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5일 수요일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인크레더블2 (2018)

피서 차원에서 극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두 개의 짧지 않은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와 인크레더블2다. 공교롭게도 모두 전작에 이은 속편이고, 두 영화에서 모두 캐서린 키너가 연기한다. 

먼저 시카리오 후속편이다. 드니 빌뇌브가 빠지고 에밀리 블런트가 빠진 상태의 후속작이 과연 어떨 것인가를 생각하면 당연히 기대감이 뚝 떨어지고 평소라면 보러 가지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앤트맨 과 와스프를 보느니 이 영화를 볼 터이고, 또한 어디에서 잘못 보았는지 영화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평가들도 읽었다.

 오래간만에 찾은 CGV 용산. 그리 크지 않은 18관에서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것도 아마 마지막 상영일이었던 것 같다. 관람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내가 더 좋은 자리로 옮길 생각을 못 하게 만들 정도로는 많이 있었다.

영화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던 한 남자가 단속에 걸리자 자폭하는 장면에 이어 미국 마트 내에서 폭탄 테러를 벌인 한 이슬람 신도를 보여준다. 그러자 미국 국방부 장관은 잘 됐다, 이제 미국이 압도적 폭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 이야기인데 왜 이슬람 신도의 폭탄 테러가 나오나 의아하던 차에 장소는 아프리카로 건너 뛰어서 일련의 과정이 있은 후 예멘의 테러 단체가 소말리아 배를 통해 멕시코로 가서 미국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그러하니 결국 문제는 다시 멕시코 카르텔이다, 이 놈들을 분쇄해야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카르텔 두목의 딸을 미국이 납치하면서 경쟁 카르텔의 소행처럼 보이게 하여 분란을 일으키자는 결론이 내려지고 실행된다.

이제는 어벤져스의 타노스로 너무 유명해진 조쉬 브롤린이 주연으로서 이 작전을 총괄한다. 어떤 무기상에게서 헬기를 비롯한 온갖 무기를 구매하고, 콜롬비아에서 사는 베네치오 델 토로를 찾아 복수의 기회를 제공한다. 카르텔 두목 딸의 납치는 너무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그녀를 미국으로 데려왔다가 다시 멕시코로 갔다가 멕시코 경찰의 총격을 받으며 전투가 벌어지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데 델 토로는 그 소녀를 데리고 방랑길에 오른다. 멕시코 경찰 수십 명이 죽은 것이 문제가 되어 작전은 취소가 되고 델 토로와 소녀 모두 죽이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온다. 일이 간편하게 돌아가서 어린 시카리오들에 의해 델 토로가 총을 맞고 죽었고, 딸은 다시 어디론가 떠난다. 그러나 조쉬 브롤린이 이끄는 대원들은 헬기 두 대에서 내려 어린 시카리오들을 학살하고 그 딸을 다시 데리고 미국으로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델 토로는 살아있었다! 총알이 빰에서 빰으로 관통하여 치명상을 입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국 정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지 않는 자유를 얻었다. 이후 영화는 1년 후 그를 쏜 어린 시카리오를 델 토로가 정장을 잘 차려입고 찾아가 상담을 하려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볼 때는 몰랐지만 3부가 또 만들어진다고 하니 이 둘이 3부에서 활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신경질적으로 사람을 긴장시키는 음악을 자주 사용했다. 1편에서처럼 멕시코 카르텔의 살벌한 행태는 나오지 않았고 대신 카르텔과 공생하는 멕시코 경찰의 부패상과 사람들을 국경 너머로 보내주며 돈을 버는 꼬마 시카리오들이 미국의 적으로 주요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힘의 균형은 미국 요원들에게 너무 쏠려있는 것처럼 보였고, 과연 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지 모호했다. 아마도 카르텔과의 전쟁을 미 국방부가 원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겠지만 조쉬 브롤린의 동기가 애매하고, 왜 카르텔 두목의 딸을 애초의 계획과 달리 살리는지도 명확치 않다.

인크레더블을 하도 오래전에 보아 속편이 1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모르는 상태로 관람했다. 하도 극찬 일색이라 2시간을 보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픽사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는 것이 하도 오랜만이라 본 영화 전의 단편을 보는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만두?를 빚던 아주머니가 만두가 사람이 되는 걸 보며 깜짝 놀랐다가 만두를 자식처럼 키우는데 결국 결혼해서 집을 떠나버리자 좌절하는 이야기였다. 밝혀지기론 아주머니에게 만두처럼 생긴 아들이 있었고 그가 결혼 후 집을 나가버린 후 좌절한 것이 만두와의 관계로 형상화된 것이었다. 아들을 젊은 여자에게 주느니 차라리 먹어버린다는 설정이 극단적이긴 하지만 재미있었다.

영화 초반은 인크레더블 가족 5명이 두더지처럼 그러나 엄청나게 큰 기계로 땅을 마구 파헤치고 건물 도로를 망가뜨리는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이 그려진다. 결국 이야기는 최근의 여러 수퍼 히어로 영화에서 반복되는 주제처럼 이 초능력자들이 기여한바도 있지만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많아 격리하거나 능력을 쓰지 못 하게 해야한다는 여론에 대한 것이었다.

이들 가족은 능력을 숨긴 채 평범한 직장에서 일해야 할 운명에 처했는데 갑자기 한 IT 재벌이 접근하여 수퍼 히어로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달콤한 제안을 해온다. 다만 남편이자 가장인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아니라 아내인 일래스티걸이 먼저 활동을 해야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남편은 이제 집에 남아 세 아이를 돌봐야했다. 큰 딸은 남자 아이와 연애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았고,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인 큰 아들은 수학을 못 해서 아버지에게 물어보나 미스터 인크레더블도 수학을 잘 못 했고, 갓난아기를 보는 것은 언제나 힘들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공감이 되는 장면이 너무 많았고, 내 자리 인근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영화를 보는 어느 아주머니도 종종 그런 장면들에서 웃고 계셨다.

영화는 중반부터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결국 재벌의 여동생, 주로 발명을 담당한 그녀가 스크린슬레이버였음이 드러났고, 인크레더블 가족이 물리쳐야할 주요한 적도 그녀였다. 오후의 영화 관람이 너무 피곤하여 후반부의 전투 장면은 거의 통째로 놓쳐버렸지만 큰 후회나 미련은 없다.

영화는 몇 가지 재미있는 지점들을 제공했다. 어머니가 생계를 해결하고 아버지가 집에 남아 아이들을 돌보는 상황 자체가 주는 어려움은 웃음 포인트가 되었다. 이 대목은 최근의 미투 운동으로 대표되는 페미니즘과 연결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기 잭잭이 온갖 초능력을 갖고 있으며 화가 날 때는 악마 같이 변하기도 하는 장면은 은유적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현실적이다. 아기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고, 화를 내고 떼를 쓰면 아무리 부모라도 아기가 귀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스크린슬레이버는 악당이지만 그의 주장은 어찌 보면 수퍼 히어로에 열광하는 문화에 대한 일침으로 받아들여도 될만한 것이었다. 수동적인 인간, 무력한 인간들이 만연했기 때문에 오히려 수퍼 히어로에 열광한다는 진단은 오히려 그(녀)가 악당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아마 이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에서는 실재하는 수퍼 히어로들을 없애겠다는 목적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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