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5일 수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1편 (2)

시즌1을 다시 돌려볼 여유는 없어서 시즌1 피날레편이나 시즌2 1편에 대한 리뷰들을 몇 가지 읽어보았다. 대충 봤었는지 시즌1의 핵심적인 내용들 중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가장 놀란 것은 돌로레스가 와이어트라는 이야기였다. 시즌1 피날레에서 비교적 명확히 설명된 모양인데 전혀 기억에 없다. 와이어트 캐릭터가 돌로레스를 점령해서 시즌2 1편의 인간사냥꾼 돌로레스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친구를 여전히 사랑하는 듯한 돌로레스의 언행은 무엇일까? 그런 부분은 남아있다는 것일까? 더 나아가 어차피 두뇌의 자리에 위치한 기계장치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 로봇 인간들에게 있어 남성, 여성의 차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고 이것이 외형만 보고 로봇이 여성, 남성이라고 단정하는 인간의 편견을 깨부수는 어떤 반전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또한 그런 차원에서 이전 캐릭터 시절의 딸을 기억해내고 그녀를 찾아나서려는 메이브의 여성성, 모성이라는 것의 진실성도 의심스러워진다. 결국 포드 박사가 심어놓은 내러티브의 연장선일까?

이번 1편에서 잘 이해가 안 간 부분 중 하나가 헤일이 컴퓨터 화면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었다. 구조를 요청했지만 패키지가 와야 보낼 수 있다는 답변이 왔는데, 그 패키지는 극중 돌로레스의 아버지였던 애버나디라고 한다. 역시 기억이 전혀 없는데 시즌 1에서 헤일이 애버나디 속에 웨스트월드의 온갖 데이터를 옮겨서 델로스로 보냈던 모양이다. 기사들을 보면 애버나디 캐릭터는 시즌2의 주요 인물 중 하나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기억이 희미하지만 기사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지난 시즌 쇼군 월드의 인물들이 살짝 나왔다고 한다. 이번 편에서는 웨스트월드에 있어서는 안 될 벵갈 호랑이가 등장했는데, 그래서 시즌2 중에 다른 세계도 공개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웨스트월드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가 많은 팬들의 궁금증을 일으킨 모양인데(나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번 편의 대화를 통해 섬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여러 정황들을 통해 미국이 아니라 중국 인근의 어는 섬에 이 웨스트월드가 있다는 기사들이 많이 보였다.

맨 인 블랙이 윌리엄이라는 것은 시즌1 막판에 밝혀진 것인데 어떤 기사에서는 사회적으로 명망가임에 분명한 윌리엄이 웨스트월드를 빈번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사회에 그의 복사판인 인조 인간을 세워놓았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흥미로운 관점도 있었다. 그의 재력과 웨스트월드에서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로 보인다. 더불어 인간 세상까지 점령하겠다는 돌로레스의 야심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드론 호스트였던가 헤일이 버나드를 데리고 들어간 지하의 비밀 장소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들도 흥미로웠다. 인간의 피부를 덧씌우지 않은 상태의 로봇들이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머리 모양이 에일리언과 흡사하기도 하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양산형 에바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2018년 4월 24일 화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1편

웨스트월드의 새 시즌이 시작되었다. 불과 며칠 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운이 좋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시즌2의 1편은 1시간이 넘는 긴 분량이었다. 그리고 많은 액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초반은 시즌1의 주요 내용들을 다시 보여줬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대목들도 적지 않았다. 이후 시즌1 피날레의 피의 살육제가 벌어진 이후의 일들이 펼쳐졌다. 의식을 갖게 된 ‘호스트’들이 그들을 조종한 인간들을 사냥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이번 편은 버나드의 회상, 혹은 기억 아니 저장된 내용의 간헐적 복구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버나드는 여러 측면에서 시즌2의 핵심 인물로 보인다. 앤서니 홉킨스가 퇴장하며 웨스트월드의 유일한 창조자로 남으면서도 인조인간이라는 이중적 지위로 인해 인간 측과 호스트들의 중간적 위치를 점한다.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는 호스트들을 물에 익사시켰다는 것인데 이는 노아의 방주 때의 홍수를 연상시킨다. 호스트들이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약점을 아는 존재로서 버나드는 구약의 신처럼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폭동을 일으킨 호스트들을 한순간에 쓸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1편에서 종종 드러난 버나드의 치명적인 신체 상황은 그가 과연 믿을만한 화자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웨스트월드의 이야기는 최근 점점 더 현실적 공포로 다가오는 AI의 반격처럼 읽히기 쉬울 터인데 이번 편의 대사를 듣다 보면 컨텐츠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가 더 직접적인 메시지 같다. 이미 소설의 캐릭터와 소설가가 조우하는 이야기들은 영화로 몇 편 나온 바 있다. 웨스트월드는 인간이라는 창조자들이 자신의 형상으로 만든 피조물들에게 스토리를 주고 내러티브를 부여하여 한정된 세상에서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인데 단지 그들을, 그들의 세상을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그 세상에 들어가 피조물들을, 인간의 형상인 그들을 단지 장난감처럼 마음대로 다루다가 버리면서 벌어지는 참극의 이야기다. 피조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고, 이는 자신들이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자각 그리고 클리셰이긴 하지만 인간들도 타락했기에 창조자에게 반항하고 창조자를 죽여도 된다는 식의 전개로 나아간다.

 시즌1에서 에드 해리스의 캐릭터인 윌리엄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가 나중에야 조금 감을 잡았는데 1편에서도 시즌2의 그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아리송했다. 미로의 핵심부로 가고 싶어한 윌리엄이 이미 그 목적은 달성했다는 것인데 이제 그는 호스트들이 반란을 일으킨 위험한 웨스트월드에서 탈출하는 게임을 해야한다고 한다. 시즌1의 기억이 흐릿하여 이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