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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7일 일요일

묘지

택시는 내부순환도로를 타고 서울의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차창 밖으로 붉은 십자가들이 희고 거대한 묘역을 이루며 빛나고 있었다.

-이장욱, 고백의 제왕, 창비 2008 여름호.

소설 속에도 나오지만 기묘하게 불쾌해지고 불콰해져야 받아들일만한 이야기다. 도시의 밤 거리를 걸으면 유난히 십자가들이 눈에 띈다. 기독교인이 저렇게 많은 걸까, 저 많은 교회의 목사님들이 다 밥 먹고 살 정도로 교인이 충분한 건가 괜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컴컴한 밤 거리의 십자가들에서 묘지를 연상한 작가의 시선이 새로웠다. 하지만 사진의 출처인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면 외국인도 십자가를 보며 공동묘지를 연상했다고 한다. 사람을 못 박아 죽였으니 십자가 자체가 죽음이고, 서양의 묘지에서 십자가를 흔히 볼 수 있으니 서양인의 시각에선 곧바로 묘지를 연상했으리라.

신을 믿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측불가능한 현실의 삶을 쉽게 이해하고 살아가기 위함이다. 도시의 밤거리를 붉게 물들인 십자가들은 신의 이름으로 죽겠다는 결연한 의지련가. 현실을 제대로 살기도 전에 죽음과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저편의 세상을 생각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제멋대로 해석하는 신의 뜻은 얼마나 많은 억지를 조장하는가.

당당해져야 한다. 비루한 삶을 신에 기대어 이어가지 말고 더 강해져야 한다. 신이라는 버팀목을 믿는다면 더 열심히 연구해서 당당한 교인이 되어라. 열등감과 불안감에 폭력을 휘두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