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08년도 달리고 있다. 내가 잡을 수 없는 속도로. Let it be. Let it go.
학기가 끝난 후로는 Lost를 보는 것 이외의 시간에 주로 소설을 보고 있다. 김영하의 '빛의 제국'을 시작으로, 전에 사두었던 2005, 2006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이어, 추천을 받은 '그리스인 조르바'와 '테메레르'를 읽고 있다. '빛의 제국'의 침울한 분위기는 이상문학상의 단편들을 보며 더 가라앉기도 하고 정화되기도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서울의 짐을 줄이기 위해 원주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읽다 보니 너무 좋아 다시 서울로 가져왔다. 저자 약력에 나오듯이 카잔차키스는 니체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동안 니체가 말한 새로운 인간상이 손에 잡히지 않아 고민했는데 조르바라면 가깝겠다 싶었다. 그렇게 느끼는대로 살면 좋으련만.
'테메레르'는 판타지 소설을 많이 보던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의외다. 여성 저자가 군인들의 이야기를 써서 그런지 섬세한 심리 묘사를 보다 보면 너무 귀여운 것 아닌가 싶다. 또 눈높이를 모든 연령층에 맞추려고 했는지 꽤 쉽게 읽힌다. 프랑스군에서 뺏은 중국 출신의 용이 부화하자마자 영어를 하는 설정도 재밌다. 용이 아무리 천재라도 나면서 영어를 안단 말인가? 아니면 원래 모든 언어를 구사할 수 있나? 쉽게 쉽게 페이지가 잘 넘어가니 흐뭇. 3권까지 나왔는데 도서관에 있는 2권은 대출중이라 너무 빨리 읽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