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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4일 월요일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On body and soul (2017)

영화음악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영화로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뤘다. 방송에서 들었던 내용과 실제 봤을 때 내 느낌은 좀 달랐는데 짧은 방송 시간 때문에 비약, 생략된 소개를 했던 거라고 이해해본다.

한국 개봉명은 영화의 내용, 핵심 테마를 그대로 공개해버린다. 헝가리어의 원제는 영어 번역의 제목과 같아 보인다. 몸과 영혼, 신체와 영혼에 대해.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의 남녀가 꿈 속에서 매번 만난다는 이유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이상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다면 이해할 수는 있다. 부부조차 같은 꿈을 꾸는 일은 거의 없다. 같은 꿈을 꾼다는 말은 밤 중의 수면 행위의 일부로서, 일종의 불가사의한 체험으로서의 꿈을 두 사람만이 공유한다는 영화 속의 표면적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겠고, 일상의 관용적 표현으로, 그러니까 훨씬 현실적인 의미로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부부는 도축장의 사장 부부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부부의 사이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고, 결코 같은 꿈을 꿀 것 같지 않다.

영화는 주인공 남성 엔드레(?)의 불편한 신체, 쓰지 못 하는 왼쪽 팔을 상당히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늙었고, 한 팔이 불편하지만 회사에서는 사장과 가장 친한 중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꿈 속에서 당당한 숫사슴으로서 암사슴이 먹이를 찾는 것을 도와주고, 눈 덮인 숲 속을 끝없이 질주한다. 여자와의 사랑을 몇 년 전에 포기했다는 그가 사슴이 되는 꿈을 꾼 것은 마리아가 도축장에 오기 전부터의 일처럼 보였다. 영화의 시작 자체가 사슴 장면이고, 이후 회사에 첫 출근한 마리아를 엔드레가 눈여겨 보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즉 본 적도 없는 여자의 영혼을 꿈 속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다. 몸으로 만나기 전, 눈으로 보기 전부터 만나는 영혼의 만남이라니 매우 시적이고 해야할까 싶은 재미있는 설정이다.

남성은 둘이 같은 꿈 속에서 숫사슴, 암사슴으로 만난다는 걸 알아채고, 그것에 대해 마리아와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어떤 순간에는 꿈 속에서 왜 도망갔냐고 추궁하기까지 했다. 보통 이해하기로 꿈은 꾸는 사람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일 터인데.

마리아는 매우 독특한 사람이다. 대인관계랄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휴대전화가 없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숫자에 강하고 기억력이 비상하게 발달되어 있다. 그녀는 엔드레를 처음 만나서 한쪽 팔이 불편하다는 점을 대놓고 말할 정도로, 그리고 자신을 마리카라고 부르지 말라고 말하는 식으로 너무 솔직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심리 상담을 해준 것으로 보이는 의사?를 성인이 되어서 다시 찾았다. 그녀로서도 자신에게 다가와 준(실제로 엔드레는 두 사람이 꿈에서 만난다는 걸 알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접근했고 그녀도 그 점을 집에 가서 인형극을 하며 고마워하는 식이었다) 엔드레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평범한 인간관계의 문법들을 공부해가며 연기해가며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엔드레는 어느 순간 포기하는 듯 보였고, 그 순간 그녀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영화 후반의 피칠갑의 잔혹한 순간이 지나가고(영화 초반 무표정한 소가 틀에 갖혀 살해되고, 머리가 예리한 칼에 의해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피가 흥건했던 장면과 연관이 있을까?) 둘은 서로의 사랑을 아주 직접적으로 확인한다. 마리아가 사랑의 순간에 매우 조용했던 장면이 인상적인데 왜냐하면 그녀는 사랑을 연기하는 교성이 요란한 성인 비디오물을 보며 어떻게 할지를 공부해놨기 때문이다. 그녀는 책 혹은 동영상에서 배운 사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본 모습으로서 사랑을 했다.

이 일이 있은 이후 재미있게도 그녀는 이제 꿈을 꾸지 않았다고 한다. 사랑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사슴으로서 만났던 것으로 보이는 숲 속의 장면, 나무에서인지 무언가 떨어져 물 위에 파문이 이는 장면으로 끝난다. 사슴들이 없는 풍경, 이 곳은 다른 사슴들 혹은 토끼들 혹은 여우들(?)의 영혼의 만남을 주선하는 곳일까? 아름답다면 아름답지만 기괴함하다는 느낌도 가시지 않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