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천일의 스캔들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천일의 스캔들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08년 4월 4일 금요일

The other Boleyn girl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만 뭐가 더 필요한가? 에릭 바나는 나오거나 말거나.

이 영화를 보며 스칼렛 요한슨의 섹시함은 얼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탈리 포트만과 비교가 됐기 때문인지 아니면 병상에 오래 누워있다가 출산 연기를 해서 그런지 극중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에서 섹시함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괴상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5년쯤 전에 영국사 강의를 들을 때 박지향 교수님은 헨리 8세 부분에서 앤 불린 이야기가 꽤 유명하다고 했다. 난 전혀 몰랐는데. 이 여자가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이고 정식으로 왕비가 된 것도 미드 튜더스를 보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것 같다. 거기다 메리 불린? 메리의 존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이 영화는 너무 부각을 해서 실존 인물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The_Other_Boleyn_Girl)를 찾아보니 실존 인물이지만 극정 설정과 달리 메리가 앤의 언니라는 의견이 더 많고 프랑스 궁정에 갔다 온 것도 메리란다.

워낙 걸출한 두 여배우가 주연을 맡아 그녀들의 섹시함 대결(영화 전단지엔 어김없이 뜨거운 베드신을 찬사하는 문구가 포함되었다)에 시선이 집중되기 쉽지만 영화 전체의 흐름을 보자면 긴 이야기를 다 넣기 위해 설렁설렁 넘어가는 부분이 많음을 지적할 수 있다. 앤 불린이 헨리와 처음 만났을 때와 프랑스에 다녀온 이후 변한 점을 느낄 수 없었는데도 헨리는 아들을 낳은 메리를 버리고 앤에게 달려든다. 몸을 허락하지 않는 앤을 위해 캐서린을 버리고 로마 가톨릭에도 등을 돌린 헨리의 모습은 미색에 미혹되어 정신이 나간 발정난 남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순히 정욕을 위해 그렇게 엄청난 정치적 결정들을 내렸을까? 이런 것들은 원작 소설을 봐야 제대로 잘못을 추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헨리 8세는 너무나 감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튜더스의 헨리 8세가 너무 날씬하다 못해 빈약해 보이는 반면 에릭 바나는 원래 체격도 있는데다 잔뜩 부풀려진 의상을 종종 입어서 덩치에 있어서는 그림을 통해 접하는 실제 헨리 8세에 근접한 것 같다. 앤 불린은 그림 속의 인물보다 너무 예쁘지만 그 시대에는 나탈리의 미모가 부족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목인 The other Boleyn girl은 당연히 메리를 두고 말하는 것이지만(극중 둘의 어머니가 헨리에게 Which one?이라고 묻듯) 영화의 비중으로 보면 오히려 앤 불린이 The other 쪽인 것 같다. 작가는 메리가 앤의 위치에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야심가가 아닌 순수하게 남자를 사랑한 여자 쪽이. 사랑은 얼마나 허망하던가. 메리는 왜 헨리를 사랑했으며 어떻게 계속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