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의 휴식을 마치고 트윈 픽스 시즌3이 돌아왔다. 난해하고 폭력적인 8편에 이어 쉬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한 리뷰어는 이것이 일종의 흐름이라고 봤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난해한 에피소드가 제시되고 이어서 이야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나오는 식의.
이번에는 팀 로스의 등장이 가장 반가웠다. 출연 분량은 짧지만 사악한 쿠퍼의 부하로서의 불량한 모습을 잘 연기했다. 팀 로스의 TV 드라마 출연인데 분량이 짧다는 게 이상하지만 대화를 보건대 다음 편들에서 살인자로서의 연기를 더 보여줄 것이다. 그는 심지어 휴대폰마저 총으로 쏴서 죽이는 남자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바비와 갈란드 브릭스의 부자지간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진 장면들이다. 애초의 시즌1, 2를 돌이켜보면 트윈 픽스 마을의 가장 불량 소년인 바비 브릭스가 트윈 픽스의 보안관이 되리라고 상상하긴 어려웠다. 바비의 어머니가 말하듯 갈란드는 이미 25년 전에 바비가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자식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라기보다는 보안관 트루먼이 호크에게 말한 것처럼 미래를 이미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바비는 트윈 픽스의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그와 아버지의 추억에 녹여낸 갈란드의 조치를 확인하며 기쁨과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다.
카일 맥라클란의 사악한 쿠퍼는 초반에 약간의 연기를 했지만, 착한 쿠퍼는 가만히 앉아있는 자세로 잠깐 출연한다. 대신 트윈 픽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반가웠다. 바비의 어머니의 등장도 그렇고, 앤디와 루시는 예의 그 멍청한 커플 연기를 보여줬고, 혼 형제들도 등장했다. 내가 그레이트 노던 호텔의 이상한 소리의 진원지로 의심했던 벤자민 혼의 아들 조니는 이번 편에서 죽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그러니까 그가 이상한 소리의 발신자는 아니었다.
착한 쿠퍼가 미국 국기를 보고, 미국에 대한 노래를 듣는 와중에 그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한 젊은 여자의 맨 다리였다. 나는 즉시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오드리 혼이 쿠퍼를 유혹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역시나 어떤 리뷰어도 그 점을 지적했고, 이번에 쿠퍼의 시선을 잡은 여성은 물론 제이니 이와 다이앤까지 빨간 신발을 신었다고 말한하. 분명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고, 오드리가 어서 출연해주길 바란다.
난쟁이 청부살인업자 스파이크 더 아이크는 모텔에서 체포되었다. 지난 편에서 작은 버전의 팔이 쿠퍼에게 지시한 결과 아이크의 손바닥의 살점이 커다랗게 떨어져나간 바 있다. 그래서 퍼스코 형제 형사들은 그걸 두고 이번 편에서 농담을 했다.
이번 편은 뱅뱅 바에서 젊은 두 여성이 농담을 주고 받는 와중에 한 여성이 겨드랑이를 자꾸 긁고 나서 배경에 깔린 음악을 공연한 한 여성 삼인조 밴드의 공연 실황으로 이어지며 끝난다. 겨드랑이에 피부병이 걸린 듯한 그 여성을 두고 트윈 픽스의 유명한 외팔이 마이크의 팔과 연결시키는 해석도 있었다.
뱅뱅바의 밴드 공연들이 이번 시즌에 적극적으로 들어간 것에 어떤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편을 보건대 블랙 코미디가 가미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비극적인 이 시리즈를 보는 이의 마음을 이완시키는 효과는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다르게 생각해보면 트윈 픽스의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하루의 여독을 풀지만 그 마을은 사악한 무언가가 수십 년을 맴돈 곳이기에 어느 날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를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