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시작하는 미드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아무리 많아도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은 하나 아니면 두 개 정도에 불과하게 마련인데 이번에 가장 눈에 띈 작품은 ‘더 테러’라는 이름의 드라마다. 매드 맨 때문에 익숙해진 AMC 채널에서 방영된다.
리들리 스콧이 제작에 참여해서 특히 눈에 띄는데 남자 주인공들도 모두 소위 연기파로 인정을 받은 배우들이 맡아서 캐스팅만으로도 큰 기대를 품을만했다.
제목부터 공포를 강조해서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드라마인가, 왜 이렇게 노골적인가 싶은데 알고 보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두 척의 쇄빙선 중 하나의 이름이 ‘더 테러’였다. 물론 드라마의 장르를 강조하는 이중적인 제목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에피소드2의 제목은 ‘고어gore’였는데 이것도 공포 장르를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등장인물의 이름이어서 역시 중의적인 조치였다.
일단 이렇게 적었지만 실제로 감상한 1, 2편의 느낌은 몇몇 리뷰어들의 지적한 그대로였다. 진행속도가 너무 느리다.
1840년대 북극에서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떠난 두 쇄빙선 에러버스와 테러가 사라졌고, 이 두 척은 2014, 16년이 되어서야 발견되었다고 한다. 발견된 시신 혹은 유골은 식인의 흔적을 드러냈다고 하는데 모비 딕의 근거가 된 실제 사건에서도 식인이 있었던 것처럼 식량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잘 알려져있다.
여하튼 북극의 얼음에 꼼짝없이 갇힌 두 척의 배에 승선한 인간들은 극한의 추위에 더해 북극곰으로 추정되었지만 괴물로 보인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공포를 느끼고 식량도 부족해지며 절망하고 무너지고 지옥을 경험하게 될 모양이다. 10편으로 방영될 이 드라마는 이 과정을 매우 천천히 보여준다고 하는데 전문적인 리뷰어들은 더 적은 게 좋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1편에서 선원 한 명이 이름모를 병에 걸려 죽었고, 죽기 전에 환영을 보았다. 그의 시체는 적나라하게 해부되었다. 2편에서 고어라는 선원은 북극곰 같은 짐승에 살해당하지만 의외로 죽는 장면은 아주 짧게 묘사될 뿐이다. 북극해에서 얼음에 갖혔음에도, 재앙이 예상됨에도 선장들을 비롯한 선원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해보인다.
1편에서 수중 장면이나 고증이 잘 되었다고 하는 배 안팎의 묘사는 훌륭해보였다. 그러나 2편의 눈 덮인 세트장(?)은 조금 조악해보였다. 북극을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 촬영은 크로아티아 인근에서 했다고 한다.
1840년대라는 시대는 현 시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음에도, 또한 1편 초반의 설명처럼 두 쇄빙선은 당시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자랑하며 출항했다지만 지금의 우리가 보기엔 아주 열악한 조건에서 죽음의 모험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펼쳐보일 모양이다.
출연진에는 게임 오브 쓰론에 나온 사람도 있고, 매드 맨에 나온 배우도 있고, 아웃랜더의 배우도 있으며, 눈에 띄게도 미스터 셀프리지의 콜레아노 역을 맡은 배우도 있었다. 영국의 괜찮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 드라마가 중반에 어떤 식으로 더 흥미를 돋구게 될지 기대가 되면서도 의외로 무섭지 않아 약간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2018년 3월 29일 목요일
2008년 8월 27일 수요일
베이징 올림픽의 끝
일요일에 끝난 올림픽이 벌써 한두 달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조금 올랐으며, 중국 경제는 올림픽 기간에 오히려 더 안 좋아졌고, 한국 경제는 주가의 꾸준한 하락과 급등하는 환율로 요약된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은 금의환향했다. IOC는 공식적으로 국가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메달 수의 정확한 집계를 위해 메달 순위를 기록한다. 본래 의미야 어찌되었건 한국은 목표로 했던 10-10을 초과하여 금메달 13개, 세계 7위라는 성과를 거둔다. 10+10=13+7. 지독한 우연인가.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원래 스포츠 강국이지만 자국 개최를 등에 업고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을 제외하면 10위 안에 있는 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메달 중 금메달의 비율이 가장 높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세 종류 메달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가장 따기 힘든 금메달의 비율이 제일 낮아야 한다. 은메달을 따고도 처절한 눈물을 흘리는 한국 스포츠계의 풍토 때문일까. 우리 선수들은 유난히 금메달에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것이리라.
메달 순위 세계 10위 안을 보면 흔히 선진국이라 부르는 혹은 강대국의 경험이 있는 국가들이다.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호주,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묘한 경쟁 의식을 가지게 되는 일본이 지난 대회 5위에서 8위로 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래저래 한국은 자랑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주된 동기는 영국의 순위 때문이었다.
영국의 BBC는 영국의 올림픽 선수단의 환영식을 중계했다. 방송 자체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그런 게 있었던 건 확실하다. 한국의 경우도 기를 들고 앞장선 박태환, 장미란 등 금메달을 딴 선수를 중심으로 환영식을 열었다. 잠깐 보니 트로트, 댄스, 인순이 누나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있었고, 금메달 딴 선수들은 개인기를 선보였다. 국민대축제란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런 행사를 왜 하냐, 지금이 80년대냐라며 불만을 표현했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수많은 근대 스포츠의 발상지이자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내용은 다를지라도 환영식을 한단다.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이런 행사를 계속 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번에 특별히 하는 거라도 쳐도 이해할만하다. 메달 순위 4위이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의 올림픽 중계만 봐서는 중국이나 미국이 금메달 따는 건 봐도 영국 금메달은 거의 못 본다. 어디서 그렇데 메달을 획득했을까 싶어 찾아보니 사이클에서 무려 8개. 요트, 조정, 수영 등 물 관련 스포츠에서 8개를 땄다. 얘네도 메달 편중이 참 심하구나 싶다.
5위를 한 독일은 카누, 승마, 펜싱, 근대5종, 트라이애슬론 등 한국에서 안 보여줄만한 종목들에서 많은 금메달을 얻었다. 재미를 잘 느끼지도 못하는 종목에서 선전했던 영국, 독일의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여주지 않은 한국 방송의 중계 행태를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자기들 유리한 종목에 많은 메달을 만들어 놓고 동양인이 유리한 종목은 메달 수를 적게 제한하는 있는지없는지 모를 차별을 규탄하자는 것도 아니다.
올림픽이 세계 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위해 개최된다는 취지와 아주 작은 성과를 인정할수밖에 없지만 결국 국가 중심의 경쟁은 화합보다 큰 갈등의 씨앗이 되기에 경계해야 한다. 올림픽 메달 순위라는 것이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올림픽 메달이라는 것이 거의 모든 운동 선수들의 최종 목표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TV를 응시하면 자기 몸을 혹사하는 인간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펼쳐진다.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 몸은 붕대투성이가 된다. 이건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는 운동선수를 메달을 따는 기계로 만들어버린다. 메달에 너무나 집착하는 한국이기에 운동기계는 수시로 새 기계로 대체된다. 선진국에 급하게 도달하려는 국가의 비극이리라. 10대신 13을 얻은 이번 올림픽은 다음 올림픽 메달 수에 대한 부담을 낳아 한국 체육계에 불행한 미래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은 금의환향했다. IOC는 공식적으로 국가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메달 수의 정확한 집계를 위해 메달 순위를 기록한다. 본래 의미야 어찌되었건 한국은 목표로 했던 10-10을 초과하여 금메달 13개, 세계 7위라는 성과를 거둔다. 10+10=13+7. 지독한 우연인가.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원래 스포츠 강국이지만 자국 개최를 등에 업고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을 제외하면 10위 안에 있는 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메달 중 금메달의 비율이 가장 높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세 종류 메달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가장 따기 힘든 금메달의 비율이 제일 낮아야 한다. 은메달을 따고도 처절한 눈물을 흘리는 한국 스포츠계의 풍토 때문일까. 우리 선수들은 유난히 금메달에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것이리라.
메달 순위 세계 10위 안을 보면 흔히 선진국이라 부르는 혹은 강대국의 경험이 있는 국가들이다.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호주,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묘한 경쟁 의식을 가지게 되는 일본이 지난 대회 5위에서 8위로 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래저래 한국은 자랑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주된 동기는 영국의 순위 때문이었다.
영국의 BBC는 영국의 올림픽 선수단의 환영식을 중계했다. 방송 자체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그런 게 있었던 건 확실하다. 한국의 경우도 기를 들고 앞장선 박태환, 장미란 등 금메달을 딴 선수를 중심으로 환영식을 열었다. 잠깐 보니 트로트, 댄스, 인순이 누나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있었고, 금메달 딴 선수들은 개인기를 선보였다. 국민대축제란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런 행사를 왜 하냐, 지금이 80년대냐라며 불만을 표현했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수많은 근대 스포츠의 발상지이자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내용은 다를지라도 환영식을 한단다.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이런 행사를 계속 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번에 특별히 하는 거라도 쳐도 이해할만하다. 메달 순위 4위이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의 올림픽 중계만 봐서는 중국이나 미국이 금메달 따는 건 봐도 영국 금메달은 거의 못 본다. 어디서 그렇데 메달을 획득했을까 싶어 찾아보니 사이클에서 무려 8개. 요트, 조정, 수영 등 물 관련 스포츠에서 8개를 땄다. 얘네도 메달 편중이 참 심하구나 싶다.
5위를 한 독일은 카누, 승마, 펜싱, 근대5종, 트라이애슬론 등 한국에서 안 보여줄만한 종목들에서 많은 금메달을 얻었다. 재미를 잘 느끼지도 못하는 종목에서 선전했던 영국, 독일의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여주지 않은 한국 방송의 중계 행태를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자기들 유리한 종목에 많은 메달을 만들어 놓고 동양인이 유리한 종목은 메달 수를 적게 제한하는 있는지없는지 모를 차별을 규탄하자는 것도 아니다.
올림픽이 세계 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위해 개최된다는 취지와 아주 작은 성과를 인정할수밖에 없지만 결국 국가 중심의 경쟁은 화합보다 큰 갈등의 씨앗이 되기에 경계해야 한다. 올림픽 메달 순위라는 것이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올림픽 메달이라는 것이 거의 모든 운동 선수들의 최종 목표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TV를 응시하면 자기 몸을 혹사하는 인간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펼쳐진다.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 몸은 붕대투성이가 된다. 이건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는 운동선수를 메달을 따는 기계로 만들어버린다. 메달에 너무나 집착하는 한국이기에 운동기계는 수시로 새 기계로 대체된다. 선진국에 급하게 도달하려는 국가의 비극이리라. 10대신 13을 얻은 이번 올림픽은 다음 올림픽 메달 수에 대한 부담을 낳아 한국 체육계에 불행한 미래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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