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역사상 가장 화제를 몰았던 TV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왕좌의 게임이 종영되었다. 지난 편에서 대너리스가 드로곤의 화염으로 킹스 랜딩을 초토화한 상황에서 이제 어떻게 상황들이 마무리되느냐가 남은 상황이었다. 최대 관심사인 누가 왕이 되느냐에 대해 작가들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내놓았고, 그 외에 아랴의 선택 정도가 예외적이었던 것 같다. 피날레 에피소드 내내 날리던 회색의 재는 마치 눈처럼 보였다. 흰 눈의 겨울, 나잇킹의 죽음의 시간에 이어 회색의 종말, 잿더미의 시간이 출현하고야 말았다. 누군가 대니를 막아야했다.
지난 편에서 보인 대너리스의 학살은 존 스노우의 충성심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대니가 즉위식을 하던 장면에서 드로곤의 날개가 마치 대니의 날개인양, 즉 대니가 마치 악마의 날개를 단 것처럼 편집한 것은 대니의 정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존은 자신이 왕이 될 생각은 없지만 대니가 여왕으로 세븐 킹덤을 통치하게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죽인다. 다소 허무했던 그 살해 장면에서 드로곤은 화염을 내뿜었으나 시리즈의 주인공인 존 스노우가 아니라 아이언 쓰론을 향한 것이었고, 그래서 모두가 탐내고 대니가 만져보며 기뻐했던 그 철의 왕좌는 녹아내렸다. 마치 그 왕좌가 자신의 어머니, 대니를 죽였다고 원망하는 것처럼. 원군도 거의 없이 왕을 살해한 존은 언설리드 군대에 의해 투옥되었다.
대니의 왕위 즉위식 격이었던 장면에서 암살자 아랴가 걷는 장면이 보여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그녀가 대니를 암살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었으나 아직 그런 행동을 할만한 이유가 그녀에게 부족했다고 작가들이 판단한 것 같다. 나중에 대서양 개척을 떠나는 탐험대를 이끄는 그녀를 보건대 전문 암살자로 성장한 자신의 과거와 완전한 결별을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역사에서 보았던 것처럼 유럽인들의 대서양 횡단은 또 다른 학살을 낳았기에 그녀의 행보에 대한 설정에는 의문이 따른다.
로버트 배러씨언이 죽은 이후 최대의 관심사인 세븐 킹덤의 최종 주인공은 브랜이 되었다. 티리언이 수감자의 상태로 손이 묶인 상황에서 브랜이야말로 '스토리'와 기억의 왕이기 때문에 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브랜이 왕이 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야말로 쿨하게 내가 무엇 때문에 여태 살았다고 생각하냐는 되묻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냈다. 아이언 쓰론이 사라진 상태에서 이미 왕좌인양 의자에 앉아서 오래 생활한 브랜의 모습은 준비된 왕의 그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예정된 대로 벌어진다는 듯한 브랜의 통치를 과연 통치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대니와 산사의 최대 갈등 지점인 북부의 독립은 산사의 소원대로 성취되었다. 다른 지역의 군주들이 자신들의 독립을 함께 주장하지 않는 것은 이상했다. 아마도 티리언의 주장처럼 대니 이후의 군주를 자신들 중 누군가가 합의로 선출한다면 자신이나 그 가문에서 왕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참았으리라 상상해본다. 샘이 소위 대중 민주주의를 주장했고 다른 군주들은 모두 실소하며 무시해버렸는데, 죽을 것으로 예상된 대니 이후의 정치체로 민주주의를 상상한 팬들도 적지는 않았다. 여기서의 결론은 최소한 혈연으로 인한 왕위 계승이 아니라 능력에 따른 왕위 계승을 합의했는데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포스트 브랜의 세븐 킹덤은 아마도 나이트 킹의 기억, 드래곤들과 대니의 이야기가 전설이 되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격랑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쓸데없는 팬의 걱정일 것이다.
지난 편에서 고스트를 북부로 보내버린 존 스노우에게 반려견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고 질타한 팬들이 많았는데 의외로 존은 고스트와 재회하고 앞으로 헤어지지 않을 것 같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겠다고 약속한 존에게 가장 애정에 가까운 것을 줄 상대는 고스트밖에 없다. 약간 멍청한 표정의 토문드가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다시 등장했는데 그와 브리엔 사이에 다음 기회가 있을런지 없을런지도 조금은 궁금하다. 제이미가 죽었기에 그로서는 작은 희망을 걸지도 모를 일이다.
티리언이 몇 차례에 걸쳐 핸드 오브 킹이 되며 인생이 희한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모습도 있었고, 시리즈의 첫 장면이 장벽 너머에서 시작된 죽음이었던데 반해 마지막은 다시 삶의 터전을 개척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로 그려진 것도 수미쌍관을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었다. 시리즈는 세븐 킹덤의 왕을 여자로 만드는데는 실패했지만 최소한 북부에서 독립된 왕국을 여왕이 통치하게 되었고, 브랜이라는 최고의 능력자이지만 장애인이 왕이 되었다는 설정도 사회적 올바름의 측면에서는 고무적인 선택이라고 하겠다. 마음에 안 드는 팬들도 많겠지만 최소한 게으른 마무리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2019년 5월 20일 월요일
2019년 5월 15일 수요일
왕좌의 게임 시즌8 5화, 웰컴 투 마르웬, 더 프론트 러너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은 세 편 연속 영화 한 편 분량의 러닝 타임을 보이고 있다. 나이트 킹과 화이트워커들의 소멸 이후 4화에서 대너리스의 드래곤이 하나 더 사망하고 이제 5편에 이르면 시리즈 최고의 악당 중 하나로 설정된 써씨가 퇴장한다. 대니와 드로곤의 분노의 화염으로 킹스 랜딩이 초토화될 때 그 불길을 피하며 탈출하는 과정은 한 모녀와 아랴의 동선을 통해 처연하게 표현되었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는 원작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아직 출간되지 않은 6권 이후의 이야기가 TV에 먼저 방영되는 중이다. 레딧의 어떤 이는 작가인 마틴이 이미 6, 7권을 썼지만 시리즈 종영 이후에 출간하기로 합의했다는 설을 주장했는데 진위 여부가 어찌되었건 작가의 본심을 알 수 없는 독자들은 TV 시리즈의 전개, 특히 파이널 시즌의 흐름에 분개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큰 흐름에 있어 TV 시리즈의 작가들과 마틴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는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점을 인정하더라도 책의 깊이에 TV 드라마가 따라가지 못 한다는 불평은 남는다. 나는 책을 안 봤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시즌8이 왜 이전의 10편 구도가 아니라 6편으로 끝나느냐는 불만이 많다. 하지만 3~5편이 통상적인 에피소드의 2배임을 감안하면 대략 10편 구성의 한 시즌과 비슷한 시간을 상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전투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영화 상영 시간과 맞먹는 진행이 필요했다면 그것은 그대로 존중할만하다. 윈터펠의 전투가 두 편으로 나눠진다면 그것도 적절치 못했을 것이다.
독자들 혹은 이전 시즌들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들은 시즌7, 8에 대해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요구를 충족할 수는 없다. 아직도 밝혀졌으면 좋을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부분은 아마도 마틴의 소설이 출간된다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 편의 결말이 팬들의 큰 분노를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선제작을 끝낸 이 이야기는 수정될리 없다. 아주 깊이 왕좌의 게임의 세계관에 빠져들지도 않고 가볍게 충성했던 팬으로서 시즌8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비난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스티브 카렐 주연의 웰컴 투 마르웬이라는 영화에는 브리엔 오브 타스, 이제는 기사가 된 브리엔, 제이미 래니스터와 사랑을 확인한 브리엔이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는 러시아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다소 어색한 배역을 소화했다. 영화는 하이힐을 신는 남자에게 가해진 린치를 소재로 삼았는데 영화 말미를 보니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었다. 실제 인물과 닮은 인형들의 인형극 이야기를 현실과 착각하는 카렐이 연기한 인물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영화다. 비록 영화는 덜 '남성적'이지만 어쨌거나 남성인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그를 구원하는 것은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최근 미국 연예계의 여성주의적 흐름과 공명하고 있다.
더 프론트 러너라는 영화는 이제 울버린 역할에서 벗어난 휴 잭맨이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개리 하트를 연기한 작품이다. 개리 하트라는 이름은 생소했지만 1988 대선에서 모든 예비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여 사실상 백악관을 예약했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지지자이자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한 젊고 똑똑한 여성과의 불륜설로 인해 3주만에 후보에서 사퇴하고 만다. 영화에서 잠깐씩 소개된 개리 하트의 공약, 그의 연설, 그의 젊은 리더로서의 이미지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불륜은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영화는 만약 그 때 조지 부시가 아니라 개리 하트가 당선되었다면 미국이 그리고 탈냉전의 세계가 얼마나 달라졌을지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고 있는 듯 했다. 불륜은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결점이기에 개리가 대통령이 되었어야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는 그 윤리적 부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추문을 퍼뜨린 마이애미 헤럴드라는 언론의 행태, 그 자극적인 소재를 보도하려는 신문과 방송의 과열된 취재에 대한 비판도 동반되었다. 미국 정치를 잘 모르지만 개리 하트의 이미지는 1992년에 등장한 또 하나의 젊은 정치인 빌 클린턴을 연상시켰다. 클린턴은 비록 취임 후지만 역시 젋은 여성과의 성추문을 일으켜서 묘하게도 공통점이 추가되었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는 원작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아직 출간되지 않은 6권 이후의 이야기가 TV에 먼저 방영되는 중이다. 레딧의 어떤 이는 작가인 마틴이 이미 6, 7권을 썼지만 시리즈 종영 이후에 출간하기로 합의했다는 설을 주장했는데 진위 여부가 어찌되었건 작가의 본심을 알 수 없는 독자들은 TV 시리즈의 전개, 특히 파이널 시즌의 흐름에 분개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큰 흐름에 있어 TV 시리즈의 작가들과 마틴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는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점을 인정하더라도 책의 깊이에 TV 드라마가 따라가지 못 한다는 불평은 남는다. 나는 책을 안 봤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시즌8이 왜 이전의 10편 구도가 아니라 6편으로 끝나느냐는 불만이 많다. 하지만 3~5편이 통상적인 에피소드의 2배임을 감안하면 대략 10편 구성의 한 시즌과 비슷한 시간을 상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전투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영화 상영 시간과 맞먹는 진행이 필요했다면 그것은 그대로 존중할만하다. 윈터펠의 전투가 두 편으로 나눠진다면 그것도 적절치 못했을 것이다.
독자들 혹은 이전 시즌들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들은 시즌7, 8에 대해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요구를 충족할 수는 없다. 아직도 밝혀졌으면 좋을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부분은 아마도 마틴의 소설이 출간된다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 편의 결말이 팬들의 큰 분노를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선제작을 끝낸 이 이야기는 수정될리 없다. 아주 깊이 왕좌의 게임의 세계관에 빠져들지도 않고 가볍게 충성했던 팬으로서 시즌8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비난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스티브 카렐 주연의 웰컴 투 마르웬이라는 영화에는 브리엔 오브 타스, 이제는 기사가 된 브리엔, 제이미 래니스터와 사랑을 확인한 브리엔이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는 러시아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다소 어색한 배역을 소화했다. 영화는 하이힐을 신는 남자에게 가해진 린치를 소재로 삼았는데 영화 말미를 보니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었다. 실제 인물과 닮은 인형들의 인형극 이야기를 현실과 착각하는 카렐이 연기한 인물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영화다. 비록 영화는 덜 '남성적'이지만 어쨌거나 남성인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그를 구원하는 것은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최근 미국 연예계의 여성주의적 흐름과 공명하고 있다.
더 프론트 러너라는 영화는 이제 울버린 역할에서 벗어난 휴 잭맨이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개리 하트를 연기한 작품이다. 개리 하트라는 이름은 생소했지만 1988 대선에서 모든 예비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여 사실상 백악관을 예약했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지지자이자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한 젊고 똑똑한 여성과의 불륜설로 인해 3주만에 후보에서 사퇴하고 만다. 영화에서 잠깐씩 소개된 개리 하트의 공약, 그의 연설, 그의 젊은 리더로서의 이미지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불륜은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영화는 만약 그 때 조지 부시가 아니라 개리 하트가 당선되었다면 미국이 그리고 탈냉전의 세계가 얼마나 달라졌을지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고 있는 듯 했다. 불륜은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결점이기에 개리가 대통령이 되었어야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는 그 윤리적 부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추문을 퍼뜨린 마이애미 헤럴드라는 언론의 행태, 그 자극적인 소재를 보도하려는 신문과 방송의 과열된 취재에 대한 비판도 동반되었다. 미국 정치를 잘 모르지만 개리 하트의 이미지는 1992년에 등장한 또 하나의 젊은 정치인 빌 클린턴을 연상시켰다. 클린턴은 비록 취임 후지만 역시 젋은 여성과의 성추문을 일으켜서 묘하게도 공통점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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