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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4일 수요일

Mad Cow Disease or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광우병 열풍이다. 이미 외국에서 여러 번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광우병에 걸렸을 수도 있는 소를 한국이 수입하게 된다고 하자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문득 작년에 본 꿀벌의 실종에 대한 다큐가 떠오른다. 꿀벌의 죽음에 따른 생태계의 파괴, 그 이후의 예측할 수 없는 파국이 예고되고 있지만 그다지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광우병에 대해서 국내 언론도 간간이 위험을 경고했고 작년 KBS는 꽤 정성들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쇠고기 협상 이전에 광우병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이번 쇠고기 협상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주장하듯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을 확률이 지극히 낮은 것은 맞는 말이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지만 자동차 운전을 막지 않듯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다고 소를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억지인 측면이 있다.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한다는 '기우'라는 고사가 떠오르는데 과학적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하더라도 대재앙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위험을 무릅쓰거나 애써 무시하며 살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면 왜 이번 쇠고기 협상이 문제인가?

미국에 대한 정치적 선물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겠고, 단지 졸속협상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영어 해석에 문제가 있는 관료들의 무능함, 거짓이 드러났는데 뻔뻔하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태도도 물론 문제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쇠고기를 먹는 식습관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소뼈가 들어간 음식을 즐겨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문제삼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극히 제한된 시기에 맛볼 수 있었던 쇠고기를 일상적으로 먹는 지금의 생활이 올바른지 생각해볼 일이다.

인류가 육식을 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육식을 위해 다른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고 조직적으로 기른 역사는 길지 않으리라.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는 누구나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꼭 먹어야 할까? 농경사회에서 소는 기본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한 도구였기에 소를 많이 먹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쇠고기는 고급 한식당이나 아웃백과 같은 비싼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요 메뉴로 사용된다. 비싼 고기를 먹는 폼나는 생활... 우리는 미국인들처럼 쇠고기를 마음껏 먹고 싶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19세기말에 시작된 근대인으로의 신체 개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며칠 전 경향신문에서 고미숙씨는 광우병은 육식을 위해 소를 사육한 인간이 받는 천벌이라고 했다. 인간을 위해 길러졌기에 이종(異種)인 인간이 당연히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어제는 눈이 왔다고 하는데 요즘 환경 재앙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많아지고 있고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쓰촨성의 지진은 대륙판의 충돌로 인한 것이라는데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단지 지금 잘살아보겠다는 개개인의 몸부림은 가까운 미래의 재앙을 점점 키우고 있는 것 같다. 굳이 광우병 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미쳐있는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