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생존자 시즌2를 뒤늦게 보고 있다. 초반에는 잘 안 보게 되었지만 중반이 되며 다음 편이 기다려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가장 충격적인 신은 주요 캐릭터인 커크만 대통령의 부인이 교통 사고로 사망한 경우다. 찾아본 바로는 배역을 맡은 배우가 훌루의 새 시리지에 숀 펜과 함께 출연하기로 하면서 하차한다고. 그녀는 그동안 큰 비중은 없었지만 시즌2에 들어와 그녀의 어머니가 과거에 범죄에 연루되고 FBI 국장의 정치적 야심이 결부되며 기소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순간 사망한다.
축구 팬으로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터키에 얽힌 정치 문제를 다룬 에피소드의 작명이었다. 터키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의 대표로 설정된 인물, 미국에 방문교수로 머무른 사람의 이름이 누리 샤힌이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축구계에서 잘 알려진 터키 선수의 이름을 차용했을까? 흥미롭게도 터키 대통령의 성은 투란이다. 투란도 유명한 터키의 축구 선수 이름인데 드라마 작가가 유럽 축구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생길 정도다.
그리고 한국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중후반에 등장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남북한을 동서 훈츄라는 두 개의 가상의 국가로 설정했다. 동훈츄가 북한이고 서훈츄가 남한인 것은 동서독의 지리적 배치를 빌린 것 같다. 동훈츄의 지도자는 '김 의장'이고 외모는 김정은보다는 시진핑을 연상시켰다. 서훈츄의 지도자는 '한 대통령'으로 여성이며 재선을 노리고 있었다. 탄핵 이전에 만든 시나리오인가 생각이 들기도 한데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광경은 올해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들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캠프 데이빗에서 있었던 이 회담은 드라마의 설정상 잘 되지 않았고, 핵무기가 미국에 밀반입되는 초유의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 이 정도 상황까지 봤는데 북한이 미국이 써먹기 좋은 소재이긴 하지만 핵무기 밀반입은 너무 나가지 않았나 싶다.
닥터 프로스트라는 여성 캐릭터도 흥미롭다. 이 분은 IT 기업의 사장인 모양인데 프라이버시를 지극히 침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에 핵무기가 들어온 위기 상황이라는 이유로 FBI와 이 기업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개인정보 이용으로 용의자를 찾아내고 있었고 이 부분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점은 프로스트 박사가 커크만 대통령과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둘다 배우자가 사망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그리고 굳이 그 사실을 알림으로써 향후의 로맨스가 벌어질 가능성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