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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2일 일요일

에단 호크의 최근작들 : 본 투 비 블루, 모디

오랜 영화팬들이 에단 호크(이선 호크가 맞겠지만 이미 익숙해진 터라 에단으로 적는다)를 알게 되는 계기는 죽은 시인의 사회일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비교적 늦게 봤기 때문에 그 작품이 아니라 기네스 팰트로우와 함께 출연한 위대한 유산을 통해 처음으로 이 배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잘생긴 배우로 이름을 널리 알린 그는 그 이미지 때문인지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는 수상을 거의 못 했던 것 같다. imdb에서 보니 보이후드를 통해 주요 시상식들에서 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는 못 했고, 예전에 트레이닝 데이로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오히려 비포 시리즈의 제작에 참여한 것 때문에 후보에 오른 횟수가 많아 보일 정도다.

그런데 이제 그의 연기에 대해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듯 하다. 보이후드 이후 출연한 작품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본 투 비 블루에서는 마약없이는 예술을 할 수 없는 비운의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를, 모디에서는 장애가 있지만 예술적 재능이 넘치는 모디의 무식쟁이 남편으로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발레리안에서도 단역으로 출연해 독특한 배역을 맡아 무난히 소화해냈다.

본 투 비 블루에서 에단보다 조금 더 눈에 띈 것은 영화 속 영화에서 그의 아내이자 영화 속에서는 애인이 되는 카먼 이조고의 존재였지만 에단 호크의 쳇 베이커 연기와 노래는 나쁘지 않았다. 영화는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 철저히 무시되었지만 플롯이나 연기나 그다지 흠잡을 것은 없어보였다. 무엇보다 이조고가 두 가지 역을 맡음으로써 극의 효과가 배가되게 한 설정들이 마음에 들었다.

모디의 경우는 영화 제목이 알려주듯 에단 호크의 역할이 본 투 비 블루보다 훨씬 축소된 영화다. 그러나 모드가 그녀의 작품들의 공의 절반을 남편에게 돌리듯 에단 호크의 캐릭터도 중요했다. 윽박지르는 고용주에서 어느 순간 모드의 소원처럼 남편이 되어버렸고, 모드의 작품이 잘 될 수록 점점 더 집안일까지 더 담당하게 되었다. 모드가 닭을 잡았을 때 별 말 하지 않은 것이나 모드가 집의 벽과 창문에 그림을 허락없이 그렸을 때에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하면서도 화내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 장면들도 마음에 들었다.

연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화면을 압도하는 배우는 아니었던 에단 호크가 앞으로도 액션이나 수퍼 히어로 영화로 흥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최근 3, 4년 새 원숙해진 연기를 보며 그의 연기로 인해 영원히 기억에 남을 영화가 탄생할 가능성을 점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