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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2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5 리뷰

매우 슬프고고 흐뭇한 에피스도였다. 뜻밖에도 한 번 더 시리즈에 출연한 로그 레이디는 호크와 조금 긴 통화를 하고 죽었다. 한편 에드와 노마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지난 주에는 트윈 픽스에 대한 글을 많이 봤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봤는데 그렇다고 확 이해가 가게 된 것도 아니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도 다시 보며 이번 시리즈와 연결되는 점들을 여럿 확인했다. 글을 쓰며 참고가 될 지점들은 언급하기로 한다.

우선 오프닝 신에 대해 생각해봤다. 오프닝은 원작 시리즈의 목재 공장의 장면은 사라지고 안개가 많은 산을 보여주다가 폭포로 끝난다. 폭포에서 물은 당연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지만 카메라 앵글은 마치 물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퍼지는 느낌을 준다. 마치 핵폭탄이 터진 후 버섯구름이 생겨나듯이. 버섯 구름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한다.

에피소드의 시작은 14편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네이딘이 금삽을 들고 씩씩하게 아주 먼 길을 걸어가서 에드의 주유소에 도착했다. 그들의 대화는 네이딘이 드디어 에드를 완전히 놔주기로, 즉 노마와 함께 하라고 허락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이 커플이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네이딘은 닥터 앰프, 자코비 덕에 에드를 드디어 놓아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에드는 자코비가 무슨 방송을 하는지 알고 있고 그다지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다. 둘이 자코비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자코비의 많은 출연 분량을 감안하고, 트윈 픽스에서 가장 강력한 주술 중 하나인 네이딘의 마수에서 에드가 드디어 탈출했으니 닥터 앰프가 앞으로 세 편 남은 시즌에서 더 큰 일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이어지는 장면에서 나쁜 쿠퍼는 칠흑 같은 밤길에 자동차를 몰아 그 유명한 편의점에 도착한다. 편의점은 아마 8편에서도 나왔을 텐데 원래는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필립 제프리스가 꿈속에서 가보았다는 장소다. 이 때 흐르는 음악의 제목에는 히로시마가 들어간다. 전에도 이 음악이 한두 번 시즌3에서 우즈맨과 연관되어 사용되었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다. 즉 우즈맨과 블랙 로지는 8편에서 나온 핵실험과 분명히 연결되는 것이다.

확인차 앞 에피소드들의 몇 장면을 다시 봤는데 3편에서 나오는 고든 콜의 필라델피아 사무실에는 그의 책상 바로 뒤에 걸린 거대한 사진 속에 핵폭발 이후의 버섯 구름이 있고, 맞은 편 벽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사진이 걸려있다. 데이빗 린치의 의도가 상당히 반영된 벽 장식일 것이고, 지난 편에서 모니카 벨루치와 관련한 꿈 이야기를 감안하면 감독으로서의 린치가 미국의 현대적 악이 핵실험에서 기원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선언으로 보면 될까 싶다.

나쁜 쿠퍼, 레이도 그렇고 팀 로스와 제니퍼 제이슨 레이가 연기하는 허치와 찬탈은 모두 가장 무거운 범죄인 살인을 저지르고 태연히 자신들의 밥 먹을 걱정이나 하는 인물이다. 그들은 어린 자식 앞에서 아버지를 저격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그들은 라스 베가스의 또 하나 악한인 덩컨 토드를 살해한 후 햄버거를 뜯으먹으며 미국은 기독교 나라면서 인디언을 학살한 살인자의 나라라는 이야기를 자신들은 살인자 나라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듯 태연히 말했다.

다시 편의점 장면으로 돌아가면 나쁜 쿠퍼는 누군가의 안내를 받아 계단을 올랐고 사라졌다. 이들은 어느 방에 들어갔는데 벽 장식으로 보건대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로라가 방에 걸어두라고 블랙 로지의 아주머니에게 받은 그 그림 속의 방 같았다. 그 방에서 필립 제프리스를 찾는 나쁜 쿠퍼를 보며 다른 남자가 기계를 작동하자 역시 영화판에서 나왔던 하얀 가면을 쓴 아이의 얼굴이 잠깐 보였다. 쿠퍼는 긴 복도와 또 하나의 계단을 올라갔고, 그 위에는 적지 않은 방이 있는 기다란 집이 있었다. 마치 영화판에서 편의점 위에 살던 아주머니 같은 실루엣을 한 어떤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줬고, 쿠퍼는 드디어 필립 제프리스를 만난다.

처음에 15편을 보고 나서 엔딩 그레딧에서 필립을 데이빗 보위가 연기했다길래 그렇다면 죽기 전에 목소리만 어떻게 녹음했구나 싶었다. 그러나 재차 확인하니 목소리는 다른 배우가 연기했고, 보위는 영화판의 장면으로 등장했던 것이었다. 화면 속의 필립은 기계와 그 기계가 내뿜는 수증기 혹은 연기였다. 둘은 서로 만났음을 인정했지만 무언가가 어긋나고 있었다. 레딧의 글에서 필립이 이상하다는, 필립을 사칭한 다른 누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미 제기된 바 있는데 필립은 레이를 알지만 나쁜 쿠퍼를 죽이기 위해 레이를 보내지도 않았고, 나쁜 쿠퍼의 전화번호를 모르니 전화를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도플갱어가 흔한 트윈 픽스이니 필립의 도플갱어도 있는 것일까?

나쁜 쿠퍼는 영화판에서의 만남에서 필립이 강조했던 인물인 주디가 누구냐고 계속 물었다. 그러자 필립은 이미 쿠퍼가 주디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고, 어떤 숫자 다섯 개 정도를 연기로 보여주며 적어두라고 권했다. 주디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이미 레딧에서는 논의가 있었는데 물론 결론은 없다. 다이앤? 오드리?

전화를 받으며 편의점을 나오게 된 나쁜 쿠퍼는 자신을 따라와서 총구를 겨누는 리차드 혼과 마주친다. 리차드는 그를 그냥 FBI 요원인 쿠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자신의 범죄 때문에 도둑이 제발 저려 겁을 먹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오드리 혼이라고 밝혀 시청자들이 거의 확신하고 있던 의혹을 해결해주었다. 물론 아버지가 누구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이전의 설정상 나쁜 쿠퍼인 게 거의 확실할 것이다. 이 둘은 트럭을 타고 가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번 편에는 뱅뱅바가 두 번 등장한다. 먼저 나온 뱅뱅바 장면에서는 르네를 발견한 제임스가 인사를 건네다가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르네라는 여성은 2편에서 셸리 옆에 있던 여성이고, 이 때도 뱅뱅바에 온 제임스가 자꾸 눈길을 줬던 사람이다. 이후 제임스가 뱅뱅바의 가수로서 공연을 할 때 눈물을 흘리던 것도 르네다. 그러나 그녀는 멀쩡히 남편이 있는 여성임이 드러났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르네를 향해 눈치도 없이 제임스가 인사를 건넨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남편에게 무례한 처사였다. 제임스는 르네 남편과 그 친구에게 흠씻 얻어맞았다. 그러나 그 옆에는 무적의 오른손 주먹을 가진 프레디가 있었다. 프레디는 약하게 때렸지만 제임스를 공격한 두 남성은 응급실행이다. 제임스와 프레디는 감옥으로 가서 이미 수감된 Naido, 채드, 술 취한 남자와 만난다. 프레디가 파이어맨이 점지한 운명에 따라 트윈 픽스로 왔는데 감옥에 갇힌 만큼 그의 운명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Naido가 있는 바로 그 감옥에서 무언가 큰 일을 하는 것 같다. 프레디를 감옥으로 보내기 위해 제임스가 그렇게 멍청하게 도발을 하는 설정을 했으리라. 2편에서 셸리가 말한 교통사고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눈치가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베키의 남편인 스티븐이 숲 속에서 자살하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 스티븐은 도나의 여동생과 숲 속의 큰 나무 밑에서 마약 기운 혹은 금단 증상으로 몸을 떨면서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둘의 대화를 보건대 스티븐이 베키를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스티븐은 산책 나온 트레일러 파크의 주민을 보자 화들짝 놀라 총을 감추는 듯 보였고, 도나 여동생은 나무를 돌아 다른 쪽으로 도망갔다. 그녀가 왜 도망쳤을까. 그 전까지는 스티븐의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트레일러 파크의 주민은 관리인인 칼 로드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칼 로드는 훨씬 젊어서 사실 영화를 최근에 다시 보기 전까지는 매치가 안 되었다. 영화 속의 젊은 칼은 지금의 성인군자 같은 캐릭터는 아니고 조금 더 다혈질이었다.

더기-쿠퍼는 제이니이가 주는 케익을 맛있게 먹다가 갑자기 TV 리모콘을 누르고, 또 먹다가 눌러봤다. 지극히 수동적인 더기-쿠퍼의 과거 행동을 감안하면 꽤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그가 전원 버튼을 우연히 누르자 어떤 영화가 나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TV에서 고든 콜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더기-쿠퍼는 깜짝 놀랐고 이후 콘센트에서 예의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는 케익을 먹을 때 쓰던 포크로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그 위험한 행동, 포크로 콘센트 쑤시기를 시도하다가 감전이 되었고 이후 다른 장면으로 넘어간다. 더기-쿠퍼 캐릭터에 대해서 행동이 아이 같다며 무너진 아버지의 모습을 상징한다는 해석을 떠올리게 한다. 전기 콘센트를 통해 세상에 돌아온 쿠퍼가 콘센트와 전기를 통해 접촉했다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로그 레이디의 마지막은 숙연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전에 린치, 즉 고든 콜이 알버트를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생사를 다투는 투병을 한 배우들이 정말 죽음을 앞두고 열연을 했다는 게 놀랍다. 그만큼 이 시리즈가 배우로서 그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그 레이디는 호크에게 자신은 이제 죽어가지만 이게 끝이 아니고 다른 식으로 또 만나게 됨을 예고했다.

호크는 통화가 끝난 후 로그 레이디에게 굿 나잇에 이어 굿 바이를 건네며 그녀가 죽었음을 이미 알았다. 호크는 프랭크 트루먼이 업무를 보고 있던 회의실에 바비, 앤디, 루시를 불렀다. 로그 레이디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회의실에 들어오던 앤디와 루시의 모습은 14편에서 앤디가 파이어맨 앞에 갔을 때 봤던 그 장면으로 보인다. 덧붙여 앤디가 거인 앞에서 본 마지막 장면은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칼 로드의 트레일러 파크에 있던 전봇대(?)였다.

오드리는 여전히 로드하우스에 가지 못 하고 남편이라고 하는 찰리와 다투고 있었다. 오드리와 함께 로드하우스에 가려고 코트까지 입은 찰리는 오드리에게 코트를 입으라고 권유했는데 오드리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찰리를 몰아붙여 결국 찰리는 다시 코트를 벗고소파로 돌아갔다. 오드리는 결국 그 방을 별로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 찰리가 내가 알던 사람과 달라보인다고 주장하더니 소파로 돌아간 찰리를 덮쳐서 공격한다.

마지막 장면은 역시 뱅뱅바, 로드하우스다. 한 젊은 여성이 홀로 앉아 공연을 보고 있는데, 폭주족으로 보이는 두 남성이 와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를 들어서 바닥에 주저앉히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지난 편에서 새라에게 집적대던 남성처럼 왜곡된 남성성에 대한 비판의 일환일 것이다. 그녀는 바닥에 있다가 기어서 앞으로 가기 시작하고는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낯설고 거친 남자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자신은 바닥에서 기어가는데 아무도 봐주지 않고 공연만 보며 춤추는 현실에 대한 저항일까?

엔딩 크레딧은 뱅뱅바 공연이 아니라 편의점 위에 있는 가상의 그 공간을 보여준 것 같다. 한 번 장면 전환이 있는데 무슨 의도일지 모르겠다. 참고로 지난 편 엔딩에서 에드가 밖을 내다보며 음식을 먹을 때 창에 비친 자그마한 에드의 모습을 포착한 레딧의 내용이 있었다. 나는 한참을 돌려보고야 알아볼 수 있었는데 현실의 에드와 창 속의 에드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뱅뱅바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고 마치기로 한다. 영화판에서 뱅뱅바는 퇴폐의 장소였다. 고등학생인 로라와 도나가 술을 마시고, 운영자인 자크 르노가 로라에게 매춘을 알선한 곳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매 번 엔딩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밴드나 가수가 공연하는 바로 그 와중에 로라는 그런 끔찍한 일들을 하고 겪고 있었던 것이다. 2편을 다시 보니 자크 르노를 연기했던 그 배우가 장-미셸 르노로서 로드하우스를 경영하는 장면을 얼핏 볼 수 있었다(물론 다른 에피소드에서 그 악명높은 바닥 청소 장면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설명이 된다). 당시 장-미셸은 셸리의 남자 친구가 될 레드와 무언가 논의하고 있었다. 밥이 사라진 트윈 픽스에는 2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10대 매춘과 마약 거래가 성행하는 로드하우스가 있고, 밤마다 그곳에는 썩어 있는 사회의 일면을 외면하고 그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거대한 군중이 있다.

2017년 8월 14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4 리뷰2

다시 한 번 보고 나니 생각하지 못 한 부분도 있고 처음에 생각했으나 아까 못 썼던 부분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호텔 방에 고든 콜과 태미, 알버트가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가 유리창을 닦기 시작하자 그 소음 때문에 고든이 입을 크게 벌리며 싫어하는 표정을 지은 부분이다. 처음 볼 때는 장면의 의미가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고든의 표정과 유리창 청소할 때의 소음은 눈없는 여인 Naido와 닮아있었다.

그리고 고든 콜의 꿈 속 장면에서 파이어 워크 위드 미 시절 처음으로 필립 제프리스 즉 데이빗 보위가 데일 쿠퍼를 만나는 대목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까 리뷰에서 오해를 했다. 재차 확인하니 고든은 그곳에 있지만 있지 않은 사람으로 필립을 지목하는 듯 했지만, 필립은 쿠퍼를 가리키며 이게 누구인 것 같냐고 고든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필립은 이미 쿠퍼가 이상한 존재였음을 알아챘다는 의미로 보인다. 알버트가 태미에게 설명했듯이 블루 로즈 사건의 시작은 1975년 로이스 더피라는 이름의 여성이 두 명 있었고 하나의 로이스가 다른 로이스를 살해했고, 죽은 로이스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었다. 데이빗 린치가 이 설명을 넣고 두 명의 쿠퍼에 대해 강조한 걸 보면 두 쿠퍼의 운명이 로이스의 경우와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앤디가 파이어맨과 만나서 봤던 일련의 장면들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앤디가 본 환상은 대본 상에 The Experiment라고 나오는, 1편 초반에 유리 상자를 지켜봐야했으나 정신없이 사랑을 나눈 두 남녀를 무참히 살해한 존재부터 시작된다. 이후 핵실험 이후 밥이 포함된 거품을 내뿜는 존재가 나타났는데, 이 존재의 형상은 The Experiment와 유사하기도 하다. 만약 앤디가 본 환상들이 시간순이라면 핵실험으로 상징되는 The Experiment가 있고 그것이 밥을 포함한 악을 세상에 내뿜었다는 설명으로도 보인다. 이후로는 편의점이 나오고, 이후 갓 어 라이트?를 외치는 우즈맨이 등장한다. 이것은 모두 핵실험 이후 오래 되지 않은 후의 사건들이다. 다음에는 학교에서 도망치듯 달려가는 소녀가 잡히는데 이는 로라의 죽음 이후일 것이다. 이어서 빨간 커튼과 로라의 사진 그리고 양 옆으로 천사들의 형상이 나온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가 로라가 구원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줬기에 앤디가 본 여기까지의 환상은 핵실험부터 이전 시리즈와 영화판의 이야기의 결말까지 다루고 있다.

그런데 환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두 명의 쿠퍼가 나오고, 보안관 사무실의 전화가 울리고, 이후 앤디와 루시의 장면이 나오고, Naido의 손을 잡은 앤디 그리고 어떤 주소를 나타내는 듯한 숫자가 적힌 전봇대 같은 기둥이 보인다. 이걸 다 보고 앤디는 Naido가 매우 중요한 존재이고 아무도 이 사건을 알아서는 안 된다고 일행에게 신신당부해다. 이렇게 보면 Naido가 로라와 어떤 연관이 있거나 이야기 상에서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모니카 벨루치가 왜 등장했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인터넷에서 그 배경을 검색하지 않은 상태에서 떠오르는 유일한 생각은 그녀가 매트릭스 시리즈에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매트릭스도 현실과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면 그녀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그녀 자신이 세계의 뭇 남성들의 환상 속의 대상이기도 하다.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4 리뷰

데이빗 보위와 모니카 벨루치가 등장한 흥미로운 에피소드였다. 보위의 경우는 영화판인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화면으로였고, 모니카 벨루치는 고든 콜의 꿈 속의 장면으로서였다. 엔딩 크레딧에는 데이빗 보위를 추모하는 문구가 올라갔다. 보위가 죽기 전에 시즌3에 참여했느냐도 관심거리였는데 이렇게 과거의 젊은 시절 영상 자료로서만 등장하고 말 것 같다.

드디어 고든 콜이 트윈 픽스에 전화를 걸면서 FBI의 수사가 트윈 픽스를 향하게 되었다. 또한 더기의 아내인 제이니-이가 다이앤의 배다른 자매라는 놀라운 사실이 공개되었다. 이로써 고든 콜의 블루 로즈 팀은 라스 베가스에 있는 더기에게도 눈을 돌리게 되어 고든 콜과 쿠퍼, 린치와 맥라클란의 재회가 예고되었다.

알버트는 태미에게 블루 로즈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그 사건에는 한 명의 여성이 둘 존재하는, 마치 쿠퍼가 둘 존재하는 것 같은 상황이 있었다. 이에 대해 태미가 나름대로 이해하면서 tulpa라는 말을 했는데, 위키에 따르면 이는 원래 티벳 불교의 개념인 모양이고 상상의 친구라는 뜻의 현대적 용법도 있다고 한다

트윈 픽스 보안관 사무소에서는 채드가 갑자기 체포되었다. 전에 리차드를 도와주는 채드의 비행이 방영되긴 했지만 사실 다른 보안관들이 채드를 오래 전부터 감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트루먼, 호크, 바비, 앤디가 브릭스 소령이 남긴 쪽지에 적힌 장소로 향했다. 깊은 산 속인 줄 알았던 그 장소에는 의외로 전선이 지나가고 있었고 전선에는 전기로 인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잭 래빗(잭래빗은 미국적 동물이었다. 종 분류로는 rabbit이 아니라 hare라고 한다)의 궁전이라는 곳은 나무 둥치라고 불러야할까, 오래된 나무인데 줄기의 아랫 부분만 남았고 그 모양이 성과 유사하긴 했다. 보안관들이 가야 할 장소는 이 나무에서 조금 떨어져있었다. 그 곳에는 시즌3의 3편 혹은 4편에 등장하여 빨간 방을 벗어난 쿠퍼가 만났던 눈이 없는 여성이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브릭스 소령의 쪽지에 적힌 2시 53분이 되자 또 하늘에서 소용돌이가 생겼고 여성의 손을 잡고 있던 앤디가 손을 놓고 일어섰다가 그 속에 빨려들어갔다. 앤디는 시즌3 첫 장면, 거인과 쿠퍼가 만났던 그 장소로 갔다. 그 거인은 자신을 파이어맨이라고 불렀다. 아마 소방관을 의미할 것 같은데 에피소드 후반에 나온 영국 출신의 청년도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자신을 파이어맨이라 부른 존재와 만났다고 한다.

앤디는 그 방의 천장에서 우즈맨들을 비롯해 과거의 중요한 장면들을 보았고, 거기서 두 명의 쿠퍼가 존재한다는 것도 분명히 이해했다. 그 방 이후에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쿠퍼와 달리 앤디는 곧 원래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더 똑똑하고 단호해졌다.

숲에서 발견한 여성(극중 이름은 Naido고 유우키 나에라는 일본인 이름의 배우)을 보호의 차원에서 감옥에 데려갔는데 옆에는 채드와 또 다른 남성이 있었다. 알 수 없는 그 남성은 채드의 말의 뒷 마디를 마치 더기처럼 그러나 비꼬는 투로 따라했고, 숲 속의 여인의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도 따라했다. 그 남성은 얼굴이 전부 다쳤거나 병에 걸렸거나 하여 기괴한데 입에서 피까지 끊임없이 흘리고 있었다. 에피소드 마지막 뱅뱅바에서 두 여성의 대화를 감안하면 그가 빌리가 아닌가 의심되는데 엔딩 크레딧엔 빌리가 없었다. 그는 크레딧에 'Drunk'라고 된 Jay Aaseng 같다.

제임스 헐리가 지난 편에 이어 등장했는데 그의 직업이 드러났다. 그는 벤자민 혼의 그레이트 노던 호텔의 경비원이었다. 그의 옆에는 젊은 남성, 위에서 언급한 영국 청년이 있었다. 그 둘은 호두를 까먹고 있었다. 청년은 손가락으로 호두를 부수는데 힘이 너무 세어서 호두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청년의 사연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그 날이 제임스 헐리의 생일이라고 하여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재미있게도 청년은 제임스를 지미라고 불렀다. 제임스가 이름을 속였나 싶었지만 제임스를 그렇게도 부를 수 있는 모양이다)

이야기는 그 청년이 런던의 어떤 골목길에서 예의 그 소용돌이를 만나 파이어맨을 만났고, 어느 가게에 가서 개봉된 상자 안에 있는 오른손 장갑을 사야 하고 그걸 끼면 엄청난 손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며, 그가 미국의 트윈 픽스에서 그의 운명을 만나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분명한 영국 액센트의 23살 청년이 벤의 호텔에서 제임스를 만났다. 이야기를 잘 듣고 난 후 제임스는 호텔의 보일러실을 체크하러 가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듯 한데 그 실체를 잘 모르겠다.

이후 새라도 전편에 이어 등장했다. 새라는 집의 보드카 병들로 충분하지 않은지 뱅뱅바가 아닌 다른 바에 가서 블러디 메리를 주문했다. 구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남자가 접근하여 수작을 부리다가 새라가 응하지 않자 그녀를 레즈비언이라고 욕하며 위협했다. 그러자 새라는 시즌 초반 로라가 했던 바로 그 기술, 얼굴을 손으로 열어보이는 그 묘기를 빨간 방도 아닌 바에서 선보였다. 공격적이었던 그 남자는 겁에 질렸고 곧이어 새라의 희한한 공격을 받아 목에서 피를 흘리며 즉사했다. 새라는 처음에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사람들이 모여든 이후 이내 침착하고 더 나아가 냉정하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는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장면으로서 뱅뱅바에서 또 알 수 없는 배우들이 등장해 마을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에는 오드리와 찰리의 대화에서 등장한 빌리와 직접 연관된 사람이 등장했다. 한 여성은 티나의 딸이었다. 티나와 빌리는 부적절한 관계라는 점이 다시 이야기되었는데, 티나의 딸은 빌리가 자신의 집에 와서 이상한 상태에서 피를 흘리고 뛰어다녔던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빌리가 감옥에 있는 그 남성이 아닌가 싶은데 아직은 미확인 상태다.

앞에서 고든 콜의 꿈 이야기를 빠뜨렸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시즌3의 테마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내용 같다. 고든 콜은 꿈에서 모니카 벨루치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태미, 알버트 등에게 해주었다. 꿈에서 모니카 벨루치가 나왔다면 로맨틱을 넘어 에로틱한 장면이 연상될 터인데 실제 그렇지는 않았다. 모니카 벨루치는 고든 콜에게 "우리는 꿈을 꾸고 그 꿈 속에서 살고 있는 꿈꾸는 사람 같다. 그런데 꿈꾸는 사람은 누구지?"라고 했다. 또한 고든 콜은 꿈에서 그녀와 만나는 와중에 뒤를 보며 젊은 시절의 그를 보았다. 그 젊은 시절은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시기를 말한다. 그 때 쿠퍼가 고든 콜에게 꿈 이야기를 했고, 이어서 데이빗 보위가 등장했는데 그는 거기에 있었지만 거기에 없었다고 한다.

사실 이 이야기들은 선문답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고대부터 반복되는 호접몽 같은 테마 같기도 하다. 결국 트윈 픽스의 어떤 이야기들은 꿈 속의 이야기라는 말일까? 트윈 픽스라는 세계가 린치와 프로스트의 꿈의 세계라는 것은 확실한데 그 시청자, 애청자, 매니아들의 꿈의 세계이기도 하다는 말일까?

2017년 7월 24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1 리뷰

드라마의 내용은 점점 절정 혹은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편에서 즉각적인 죽음에 직면했던 더기의 위기는 의외로 쉽게 해소되었다.

이번 편은 크게 세 가지 축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사우스 다코타, 트윈 픽스, 라스 베가스 세 지역의 이야기가 비교적 비슷하게 다뤄졌다.

시작은 트윈 픽스였다. 갑자기 급박하고 긴장되는 음악이 깔리면서 베키, 즉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광기에 휩싸였다. 그녀는 엄마인 셸리의 차를 빼앗듯이 타서 엄마가 다쳤건 말건 남편이 바람피는 현장을 덮치기 위해 달려갔다. 베키와 동거하는 남자가 남편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나 그러하였다.

남편의 내연녀의 집 현관에 총알을 박아넣은 베키는 아버지인 바비 브릭스 덕에 철창행을 면했다. 바비가 베키의 아빠라는 건 의외로 전혀 생각지 못했다. 셸리와 바비가 원래 연인 사이이긴 했지만 시즌3에서 출연 분량도 적을 뿐더러 셸리가 초반에 바에서 대화하며 남자들을 바라보는 걸 보며 남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명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바비와 셸리는 이혼 혹은 별거 중인 것 같다. 엔딩 크레딧에서 셸리의 성이 브릭스인 걸 보면 별거 중일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싶다.

셸리는 바비와 자신이 얼마나 베키를 사랑하는지를 강조하다가 창밖에 이전 에피소드에서 범죄 조직의 보스로 나온 남성을 보고는 너무나 들뜬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셸리가 더블R 식당으로 돌아올 때까지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를 유지한 바비와 베키는 곧 이어 총알이 식당안으로 들어오자 또 다시 패닉 상태가 된다.

보안관인 바비는 밖으로 나가 범인이 누구인지 찾았는데 의외로 아주 어린 남자아이였다. 아이는 매우 불량한 자세와 표정으로 바비를 지켜보았다. 뒤에서 차들이 경적을 계속 울려댔다. 총성이 들려서 누구라도 범죄 현장임을 알았을 텐데 그걸 참지 못 하는 삑삑 소리가 이어지자 바비는 다른 보안관에게 현장을 넘기고 뒤에 차로 가 보았다. 그곳에서는 한 여성이 옆에 아이를 태우고 말이 되지 않는 듯한 소리를 연이어했다. 그러나 아이는 정말 아파서 무언가를 연신 입에서 질질 흘려대고 있었다. 이전 장면에서 보안관 사무소로 쉴 새 없이 걸려왔던 신고 전화를 보건대 교통 체증과 위급한 경적 소리는 수많은 트윈 픽스 사람들이 갑자기 아프게 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트윈 픽스의 위기는 트루먼과 호크 보안관 사이의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이들은 조만간 숲 속의 어느 장소로 갈 예정이다. 호크는 오래되었지만 언제나 생생한 지도를 보여주는데 그곳은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불꽃이 있다. 또한 호크에 따르면 두 개의 봉우리 위에 있는 악마의 얼굴 같은 그림은 감히 알려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통나무 여인은 이번에도 호크와 통화를 했다. 그녀는 이번까지 시즌3에서 세 번 출연하신 것 같은데 죽음을 앞두고 정말 노력하신 것 같다.

사우스 다코타의 벅혼에서 헤이스팅스를 대동하고 FBI 요원들과 지역 경찰은 외딴 주거 지역으로 이동했다. 위험을 예상하고 모두 권총을 든 상태였는데 시즌3의 가장 불가사의한 존재인 검은 아저씨가 또 등장했다. 알버트와 고든 그리고 다이앤이 모두 봤는데 태미와 경찰은 못 봤다. 이는 이 존재가 누구에게나 보이는 게 아니라는 의미일까? 고든은 헤이스팅스가 지목한 위치에 서보았고, 그 자리에서는 하늘에 소용돌이 같은 것이 생기고 검은 점이 보이더니 검은 아저씨들 몇 명이 어느 방에 있는 장면이 보였다. 알버트는 그러다가 고든이 그 다른 공간으로 빠져들어갈까봐 그를 잡아 끌어냈다.

그 버려진 주거지에서 브릭스 소령의 몸 위에 있던 여성의 나머지 신체가 발견된다. 그녀의 팔에는 어떤 지점의 위치를 나타내는 숫자가 있었다. 알버트는 아마도 일부러 다이앤이 보도록 기울여서 고든에게 그 사진을 보여줬는데, 다이앤은 입으로 소리까지 내며 그 숫자를 외우려고 했다. 그녀의 배신 행위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알버트가 일부러 사진을 조작하여 틀린 숫자를 보여주는 건 아닐까 추측해보는데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지난 편에서 울먹이는 증언 연기로 리캐퍼들의 찬사를 받은 헤이스팅스는 이번에 검은 아저씨의 손에 머리가 박살이 나며 트윈 픽스 출연을 마무리지었다.

이 두 지역의 사건이 워낙 오래 전개되어서 시즌3에서 처음으로 쿠퍼가 출연하지 않나 걱정했는데 역시 제1 주연은 이번 편에도 빠지지 않았다. 보험사 사장이 쿠퍼를 호출하자 왠일로 쿠퍼가 아주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들어오길래 이상하다 싶었더니 다른 직원이 들고있는 커피를 잡기 위해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온 것이었다. 사장은 쿠퍼가 전에 처리한 보험 서류를 검토한 결과 많은 부정행위, 범죄 조직, 부패한 경찰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했고, 또한 의외로 카지노를 운영하는 미첨 형제들의 경우는 보험사에서 처리를 잘못해서 3천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더기 홀로 3천만 달러 수표를 미첨 형제에게 직접 전달하게 만들었다. 이 순간에는 보험사 사장이 미첨 형제의 협박을 받았나 의심이 생길 정도였으나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고급 리무진에 탑승한 더기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의 죽음이 기다리는 사막의 외진 곳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빨간 방의 외팔이 마이크가 더기를 부르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체리 파이를 사라고 했던 것일까? 짐 벨루시가 연기한 미첨 형제들 중 한 명이 꿈 속에서 더기를 봤다는 것이고, 꿈 속에서 더기가 체리 파이가 든 상자를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전 장면에서는 형제의 얼굴에 난 상처가 꿈 속에서 나아있더라는 말을 했는데 정말 상처가 아물어 있었다. 그래서 더기는 목숨을 건졌고, 품속에 넣은 수표를 확인한 미첨 형제들의 대환영까지 받게 되었다. 한순간에 3천만 달러를 얻은 형제는 자신들의 카지노에 더기를 데려가 환대했다. 체리 파이를 먹은 형제가 it's a damn good pie라고 말했는데 이는 원래 시즌에서 쿠퍼가 했던 대사일 것이다. 꿈 속의 일이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기막힌 우연은 시즌 초반 카지노에서 잭팟을 떠트리던 쿠퍼 덕에 큰 돈을 번 할머니가 마침 그 장소에 나타나며 배가된다. 그런 의미에서 더기/쿠퍼의 이야기가 현실이 아닐 거라는 사람들의 추측이 더욱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2017년 7월 17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0 리뷰

조니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의문이 해소된 에피소드였다. 리차드 혼은 벤자민 혼의 손자가 맞았고, 벤자민은 부인과 별거 상태고 조니와 부인이 함께 살고 있었다. 가장 쇼킹한 사실은 다이앤이 나쁜 쿠퍼와 내통했다는 점이다. 나쁜 쿠퍼의 의미불명의 메시지를 받고 나서 다이앤은 헤이스팅스에 대한 정보를 나쁜 쿠퍼에게 넘겼다.

리차드 혼은 정말 사악한 인물임이 재확인되었다. 그는 목격자, 제보자를 거침없이 살해했고, 제보자가 트루먼에게 보낸 편지를 채드를 이용해 가로챘다. 지난 편에서 회의실에서 식사를 하다 무안을 당했던 채드는 트윈 픽스의 악한 캐릭터였음이 밝혀졌다. 리차드는 이에 더해 자신의 할머니 집에 방문해 그녀를 위협하고 강도질을 벌였다. 일찍이 제기된 추측처럼 나쁜 쿠퍼와 오드리의 자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착한 쿠퍼 더기는 제이니 이와 정사를 벌였다. 더기의 펑퍼짐한 몸이 아니라 날렵한 쿠퍼의 몸매를 본 제이니 이는 쿠퍼의 성적 매력에 홀딱 빠졌고, 쿠퍼가 카지노에서 헬로오오오를 외친 것처럼 침대에서 더기이이이를 외쳤다. 물론 쿠퍼는 가만히 있을 뿐이지만 기분은 좋아보였다.

하지만 드라마 속 여러 캐릭터는 나쁜 쿠퍼의 지시에 따라 착한 쿠퍼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다. 스파이크 아이크는 체포되었지만 이제 카지노 운영자가 보험 처리에 대한 악의적인 정보를 듣고 쿠퍼를 처리하려고 한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번 편에서 짧게 등장했다. 이렇게 간헐적으로 등장하다 나중에 한 건 하겠거니 기대는 하지만 최대의 깜짝 캐스팅 중 하나인 그녀는 너무너무 분량이 적게 등장한다.

셰릴 리는 이번 편에서 언제나 그렇듯 오피닝 씬에서 잠깐 등장하는 것 외에 고든의 환상 속에서 절규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마 고든은 불길함을 느꼈던 것 같고 그 느낌은 다이앤의 배신(?)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 세계에서 냉정하고 기분 나쁜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캐릭터였던 알버트가 부검실의 여성과 식당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장면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제는 18개 에피소드의 반환점을 돌아 결말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다음 주도 기대해본다.

2017년 7월 11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9

2주의 휴식을 마치고 트윈 픽스 시즌3이 돌아왔다. 난해하고 폭력적인 8편에 이어 쉬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한 리뷰어는 이것이 일종의 흐름이라고 봤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난해한 에피소드가 제시되고 이어서 이야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나오는 식의.

이번에는 팀 로스의 등장이 가장 반가웠다. 출연 분량은 짧지만 사악한 쿠퍼의 부하로서의 불량한 모습을 잘 연기했다. 팀 로스의 TV 드라마 출연인데 분량이 짧다는 게 이상하지만 대화를 보건대 다음 편들에서 살인자로서의 연기를 더 보여줄 것이다. 그는 심지어 휴대폰마저 총으로 쏴서 죽이는 남자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바비와 갈란드 브릭스의 부자지간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진 장면들이다. 애초의 시즌1, 2를 돌이켜보면 트윈 픽스 마을의 가장 불량 소년인 바비 브릭스가 트윈 픽스의 보안관이 되리라고 상상하긴 어려웠다. 바비의 어머니가 말하듯 갈란드는 이미 25년 전에 바비가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자식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라기보다는 보안관 트루먼이 호크에게 말한 것처럼 미래를 이미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바비는 트윈 픽스의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그와 아버지의 추억에 녹여낸 갈란드의 조치를 확인하며 기쁨과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다.

카일 맥라클란의 사악한 쿠퍼는 초반에 약간의 연기를 했지만, 착한 쿠퍼는 가만히 앉아있는 자세로 잠깐 출연한다. 대신 트윈 픽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반가웠다. 바비의 어머니의 등장도 그렇고, 앤디와 루시는 예의 그 멍청한 커플 연기를 보여줬고, 혼 형제들도 등장했다. 내가 그레이트 노던 호텔의 이상한 소리의 진원지로 의심했던 벤자민 혼의 아들 조니는 이번 편에서 죽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그러니까 그가 이상한 소리의 발신자는 아니었다.

착한 쿠퍼가 미국 국기를 보고, 미국에 대한 노래를 듣는 와중에 그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한 젊은 여자의 맨 다리였다. 나는 즉시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오드리 혼이 쿠퍼를 유혹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역시나 어떤 리뷰어도 그 점을 지적했고, 이번에 쿠퍼의 시선을 잡은 여성은 물론 제이니 이와 다이앤까지 빨간 신발을 신었다고 말한하. 분명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고, 오드리가 어서 출연해주길 바란다.

난쟁이 청부살인업자 스파이크 더 아이크는 모텔에서 체포되었다. 지난 편에서 작은 버전의 팔이 쿠퍼에게 지시한 결과 아이크의 손바닥의 살점이 커다랗게 떨어져나간 바 있다. 그래서 퍼스코 형제 형사들은 그걸 두고 이번 편에서 농담을 했다.

이번 편은 뱅뱅 바에서 젊은 두 여성이 농담을 주고 받는 와중에 한 여성이 겨드랑이를 자꾸 긁고 나서 배경에 깔린 음악을 공연한 한 여성 삼인조 밴드의 공연 실황으로 이어지며 끝난다. 겨드랑이에 피부병이 걸린 듯한 그 여성을 두고 트윈 픽스의 유명한 외팔이 마이크의 팔과 연결시키는 해석도 있었다.

뱅뱅바의 밴드 공연들이 이번 시즌에 적극적으로 들어간 것에 어떤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편을 보건대 블랙 코미디가 가미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비극적인 이 시리즈를 보는 이의 마음을 이완시키는 효과는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다르게 생각해보면 트윈 픽스의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하루의 여독을 풀지만 그 마을은 사악한 무언가가 수십 년을 맴돈 곳이기에 어느 날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를 곳이기도 하다.

2017년 6월 27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8에 대한 리뷰들을 보고

예상대로 언론의 리뷰어/리캐퍼들도 이번 에피소드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트윈 픽스 시리즈를 꿰차고 있는 한두 명은 이번 편조차도 나름대로 많이 설명을 해내고 있어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들의 글을 보고 새삼 깨닫는 것은 시즌1만 재밌게 보고 많이 기억하는 내가 시즌 2와 극장판까지의 세계관을 계승한 이번 시즌3를 제대로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라는 제목의 트윈 픽스 극장판은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정도 보긴 했는데 트윈 픽스 TV판의 전사를 다뤘다는 점 말고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3에서는 그 극장판의 이야기들이 종종 다뤄진다. 세상을 떠난 데이빗 보위가 연기했던 FBI 에이전트 필립스는 이번 편에서 통화의 상대방으로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 오랫동안 흔들리는 화면 속에 등장한 편의점도 영화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 편에 대한 리뷰어/리캐퍼들의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두기로 한다. 이번 편을 밥이라는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본 나의 의견은 그들의 공통된 관점이기도 하다. 원자폭탄 실험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이 세계와 저 너머 세계의 경계를 허물거나 흐려지게 만들었고 이후 밥도 등장하고 시커먼 얼굴의 나뭇꾼(Woodman)도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거인, 세뇨리타 다이도 같은 하얀 오두막의 존재들이 로라 팔머를 세상으로 내보냈다.

로라는 이미 1945년부터 릴랜드의 딸로 태어나 밥에 점령된 릴랜드에게 능욕되고 살해된 후 천사에게 구원될 운명이라는 이야기로까지 해석된다. 로라가 그냥 망가진 십대 소녀가 아니라 일종의 구원자로까지 격상되는 해석인데 애초에 밥과 검은 오두막의 힘을 너무 크게 잡아놔서 대항 세력의 대표로서 로라의 존재감도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8편 후반부의 주역인 젊은 커플 중 여자가 로라의 어머니가 아니냐는 재미있는 해석도 있었다. 그 배우의 출생연도를 따지기도 하고 극중 여성의 나이를 따져서 로라의 엄마가 될 만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삼킨 것의 정체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달랐다. 제일 먼저 읽은 리뷰에서는 말벌+개구리라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바퀴벌레, 파리 등 온갖 곤충들이 다 나왔다. 맥락은 다르겠지만 나는 거울 나라 앨리스의 이상한 생물체들이 떠올랐다.

우드맨이 갓 어 라이트?를 외치며 악행을 저지르는 걸 보고 한 리뷰어가 누가 좀 불을 주지 그랬냐!고 절규할 때는 무릎을 탁 치며 동의했다. 우드맨은 미국 대통령인 링컨을 연기했던 배우가 맡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