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4일 일요일

귀화 선수

단지 깨끗하게 잡힌다는 이유로 YTN FM을 즐겨듣는다. 9시가 넘으면 MLB 전문가로 유명한 송재우가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늘은 스포츠 평론가 최모씨(성함을 기억할 수 없다-_-)가 귀화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당예서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탕나라는 이름이었던 당예서는 19세에 한국으로 건너와 작년에 한국 국적을 얻어 이번 올림픽에 한국 대표 선수로 탁구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오즈민의 권유로 한국에 왔다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했다.

그녀는 탁구라는 종목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었으나 선수풀이 너무나 커서 경쟁의 치열함이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에서 꿈을 이루지 못해 한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통해 올림픽 동메달을 땄다. 한국에서만 20대 초반을 포함하여 8년의 세월을 견뎌내며 얻어낸 메달. 시상식에서 눈이 빨개지고 부었다고 한다.

방송에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경쟁하는 국제경기 무대-이번엔 베이징올림픽의 경우에 한정했지만-에 귀화 선수를 보는 것이 흔치 않음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인정한다. 다만 상업적 이익을 위해 국적을 간단히 바꾸는 선수들의 사례를 열거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당연한 소리만 나왔다. 한국 탁구 전력을 상승시킨 당예서를 비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호주와 일본으로 국적을 바꿔 양궁 경기에 나선 전 한국인들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비난의 화살이 날아갔다.

국적을 바꾸는 것은 법적인 절차지만 개인 차원뿐 아니라 국가적 일이기도 하다. 외국의 뛰어난 선수에게 적지 않은 돈을 쥐어주면서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귀화한 선수가 쉽사리 메달을 안겨줄 수도 있다. 축구계는 중동 국가들이 넘치는 오일 머니로 남미의 선수를 말그대로 사들인지 오래다.

국가가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자신이 국가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국가가 아무 도움이 안된다면 다른 대안을 생각하는 것도 개인에겐 합리적인 선택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요즘의 합리성은 금전적인 부분에서 크게 발휘되고 있으며, 스포츠계에서 최고가 되려는 선수들의 욕망은 근본적으로 부를 통한 향후의 안정적인 삶에 대한 희망과 무관하지 않으니 돈 있는 국가들이 우수한 선수를 사들이는 일이 더욱 증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큰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귀화를 선택하려는 선수의 측면을 보면 외국에서의 삶에 적응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국제적인 경쟁력이 없다면 귀화를 한 나라의 지원이 장기간 이어질리도 없다. 한국에 메달을 안겼음에도 온갖 악성 루머에 시달리는 당예서를 봐도 새 국가의 기존 국민들이 곱게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외국 선수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입장을 보자. 우선 큰 자금을 투자하면서 받아들이고 싶은 선수의 수가 많지 않다. 또 일례로 중국의 탁구 선수가 넘쳐난다고 쳐도 한국에서 데려오는 수는 1, 2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국제대회에 출전가능한 대표팀 선수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개인적 차원에서 직면하는 문제는 국가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느날 갑자기 외국인에서 같은 국민이 된 부자 선수에 대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질적인 선수가 정말 같은 국민인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을 최우선하는 국가의 자연스러운 욕망과 별도로.

결국 귀화 선수를 두고 벌어지는 수요와 공급 관계는 극히 한정된 시장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귀화 선수를 국제대회에서 목격하는 일이 늘어날 수는 있고 실제로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라는 틀에 대한 집착이 지속되는 한 국제스포츠계에 만연한 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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