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도 예상치 못 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드디어' 쿠퍼가 제정신을 찾았다는 것이 가장 큰 소식이다. 지난 주에는 모든 장면의 내용을 다 적으려다가 글이 길어졌던 터라 이번에는 동일한 식으로 쓰지는 않으려고 한다.
시작은 아버지와 아들의 밤길 드라이브였다. 드디어 리차드 혼이 미스터 씨, 악한 쿠퍼의 아들임이 완전히 확인되었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리차드가 미스터 씨를 대신해 올라간 바위 위에서 아주 강력한 전기 충격으로 소멸된 이후 미스터 씨의 입을 통한 확인이었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미스터 씨는 좌표값을 세 개의 소스로부터 받았다고 말하는데 두 개는 기억이 나는데 하나는 모르겠다. 그가 리차드에게 세 개 중 두 개가 일치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 리차드가 두 개가 일치하는 곳부터 확인해야한다고 하자 너 똑똑하다고 하는 장면은 웃겼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선택할 터인데 그는 어떤 위험을 감지했는지 아들을, 아니 털파의 후손이라고 해야 할까, 대신 보내며(내가 너보다 25살 더 먹었다는 이유를 댈 때도 웃겼다) 조심했다. 과연 누가 그 위험한 좌표를 알려준 것일까? 필립 제프리스(라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후 미스터 씨는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all이라는 그냥은 알 수 없는 문자를 다이앤에게 보냈다. 재미있게도 한밤에 보낸 악한 쿠퍼의 문자가 오후 네 시 경에 다이앤에게 도착했는데 미 대륙 내의 시차가 최대 3시간인데 어찌된 연유인지 모르겠다. 문자를 보낼 당시 전송이 안 된 상태라는 표시가 휴대폰 화면에 보이긴 했다.
문자를 받은 다이앤은 갑자기 충격을 받은 듯 했고, 쿠퍼를 외치며 기억이 난다며 정확한 좌표를 문자로 보냈다. 쿠퍼가 좌표값을 전부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다이앤이 보낸 것 같은데, 이후 다이앤이 의미심장한 배경음악(어메리칸 워먼이라는 제목의)이 깔린 채 고든 콜을 찾아가서 쿠퍼를 예전에 만났을 때의 상황을 고백했다. 드러난 바로는 악한 쿠퍼가 혼수상태(혼수상태는 이번 에피소드의 주요 사건이기도 하다)였던 오드리를 강간하여 임신을 시켰고, 다이앤마저 강간을 했다. 쿠퍼가 키스를 하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다이앤의 표현을 볼 때 악한 쿠퍼와의 접촉이 다이앤의 털파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털파가 원본과 별개로 존재한다면 원본 다이앤은 어디 갔을까. 빨간 방에 착한 쿠퍼처럼 갇혀있는 것인가?
착한 쿠퍼, 더기-쿠퍼는 지난 주의 콘센트 수사(FBI인 쿠퍼의 직업정신이 발현되었다는 ew의 제프 젠슨의 표현이다)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코마 상태지만 그 외 모든 신체 기능은 온전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이니이와 소니 짐 그리고 부쉬넬이 모두 자리를 뜨자 빨간 방의 외팔이 마이크가 또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쿠퍼가 벌떡 일어났다. 쿠퍼는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은 물론 더기로서 살았던 며칠의 기억도 함께 간직하고 있었다. 무려 15시간의 답답함 이후 드디어 FBI, "the FBI"로서의 유쾌하고 당당한 쿠퍼로 돌아온 것이다.
쿠퍼는 트윈 픽스의 보안관 사무실로 가야함을 알고 있었고, 제이니이, 소니 짐과 눈물겨운 이별을 한 후 빨간 문을 통해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쿠퍼가 마이크에게 부탁해 더기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했기에 가능했다. 전에 쿠퍼가 세상에 돌아오기 위해 더기가 빨간 방에 가서 하나의 황금빛 구슬로 변했는데, 그것이 바로 '씨앗'이고 거기에다 쿠퍼의 머리카락(?)만 있으면 더기를 제조할 수 있었다. 손오공보다는 조금 더 성가신 복제방식이다. 더기는 미첨 형제들의 비행기를 타고 트윈 픽스로 향할 예정이다.
허치와 샨탈은 더기를 살해하기 위해 그 집 앞까지 갔으나 더기는 입원 중이었고, 그 틈에 고든 콜의 명을 받은 FBI 라스 베가스 지부의 요원들에 이어 미첨 형제들까지 더기의 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연인 청부살인업자의 종말을 재촉한 것은 차를 조금 옮겨서 주차해달라는 지역 주민의 요청을 거부한 오만함이었다. 미첨 형제의 표현을 빌리면 요즘 사람들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이렇게 주차 문제를 총기 살인으로 해결하는 험한 이웃이 만들어졌다.
에피소드의 종반에 역시나 뱅뱅바가 나오고 한 가수가 공연을 했기에 또 이렇게 끝나나 싶었고, 오드리가 안 나오고 지나가는구나 했는데 아니었다. 오드리는 지난 에피소드에서 찰리를 목졸라 죽일 듯한 기세였는데 둘이 결국 로드하우스에 도착한 것이다. 둘은 마티니를 마시려고 했는데 사회자, 지난 주에 화살표로 볼륨업을 요청하고 춤까지 춘 그가 오드리의 댄스를 요청했다. 여기부터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다. 오드리는 25년 전 여고생 시절 남성들을 유혹하던 그 춤을 그 음악에 맞춰 추었다. 그 춤사위에는 여러 이유로 서글픔이 배어있었지만 묘하게도 로드하우스의 손님들은 그 춤에 맞춰 몸을 가벼이 흔들어댔다. 그러나 그 탈선의 장소에서 어떤 남성이 아내의 부정을 발견하고 대판 싸움이 벌어지자 오드리는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고 외쳤다. 그러자 새하얀 공간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 오드리, 지금까지 시즌3에서 본 오드리의 머리 모양과는 다른 오드리가 경악하는 장면으로 전환되고 끝났다.
오드리가 코마 상태였다는 단서가 있었고, 지난 몇 편 동안의 오드리와 찰리의 모습을 보며 이것은 현실이 아닌 상상 혹은 꿈이라는 추측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런 주장들이 힘을 얻게 되는 모양새다. 15편을 두고서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적인 단편소설인 '법 앞에서'와 유사하다는 글을 보았는데 매우 흥미롭고 설득력이 있었다. 지난 주 리뷰에 썼지만 고든 콜 사무실에 대놓고 걸린 카프카의 사진을 보건대 이번 시즌3가 카프카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과연 진짜 오드리는 어디에 있는지, 주디는 누구인지, 주요 인물들이 모여들 트윈 픽스 보안관 사무실에서 무슨 결말이 날지 다음 주면 알게 된다(물론 궁금한 부분들이 다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17편의 제목은 과거가 미래를 정한다, 18편의 제목은 너의 이름은 무어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