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도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거행되었다. TV 부문과 영화 부문을 한꺼번에 시상하고, TV, 영화도 세부 장르에 따라 더 나눠져서 매우 많은 배우들이 상을 받는 행사다. 작품상, 감독상까지 더하면 숨이 차다. 기타 부문은 음악상, 해외영화상 정도가 있을까?
올해는 공로상 정도로 보이는 세실 드 밀 상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이 화제였다. 이미 수십 년간 자신의 쇼를 진행했던 오프라는 영화에도 종종 출연했다. 나도 몇 편 본 적이 있는데 시상식을 보니 모르는 출연작들도 있다. 그녀는 이번 영화제의 화두였던 타임스 업, 미투 캠페인과 연결되는 일장연설을 펼쳤고 이는 언론들에서도 크게 다룰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당장 오프라를 2020년 대선 후보로 내세우자는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많은 경우 그렇지만 올해에도 쟁쟁한 후보들이 경쟁을 해서 누가 수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부문이 많았다. 그렇지만 수상 후보들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누군가는 들어갔어야 했는데 제외되었다고 두루 인정되는 배우, 감독, 작품들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그레타 거윅을 비롯한 여성 감독들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많이 거론된다. 거윅은 자신은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작품상을 받았다.
나로서는 가장 이상한 수상자는 이완 맥그리거의 남우주연상 선정이다. 해당 부문은 트윈 픽스 더 리턴의 카일 매클라클란도 후보로 올라 수상 가능성을 점쳤던 미니시리즈 드라마 부문이었다. 기사들에서도 이완 맥그리거의 수상은 이상하다는 평가가 보였고, 그가 파고에서 쌍둥이로 1인 2역을 했기 때문에 준 거 아니냐는 말도 했지만 그렇게 따지면 카일은 1인 3역을 했기에 납득이 되지 않는다. 파고는 커리어의 하락세인 이완 맥그리거의 재기작 격이었지만 눈부신 연기였다고 하기는 힘들다.
쓰리 빌보드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가 많은 상을 가져갔고, 드라마 부문 영화 남우주연상은 예상대로 처칠을 연기한 개리 올드먼에게 돌아갔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좋은 작품으로 많이 평가를 받았지만 수상에는 실패했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수상 소감을 그만두고 퇴장하라는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자기는 25년을 기다렸으니 1분다 더 달라며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셰잎 오브 워터는 많이 기대가 되지만 짤막짤막하게 볼 수 있는 영상들만으로는 평론가들의 찬사가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