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1일 월요일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신작이라 봤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적잖은 실망감을 느끼고 말았다. 전작인 아메리칸 스나이퍼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며, 영화의 정서도 유사한 지평에 있다.

대략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미국에는 새떼 때문에 양쪽 엔진이 망가진 비행기가 뉴욕 근처에서 회항해도, 심지어 강물에 착륙해도 승객 하나 죽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 유능한 비행사가 있다, 그런데 이 국민적 영웅 비행사가 왜 인근 공항으로 가지 않고 위험하게 강물로 갔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하는 감시 시스템이 있다, 일견 감시 시스템은 괜한 시비를 거는 asshole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진실을 덮으며 자신들에 유리한 주장을 유지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할 아량도 있다는 등등.


물론 오늘날 한국의 현실, 특히 세월호 이후 정부의 대처를 떠올리며 미국의 이러한 시스템, 가장 늦게 강물에 가라앉는 비행기에서 나오는 기장, 신속한 구조대의 출동 등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는 실제 있었던 일이니 세월호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대도시 속의 강에서 일어난 일과 유난히 물살이 센 바다 위의 일의 대처법이 같을 수는 없지만, 영화 터널이 그러했듯 이 영화를 보며 세월호는 어쩔 수 없이 생각난다. 미국에서는 기장이 잘 한 일까지도 철저히 조사를 받는데 한국의 세월호 조사가 어떠했는지, 또 정부, 여당에서 얼마나 비협조적이고 심지어 방해를 했는지를 생각하면 두 나라의 상황이 얼마나 천지차이인가.

영화에서 많은 포인트들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에 겨우겨우 늦게 타게 된 세 남자는 비행기가 강물 위로 비상착륙을 할 때 얼마나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했을까. 비행기가 절망적인 상황으로 하강하는 와중에 여자 승무원들은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까. 9/11 이후 일어난 이 사건은 만약 비행기가 설리의 꿈, 상상 속의 장면처럼 고층 빌딩과 충돌했다면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겼을까. 대도시 주변해 공항이 있으면 얼마나 위험한가. 그렇다면 제2롯데월드는.

그러나 앞에서 적은대로 영화를 보고 가장 앞에 나오는 감정은 미국의 자뻑 같은 이런 영화를, 비록 전작 아메리칸 스나이퍼만큼 논쟁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왜 이스트우드가 자꾸 만드는걸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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