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7일 수요일

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며칠 전 2월에 이와이 슌지 감독의 라스트 레터라는 영화가 개봉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영화 포스터의 여성 얼굴이 매력적이라, 그리고 무엇보다 이와이 슌지가 이십 몇 년 전의 러브 레터에 이어 또 무슨 레터를 내놓는다니 흥미가 생겼다.

 좀 찾아보니 이와이 슌지는 2018년에 동명의 소설을 먼저 내놓았고, 같은 해 중국에서 동명의 영화(안녕, 지화라는 제목도 있다)를 개봉했고, 작년인 2020년에 일본에서도 같은 이름의 영화가 개봉되었다(제작이 2019년이라 2019로 표기되기도 한다). 중국 영화는 중국 배우들로, 일본 영화는 일본 배우들로 찍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는 2018년의 중국 영화인 셈이다. 러브 레터와의 연관성은 일본판이 더 강한데 중국 버전이 먼저 한국에서 개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영화 라스트 레터는 러브 레터와의 연관성을 숨기지 않는다. 편지가 훨씬 많아졌고, 관계의 수가 많아졌지만 편지를 통한 사랑의 호소, 전달이라는 주제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러브 레터의 두 주인공인 나카야마 미호와 토요카와 에츠시가 여기서도 커플로 나오는 점이 러브 레터 후속으로서 이 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카야마 미호와 토요카와 에츠시보다 더 놀라운 캐스팅은 안노 히데아키다. 에반게리온을 만든 그 안노가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아마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매우 궁금해진다. 그는 마츠 다카코의 남편 역할이다. 만화가의 아내인 유리는 짝사랑했던 선배가 소설가가 되었으니, 소설가의 아내가 못 된 대신 만화가의 아내가 된 것일까? 혹은 러브 레터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이 영화(소설과 중국 영화로 이미 나온 걸 또 제작했으니)는 만화처럼 봐주세요라는 감독의 제안일까?

 마츠 다카코는 영화의 주연격인데 그녀는 이와이 슌지의 초기작 중 하나인 4월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그 때도 남자 선배를 짝사랑했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도 그런 역할을 하고, 그녀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어서(도서관은 회상씬에서도 나온다) 러브 레터와의 또 하나의 연결점이다. 

 또한 마츠 다카코의 캐릭터 유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는 모리 나나(처음 본 배우다)인데, 그녀는 러브 레터에서 나카야마 미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와 비슷한 얼굴이었다. 의도적인 캐스팅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에서 이상한 장면 중 하나는 마츠 다카코가 언니 대신 동창회에 참석한 일이다. 그녀는 언니 대신 갔고, 분명 짝사랑했던 선배를 만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지 그녀가 언니의 이름표를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동창들이 그녀를 언니로 대해준다. 오직 그 남자 선배만이 그녀가 동생임을 알아보았다. 어떻게 몰라보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영화의 질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글도 보았는데, 마츠 다카코가 얼핏 말하듯이 졸업한지 한참 지난 후의 만남이기에 노화가 심한 사람도 있고, 특히 여성들은 성형 수술로 얼굴이 변하기도 했을 것이다. 다들 변한 얼굴을 당연히 받아들이기에, 더구나 자매니 비슷한 면이 있기도 했겠고(영화상으로는 두 인물의 얼굴은 달라보였지만) 납득은 된다. 오히려 이름표만으로 누군가를 인정해버린 무관심이 무서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히로세 스즈는 여전히 빛나는 외모를 자랑했다. 이제는 20대가 된 그녀지만 여기서는 10대 그리고 영정 사진 속의 2, 30대 외모를 선보인다. 어린 시절 연기로는 출연 분량이 적어서일까 유리 캐릭터가 더 부각되었고, 현재 시점 아유미 역할로서의 히로세 스즈도 무언가 많이 보여줄 시간은 없었지만 나쁘지 않았던 정도의 느낌이다. 영화 전체가 광고 영상 같은 느낌이 있어서 안타까운데, 히로세 스즈도 많은 장면에서 배우보다 모델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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