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언론의 리뷰어/리캐퍼들도 이번 에피소드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트윈 픽스 시리즈를 꿰차고 있는 한두 명은 이번 편조차도 나름대로 많이 설명을 해내고 있어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들의 글을 보고 새삼 깨닫는 것은 시즌1만 재밌게 보고 많이 기억하는 내가 시즌 2와 극장판까지의 세계관을 계승한 이번 시즌3를 제대로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라는 제목의 트윈 픽스 극장판은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정도 보긴 했는데 트윈 픽스 TV판의 전사를 다뤘다는 점 말고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3에서는 그 극장판의 이야기들이 종종 다뤄진다. 세상을 떠난 데이빗 보위가 연기했던 FBI 에이전트 필립스는 이번 편에서 통화의 상대방으로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 오랫동안 흔들리는 화면 속에 등장한 편의점도 영화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 편에 대한 리뷰어/리캐퍼들의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두기로 한다. 이번 편을 밥이라는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본 나의 의견은 그들의 공통된 관점이기도 하다. 원자폭탄 실험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이 세계와 저 너머 세계의 경계를 허물거나 흐려지게 만들었고 이후 밥도 등장하고 시커먼 얼굴의 나뭇꾼(Woodman)도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거인, 세뇨리타 다이도 같은 하얀 오두막의 존재들이 로라 팔머를 세상으로 내보냈다.
로라는 이미 1945년부터 릴랜드의 딸로 태어나 밥에 점령된 릴랜드에게 능욕되고 살해된 후 천사에게 구원될 운명이라는 이야기로까지 해석된다. 로라가 그냥 망가진 십대 소녀가 아니라 일종의 구원자로까지 격상되는 해석인데 애초에 밥과 검은 오두막의 힘을 너무 크게 잡아놔서 대항 세력의 대표로서 로라의 존재감도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8편 후반부의 주역인 젊은 커플 중 여자가 로라의 어머니가 아니냐는 재미있는 해석도 있었다. 그 배우의 출생연도를 따지기도 하고 극중 여성의 나이를 따져서 로라의 엄마가 될 만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삼킨 것의 정체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달랐다. 제일 먼저 읽은 리뷰에서는 말벌+개구리라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바퀴벌레, 파리 등 온갖 곤충들이 다 나왔다. 맥락은 다르겠지만 나는 거울 나라 앨리스의 이상한 생물체들이 떠올랐다.
우드맨이 갓 어 라이트?를 외치며 악행을 저지르는 걸 보고 한 리뷰어가 누가 좀 불을 주지 그랬냐!고 절규할 때는 무릎을 탁 치며 동의했다. 우드맨은 미국 대통령인 링컨을 연기했던 배우가 맡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