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9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6 리뷰

이번 편도 예상치 못 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드디어' 쿠퍼가 제정신을 찾았다는 것이 가장 큰 소식이다. 지난 주에는 모든 장면의 내용을 다 적으려다가 글이 길어졌던 터라 이번에는 동일한 식으로 쓰지는 않으려고 한다.

시작은 아버지와 아들의 밤길 드라이브였다. 드디어 리차드 혼이 미스터 씨, 악한 쿠퍼의 아들임이 완전히 확인되었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리차드가 미스터 씨를 대신해 올라간 바위 위에서 아주 강력한 전기 충격으로 소멸된 이후 미스터 씨의 입을 통한 확인이었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미스터 씨는 좌표값을 세 개의 소스로부터 받았다고 말하는데 두 개는 기억이 나는데 하나는 모르겠다. 그가 리차드에게 세 개 중 두 개가 일치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 리차드가 두 개가 일치하는 곳부터 확인해야한다고 하자 너 똑똑하다고 하는 장면은 웃겼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선택할 터인데 그는 어떤 위험을 감지했는지 아들을, 아니 털파의 후손이라고 해야 할까, 대신 보내며(내가 너보다 25살 더 먹었다는 이유를 댈 때도 웃겼다) 조심했다. 과연 누가 그 위험한 좌표를 알려준 것일까? 필립 제프리스(라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후 미스터 씨는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all이라는 그냥은 알 수 없는 문자를 다이앤에게 보냈다. 재미있게도 한밤에 보낸 악한 쿠퍼의 문자가 오후 네 시 경에 다이앤에게 도착했는데 미 대륙 내의 시차가 최대 3시간인데 어찌된 연유인지 모르겠다. 문자를 보낼 당시 전송이 안 된 상태라는 표시가 휴대폰 화면에 보이긴 했다.

문자를 받은 다이앤은 갑자기 충격을 받은 듯 했고, 쿠퍼를 외치며 기억이 난다며 정확한 좌표를 문자로 보냈다. 쿠퍼가 좌표값을 전부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다이앤이 보낸 것 같은데, 이후 다이앤이 의미심장한 배경음악(어메리칸 워먼이라는 제목의)이 깔린 채 고든 콜을 찾아가서 쿠퍼를 예전에 만났을 때의 상황을 고백했다. 드러난 바로는 악한 쿠퍼가 혼수상태(혼수상태는 이번 에피소드의 주요 사건이기도 하다)였던 오드리를 강간하여 임신을 시켰고, 다이앤마저 강간을 했다. 쿠퍼가 키스를 하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다이앤의 표현을 볼 때 악한 쿠퍼와의 접촉이 다이앤의 털파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털파가 원본과 별개로 존재한다면 원본 다이앤은 어디 갔을까. 빨간 방에 착한 쿠퍼처럼 갇혀있는 것인가?

착한 쿠퍼, 더기-쿠퍼는 지난 주의 콘센트 수사(FBI인 쿠퍼의 직업정신이 발현되었다는 ew의 제프 젠슨의 표현이다)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코마 상태지만 그 외 모든 신체 기능은 온전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이니이와 소니 짐 그리고 부쉬넬이 모두 자리를 뜨자 빨간 방의 외팔이 마이크가 또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쿠퍼가 벌떡 일어났다. 쿠퍼는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은 물론 더기로서 살았던 며칠의 기억도 함께 간직하고 있었다. 무려 15시간의 답답함 이후 드디어 FBI, "the FBI"로서의 유쾌하고 당당한 쿠퍼로 돌아온 것이다.

쿠퍼는 트윈 픽스의 보안관 사무실로 가야함을 알고 있었고, 제이니이, 소니 짐과 눈물겨운 이별을 한 후 빨간 문을 통해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쿠퍼가 마이크에게 부탁해 더기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했기에 가능했다. 전에 쿠퍼가 세상에 돌아오기 위해 더기가 빨간 방에 가서 하나의 황금빛 구슬로 변했는데, 그것이 바로 '씨앗'이고 거기에다 쿠퍼의 머리카락(?)만 있으면 더기를 제조할 수 있었다. 손오공보다는 조금 더 성가신 복제방식이다. 더기는 미첨 형제들의 비행기를 타고 트윈 픽스로 향할 예정이다.

허치와 샨탈은 더기를 살해하기 위해 그 집 앞까지 갔으나 더기는 입원 중이었고, 그 틈에 고든 콜의 명을 받은 FBI 라스 베가스 지부의 요원들에 이어 미첨 형제들까지 더기의 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연인 청부살인업자의 종말을 재촉한 것은 차를 조금 옮겨서 주차해달라는 지역 주민의 요청을 거부한 오만함이었다. 미첨 형제의 표현을 빌리면 요즘 사람들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이렇게 주차 문제를 총기 살인으로 해결하는 험한 이웃이 만들어졌다.

에피소드의 종반에 역시나 뱅뱅바가 나오고 한 가수가 공연을 했기에 또 이렇게 끝나나 싶었고, 오드리가 안 나오고 지나가는구나 했는데 아니었다. 오드리는 지난 에피소드에서 찰리를 목졸라 죽일 듯한 기세였는데 둘이 결국 로드하우스에 도착한 것이다. 둘은 마티니를 마시려고 했는데 사회자, 지난 주에 화살표로 볼륨업을 요청하고 춤까지 춘 그가 오드리의 댄스를 요청했다. 여기부터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다. 오드리는 25년 전 여고생 시절 남성들을 유혹하던 그 춤을 그 음악에 맞춰 추었다. 그 춤사위에는 여러 이유로 서글픔이 배어있었지만 묘하게도 로드하우스의 손님들은 그 춤에 맞춰 몸을 가벼이 흔들어댔다. 그러나 그 탈선의 장소에서 어떤 남성이 아내의 부정을 발견하고 대판 싸움이 벌어지자 오드리는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고 외쳤다. 그러자 새하얀 공간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 오드리, 지금까지 시즌3에서 본 오드리의 머리 모양과는 다른 오드리가 경악하는 장면으로 전환되고 끝났다.

오드리가 코마 상태였다는 단서가 있었고, 지난 몇 편 동안의 오드리와 찰리의 모습을 보며 이것은 현실이 아닌 상상 혹은 꿈이라는 추측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런 주장들이 힘을 얻게 되는 모양새다. 15편을 두고서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적인 단편소설인 '법 앞에서'와 유사하다는 글을 보았는데 매우 흥미롭고 설득력이 있었다. 지난 주 리뷰에 썼지만 고든 콜 사무실에 대놓고 걸린 카프카의 사진을 보건대 이번 시즌3가 카프카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과연 진짜 오드리는 어디에 있는지, 주디는 누구인지, 주요 인물들이 모여들 트윈 픽스 보안관 사무실에서 무슨 결말이 날지 다음 주면 알게 된다(물론 궁금한 부분들이 다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17편의 제목은 과거가 미래를 정한다, 18편의 제목은 너의 이름은 무어냐이다.

2017년 8월 22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5 리뷰

매우 슬프고고 흐뭇한 에피스도였다. 뜻밖에도 한 번 더 시리즈에 출연한 로그 레이디는 호크와 조금 긴 통화를 하고 죽었다. 한편 에드와 노마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지난 주에는 트윈 픽스에 대한 글을 많이 봤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봤는데 그렇다고 확 이해가 가게 된 것도 아니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도 다시 보며 이번 시리즈와 연결되는 점들을 여럿 확인했다. 글을 쓰며 참고가 될 지점들은 언급하기로 한다.

우선 오프닝 신에 대해 생각해봤다. 오프닝은 원작 시리즈의 목재 공장의 장면은 사라지고 안개가 많은 산을 보여주다가 폭포로 끝난다. 폭포에서 물은 당연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지만 카메라 앵글은 마치 물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퍼지는 느낌을 준다. 마치 핵폭탄이 터진 후 버섯구름이 생겨나듯이. 버섯 구름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한다.

에피소드의 시작은 14편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네이딘이 금삽을 들고 씩씩하게 아주 먼 길을 걸어가서 에드의 주유소에 도착했다. 그들의 대화는 네이딘이 드디어 에드를 완전히 놔주기로, 즉 노마와 함께 하라고 허락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이 커플이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네이딘은 닥터 앰프, 자코비 덕에 에드를 드디어 놓아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에드는 자코비가 무슨 방송을 하는지 알고 있고 그다지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다. 둘이 자코비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자코비의 많은 출연 분량을 감안하고, 트윈 픽스에서 가장 강력한 주술 중 하나인 네이딘의 마수에서 에드가 드디어 탈출했으니 닥터 앰프가 앞으로 세 편 남은 시즌에서 더 큰 일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이어지는 장면에서 나쁜 쿠퍼는 칠흑 같은 밤길에 자동차를 몰아 그 유명한 편의점에 도착한다. 편의점은 아마 8편에서도 나왔을 텐데 원래는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필립 제프리스가 꿈속에서 가보았다는 장소다. 이 때 흐르는 음악의 제목에는 히로시마가 들어간다. 전에도 이 음악이 한두 번 시즌3에서 우즈맨과 연관되어 사용되었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다. 즉 우즈맨과 블랙 로지는 8편에서 나온 핵실험과 분명히 연결되는 것이다.

확인차 앞 에피소드들의 몇 장면을 다시 봤는데 3편에서 나오는 고든 콜의 필라델피아 사무실에는 그의 책상 바로 뒤에 걸린 거대한 사진 속에 핵폭발 이후의 버섯 구름이 있고, 맞은 편 벽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사진이 걸려있다. 데이빗 린치의 의도가 상당히 반영된 벽 장식일 것이고, 지난 편에서 모니카 벨루치와 관련한 꿈 이야기를 감안하면 감독으로서의 린치가 미국의 현대적 악이 핵실험에서 기원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선언으로 보면 될까 싶다.

나쁜 쿠퍼, 레이도 그렇고 팀 로스와 제니퍼 제이슨 레이가 연기하는 허치와 찬탈은 모두 가장 무거운 범죄인 살인을 저지르고 태연히 자신들의 밥 먹을 걱정이나 하는 인물이다. 그들은 어린 자식 앞에서 아버지를 저격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그들은 라스 베가스의 또 하나 악한인 덩컨 토드를 살해한 후 햄버거를 뜯으먹으며 미국은 기독교 나라면서 인디언을 학살한 살인자의 나라라는 이야기를 자신들은 살인자 나라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듯 태연히 말했다.

다시 편의점 장면으로 돌아가면 나쁜 쿠퍼는 누군가의 안내를 받아 계단을 올랐고 사라졌다. 이들은 어느 방에 들어갔는데 벽 장식으로 보건대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로라가 방에 걸어두라고 블랙 로지의 아주머니에게 받은 그 그림 속의 방 같았다. 그 방에서 필립 제프리스를 찾는 나쁜 쿠퍼를 보며 다른 남자가 기계를 작동하자 역시 영화판에서 나왔던 하얀 가면을 쓴 아이의 얼굴이 잠깐 보였다. 쿠퍼는 긴 복도와 또 하나의 계단을 올라갔고, 그 위에는 적지 않은 방이 있는 기다란 집이 있었다. 마치 영화판에서 편의점 위에 살던 아주머니 같은 실루엣을 한 어떤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줬고, 쿠퍼는 드디어 필립 제프리스를 만난다.

처음에 15편을 보고 나서 엔딩 그레딧에서 필립을 데이빗 보위가 연기했다길래 그렇다면 죽기 전에 목소리만 어떻게 녹음했구나 싶었다. 그러나 재차 확인하니 목소리는 다른 배우가 연기했고, 보위는 영화판의 장면으로 등장했던 것이었다. 화면 속의 필립은 기계와 그 기계가 내뿜는 수증기 혹은 연기였다. 둘은 서로 만났음을 인정했지만 무언가가 어긋나고 있었다. 레딧의 글에서 필립이 이상하다는, 필립을 사칭한 다른 누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미 제기된 바 있는데 필립은 레이를 알지만 나쁜 쿠퍼를 죽이기 위해 레이를 보내지도 않았고, 나쁜 쿠퍼의 전화번호를 모르니 전화를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도플갱어가 흔한 트윈 픽스이니 필립의 도플갱어도 있는 것일까?

나쁜 쿠퍼는 영화판에서의 만남에서 필립이 강조했던 인물인 주디가 누구냐고 계속 물었다. 그러자 필립은 이미 쿠퍼가 주디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고, 어떤 숫자 다섯 개 정도를 연기로 보여주며 적어두라고 권했다. 주디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이미 레딧에서는 논의가 있었는데 물론 결론은 없다. 다이앤? 오드리?

전화를 받으며 편의점을 나오게 된 나쁜 쿠퍼는 자신을 따라와서 총구를 겨누는 리차드 혼과 마주친다. 리차드는 그를 그냥 FBI 요원인 쿠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자신의 범죄 때문에 도둑이 제발 저려 겁을 먹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오드리 혼이라고 밝혀 시청자들이 거의 확신하고 있던 의혹을 해결해주었다. 물론 아버지가 누구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이전의 설정상 나쁜 쿠퍼인 게 거의 확실할 것이다. 이 둘은 트럭을 타고 가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번 편에는 뱅뱅바가 두 번 등장한다. 먼저 나온 뱅뱅바 장면에서는 르네를 발견한 제임스가 인사를 건네다가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르네라는 여성은 2편에서 셸리 옆에 있던 여성이고, 이 때도 뱅뱅바에 온 제임스가 자꾸 눈길을 줬던 사람이다. 이후 제임스가 뱅뱅바의 가수로서 공연을 할 때 눈물을 흘리던 것도 르네다. 그러나 그녀는 멀쩡히 남편이 있는 여성임이 드러났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르네를 향해 눈치도 없이 제임스가 인사를 건넨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남편에게 무례한 처사였다. 제임스는 르네 남편과 그 친구에게 흠씻 얻어맞았다. 그러나 그 옆에는 무적의 오른손 주먹을 가진 프레디가 있었다. 프레디는 약하게 때렸지만 제임스를 공격한 두 남성은 응급실행이다. 제임스와 프레디는 감옥으로 가서 이미 수감된 Naido, 채드, 술 취한 남자와 만난다. 프레디가 파이어맨이 점지한 운명에 따라 트윈 픽스로 왔는데 감옥에 갇힌 만큼 그의 운명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Naido가 있는 바로 그 감옥에서 무언가 큰 일을 하는 것 같다. 프레디를 감옥으로 보내기 위해 제임스가 그렇게 멍청하게 도발을 하는 설정을 했으리라. 2편에서 셸리가 말한 교통사고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눈치가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베키의 남편인 스티븐이 숲 속에서 자살하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 스티븐은 도나의 여동생과 숲 속의 큰 나무 밑에서 마약 기운 혹은 금단 증상으로 몸을 떨면서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둘의 대화를 보건대 스티븐이 베키를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스티븐은 산책 나온 트레일러 파크의 주민을 보자 화들짝 놀라 총을 감추는 듯 보였고, 도나 여동생은 나무를 돌아 다른 쪽으로 도망갔다. 그녀가 왜 도망쳤을까. 그 전까지는 스티븐의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트레일러 파크의 주민은 관리인인 칼 로드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칼 로드는 훨씬 젊어서 사실 영화를 최근에 다시 보기 전까지는 매치가 안 되었다. 영화 속의 젊은 칼은 지금의 성인군자 같은 캐릭터는 아니고 조금 더 다혈질이었다.

더기-쿠퍼는 제이니이가 주는 케익을 맛있게 먹다가 갑자기 TV 리모콘을 누르고, 또 먹다가 눌러봤다. 지극히 수동적인 더기-쿠퍼의 과거 행동을 감안하면 꽤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그가 전원 버튼을 우연히 누르자 어떤 영화가 나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TV에서 고든 콜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더기-쿠퍼는 깜짝 놀랐고 이후 콘센트에서 예의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는 케익을 먹을 때 쓰던 포크로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그 위험한 행동, 포크로 콘센트 쑤시기를 시도하다가 감전이 되었고 이후 다른 장면으로 넘어간다. 더기-쿠퍼 캐릭터에 대해서 행동이 아이 같다며 무너진 아버지의 모습을 상징한다는 해석을 떠올리게 한다. 전기 콘센트를 통해 세상에 돌아온 쿠퍼가 콘센트와 전기를 통해 접촉했다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로그 레이디의 마지막은 숙연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전에 린치, 즉 고든 콜이 알버트를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생사를 다투는 투병을 한 배우들이 정말 죽음을 앞두고 열연을 했다는 게 놀랍다. 그만큼 이 시리즈가 배우로서 그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그 레이디는 호크에게 자신은 이제 죽어가지만 이게 끝이 아니고 다른 식으로 또 만나게 됨을 예고했다.

호크는 통화가 끝난 후 로그 레이디에게 굿 나잇에 이어 굿 바이를 건네며 그녀가 죽었음을 이미 알았다. 호크는 프랭크 트루먼이 업무를 보고 있던 회의실에 바비, 앤디, 루시를 불렀다. 로그 레이디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회의실에 들어오던 앤디와 루시의 모습은 14편에서 앤디가 파이어맨 앞에 갔을 때 봤던 그 장면으로 보인다. 덧붙여 앤디가 거인 앞에서 본 마지막 장면은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칼 로드의 트레일러 파크에 있던 전봇대(?)였다.

오드리는 여전히 로드하우스에 가지 못 하고 남편이라고 하는 찰리와 다투고 있었다. 오드리와 함께 로드하우스에 가려고 코트까지 입은 찰리는 오드리에게 코트를 입으라고 권유했는데 오드리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찰리를 몰아붙여 결국 찰리는 다시 코트를 벗고소파로 돌아갔다. 오드리는 결국 그 방을 별로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 찰리가 내가 알던 사람과 달라보인다고 주장하더니 소파로 돌아간 찰리를 덮쳐서 공격한다.

마지막 장면은 역시 뱅뱅바, 로드하우스다. 한 젊은 여성이 홀로 앉아 공연을 보고 있는데, 폭주족으로 보이는 두 남성이 와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를 들어서 바닥에 주저앉히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지난 편에서 새라에게 집적대던 남성처럼 왜곡된 남성성에 대한 비판의 일환일 것이다. 그녀는 바닥에 있다가 기어서 앞으로 가기 시작하고는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낯설고 거친 남자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자신은 바닥에서 기어가는데 아무도 봐주지 않고 공연만 보며 춤추는 현실에 대한 저항일까?

엔딩 크레딧은 뱅뱅바 공연이 아니라 편의점 위에 있는 가상의 그 공간을 보여준 것 같다. 한 번 장면 전환이 있는데 무슨 의도일지 모르겠다. 참고로 지난 편 엔딩에서 에드가 밖을 내다보며 음식을 먹을 때 창에 비친 자그마한 에드의 모습을 포착한 레딧의 내용이 있었다. 나는 한참을 돌려보고야 알아볼 수 있었는데 현실의 에드와 창 속의 에드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뱅뱅바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고 마치기로 한다. 영화판에서 뱅뱅바는 퇴폐의 장소였다. 고등학생인 로라와 도나가 술을 마시고, 운영자인 자크 르노가 로라에게 매춘을 알선한 곳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매 번 엔딩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밴드나 가수가 공연하는 바로 그 와중에 로라는 그런 끔찍한 일들을 하고 겪고 있었던 것이다. 2편을 다시 보니 자크 르노를 연기했던 그 배우가 장-미셸 르노로서 로드하우스를 경영하는 장면을 얼핏 볼 수 있었다(물론 다른 에피소드에서 그 악명높은 바닥 청소 장면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설명이 된다). 당시 장-미셸은 셸리의 남자 친구가 될 레드와 무언가 논의하고 있었다. 밥이 사라진 트윈 픽스에는 2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10대 매춘과 마약 거래가 성행하는 로드하우스가 있고, 밤마다 그곳에는 썩어 있는 사회의 일면을 외면하고 그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거대한 군중이 있다.

2017년 8월 14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4 리뷰2

다시 한 번 보고 나니 생각하지 못 한 부분도 있고 처음에 생각했으나 아까 못 썼던 부분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호텔 방에 고든 콜과 태미, 알버트가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가 유리창을 닦기 시작하자 그 소음 때문에 고든이 입을 크게 벌리며 싫어하는 표정을 지은 부분이다. 처음 볼 때는 장면의 의미가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고든의 표정과 유리창 청소할 때의 소음은 눈없는 여인 Naido와 닮아있었다.

그리고 고든 콜의 꿈 속 장면에서 파이어 워크 위드 미 시절 처음으로 필립 제프리스 즉 데이빗 보위가 데일 쿠퍼를 만나는 대목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까 리뷰에서 오해를 했다. 재차 확인하니 고든은 그곳에 있지만 있지 않은 사람으로 필립을 지목하는 듯 했지만, 필립은 쿠퍼를 가리키며 이게 누구인 것 같냐고 고든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필립은 이미 쿠퍼가 이상한 존재였음을 알아챘다는 의미로 보인다. 알버트가 태미에게 설명했듯이 블루 로즈 사건의 시작은 1975년 로이스 더피라는 이름의 여성이 두 명 있었고 하나의 로이스가 다른 로이스를 살해했고, 죽은 로이스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었다. 데이빗 린치가 이 설명을 넣고 두 명의 쿠퍼에 대해 강조한 걸 보면 두 쿠퍼의 운명이 로이스의 경우와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앤디가 파이어맨과 만나서 봤던 일련의 장면들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앤디가 본 환상은 대본 상에 The Experiment라고 나오는, 1편 초반에 유리 상자를 지켜봐야했으나 정신없이 사랑을 나눈 두 남녀를 무참히 살해한 존재부터 시작된다. 이후 핵실험 이후 밥이 포함된 거품을 내뿜는 존재가 나타났는데, 이 존재의 형상은 The Experiment와 유사하기도 하다. 만약 앤디가 본 환상들이 시간순이라면 핵실험으로 상징되는 The Experiment가 있고 그것이 밥을 포함한 악을 세상에 내뿜었다는 설명으로도 보인다. 이후로는 편의점이 나오고, 이후 갓 어 라이트?를 외치는 우즈맨이 등장한다. 이것은 모두 핵실험 이후 오래 되지 않은 후의 사건들이다. 다음에는 학교에서 도망치듯 달려가는 소녀가 잡히는데 이는 로라의 죽음 이후일 것이다. 이어서 빨간 커튼과 로라의 사진 그리고 양 옆으로 천사들의 형상이 나온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가 로라가 구원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줬기에 앤디가 본 여기까지의 환상은 핵실험부터 이전 시리즈와 영화판의 이야기의 결말까지 다루고 있다.

그런데 환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두 명의 쿠퍼가 나오고, 보안관 사무실의 전화가 울리고, 이후 앤디와 루시의 장면이 나오고, Naido의 손을 잡은 앤디 그리고 어떤 주소를 나타내는 듯한 숫자가 적힌 전봇대 같은 기둥이 보인다. 이걸 다 보고 앤디는 Naido가 매우 중요한 존재이고 아무도 이 사건을 알아서는 안 된다고 일행에게 신신당부해다. 이렇게 보면 Naido가 로라와 어떤 연관이 있거나 이야기 상에서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모니카 벨루치가 왜 등장했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인터넷에서 그 배경을 검색하지 않은 상태에서 떠오르는 유일한 생각은 그녀가 매트릭스 시리즈에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매트릭스도 현실과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면 그녀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그녀 자신이 세계의 뭇 남성들의 환상 속의 대상이기도 하다.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4 리뷰

데이빗 보위와 모니카 벨루치가 등장한 흥미로운 에피소드였다. 보위의 경우는 영화판인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화면으로였고, 모니카 벨루치는 고든 콜의 꿈 속의 장면으로서였다. 엔딩 크레딧에는 데이빗 보위를 추모하는 문구가 올라갔다. 보위가 죽기 전에 시즌3에 참여했느냐도 관심거리였는데 이렇게 과거의 젊은 시절 영상 자료로서만 등장하고 말 것 같다.

드디어 고든 콜이 트윈 픽스에 전화를 걸면서 FBI의 수사가 트윈 픽스를 향하게 되었다. 또한 더기의 아내인 제이니-이가 다이앤의 배다른 자매라는 놀라운 사실이 공개되었다. 이로써 고든 콜의 블루 로즈 팀은 라스 베가스에 있는 더기에게도 눈을 돌리게 되어 고든 콜과 쿠퍼, 린치와 맥라클란의 재회가 예고되었다.

알버트는 태미에게 블루 로즈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그 사건에는 한 명의 여성이 둘 존재하는, 마치 쿠퍼가 둘 존재하는 것 같은 상황이 있었다. 이에 대해 태미가 나름대로 이해하면서 tulpa라는 말을 했는데, 위키에 따르면 이는 원래 티벳 불교의 개념인 모양이고 상상의 친구라는 뜻의 현대적 용법도 있다고 한다

트윈 픽스 보안관 사무소에서는 채드가 갑자기 체포되었다. 전에 리차드를 도와주는 채드의 비행이 방영되긴 했지만 사실 다른 보안관들이 채드를 오래 전부터 감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트루먼, 호크, 바비, 앤디가 브릭스 소령이 남긴 쪽지에 적힌 장소로 향했다. 깊은 산 속인 줄 알았던 그 장소에는 의외로 전선이 지나가고 있었고 전선에는 전기로 인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잭 래빗(잭래빗은 미국적 동물이었다. 종 분류로는 rabbit이 아니라 hare라고 한다)의 궁전이라는 곳은 나무 둥치라고 불러야할까, 오래된 나무인데 줄기의 아랫 부분만 남았고 그 모양이 성과 유사하긴 했다. 보안관들이 가야 할 장소는 이 나무에서 조금 떨어져있었다. 그 곳에는 시즌3의 3편 혹은 4편에 등장하여 빨간 방을 벗어난 쿠퍼가 만났던 눈이 없는 여성이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브릭스 소령의 쪽지에 적힌 2시 53분이 되자 또 하늘에서 소용돌이가 생겼고 여성의 손을 잡고 있던 앤디가 손을 놓고 일어섰다가 그 속에 빨려들어갔다. 앤디는 시즌3 첫 장면, 거인과 쿠퍼가 만났던 그 장소로 갔다. 그 거인은 자신을 파이어맨이라고 불렀다. 아마 소방관을 의미할 것 같은데 에피소드 후반에 나온 영국 출신의 청년도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자신을 파이어맨이라 부른 존재와 만났다고 한다.

앤디는 그 방의 천장에서 우즈맨들을 비롯해 과거의 중요한 장면들을 보았고, 거기서 두 명의 쿠퍼가 존재한다는 것도 분명히 이해했다. 그 방 이후에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쿠퍼와 달리 앤디는 곧 원래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더 똑똑하고 단호해졌다.

숲에서 발견한 여성(극중 이름은 Naido고 유우키 나에라는 일본인 이름의 배우)을 보호의 차원에서 감옥에 데려갔는데 옆에는 채드와 또 다른 남성이 있었다. 알 수 없는 그 남성은 채드의 말의 뒷 마디를 마치 더기처럼 그러나 비꼬는 투로 따라했고, 숲 속의 여인의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도 따라했다. 그 남성은 얼굴이 전부 다쳤거나 병에 걸렸거나 하여 기괴한데 입에서 피까지 끊임없이 흘리고 있었다. 에피소드 마지막 뱅뱅바에서 두 여성의 대화를 감안하면 그가 빌리가 아닌가 의심되는데 엔딩 크레딧엔 빌리가 없었다. 그는 크레딧에 'Drunk'라고 된 Jay Aaseng 같다.

제임스 헐리가 지난 편에 이어 등장했는데 그의 직업이 드러났다. 그는 벤자민 혼의 그레이트 노던 호텔의 경비원이었다. 그의 옆에는 젊은 남성, 위에서 언급한 영국 청년이 있었다. 그 둘은 호두를 까먹고 있었다. 청년은 손가락으로 호두를 부수는데 힘이 너무 세어서 호두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청년의 사연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그 날이 제임스 헐리의 생일이라고 하여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재미있게도 청년은 제임스를 지미라고 불렀다. 제임스가 이름을 속였나 싶었지만 제임스를 그렇게도 부를 수 있는 모양이다)

이야기는 그 청년이 런던의 어떤 골목길에서 예의 그 소용돌이를 만나 파이어맨을 만났고, 어느 가게에 가서 개봉된 상자 안에 있는 오른손 장갑을 사야 하고 그걸 끼면 엄청난 손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며, 그가 미국의 트윈 픽스에서 그의 운명을 만나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분명한 영국 액센트의 23살 청년이 벤의 호텔에서 제임스를 만났다. 이야기를 잘 듣고 난 후 제임스는 호텔의 보일러실을 체크하러 가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듯 한데 그 실체를 잘 모르겠다.

이후 새라도 전편에 이어 등장했다. 새라는 집의 보드카 병들로 충분하지 않은지 뱅뱅바가 아닌 다른 바에 가서 블러디 메리를 주문했다. 구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남자가 접근하여 수작을 부리다가 새라가 응하지 않자 그녀를 레즈비언이라고 욕하며 위협했다. 그러자 새라는 시즌 초반 로라가 했던 바로 그 기술, 얼굴을 손으로 열어보이는 그 묘기를 빨간 방도 아닌 바에서 선보였다. 공격적이었던 그 남자는 겁에 질렸고 곧이어 새라의 희한한 공격을 받아 목에서 피를 흘리며 즉사했다. 새라는 처음에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사람들이 모여든 이후 이내 침착하고 더 나아가 냉정하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는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장면으로서 뱅뱅바에서 또 알 수 없는 배우들이 등장해 마을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에는 오드리와 찰리의 대화에서 등장한 빌리와 직접 연관된 사람이 등장했다. 한 여성은 티나의 딸이었다. 티나와 빌리는 부적절한 관계라는 점이 다시 이야기되었는데, 티나의 딸은 빌리가 자신의 집에 와서 이상한 상태에서 피를 흘리고 뛰어다녔던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빌리가 감옥에 있는 그 남성이 아닌가 싶은데 아직은 미확인 상태다.

앞에서 고든 콜의 꿈 이야기를 빠뜨렸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시즌3의 테마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내용 같다. 고든 콜은 꿈에서 모니카 벨루치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태미, 알버트 등에게 해주었다. 꿈에서 모니카 벨루치가 나왔다면 로맨틱을 넘어 에로틱한 장면이 연상될 터인데 실제 그렇지는 않았다. 모니카 벨루치는 고든 콜에게 "우리는 꿈을 꾸고 그 꿈 속에서 살고 있는 꿈꾸는 사람 같다. 그런데 꿈꾸는 사람은 누구지?"라고 했다. 또한 고든 콜은 꿈에서 그녀와 만나는 와중에 뒤를 보며 젊은 시절의 그를 보았다. 그 젊은 시절은 파이어 워크 위드 미의 시기를 말한다. 그 때 쿠퍼가 고든 콜에게 꿈 이야기를 했고, 이어서 데이빗 보위가 등장했는데 그는 거기에 있었지만 거기에 없었다고 한다.

사실 이 이야기들은 선문답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고대부터 반복되는 호접몽 같은 테마 같기도 하다. 결국 트윈 픽스의 어떤 이야기들은 꿈 속의 이야기라는 말일까? 트윈 픽스라는 세계가 린치와 프로스트의 꿈의 세계라는 것은 확실한데 그 시청자, 애청자, 매니아들의 꿈의 세계이기도 하다는 말일까?

2017년 8월 8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13 리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트윈 픽스의 심층 리캡을 담당한 제프 젠슨의 12편에 대한 평가는 B-로 좋지 않았다. 그를 비롯해 상당수의 리캐퍼, 리뷰어들이 오드리가 갑자기 등장해서 시청자들이 전혀 모르는 인물들을 몇 명이나 거론하며 불평했던 장면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만 당혹스러운 게 아니었구나 싶었지만 시즌3에 대한 반응이 초반만큼 열띠지 않아보인다.

13편은 시즌 1, 2에서 안타까운 로맨스의 한 쌍인 에드 헐리와 노마 제닝스가 정답게 앉아있는 장면이 나와서 좋았다. 하지만 노마는 또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모양이다. 그 남자는 노마의 더블R 식당을 프랜차이즈로 확장시킨 듯 하고, 노마의 바람과 달리 덜 건강하고 싸구려인 재료를 이용하여 사업을 하고 있었다. 노마의 체리 파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번에는 많은 분량이 나온 더기/쿠퍼가 체리 파이를 그렇게 탐닉하는 것도 노마 덕분일 것이다.

에드는 노마와 월터(?)가 사업 이야기를 하도록 바비와 함께 다른 자리로 피신했고 이후 엔딩 크레딧의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한다. 에드는 자신의 주유소, 노마의 더블R 식당이 변한 것처럼 25년의 세월에 걸맞게 조금 변한 그 주유소에 홀로 앉아 더블R의 음식을 먹으며 무언가 작은 종이 조각 하나를 불태운다. 불은 트윈 픽스 시리즈에서 중요한 소재이므로 일종의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네이딘은 닥터 자코비 혹은 닥터 앰프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것을 알고는 반색했다. 네이딘은 자신의 자랑스러운 소음이 전혀 없는 커튼으로 닥터 앰프의 금삽(말 그대로 금칠한 삽)을 가렸다가 보이게했다가 한다. 네이딘과 에드가 같이 있는 장면이 없는 걸 보면 이 커플이 마침내 별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에드와 노마가 애초에 함께 하지 못 한 것이 네이딘 때문이었고 에드와 노마가 함께 살지 않는 걸 볼 때 여전히 네이딘과 에드가 부부일 수도 있다.

오드리는 이번에도 출연했는데 지난 번에 약 7분 정도 등장한 것에 비해 아주 짧게 등장했다(그렇지만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번에도 매우 짧게 출연했다). 오드리는 트윈 픽스의 그 유명한 로드하우스가 어디인지 모르는 아주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녀는 로드하우스로 가고 싶기도 했고, 남편인 찰리의 옆에도 있다고 싶었다. 또 자기가 누군지도 헛갈리는 눈치다. 전편에서 그녀와 찰리의 부자연스러운 대화 때문에 이들이 일종의 빨간 방 같은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는데 이번 대화로 그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생각해보니 이번에는 FBI 팀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퍼스코 형사 삼형제가 등장해서는 더기/쿠퍼의 지문 조회를 한 결과 얼마 전 감옥을 탈출했고, 동시에 한참 전에 사라진 FBI 요원이라는 걸 알게 되고는 이게 무슨 지독한 농담이냐는 듯이 껄껄 웃고 조회 결과를 구겨서 버렸다.

13편에 가장 많은 분량은 나쁜 쿠퍼, 혹은 미스터 C와 더기/쿠퍼가 담당했다. 주인공이 오래간만에 주인공 답게 분량을 맡은 것이다. 우선 나쁜 쿠퍼는 자신의 배에 총알을 박은 레이를 찾아왔다. 레이 주변에는 일련의 거칠어보이는 남자들이 있었는데 이 조직은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도 팔씨름으로 두목을 결정하고 있었다. 나쁜 쿠퍼가 수적으로 불리한 장소에 도착해서 총알받이가 되지 않기 위해 안전장치를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실소를 자아냈다. 당연히 나쁜 쿠퍼는 팔씨름을 이겼고 팔씨름짱 두목의 얼굴을 주먹 한 방에 말 그대로 뭉개버렸다. 이후 레이를 고문해서 필립 제프리스의 지시 사항을 알아냈고, 그가 어디 있는지(더치맨이라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도 파악한다.

이 장면들에서 재밌는 것은 처음 나쁜 쿠퍼가 왔을 때 스크린 화면, 그러니까 프로젝터의 빛을 쏘는 그런 스크린을 레이와 그 일당이 지켜보는 광경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자세로 그들은 나쁜 쿠퍼가 어떻게 거기까지 왔는지를 궁금해한다. 이후 나쁜 쿠퍼가 레이를 고문할 때도 그 일당들은 그 스크린 화면을 통해 나쁜 쿠퍼의 동선을 바라본다. 그런데 마치 카메라가 몇 대 있는 것처럼 다른 각도의 화면들이 보여진다. 이 때는 뜬금없이 리차드 혼까지 등장하여 그 장면을 바라본다. 이런 설정이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는 바로 파악되지 않는다. 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비현실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일까? 나쁜 쿠퍼와 더기/쿠퍼의 공간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은 계속 지적되고 있는데 애초에 창조된 트윈 픽스의 세계에서 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간 비현실성의 공간은 무슨 의미인지도 더 따져볼 일이다. 여하튼 레이가 원래는 나쁜 쿠퍼를 죽이고 그 손에 끼우기로 했던 반지를 스스로 자기 손에 끼고 살해된 이후 반지가 먼저 사라져서 빨간 방에 갔고 죽은 레이도 빨간 방에 갔다. 

미첨 형제는 더기/쿠퍼 덕에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되자 더기/쿠퍼에게는 물론 보험사 사장 부쉬넬에게도 고가의 선물을 안겼다. 미첨을 통해 더기/쿠퍼를 암살하려고 했던 동료 앤서니는 패닉에 빠졌고, 하루 안에 더기를 죽이라는 토드의 명령을 받게 된다. 앤서니는 자신과 연결된 경찰에게서 독약을 획득하여 다음 날 더기의 커피에 독약을 타는데 성공한다. 더기가 갑자기 체리 파이에 꽂혀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온 더기는 앤서니의 어깨를 이곳저곳 짚었다. 처음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자켓 위의 비듬을 치워주나 싶었지만 그러진 않았고 어깨를 만져준 것 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앤서니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독약이 든 커피를 화장실에 버리고 사장에게도 그동안의 음모와 악행을 다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새라에 대해 적어야겠다. 지난 편에서는 처음에 몰랐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의 설명을 보고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로라의 방 근처에 있는 천장에 달린 선풍기 장면과 호크가 새라를 찾아왔을 때 집 안에서 유리병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 장면이다. 선풍기 장면은 불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일 수 있고, 유리병 소리는 새라가 가게에 놓고간 물건을 남자 점원이 배달하러 갔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었고(이것은 그럴 듯 하지만 배달 차량이 안 보이는 걸 볼 때 호크가 왔을 때 점원이 집 안에 있었다고 하기도 어렵고 새라가 굳이 점원의 존재를 속일 필요도 없다) 혹은 검은 아저씨들 같은 초자연적 존재가 집 안에 있으리라는 가설도 있다.

새라는 이번 편에서는 보드카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봤는데 요상하게도 화면 속에서는 권투 시합이 한창 진행 중인데 같은 장면이 계속 반복됐다. 어느 방송사의 화면이 그렇다면 대단한 방송 사고이고, 새라 집의 어떤 힘 때문에 화면이 무한반복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쉽사리 공포스러운 표정을 만드는 새라는 태연했다. 그렇다면 새라는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다고 느끼거나 그녀 자신이 반복 재생되도록 설정을 했다는 말인데 어느 것이건 오싹한 설정이다.

이번 주의 뱅뱅바의 공연은 놀랍게도 오래간만에 출연한 제임스 헐리의 공연이다. 그가 부른 노래는 분명히 예전 트윈 픽스의 어느 장면에서 본 것인데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리캐퍼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제임스의 노래는 클럽을 찾은 어느 여성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혹시나 젊은 시절 제임스와 연애한 도나나 로라의 영혼이 들어간 인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