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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30일 수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6편

이번 편은 주요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흔치 않은 에피소드였다. 그만큼 정신없는 전개가 이어졌다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 같지만 별로 진전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쇼군월드는 이번 편에서 짧게 나온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사시와 아카네는 메이브 일행을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는 실용적인 이유들이 작용했으리라 본다. 메이브는 초능력을 통해 쇼군월드의 인물들과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지만 극중 설정상(원래는 영어를 잘 함에도) 일본어만 해야 하는 무사시와 아카네에게 더 대사를 준다면 영어 자막이 화면에 자꾸 등장해야 하고 미국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끼칠 것이다. 그럼에도 쇼군월드의 궁수는 일본인 캐릭터로 유일하게 메이브 일행에 합류했다.

늙은 윌리엄은 딸과 눈물의 대화를 나누었다. 윌리엄이 딸이 포드가 만들어낸 호스트로 오해(?)하는 장면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어떤 리뷰어는 그녀가 델로스 회장처럼 호스트-인간의 혼종일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델로스 회장에 대한 실험이 근래에도 실패한 마당에 다른 인간의 경우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여하튼 윌리엄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딸의 회유에 넘어가는 듯 했지만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고 딸을 버려둔채 자기의 목적, 어떤 리뷰어도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그 무엇을 향해 이번에도 전진했다.

돌로레스는 자신의 결정의 결과를 보게 된다. 테디는 더 이상 마음 착한 순정파 남자가 아니라 불필요한 살인을 서슴지 않는 악한이 되었다. 돌로레스 일행은 기차를 본부로 돌진시켜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는데 그 피해 정도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돌로레스에 관해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에피소드 시작부에 등장한다. 시즌 초반에 아놀드가 돌로레스의 상태에 대해 경탄하면서 우려하는 듯한 장면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은 돌로레스가 버나드의 충실성을 시험하는 장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예고편의 장면을 감안하면 수많은 버나드들이 있는 듯 하고 돌로레스는 그 모델들을 테스트했던 모양이다.

하이라이트는 포드 박사가 결국 얼굴을 드러낸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일이 그렇게 되리라고 예상했을 터이다. 그는 예상대로 호스트들이 존재하는 데이터 서버의 네트워크 속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웨스트월드의 관리자들, 기술자들이 원래 상태로 돌리는 것을 막을 정도로 강력한 그의 능력은 이야기가 어떻게 진전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2018년 4월 25일 수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1편 (2)

시즌1을 다시 돌려볼 여유는 없어서 시즌1 피날레편이나 시즌2 1편에 대한 리뷰들을 몇 가지 읽어보았다. 대충 봤었는지 시즌1의 핵심적인 내용들 중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가장 놀란 것은 돌로레스가 와이어트라는 이야기였다. 시즌1 피날레에서 비교적 명확히 설명된 모양인데 전혀 기억에 없다. 와이어트 캐릭터가 돌로레스를 점령해서 시즌2 1편의 인간사냥꾼 돌로레스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친구를 여전히 사랑하는 듯한 돌로레스의 언행은 무엇일까? 그런 부분은 남아있다는 것일까? 더 나아가 어차피 두뇌의 자리에 위치한 기계장치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 로봇 인간들에게 있어 남성, 여성의 차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고 이것이 외형만 보고 로봇이 여성, 남성이라고 단정하는 인간의 편견을 깨부수는 어떤 반전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또한 그런 차원에서 이전 캐릭터 시절의 딸을 기억해내고 그녀를 찾아나서려는 메이브의 여성성, 모성이라는 것의 진실성도 의심스러워진다. 결국 포드 박사가 심어놓은 내러티브의 연장선일까?

이번 1편에서 잘 이해가 안 간 부분 중 하나가 헤일이 컴퓨터 화면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었다. 구조를 요청했지만 패키지가 와야 보낼 수 있다는 답변이 왔는데, 그 패키지는 극중 돌로레스의 아버지였던 애버나디라고 한다. 역시 기억이 전혀 없는데 시즌 1에서 헤일이 애버나디 속에 웨스트월드의 온갖 데이터를 옮겨서 델로스로 보냈던 모양이다. 기사들을 보면 애버나디 캐릭터는 시즌2의 주요 인물 중 하나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기억이 희미하지만 기사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지난 시즌 쇼군 월드의 인물들이 살짝 나왔다고 한다. 이번 편에서는 웨스트월드에 있어서는 안 될 벵갈 호랑이가 등장했는데, 그래서 시즌2 중에 다른 세계도 공개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웨스트월드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가 많은 팬들의 궁금증을 일으킨 모양인데(나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번 편의 대화를 통해 섬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여러 정황들을 통해 미국이 아니라 중국 인근의 어는 섬에 이 웨스트월드가 있다는 기사들이 많이 보였다.

맨 인 블랙이 윌리엄이라는 것은 시즌1 막판에 밝혀진 것인데 어떤 기사에서는 사회적으로 명망가임에 분명한 윌리엄이 웨스트월드를 빈번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사회에 그의 복사판인 인조 인간을 세워놓았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흥미로운 관점도 있었다. 그의 재력과 웨스트월드에서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로 보인다. 더불어 인간 세상까지 점령하겠다는 돌로레스의 야심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드론 호스트였던가 헤일이 버나드를 데리고 들어간 지하의 비밀 장소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들도 흥미로웠다. 인간의 피부를 덧씌우지 않은 상태의 로봇들이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머리 모양이 에일리언과 흡사하기도 하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양산형 에바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2018년 4월 24일 화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1편

웨스트월드의 새 시즌이 시작되었다. 불과 며칠 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운이 좋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시즌2의 1편은 1시간이 넘는 긴 분량이었다. 그리고 많은 액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초반은 시즌1의 주요 내용들을 다시 보여줬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대목들도 적지 않았다. 이후 시즌1 피날레의 피의 살육제가 벌어진 이후의 일들이 펼쳐졌다. 의식을 갖게 된 ‘호스트’들이 그들을 조종한 인간들을 사냥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이번 편은 버나드의 회상, 혹은 기억 아니 저장된 내용의 간헐적 복구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버나드는 여러 측면에서 시즌2의 핵심 인물로 보인다. 앤서니 홉킨스가 퇴장하며 웨스트월드의 유일한 창조자로 남으면서도 인조인간이라는 이중적 지위로 인해 인간 측과 호스트들의 중간적 위치를 점한다.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는 호스트들을 물에 익사시켰다는 것인데 이는 노아의 방주 때의 홍수를 연상시킨다. 호스트들이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약점을 아는 존재로서 버나드는 구약의 신처럼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폭동을 일으킨 호스트들을 한순간에 쓸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1편에서 종종 드러난 버나드의 치명적인 신체 상황은 그가 과연 믿을만한 화자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웨스트월드의 이야기는 최근 점점 더 현실적 공포로 다가오는 AI의 반격처럼 읽히기 쉬울 터인데 이번 편의 대사를 듣다 보면 컨텐츠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가 더 직접적인 메시지 같다. 이미 소설의 캐릭터와 소설가가 조우하는 이야기들은 영화로 몇 편 나온 바 있다. 웨스트월드는 인간이라는 창조자들이 자신의 형상으로 만든 피조물들에게 스토리를 주고 내러티브를 부여하여 한정된 세상에서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인데 단지 그들을, 그들의 세상을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그 세상에 들어가 피조물들을, 인간의 형상인 그들을 단지 장난감처럼 마음대로 다루다가 버리면서 벌어지는 참극의 이야기다. 피조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고, 이는 자신들이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자각 그리고 클리셰이긴 하지만 인간들도 타락했기에 창조자에게 반항하고 창조자를 죽여도 된다는 식의 전개로 나아간다.

 시즌1에서 에드 해리스의 캐릭터인 윌리엄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가 나중에야 조금 감을 잡았는데 1편에서도 시즌2의 그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아리송했다. 미로의 핵심부로 가고 싶어한 윌리엄이 이미 그 목적은 달성했다는 것인데 이제 그는 호스트들이 반란을 일으킨 위험한 웨스트월드에서 탈출하는 게임을 해야한다고 한다. 시즌1의 기억이 흐릿하여 이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