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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7일 수요일

베이징 올림픽의 끝

일요일에 끝난 올림픽이 벌써 한두 달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조금 올랐으며, 중국 경제는 올림픽 기간에 오히려 더 안 좋아졌고, 한국 경제는 주가의 꾸준한 하락과 급등하는 환율로 요약된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은 금의환향했다. IOC는 공식적으로 국가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메달 수의 정확한 집계를 위해 메달 순위를 기록한다. 본래 의미야 어찌되었건 한국은 목표로 했던 10-10을 초과하여 금메달 13개, 세계 7위라는 성과를 거둔다. 10+10=13+7. 지독한 우연인가.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원래 스포츠 강국이지만 자국 개최를 등에 업고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을 제외하면 10위 안에 있는 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메달 중 금메달의 비율이 가장 높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세 종류 메달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가장 따기 힘든 금메달의 비율이 제일 낮아야 한다. 은메달을 따고도 처절한 눈물을 흘리는 한국 스포츠계의 풍토 때문일까. 우리 선수들은 유난히 금메달에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것이리라.

메달 순위 세계 10위 안을 보면 흔히 선진국이라 부르는 혹은 강대국의 경험이 있는 국가들이다.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호주,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묘한 경쟁 의식을 가지게 되는 일본이 지난 대회 5위에서 8위로 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래저래 한국은 자랑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주된 동기는 영국의 순위 때문이었다.

영국의 BBC는 영국의 올림픽 선수단의 환영식을 중계했다. 방송 자체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그런 게 있었던 건 확실하다. 한국의 경우도 기를 들고 앞장선 박태환, 장미란 등 금메달을 딴 선수를 중심으로 환영식을 열었다. 잠깐 보니 트로트, 댄스, 인순이 누나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있었고, 금메달 딴 선수들은 개인기를 선보였다. 국민대축제란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런 행사를 왜 하냐, 지금이 80년대냐라며 불만을 표현했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수많은 근대 스포츠의 발상지이자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내용은 다를지라도 환영식을 한단다.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이런 행사를 계속 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번에 특별히 하는 거라도 쳐도 이해할만하다. 메달 순위 4위이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의 올림픽 중계만 봐서는 중국이나 미국이 금메달 따는 건 봐도 영국 금메달은 거의 못 본다. 어디서 그렇데 메달을 획득했을까 싶어 찾아보니 사이클에서 무려 8개. 요트, 조정, 수영 등 물 관련 스포츠에서 8개를 땄다. 얘네도 메달 편중이 참 심하구나 싶다.

5위를 한 독일은 카누, 승마, 펜싱, 근대5종, 트라이애슬론 등 한국에서 안 보여줄만한 종목들에서 많은 금메달을 얻었다. 재미를 잘 느끼지도 못하는 종목에서 선전했던 영국, 독일의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여주지 않은 한국 방송의 중계 행태를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자기들 유리한 종목에 많은 메달을 만들어 놓고 동양인이 유리한 종목은 메달 수를 적게 제한하는 있는지없는지 모를 차별을 규탄하자는 것도 아니다.

올림픽이 세계 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위해 개최된다는 취지와 아주 작은 성과를 인정할수밖에 없지만 결국 국가 중심의 경쟁은 화합보다 큰 갈등의 씨앗이 되기에 경계해야 한다. 올림픽 메달 순위라는 것이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올림픽 메달이라는 것이 거의 모든 운동 선수들의 최종 목표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TV를 응시하면 자기 몸을 혹사하는 인간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펼쳐진다.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 몸은 붕대투성이가 된다. 이건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는 운동선수를 메달을 따는 기계로 만들어버린다. 메달에 너무나 집착하는 한국이기에 운동기계는 수시로 새 기계로 대체된다. 선진국에 급하게 도달하려는 국가의 비극이리라. 10대신 13을 얻은 이번 올림픽은 다음 올림픽 메달 수에 대한 부담을 낳아 한국 체육계에 불행한 미래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2008년 5월 14일 수요일

Dodgeball: A True Underdog Story


"Dodgeball(피구의 제왕)"을 처음으로 다 봤다. 몇 년 전 한국에서 극장 개봉하기 전 올해 꼭 봐야 할 영화로 점찍어두었건만 약속은 지키지 못했고 시간이 마구 흘러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상영할 때 뒷부분만 봤다. 하지만 뒤만 봐서는 이 영화가 왜 그렇게 기대작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공교롭게 최근 일본 피트니스 클럽에 대한 책을 읽어서인지 이번에 제대로 보니 영화는 의외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Dodgeball은 의미상 거의 피구와 대응하는 단어다. '피구왕 통키'의 기억 때문일까? 피구는 왠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찾아보니 Dodgeball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주로 하는 스포츠로 미국에는 프로 다지볼 리그도 있단다(http://www.thendl.com/). 요는 피구왕 통키의 경우가 일본에서 별로 인기가 없는 스포츠를 부각한 것과 달리 '피구의 제왕'은 적어도 그럴 듯한 배경은 있다는 점이다. 비록 영화에서 국제 피구 대회가 소재이긴 하지만(불꽃슛을 장착하지 못한 일본 팀은 아주 간단히 패배한다).

영화는 짐(gym)간의 대결을 다루는데 궁극적으로는 이상적인 신체에 대한 이념의 대결이기도 하다.


헬스클럽, 피트니스클럽, 체육관 등 뭐로 부르건 간에 요즘 사회에는 위 사진의 배경처럼 성난 황소를 다룰 정도의 힘과 근육을 기르는 것을 이상으로 삼아 훈련하는 장소들이 즐비하다. 영화가 시작할 때 벤 스틸러는 날씬하고 근육으로 다져진 몸매를 자랑하며 자신의 Globo Gym을 광고한다. 짐의 이름은 나이키, 맥도날드처럼 흔히 볼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연상시킨다. 또 벤 스틸러의 영화 속 이름은 White Goodman이다. 이름부터 좋은 이미지가 풀풀 풍겨나오지만 그의 좋은 몸매와 부 그리고 그의 피트니스 제국은 결국 패배하고 만다.

상대편으로 나온 빈스 본은 Average Joe's 짐을 운영한다. 이 짐은 우락부락한 몸매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아주 '평균적'인 혹은 막되먹은 몸매를 가져도 괜찮은 장소다. (영화 막판에 여자친구를 임신시키는 발칙한 놈이지만)고등학생부터 중년의 아저씨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이 짐은 친근하고 가족적인 공간을 상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러니다. 체육관이 꼭 근육질 몸매를 만들기 위한 곳은 아니라도 속성상 막되먹은 몸매로 바보같은 장난을 하기 위한 장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몸을 가눌 수도 없이 비만에 찌든 벤 스틸러가 닭다리를 물어뜯는 모습은 첨단 시설에서 만들어낸 근육질 몸과 소파에 앉아 스낵을 먹으며 만들어낸 뚱보가 한끗 차이임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패스트푸드로 인한 비만을 탈출하기 위한 운동이 지나치게 되면 즉 강박관념의 산물이라면 언제라도 실패할 수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애버리지 조의 체육관이 영화 막판처럼 대규모가 되었는데 글로보 짐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피터(빈스 본)의 선의가 후대 경영자에게까지 이어질까? 괜한 걱정인지 모르지만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에서 애버리지 조는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영화 초반처럼 경영난에 시달리며 또 다른 White Goodman에게 합병당할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자본이 공격하는 공(ball)을 피하기(dodge) 위해서 또 다시 라스 베가스에서 도박을 해야한다면 지나치게 취약한 구조다. 게다가 피터가 개성있는 몸매를 중시하지만 형체없고 막연한 평균(average)을 동시에 말한다면 결국 글로보 짐의 흔한 근육덩어리들과 근본적으로는 다른 것이 없지 않을까? 평범한 막되먹은 몸매와 평범한 근육질 몸매... 애버리지 조의 막되먹음도 자유로운 바디라인을 권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