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 드 프랑스 7회 우승에 빛나는 랜스 암스트롱의 몰락에 대한 소식은 언젠가 들어보았다. 자전거 대회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우승했다는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긴 했다.
암스트롱의 몰락에 대한 영화 The Armstrong lie를 보았다. 영화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되돌아보며 암스트롱의 약물 복용, 스타덤, 몰락의 과정을 조망한다.
역시 암스트롱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줄기는 그가 꿈같은 스토리를 가진 인물, 사람들의 꿈을 자극하고 희망을 안겨주는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암으로 생존의 기로에 섰던 한 선수가 놀랍게도 곧바로 인간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뚜르 드 프랑스를 우승한다. 사람들, 특히 미국인들은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곧이어 스폰서십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자본이 관여한다.
1998년 뚜르 드 프랑스에서 금지 약물을 소지한 선수들이 대거 발견되며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암스트롱은 대담하게도 1999년부터 줄곧 부정한 방법을 이용했다. 암 투병을 하던 암스트롱이 금지 약물을 이용했을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 그리고 뚜르 드 프랑스는 팀 단위로 참여하기 때문에 암스트롱의 동료들도 그의 방법을 알았고, 그들 또한 정당하지 않은 행동에 관여했다. 즉 1998년의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수들은 여전히 다른 방법을 이용하거나 하며 자신의 신체 능력을 끌어올렸다.
여기서 암스트롱을 변호할 수 있는 하나의 지점이 성립한다. 그가 실력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고 다른 모두가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행동했고 그래서 우승했다. 그가 특별히 더 효능이 좋은 약물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얼마전까지 병상에 있던 몸.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영화의 다른 이들이 단언해서 말하듯 그것이 그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암스트롱을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든 이유는 수년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언제나 당당한 태도로 부정했던 그 뻔뻔함, 그리고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 절친한 동료를 배신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던 전력 등이 있다. 그리고 은퇴 후 복귀한 뚜르 드 프랑스, 이번에야말로 '깨끗한' 몸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했던 그 대회에서조차 그는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결국 수혈이라는 또 다른 부정한 방식을 이용하며 3위를 기록했다.
암스트롱이 적지 않은 의혹을 받으면서도 승승장구했던 이유 중에는 협회장과의 친분도 작용했지만 암투병 환자들을 위한 그의 모금 행동이 한 몫했던 듯하다. livestrong. 강하게 살자는 그의 슬로건? 모토? 혹은 캠페인은 실제로 많은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듯 하지만 배신감을 안기며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