blu-ray/dp/B076M4XM6H
6시간 혹은 8시간으로도 소개된 부가 영상들이 기대가 되는 바이지만 한참 배송대행지들이 바쁜 요즘에 이 타이틀을 주문한다면 언제나 도착할지 모르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직전까지 가보니 직배 운송료가 7.98달러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고민을 해봐야겠다.
어디선가 블루레이가 리지언 프리라고 본 것 같은데, 미국 아마존의 제품은 A/1로 되어 있고, 다행히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영국 아마존 제품은 리지언 프리였다.
2017년 9월 13일 수요일
트윈 픽스 : 더 리턴 종료 후 생각 1
꿈만 같이 시리즈가 다시 시작되고 꿈처럼 끝나버린지 거의 열흘이 되어가고 있다. 시즌 종료 후에 혼란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았고, 어떤 이들은 이게 원래 린치 스타일이니 깔끔한 설명과 종료를 바랐다면 그야말로 착각이라는 말도 한다. 언제까지나 논란이 이어질 이번 트윈 픽스를 되새기는 글들을 몇 개는 쓰지 않을까 싶은데 우선 즉각적인 것들 몇 개만 적어본다.
'트윈 픽스 시즌3'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리뷰 글들을 써왔는데 미국 매체들의 리뷰들에서는 시즌3가 아니라 그냥 '더 리턴'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통상적인 드라마 시즌이 1년 혹은 2년 내에 다음 시즌이 방영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27년만에 돌아온 드라마를 시즌3라고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트윈 픽스를 방영한 미국의 쇼타임은 시즌3라고 부르지 않는다. 쇼타임이 시즌1, 2도 재방영했던 걸 생각한다면 이번 트윈 픽스는 편의상 시즌3라고 부를 수 있지만 정식 명칭은 '트윈 픽스 : 더 리턴'이 맞는 것이었다.
'더 리턴'이라는 말은 시즌4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즌3가 없었는데 시즌4가 있을 수 없다. 다음 트윈 픽스가 TV 시리즈로 방영된다면 '더 리턴'과 유사한 식의 부제가 붙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70대인 감독의 나이와 출연 배우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원작 시리즈의 등장 인물이 주축이 된(이미 '더 리턴'의 스토리에서는 중심에서 멀어졌던 바이고) 다음 시즌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카일 매클라클란은 한 번 더 한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아마 다른 트윈 픽스를 바라는 것은 모두에게 그저 희망없는 희망 사항에 그칠 것이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이번의 '더 리턴'을 되돌아보면 린치와 프로스트는 이 시리즈를 영원히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것도 같다. 이번에 오드리 혼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그녀가 16편의 마지막 씬이 암시하는 것처럼 정신병원에 갖힌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고 해답은 없는 상태인데, 만약 '더 리턴'의 오드리 씬들이 거의 확실하게 오드리의 상상 속의 장면들이라면 팬들도 상상을 통해, 꿈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만의 트윈 픽스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 감독이 18편의 여행을 통해 원작 시리즈의 플롯마저 뒤엎어버린 것은 트윈 픽스의 저주에서 벗어나서 다른 대안을 찾아보라는 제안은 아니었을까? 트윈 픽스 이야기를 원한다면 당신들 마음대로 만들어보라, 그러나 영원한 저주의 이 세계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가? 세상엔 TV 드라마보다 더 좋은 것이 많다, get a real life!
어젯밤인가 문득 든 생각은 데이빗 린치의 극중 직함에 대한 것이다. '더 리턴'에서 고든 콜은 FBI의 부국장이다. deputy director인데 director는 영화 감독이다. 린치는 극 속에서 부국장이라는 캐릭터의 직함과 감독이라는 현실의 직함을 중첩되게 이용하고 있다. 그는 모니카 벨루치라는 현실의 배우를 꿈 속에서 만났다. 고든 콜이 모니카 벨루치 꿈을 꿀 수 있을까? 우리는 모니카 벨루치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더 리턴'은 TV 쇼의 세계, 현실과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고든 콜이 모니카 벨루치를 꿈 속에서 만난 것은 현실과 가공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행위다. 그런데 가공의 인물이 꿈을 꾼다면 가공의 가공으로 더 깊숙한 비현실의 세계로 가는데 그곳에 현실의 인물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보기로 한다.
블루 로즈에 대해서도 짧게 생각나는 바를 적어본다. 블루 로즈 케이스는 로이스 더피라는 여성과 그녀의 털파가 얽힌 사건이다. 털파 로이스 더피는 죽어가며 '나는 블루 로즈 같다'라고 말하며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루 로즈가 무엇인가? 파란 장미라는 것은 왠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꽃일 것 같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실제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꽃이다. 그렇다면 털파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완벽한 비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드하우스에서 공연된 곡에 대해 말해보기로 한다. 로드하우스 공연곡들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노래가 좋았냐 여부보다는 노래 가사가 이 시리즈에서 갖는 의미가 더 중요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노래 가사들은 시리즈 혹은 각 에피소드의 이야기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걸 하나하나 분석하는 사람이 이미 있을지도 모르고 앞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요즘 많이 듣는 크로마틱스의 섀도우의 가사 중에는 사진을 떼어낸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17편에서 새라가 로라의 사진을 내려놓고 마구 쳤던 그 장면이 예견된 것처럼 보인다. 사실 노래는 재작년에 만들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더 리턴'의 방영에 맞춰 공개되었다고 한다.
'트윈 픽스 시즌3'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리뷰 글들을 써왔는데 미국 매체들의 리뷰들에서는 시즌3가 아니라 그냥 '더 리턴'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통상적인 드라마 시즌이 1년 혹은 2년 내에 다음 시즌이 방영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27년만에 돌아온 드라마를 시즌3라고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트윈 픽스를 방영한 미국의 쇼타임은 시즌3라고 부르지 않는다. 쇼타임이 시즌1, 2도 재방영했던 걸 생각한다면 이번 트윈 픽스는 편의상 시즌3라고 부를 수 있지만 정식 명칭은 '트윈 픽스 : 더 리턴'이 맞는 것이었다.
'더 리턴'이라는 말은 시즌4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즌3가 없었는데 시즌4가 있을 수 없다. 다음 트윈 픽스가 TV 시리즈로 방영된다면 '더 리턴'과 유사한 식의 부제가 붙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70대인 감독의 나이와 출연 배우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원작 시리즈의 등장 인물이 주축이 된(이미 '더 리턴'의 스토리에서는 중심에서 멀어졌던 바이고) 다음 시즌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카일 매클라클란은 한 번 더 한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아마 다른 트윈 픽스를 바라는 것은 모두에게 그저 희망없는 희망 사항에 그칠 것이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이번의 '더 리턴'을 되돌아보면 린치와 프로스트는 이 시리즈를 영원히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것도 같다. 이번에 오드리 혼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그녀가 16편의 마지막 씬이 암시하는 것처럼 정신병원에 갖힌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고 해답은 없는 상태인데, 만약 '더 리턴'의 오드리 씬들이 거의 확실하게 오드리의 상상 속의 장면들이라면 팬들도 상상을 통해, 꿈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만의 트윈 픽스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 감독이 18편의 여행을 통해 원작 시리즈의 플롯마저 뒤엎어버린 것은 트윈 픽스의 저주에서 벗어나서 다른 대안을 찾아보라는 제안은 아니었을까? 트윈 픽스 이야기를 원한다면 당신들 마음대로 만들어보라, 그러나 영원한 저주의 이 세계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가? 세상엔 TV 드라마보다 더 좋은 것이 많다, get a real life!
어젯밤인가 문득 든 생각은 데이빗 린치의 극중 직함에 대한 것이다. '더 리턴'에서 고든 콜은 FBI의 부국장이다. deputy director인데 director는 영화 감독이다. 린치는 극 속에서 부국장이라는 캐릭터의 직함과 감독이라는 현실의 직함을 중첩되게 이용하고 있다. 그는 모니카 벨루치라는 현실의 배우를 꿈 속에서 만났다. 고든 콜이 모니카 벨루치 꿈을 꿀 수 있을까? 우리는 모니카 벨루치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더 리턴'은 TV 쇼의 세계, 현실과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고든 콜이 모니카 벨루치를 꿈 속에서 만난 것은 현실과 가공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행위다. 그런데 가공의 인물이 꿈을 꾼다면 가공의 가공으로 더 깊숙한 비현실의 세계로 가는데 그곳에 현실의 인물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보기로 한다.
블루 로즈에 대해서도 짧게 생각나는 바를 적어본다. 블루 로즈 케이스는 로이스 더피라는 여성과 그녀의 털파가 얽힌 사건이다. 털파 로이스 더피는 죽어가며 '나는 블루 로즈 같다'라고 말하며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루 로즈가 무엇인가? 파란 장미라는 것은 왠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꽃일 것 같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실제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꽃이다. 그렇다면 털파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완벽한 비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드하우스에서 공연된 곡에 대해 말해보기로 한다. 로드하우스 공연곡들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노래가 좋았냐 여부보다는 노래 가사가 이 시리즈에서 갖는 의미가 더 중요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노래 가사들은 시리즈 혹은 각 에피소드의 이야기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걸 하나하나 분석하는 사람이 이미 있을지도 모르고 앞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요즘 많이 듣는 크로마틱스의 섀도우의 가사 중에는 사진을 떼어낸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17편에서 새라가 로라의 사진을 내려놓고 마구 쳤던 그 장면이 예견된 것처럼 보인다. 사실 노래는 재작년에 만들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더 리턴'의 방영에 맞춰 공개되었다고 한다.
2017년 5월 23일 화요일
마침내 트윈 픽스의 귀환
2년 전의 약속대로 트윈 픽스가 돌아왔다. 1990~91년의 원래 시리즈에서 25년 후에 만나자던 로라의 대사가 거짓말처럼 지켜졌다. 물론 제작 기간 때문에 셈에 따라 26 혹은 27년 후에 돌아온 것인지도 모르지만 정확히 25년 후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시즌1, 2가 미국의 공중파에서 방영된 것과 달리 이번 시즌은 케이블 채널인 쇼타임에서 방영된다. 그런만큼 폭력과 노출의 수위는 영화판처럼 높았고 난해하기로 따지면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여서 별로 일반 TV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실제 방영 직후 타임지 온라인 판의 리뷰는 시청자에게 지나치게 친절하지 않은 이 드라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우선 1, 2번 에피소드가 한꺼번에 방영되었다. 마치 27년 전 충격적인 트윈 픽스의 첫 여정이 두 개 에피소드 분량의 파일럿으로 시작된 것을 반복하는 것처럼. 온라인을 통해서는 3, 4번 에피소드까지도 공개되었다. 한 에피소드마다 거의 한 시간을 꽉 채우고 있어 최종적으로 18회까지 방영될 이번 시리즈는 18시간의 쉽지 않은 여행이 될 터이다.
방영 전 뉴스를 통해 원작 출연자 중 의외로 많은 얼굴들이 이번에 참여해서 놀라웠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 시절부터 이탈한 출연진도 있었고, 밥 역할의 프랭크 실바와 로그 레이디처럼 돌아가신 분도 있지만 벤자민 혼과 그의 동생 같은 인물도 재등장한다. 하지만 많은 인물들이 에피소드 2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공간적 범위가 트윈 픽스를 벗어나 뉴욕과 사우스 다코타, 라스 베가스까지 확장되었기 때문에 새 공간의 새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다보니 정작 트윈 픽스의 기존 인물 중 얼굴을 내비친 사람은 몇 명 없다. 새로 참여한 엄청난 네임 밸류의 배우들이 언제 등장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는 벤자민 혼의 호텔에 비서로 출연한 애슐리 주드 정도가 있었다.
몇 개의 언론 리뷰들을 읽어봤는데 대체적인 줄거리는 25년 동안 붉은 방에 사로잡힌 쿠퍼가 세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는 데 일치한다. 세상에는 25년 전 밥에 사로잡혀버린, evil 쿠퍼가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나중에는 더기라는 또 다른 버전의 쿠퍼도 세상에서 살고 있음이 드러나는데 이 존재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이야기에서는 붉은 방의 쿠퍼가 더기와 교환되는 형식인데..
물론 새로운 살인, 기괴한 살인이 등장한다. 로라 팔머의 살인에서 신체훼손은 없었으나 이번 트윈 픽스의 살인(들)은 지나치게 끔찍하다. 미스터리는 더 커졌고, 그에 발맞춰 린치의 카메라워크는 시청자의 눈을 말그대로 어지럽게 만든다. 이미지들은 흔들리고, 춤을 추고, 땅이 갈라지고, 눈 앞에서 갑자기 등장하거나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거인, 작은 나무 모양의 '팔(arm)', 외팔이 남성, 로라 팔머의 수수께끼가 던져지는 가운데 뭐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린치와 프로스트가 만든 이 트윈 픽스의 세상은 2년 동안 여름마다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군 미스터 로봇이나 봄마다 돌아온 게임 오브 쓰론처럼 쉬운 예측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우리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것인지를 쇼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여하튼 귀환을 환영한다.
시즌1, 2가 미국의 공중파에서 방영된 것과 달리 이번 시즌은 케이블 채널인 쇼타임에서 방영된다. 그런만큼 폭력과 노출의 수위는 영화판처럼 높았고 난해하기로 따지면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여서 별로 일반 TV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실제 방영 직후 타임지 온라인 판의 리뷰는 시청자에게 지나치게 친절하지 않은 이 드라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우선 1, 2번 에피소드가 한꺼번에 방영되었다. 마치 27년 전 충격적인 트윈 픽스의 첫 여정이 두 개 에피소드 분량의 파일럿으로 시작된 것을 반복하는 것처럼. 온라인을 통해서는 3, 4번 에피소드까지도 공개되었다. 한 에피소드마다 거의 한 시간을 꽉 채우고 있어 최종적으로 18회까지 방영될 이번 시리즈는 18시간의 쉽지 않은 여행이 될 터이다.
방영 전 뉴스를 통해 원작 출연자 중 의외로 많은 얼굴들이 이번에 참여해서 놀라웠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 시절부터 이탈한 출연진도 있었고, 밥 역할의 프랭크 실바와 로그 레이디처럼 돌아가신 분도 있지만 벤자민 혼과 그의 동생 같은 인물도 재등장한다. 하지만 많은 인물들이 에피소드 2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공간적 범위가 트윈 픽스를 벗어나 뉴욕과 사우스 다코타, 라스 베가스까지 확장되었기 때문에 새 공간의 새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다보니 정작 트윈 픽스의 기존 인물 중 얼굴을 내비친 사람은 몇 명 없다. 새로 참여한 엄청난 네임 밸류의 배우들이 언제 등장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는 벤자민 혼의 호텔에 비서로 출연한 애슐리 주드 정도가 있었다.
몇 개의 언론 리뷰들을 읽어봤는데 대체적인 줄거리는 25년 동안 붉은 방에 사로잡힌 쿠퍼가 세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는 데 일치한다. 세상에는 25년 전 밥에 사로잡혀버린, evil 쿠퍼가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나중에는 더기라는 또 다른 버전의 쿠퍼도 세상에서 살고 있음이 드러나는데 이 존재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이야기에서는 붉은 방의 쿠퍼가 더기와 교환되는 형식인데..
물론 새로운 살인, 기괴한 살인이 등장한다. 로라 팔머의 살인에서 신체훼손은 없었으나 이번 트윈 픽스의 살인(들)은 지나치게 끔찍하다. 미스터리는 더 커졌고, 그에 발맞춰 린치의 카메라워크는 시청자의 눈을 말그대로 어지럽게 만든다. 이미지들은 흔들리고, 춤을 추고, 땅이 갈라지고, 눈 앞에서 갑자기 등장하거나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거인, 작은 나무 모양의 '팔(arm)', 외팔이 남성, 로라 팔머의 수수께끼가 던져지는 가운데 뭐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린치와 프로스트가 만든 이 트윈 픽스의 세상은 2년 동안 여름마다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군 미스터 로봇이나 봄마다 돌아온 게임 오브 쓰론처럼 쉬운 예측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우리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것인지를 쇼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여하튼 귀환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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