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월드의 새 시즌이 시작되었다. 불과 며칠 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운이 좋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시즌2의 1편은 1시간이 넘는 긴 분량이었다. 그리고 많은 액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초반은 시즌1의 주요 내용들을 다시 보여줬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대목들도 적지 않았다. 이후 시즌1 피날레의 피의 살육제가 벌어진 이후의 일들이 펼쳐졌다. 의식을 갖게 된 ‘호스트’들이 그들을 조종한 인간들을 사냥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이번 편은 버나드의 회상, 혹은 기억 아니 저장된 내용의 간헐적 복구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버나드는 여러 측면에서 시즌2의 핵심 인물로 보인다. 앤서니 홉킨스가 퇴장하며 웨스트월드의 유일한 창조자로 남으면서도 인조인간이라는 이중적 지위로 인해 인간 측과 호스트들의 중간적 위치를 점한다.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는 호스트들을 물에 익사시켰다는 것인데 이는 노아의 방주 때의 홍수를 연상시킨다. 호스트들이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약점을 아는 존재로서 버나드는 구약의 신처럼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폭동을 일으킨 호스트들을 한순간에 쓸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1편에서 종종 드러난 버나드의 치명적인 신체 상황은 그가 과연 믿을만한 화자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웨스트월드의 이야기는 최근 점점 더 현실적 공포로 다가오는 AI의 반격처럼 읽히기 쉬울 터인데 이번 편의 대사를 듣다 보면 컨텐츠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가 더 직접적인 메시지 같다. 이미 소설의 캐릭터와 소설가가 조우하는 이야기들은 영화로 몇 편 나온 바 있다. 웨스트월드는 인간이라는 창조자들이 자신의 형상으로 만든 피조물들에게 스토리를 주고 내러티브를 부여하여 한정된 세상에서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인데 단지 그들을, 그들의 세상을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그 세상에 들어가 피조물들을, 인간의 형상인 그들을 단지 장난감처럼 마음대로 다루다가 버리면서 벌어지는 참극의 이야기다. 피조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고, 이는 자신들이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자각 그리고 클리셰이긴 하지만 인간들도 타락했기에 창조자에게 반항하고 창조자를 죽여도 된다는 식의 전개로 나아간다.
시즌1에서 에드 해리스의 캐릭터인 윌리엄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가 나중에야 조금 감을 잡았는데 1편에서도 시즌2의 그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아리송했다. 미로의 핵심부로 가고 싶어한 윌리엄이 이미 그 목적은 달성했다는 것인데 이제 그는 호스트들이 반란을 일으킨 위험한 웨스트월드에서 탈출하는 게임을 해야한다고 한다. 시즌1의 기억이 흐릿하여 이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