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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1일 월요일

더 와이프, 보헤미안 랩소디

이제 BAFTA까지 지나갔고 주요 시상식이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만이 남았다. 2018년의 영화에서 주요 부문의 상은 쿠아론 감독의 로마와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이 나눠갖고 있다. 작품상은 아직까지는 로마의 독주다. 여우 주연상은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먼이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 올리비아 콜먼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내가 보고는 싶었지만 못 본 작품이 대부분이라 얼굴이 익숙치 않다. 콜먼과 여우 주연상을 다툴 또 다른 배우는 바로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스였는데 아직까지는 밀리고 있다.

더 와이프는 영화 말미에 중요한 반전 혹은 비밀이 드러나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가만 생각하면 그러한 감춰진 진실은 미리 짐작할 여지들이 많은 편이기도 하다. 제목부터가 더 와이프로 영화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그녀의 남편이 주인공이 아니다. 카메라도 이상하리만치 글렌 클로스를 많이 잡는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있는 부인이 영화 스토리상의 기괴한 역설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계속 살펴보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라 하겠다.

글렌 클로스는 아마 좋은 배우이겠으나 이전 작품에서 그녀를 눈여겨본 기억은 없다. 아주 오래전 그녀가 젊은 시절의 영화에서는 어떤 시각적 만족을 주는 배우 정도로 여겼을까? 그녀의 출연작을 별로 본 것 같지도 않다. 이번 영화 더 와이프는 영화의 스토리도 단순하지만 흥미롭게 논할 지점도 있었고 글렌 클로스의 연기도 칭찬할만했다. 글렌 클로스의 젊은 시절은 연기한 배우는 어딘가 눈에 익었지만 사실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내가 닮았다고 생각한 배우는 다운튼 애비의 셋째 딸 역할의 배우였다.

골든 글로브에서 라미 말렉이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는 언론의 반응이 완전히 납득하겠다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제 그는 BAFTA에서도 같은 상을 받았다. 영화 자체로는 평단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보헤미안 랩소디였지만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은 실존 인물과 외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칭찬을 받은 편이긴 하다. 과연 아카데미에서도 상을 받을까? 나는 그가 주연한 드라마 미스터 로봇으로 너무 익숙한 배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를 몰랐던 사람이 훨씬 많았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고, 그래서 급조된 자칭 올드팬도 양산되는 모양인데 나는 퀸 노래를 이래저래 오래 전부터 들어는 봤지만 테잎이나 cd를 산 적도 없었다. 아주 어릴 적에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희한한 뮤직 비디오에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고, 20대에 일본 드라마 주제가로 이런 노래도 있었나 알게 되기도 하고, 히스 레저의 더 나이츠 테일에서 시대에 안 맞는 위 윌 락 유를 접하는 정도의 기억?

영화는 요즘 많이 다뤄지는 남성 동성애가 주요한 소재로 쓰였고, 한 단어로 말할 수 없는 머큐리의 출신 성분의 복잡함에도 '파키'로 불리며 차별당했던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다. 그의 노래에 넋놓고 좋아하는 여자친구나 팬들의 표정은 너무 단조롭다는 느낌을 주지만 당시에 영국에서라면 그런 사람들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