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나이도 들고 성질도 온순해졌지만, 두 사람은 가능하면 그 사건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간신히 치유된 상처는 마치 어제 입은 상처처럼 다시 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1권 p.57.
(...) 그녀의 편지는 그 어떤 감정의 위험도 피했으며, 단지 항해 일지를 쓰듯이 성실하게 자신의 일상적인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그쳤다. 사실 그녀에게 있어 그 편지들은 심심풀이용으로, 자기 손은 불에 넣지 않으면서 뜨거운 불길을 유지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반면에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한 줄 한 줄마다 자신을 불태우고 있었다.
1권 p.124.
"부자라니, 난 그저 돈 많은 가난한 사람일 뿐이오. 그건 다른 것이오."
2권. p.10.
(...) 고독한 사냥꾼으로서 먹이를 낚으면서 너무나 많은 과부들을 알게 된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세상은 행복한 과부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 젊은 신부의 수많은 꿈 중의 하나에 불과한 안정을 대가로 자신의 성(姓)뿐만 아니라 개성까지도 포기한 시절 이후, 다시금 자신이 자유 의지의 주인이 되었다는 의식을 갖곤 했다. 오직 그 여자들만이 자신이 미친 듯이 사랑했고 또한 아마도 자신을 사랑했던 남자, 하지만 죽는 날까지 젖을 주고 더러워진 기저귀를 갈아주며, 아침마다 술책을 사용하여 기분 좋게 해주어야 했던 남자가 자신의 사주를 받아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을 본 여자들은 그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것이 삶이었다. 사랑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별개의 것, 즉 또 다른 삶이었다.
2권. pp.73~74.
사실대로 말하자면 후베날 우르비노의 구혼은 결코 사랑의 이름으로 제안된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제안했다고 하기엔 이상한 세속적인 재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즉 사회적, 경제적 안정과 질서, 행복, 눈앞의 숫자 등 모두 더하면 사랑처럼 보일 수 있는 것들, 그러니까 거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만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랑이 아니었고, 이런 의문은 그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녀 역시 사랑이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2권. p.78.
그러자 모든 의심이 사라졌고, 이성이 가장 점잖은 행동이라고 지시하는 바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행할 수 있었다. 페르미나 다사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기억을 즉시 수세미로 문질러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고, 자신의 기억 속에 그가 차지하고 있었던 자리에 양귀비의 초원을 꽃 피웠다. 그녀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것은 마지막으로 평소보다 더 깊은 한숨을 쉬며 "불쌍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 올케들이 수도원의 감옥에서 산 채로 썩지 않은 것은 이미 자신 안에 그런 감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2권. p.80.
(...) 페르미나 다사가 자신이 죽음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잘못을 돌린 사람은 (...) 바로 남편이었다. 직업적인 권위와 세속적인 매력 뒤에 감춰진 본모습이 구원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임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그는 가문의 사회적 무게 덕택에 대담해진 가련한 악마였던 것이다.
2권. p.81.
"아주 특별한 종류의 콜레라임에 틀림없군. 시체들의 목덜미에 하나같이 확인 사살한 총구멍이 나 있으니 말이야."
2권. p.118.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눈물 모양의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서 더욱 빛나고 있었다. 앨리스가 다시 한 번 거울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2권. p.120.
두 사람은 서로 그대로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니까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의 것이 아니라 손자뻘 정도 되는 이미 사라진 두 젊은 남녀의 덧없는 기억 이외에는 공통점이 아무 것도 없는, 죽음의 습격만을 기다리고 있는 두 늙은 남녀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2권. p. 256.
"빌어먹을. 모두 지옥이나 가라고 해. 우리 과부들이 좋은 게 있다면, 우리에게 명령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야."
2권. p.288.
(...) 그런 다음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그의 꺾을 수 없는 힘, 그리고 용감무쌍한 사랑을 보면서 한계가 없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일지도 모른다는 때늦은 의구심에 압도되었다.
선장이 다시 물었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 온 대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2권. p. 33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