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의 많은 시간을 브레이킹 배드를 보며 보냈다. 소문을 들은 적은 많았고, 특히 마지막인 시즌 5가 끝난 후 트위터에서의 격한 아쉬움들을 보며 꽤 재미있나보다 생각하긴 했다. 그리고 시즌 1의 몇 편을 보면서 시즌 4까지는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는 전개가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프링이 사망했고, 또 시즌 5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한 시즌 5의 주된 내용이 어떨지는 뻔했다. 다름 아닌 월터의 몰락일 수밖에 없는데 그 방식들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시즌 5는 천천히 보게 됐고 행크가 생각보다 일찍 죽고 나자 아쉬움 때문인지 마지막 두 편은 별로 인상적이지 못하기까지 했다.
범죄 소굴의 최정상의 위치에 가까운 악한들과 대면한 월터가 그들을 굴복시키고 자신의 말대로 '제국'을 건설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월터는 계속 자신의 범행을 가족을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아내인 스카일러에게 자기가 좋아서 한 일이라고 고백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메쓰 랩에서 홀로 최후를 맞이하며 웃고 있었다. 후회는 없다는 듯.
죽음과 경제적 곤란에 찌들고 억압당한 월터가 자신이 제조한 최상급 순도의 마약을 수단으로 권력을 하나하나 얻어나가는 과정은 마약 중독자 못지 않은 권력 중독자의 모습에 다름아니었다. 월터의 오만함은 죽음까지도 얕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서 가장 아쉬운 설정이 나온다. 월터의 폐암이 돌아온 부분이다. 수술 후 완치는 아니었지만 활동에 아무 지장이 없던 월터인데 스카일러가 월터에게 다시 병에 걸리라고 저주를 하자마자 다시 폐암 때문에 죽어간다는 것은 너무 작위적이었다.
또한 행크가 월터의 집 화장실에서 휘트먼의 시집을 보며 모든 것을 깨달은 과정도 우연이 지나친 경우였다. 누구보다 DEA 간부인 행크를 경계하는 월터가 집 안에 증거를 놔둔다? 그리고 제시 핑크먼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려던 찰나에 월터가 브록에게 독이 있는 식물을 줬다는 사실을 깨달은 장면은 볼 때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월터의 몰락의 계기들이라는 것들이 작위적이고 이야기를 어떻게건 끝내기 위한 억지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월터가 권력의 기쁨을 맛보게 되는 과정에도 많은 우연이 개재되었던 것도 맞다. 다만 너그러이 생각하더라도 몰락의 경우가 더 이해하기 어려웠음은 어쩔 수 없다.
아마도 더 와이어보다도 더 평이 좋은,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의 이 드라마는 약간은 과대평가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마약을 본격적으로 다룬 이 드라마가 적어도 시즌 4까지는 중독성이 상당했다는 것은 인정하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