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5일 수요일

왕좌의 게임 시즌8 5화, 웰컴 투 마르웬, 더 프론트 러너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은 세 편 연속 영화 한 편 분량의 러닝 타임을 보이고 있다. 나이트 킹과 화이트워커들의 소멸 이후 4화에서 대너리스의 드래곤이 하나 더 사망하고 이제 5편에 이르면 시리즈 최고의 악당 중 하나로 설정된 써씨가 퇴장한다. 대니와 드로곤의 분노의 화염으로 킹스 랜딩이 초토화될 때 그 불길을 피하며 탈출하는 과정은 한 모녀와 아랴의 동선을 통해 처연하게 표현되었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는 원작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아직 출간되지 않은 6권 이후의 이야기가 TV에 먼저 방영되는 중이다. 레딧의 어떤 이는 작가인 마틴이 이미 6, 7권을 썼지만 시리즈 종영 이후에 출간하기로 합의했다는 설을 주장했는데 진위 여부가 어찌되었건 작가의 본심을 알 수 없는 독자들은 TV 시리즈의 전개, 특히 파이널 시즌의 흐름에 분개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큰 흐름에 있어 TV 시리즈의 작가들과 마틴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는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점을 인정하더라도 책의 깊이에 TV 드라마가 따라가지 못 한다는 불평은 남는다. 나는 책을 안 봤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시즌8이 왜 이전의 10편 구도가 아니라 6편으로 끝나느냐는 불만이 많다. 하지만 3~5편이 통상적인 에피소드의 2배임을 감안하면 대략 10편 구성의 한 시즌과 비슷한 시간을 상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전투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영화 상영 시간과 맞먹는 진행이 필요했다면 그것은 그대로 존중할만하다. 윈터펠의 전투가 두 편으로 나눠진다면 그것도 적절치 못했을 것이다.

독자들 혹은 이전 시즌들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들은 시즌7, 8에 대해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요구를 충족할 수는 없다. 아직도 밝혀졌으면 좋을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부분은 아마도 마틴의 소설이 출간된다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 편의 결말이 팬들의 큰 분노를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선제작을 끝낸 이 이야기는 수정될리 없다. 아주 깊이 왕좌의 게임의 세계관에 빠져들지도 않고 가볍게 충성했던 팬으로서 시즌8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비난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스티브 카렐 주연의 웰컴 투 마르웬이라는 영화에는 브리엔 오브 타스, 이제는 기사가 된 브리엔, 제이미 래니스터와 사랑을 확인한 브리엔이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는 러시아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다소 어색한 배역을 소화했다. 영화는 하이힐을 신는 남자에게 가해진 린치를 소재로 삼았는데 영화 말미를 보니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었다. 실제 인물과 닮은 인형들의 인형극 이야기를 현실과 착각하는 카렐이 연기한 인물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영화다. 비록 영화는 덜 '남성적'이지만 어쨌거나 남성인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그를 구원하는 것은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최근 미국 연예계의 여성주의적 흐름과 공명하고 있다.  

더 프론트 러너라는 영화는 이제 울버린 역할에서 벗어난 휴 잭맨이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개리 하트를 연기한 작품이다. 개리 하트라는 이름은 생소했지만 1988 대선에서 모든 예비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여 사실상 백악관을 예약했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지지자이자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한 젊고 똑똑한 여성과의 불륜설로 인해 3주만에 후보에서 사퇴하고 만다. 영화에서 잠깐씩 소개된 개리 하트의 공약, 그의 연설, 그의 젊은 리더로서의 이미지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불륜은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영화는 만약 그 때 조지 부시가 아니라 개리 하트가 당선되었다면 미국이 그리고 탈냉전의 세계가 얼마나 달라졌을지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고 있는 듯 했다. 불륜은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결점이기에 개리가 대통령이 되었어야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는 그 윤리적 부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추문을 퍼뜨린 마이애미 헤럴드라는 언론의 행태, 그 자극적인 소재를 보도하려는 신문과 방송의 과열된 취재에 대한 비판도 동반되었다. 미국 정치를 잘 모르지만 개리 하트의 이미지는 1992년에 등장한 또 하나의 젊은 정치인 빌 클린턴을 연상시켰다. 클린턴은 비록 취임 후지만 역시 젋은 여성과의 성추문을 일으켜서 묘하게도 공통점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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