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미드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24'를 접하고 이후 미드를 좀 보긴 했으나, 내 드라마 시청의 1순위는 수년 간 일드였다. 그러나 일 년 쯤 되었을까, 이제는 일드보다 미드를 훨씬 많이 보게 된다. 일드의 전성기가 지난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고, 월요일 9시 드라마가 20%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하는 것도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 CSI를 비롯해 미드의 열풍이 한국을 휩쓴 것은 오랜 일이나 나로서는 이상하리만치 미드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회의적인 심정으로 보기 시작했던 '매드 멘'이 생각보다 재미있음을 발견하고, '게임 오브 쓰론'의 웅장한 스케일과 스펙터클에 빠져들며 미드의 매력을 다시 발견했던 것 같다. 사실 일드나 미드나 마찬가지지만 경찰, 법조계, 의학계라는 전통적인 장르들은 너무나 우려먹어서 아무리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더라도 정을 붙이기가 어렵다.
이러다 서론이 너무 길어질 우려가 있어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우연히 '보스'라는 미드를 접하게 되었다. 누가 추천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평점이 높은 드라마라 한번 보기로 했는데 만만찮은 재미를 준다. 얼마 전에 시즌 2가 끝났는데 예상과 달리 다음 시즌도 방영될 기세다.
시카고라는 도시는 고층 빌딩, 화재, 농구팀, 야구팀 등으로 유명하지만 그곳의 시장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는 설정이 처음에는 잘 와닫지 않았다. 미국 정치나 행정 시스템은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아서 처음 몇 편을 보면서는 어떤 정치적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와닿지 않았다. 알고보니 일리노이 주지사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 캠페인이 진행 중이었는데, 주인공인 시카고 시장 탐 케인이 현직 주지사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고, 차세대 정치인을 밀어주는 과정이었다.
시즌 1, 2를 연달아서 쭉 보았는데 케인에게 부정적인 정치적 악재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그는 모두 물리치며 재기하고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처음부터 곧 고약한 병 때문에 시장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질 것이 예견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증세는 처음부터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고, 회가 거듭될수록 그리고 그가 손에 더 많은 피를 묻힐 수록 그의 희생자들의 환영들의 환청이 크게 들려온다.
이런 운명, 최고의 권력자이지만 권좌에서 내려와야만 하는 운명에 거세게 저항하는 한 남자의 싸움이 처절하게 펼쳐진다. 그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측근을 암살하고, 아내의 가슴에 총알을 박고, 딸을 체포하는 걸 망설이지 않는다. 이런 말만 보면 이런 막장 드라마가 왜 좋은 평가를 받는지 의아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도 아니고 고작 시장 한 명이 휘두르는 권력이 얼마나 강할 수 있을지 실감이 안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현실성 측면보다는 권력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로 읽어햐하는지 모른다. 케인, 즉 시장의 부인 메레디스는 케인 이전에 시카고 시장을 오래 역임한 남성의 딸이다. 메레디스는 가능하다면 자신이 시장이 되고 싶었겠으나, 차기 시장의 아내가 되는 것에 만족해야만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견제한다. 케인은 20년 이상(?) 시카고 시장 자리를 유지한 것으로 설정되는데, 그 전에 그의 장인이 쭉 시카고 시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시카고의 시장 자리는 선출직이 아니라 거의 세습직으로 보인다.
이런 독재가 가능한 것은 이 시장들이 엄청난 선정을 베풀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로 인해 불쌍한 아이들이 독극물에 중독되어 피해를 입고, 가난한 지역의 시민들이 개발 사업 때문에 쫓겨났다. 드라마를 통해 펼쳐지듯이 이 시장들은 지역 재계 인사들과 유착 관계에 있고, 시 의원들과도 거래를 통해 집단적인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그러나 여러 지역 인사들의 이해관계를 정밀하게 통제함으로써 계속해서 정치력을 유지한다. 그래서 미국이라는 민주정의 공간에서 사실상의 독재정, 왕정이 유지되는 것처럼 설정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는 이 드라마를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렇게 왕과 다름없는 케인이지만 그의 딸은 마약 중독 상태이고 마약 거래를 하는 흑인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 딸 에마를 더 매정하게 버린 것은 케인만큼이나 비정한 정치적 동물인 어머니 메레디스였다. 시즌 2에 가면 케인의 사생아가 등장해 케인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비스 씬에 가까운 이해하기 어려운 성관계 장면들이 아니더라도 막장스러운 설정들은 엄청나게 더 많기에 이 드라마가 권장할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스타즈의 방송답게 재미있긴 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현실성의 잣대로 잘만들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것만 다시 적어둔다.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녹색기후기금GCF 본부가 송도로 결정되었단다
갑작스러운 뉴스였다. 기사를 보기 전에는 녹색기후기금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한국 기사들을 보면 엄청난 경사가 났다고 난리가 났다. 몰랐던 게 당연한 게 이 기금이 2010년에야 만들기로 결정되었고 아직 실제 기금은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 기사들은 GCF 사무국 유치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발표하기에 바빴다. 물론 사무국 유치가 떼돈을 안겨줄 돈벌이라면 가뜩이나 어려운 인천 경제를 생각해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환호 이전에 냉정하게 생각할 점들도 있다.
우선 이번 사무국 유치가 그다지 국제적인 이슈가 안 되고 있다. 이미 결정이 난 지는 수 시간이 지났지만 유명 국제 뉴스로는 로이터 정도에서만 다루고 있을 뿐이다. AP, AFP 같은 뉴스 에이전시는 물론 CNN, BBC 같은 유명 영어 뉴스에서도 다뤄지지 않고 있다. 단 한 마디도. 이는 어찌보면 사무국이 어디에 있느냐가 궁극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즉 한국 언론에서는 자꾸 국가 위상이나 경제적 효과 혹은 당혹스럽게도 이대통령의 개인적 공로까지 강조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렇게 국제 사회가 기금을 모아서 빈번해지고 갈수록 피해가 커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특히 개도국과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을 실제로 도와야한다는 것이다. 뉴스들은 이런 면에서 한국이 어떤 기여를 하게 되었다거나 할 거라고 예상하지도, 어떤 방법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사무국 유치가 인천 송도에 경제적 플러스 효과를 유발하겠지만 그 규모는 현재로서는 언제나 지나치게 부풀기 마련인 '추정' 수치로 가늠할 뿐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 플러스를 얻기 위해 먼저 상당한 자금을 내놓기로 공약했다고 한다. 사무실 무상 제공, 9백만 달러 운영비 지원, 14~17년에는 4천만 달러의 신탁 기금이 그 내용이다. 물론 국제기구 사무국은 언론보도에서 나온 것처럼 국제 스포츠 행사나 국제 회의처럼 일시적인 게 아니기에 확실히 지속적인 경제 효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우선 마이너스로 시작한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언제 균형을 이루게 되고 플러스로 변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틀 전 한 웹사이트는 이번 사무국 결정 투표를 앞두고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사이트의 성격까지 파악하지는 않았지만 장난삼아 운영되는 곳은 아닌 것 같다. 투표 과정에서 윤리 규정이 강제되지 않을 위험성이 있고, 실제로 어떤 후보국에서 지나친 금액을 뿌렸다는 의혹도 있었다고 한다. 그게 한국은 아니었길 바란다.
한국 기사들은 GCF 사무국 유치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발표하기에 바빴다. 물론 사무국 유치가 떼돈을 안겨줄 돈벌이라면 가뜩이나 어려운 인천 경제를 생각해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환호 이전에 냉정하게 생각할 점들도 있다.
우선 이번 사무국 유치가 그다지 국제적인 이슈가 안 되고 있다. 이미 결정이 난 지는 수 시간이 지났지만 유명 국제 뉴스로는 로이터 정도에서만 다루고 있을 뿐이다. AP, AFP 같은 뉴스 에이전시는 물론 CNN, BBC 같은 유명 영어 뉴스에서도 다뤄지지 않고 있다. 단 한 마디도. 이는 어찌보면 사무국이 어디에 있느냐가 궁극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즉 한국 언론에서는 자꾸 국가 위상이나 경제적 효과 혹은 당혹스럽게도 이대통령의 개인적 공로까지 강조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렇게 국제 사회가 기금을 모아서 빈번해지고 갈수록 피해가 커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특히 개도국과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을 실제로 도와야한다는 것이다. 뉴스들은 이런 면에서 한국이 어떤 기여를 하게 되었다거나 할 거라고 예상하지도, 어떤 방법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사무국 유치가 인천 송도에 경제적 플러스 효과를 유발하겠지만 그 규모는 현재로서는 언제나 지나치게 부풀기 마련인 '추정' 수치로 가늠할 뿐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 플러스를 얻기 위해 먼저 상당한 자금을 내놓기로 공약했다고 한다. 사무실 무상 제공, 9백만 달러 운영비 지원, 14~17년에는 4천만 달러의 신탁 기금이 그 내용이다. 물론 국제기구 사무국은 언론보도에서 나온 것처럼 국제 스포츠 행사나 국제 회의처럼 일시적인 게 아니기에 확실히 지속적인 경제 효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우선 마이너스로 시작한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언제 균형을 이루게 되고 플러스로 변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틀 전 한 웹사이트는 이번 사무국 결정 투표를 앞두고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사이트의 성격까지 파악하지는 않았지만 장난삼아 운영되는 곳은 아닌 것 같다. 투표 과정에서 윤리 규정이 강제되지 않을 위험성이 있고, 실제로 어떤 후보국에서 지나친 금액을 뿌렸다는 의혹도 있었다고 한다. 그게 한국은 아니었길 바란다.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2011년 1월 30일 일요일
토레스
토레스가 리버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가 클럽에 정식으로 이적 요청을 했기에 그의 마음은 분명히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팬들에게 이 사실은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물론 토레스가 많은 선수가 그렇듯 돈을 위해 떠나는 게 아니라는 건 안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선수에게 거짓 약속만 날린 전 구단주들의 책임은 막대하다. 그들은 세계적 경제위기를 핑계로 대겠지만 결코 리버풀을 진심으로 대한 적이 없었다.
토레스가 자신이 사랑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떠난 것은 더 나은 팀에서 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토레스가 오기 직전 라파 감독 체제에서 두번째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오른 리버풀이지만 하필 토레스가 온 이후로는 한 번도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즉 토레스가 며칠내로 첼시로 간다면 그는 리버풀에서 한 번의 우승 경험도 없이 떠나는 것이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유로, 월드컵 모두 우승한 선수에겐 만족스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보면 떠날 완벽한 이유이긴 하다. 일부에선 핵심 선수들이 대부분 삼십대인 첼시가 우승을 경험할 적합한 장소냐고 묻는데 긴축재정을 펼치던 아브라모비치가 토레스를 영입함으로써 다시 팀 재건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면 why not? 쓰라린 말이지만 리버풀에서 있는 것보다는 빨리 우승을 해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거짓말하는 구단주에 더해 작년에는 그를 영입한 라파 베니테스와도 사이가 멀어졌다고 한다(라파가 핵심선수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건 많이 알려졌는데 그 선수들이 누구인지는 불분명하다. 토레스, 레이나라고도 하고 로컬 출신인 제라드, 캐러거가 언급되기도 한다). 지난 여름부터 토레스는 다른 팀을 알아보라고 에이전트사에 요청했고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첼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세 팀 모두와 상당한 접촉이 있었고 첼시는 여름에도 영입제안을 한 바 있다. 1월 28일의 제안은 토레스측에서 더욱 강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양측은 며칠 전에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팬들은 떠나겠다는 그를 이해하면서도 왜 시즌 도중에, 왜 같은 리그의 팀으로 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첼시 입장에서는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 마지막 시기에 큰 영입을 해야하는 시기적 절박함이 있었다. 토레스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뛸 수 있기에 당장 몇 개월 후에 첼시에서 여러 대회 우승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AT를 떠날 당시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것은 선수로서만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그에 대한 평가를 뒤집을 수밖에 없다.
남겨진 리버풀의 모든 구성원들은 오웬이 떠났을 때처럼 그가 틀렸음을, 결국 클럽이 어떤 개인보다 크고 중요함을 증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많은 팬들에게 이 사실은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물론 토레스가 많은 선수가 그렇듯 돈을 위해 떠나는 게 아니라는 건 안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선수에게 거짓 약속만 날린 전 구단주들의 책임은 막대하다. 그들은 세계적 경제위기를 핑계로 대겠지만 결코 리버풀을 진심으로 대한 적이 없었다.
토레스가 자신이 사랑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떠난 것은 더 나은 팀에서 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토레스가 오기 직전 라파 감독 체제에서 두번째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오른 리버풀이지만 하필 토레스가 온 이후로는 한 번도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즉 토레스가 며칠내로 첼시로 간다면 그는 리버풀에서 한 번의 우승 경험도 없이 떠나는 것이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유로, 월드컵 모두 우승한 선수에겐 만족스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보면 떠날 완벽한 이유이긴 하다. 일부에선 핵심 선수들이 대부분 삼십대인 첼시가 우승을 경험할 적합한 장소냐고 묻는데 긴축재정을 펼치던 아브라모비치가 토레스를 영입함으로써 다시 팀 재건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면 why not? 쓰라린 말이지만 리버풀에서 있는 것보다는 빨리 우승을 해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거짓말하는 구단주에 더해 작년에는 그를 영입한 라파 베니테스와도 사이가 멀어졌다고 한다(라파가 핵심선수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건 많이 알려졌는데 그 선수들이 누구인지는 불분명하다. 토레스, 레이나라고도 하고 로컬 출신인 제라드, 캐러거가 언급되기도 한다). 지난 여름부터 토레스는 다른 팀을 알아보라고 에이전트사에 요청했고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첼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세 팀 모두와 상당한 접촉이 있었고 첼시는 여름에도 영입제안을 한 바 있다. 1월 28일의 제안은 토레스측에서 더욱 강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양측은 며칠 전에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팬들은 떠나겠다는 그를 이해하면서도 왜 시즌 도중에, 왜 같은 리그의 팀으로 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첼시 입장에서는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 마지막 시기에 큰 영입을 해야하는 시기적 절박함이 있었다. 토레스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뛸 수 있기에 당장 몇 개월 후에 첼시에서 여러 대회 우승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AT를 떠날 당시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것은 선수로서만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그에 대한 평가를 뒤집을 수밖에 없다.
남겨진 리버풀의 모든 구성원들은 오웬이 떠났을 때처럼 그가 틀렸음을, 결국 클럽이 어떤 개인보다 크고 중요함을 증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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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3일 일요일
간만의 스포츠베팅
얼마나 쉬었던가. 얼마 되지도 않는 베트맨의 예치금이 거의 떨어진 후 미련없이 베팅을 그만두었다. 스포츠를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해질 만큼 마이너스 행진이었다. 그나마 거액 베팅은 하지 않아서 그냥 몇 달 잘 놀았다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스포츠엔 별로 관심도 없어보이던 후배 녀석이 최근에 프로토를 좀 한다기에 자극을 받았나 보다. 문득 베트맨에 다시 예치금을 충전하고 간만에 베팅을 해 보았다. 시즌 초반의 광란이 지났기에 이번에는 그나마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낙관을 하며.
토요일밤 경기를 보다 피곤하여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아침에 벌떡 일어나 경기 결과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대에 가득 차 천천히 본다. 이게 왠일인가. 리버풀부터 비겼단다. 아니 첼시까지? 리버풀은 조금 불안한 감이 있어 하나밖에 베팅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첼시까지 비길 줄은 몰랐다. 그나마 맨유가 비긴 것은 예상했던 바이지만 무득점 무승부일 줄이야.
현재까지 결과를 보니 모두 무승부인 2조합 한 개가 맞았고, 3조합 한 개는 두 개가 맞은 상황에서 내일 남은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한다. 3조합까지 맞으면 약간 이득을 보고, 틀리면 4천원 정도 손해를 보는 형국이다.
간만에 한 이번 베팅이 주는 교훈은 국대 주간을 간과하지 말라는 것이다. 리버풀에 베팅할 때는 주전들의 부상이나 피로를 감안했는데 다른 팀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분석없이 거의 흐름에 대한 감만으로 베팅을 했는데 아주 빗나가지는 않은 것이 다행스럽긴 하다만. 프리메라나 세리에 쪽의 결과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역시 마구잡이로 베팅을 하는 것은 내 돈을 그냥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2008년 8월 30일 토요일
코드 블루 제9화의 백미
3분기 드라마 중 가장 스타들이 많이 출연하여 한껏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였던 코드 블루. 그러나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고, 위급한 환자를 헬기로 옮기는 의료 현장의 긴박감은 그다지 전달되지 않는다. 너무 진지해진 야마삐는 연기 변신을 제대로 못 한 것인지 기존의 가벼운 이미지가 강렬해서인지 시청률 상승 요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라이어 게임으로 바까쇼지키나 캐릭터에 딱 맞음을 보인 토다 에리카는 비중도 높아 보이지 않고 야마삐처럼 캐릭터 변신이 힘겨워 보인다. 아라가키 유이는 그나마 성실한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가는데 임팩트는 약하다.
사공이 너무 많은 이 드라마는 갈 길을 잃었고, 이 젊은 견습의들을 지도하는 야나기바 토시로의 팔 절단은 드라마 내용은 물론 시청자들의 절망감도 함께 표현하고 있다. 팔은 꼭 이어보려고 하는데 겨우 이어놓았을 뿐. 야나기바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외친 자기 팔이 어딨냐는 외침은 드라마의 운명과 일치한다. 사공이 많은 드라마가 항상 실패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잘 융합되지 않는 젊은 의사들의 행보와 드라마 한 편을 꾸려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넣는 구구절절한 환자들의 사연은 잘 연결되지 않으며, 그저그런 메디컬 드라마가 하나 추가되었구나 싶은 씁쓸함만이 남는다.
비극적이지만 허탈한 웃음만 나는 사진 속의 장면처럼.
2008년 8월 27일 수요일
베이징 올림픽의 끝
일요일에 끝난 올림픽이 벌써 한두 달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조금 올랐으며, 중국 경제는 올림픽 기간에 오히려 더 안 좋아졌고, 한국 경제는 주가의 꾸준한 하락과 급등하는 환율로 요약된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은 금의환향했다. IOC는 공식적으로 국가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메달 수의 정확한 집계를 위해 메달 순위를 기록한다. 본래 의미야 어찌되었건 한국은 목표로 했던 10-10을 초과하여 금메달 13개, 세계 7위라는 성과를 거둔다. 10+10=13+7. 지독한 우연인가.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원래 스포츠 강국이지만 자국 개최를 등에 업고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을 제외하면 10위 안에 있는 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메달 중 금메달의 비율이 가장 높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세 종류 메달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가장 따기 힘든 금메달의 비율이 제일 낮아야 한다. 은메달을 따고도 처절한 눈물을 흘리는 한국 스포츠계의 풍토 때문일까. 우리 선수들은 유난히 금메달에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것이리라.
메달 순위 세계 10위 안을 보면 흔히 선진국이라 부르는 혹은 강대국의 경험이 있는 국가들이다.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호주,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묘한 경쟁 의식을 가지게 되는 일본이 지난 대회 5위에서 8위로 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래저래 한국은 자랑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주된 동기는 영국의 순위 때문이었다.
영국의 BBC는 영국의 올림픽 선수단의 환영식을 중계했다. 방송 자체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그런 게 있었던 건 확실하다. 한국의 경우도 기를 들고 앞장선 박태환, 장미란 등 금메달을 딴 선수를 중심으로 환영식을 열었다. 잠깐 보니 트로트, 댄스, 인순이 누나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있었고, 금메달 딴 선수들은 개인기를 선보였다. 국민대축제란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런 행사를 왜 하냐, 지금이 80년대냐라며 불만을 표현했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수많은 근대 스포츠의 발상지이자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내용은 다를지라도 환영식을 한단다.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이런 행사를 계속 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번에 특별히 하는 거라도 쳐도 이해할만하다. 메달 순위 4위이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의 올림픽 중계만 봐서는 중국이나 미국이 금메달 따는 건 봐도 영국 금메달은 거의 못 본다. 어디서 그렇데 메달을 획득했을까 싶어 찾아보니 사이클에서 무려 8개. 요트, 조정, 수영 등 물 관련 스포츠에서 8개를 땄다. 얘네도 메달 편중이 참 심하구나 싶다.
5위를 한 독일은 카누, 승마, 펜싱, 근대5종, 트라이애슬론 등 한국에서 안 보여줄만한 종목들에서 많은 금메달을 얻었다. 재미를 잘 느끼지도 못하는 종목에서 선전했던 영국, 독일의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여주지 않은 한국 방송의 중계 행태를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자기들 유리한 종목에 많은 메달을 만들어 놓고 동양인이 유리한 종목은 메달 수를 적게 제한하는 있는지없는지 모를 차별을 규탄하자는 것도 아니다.
올림픽이 세계 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위해 개최된다는 취지와 아주 작은 성과를 인정할수밖에 없지만 결국 국가 중심의 경쟁은 화합보다 큰 갈등의 씨앗이 되기에 경계해야 한다. 올림픽 메달 순위라는 것이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올림픽 메달이라는 것이 거의 모든 운동 선수들의 최종 목표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TV를 응시하면 자기 몸을 혹사하는 인간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펼쳐진다.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 몸은 붕대투성이가 된다. 이건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는 운동선수를 메달을 따는 기계로 만들어버린다. 메달에 너무나 집착하는 한국이기에 운동기계는 수시로 새 기계로 대체된다. 선진국에 급하게 도달하려는 국가의 비극이리라. 10대신 13을 얻은 이번 올림픽은 다음 올림픽 메달 수에 대한 부담을 낳아 한국 체육계에 불행한 미래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은 금의환향했다. IOC는 공식적으로 국가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메달 수의 정확한 집계를 위해 메달 순위를 기록한다. 본래 의미야 어찌되었건 한국은 목표로 했던 10-10을 초과하여 금메달 13개, 세계 7위라는 성과를 거둔다. 10+10=13+7. 지독한 우연인가.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원래 스포츠 강국이지만 자국 개최를 등에 업고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을 제외하면 10위 안에 있는 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메달 중 금메달의 비율이 가장 높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세 종류 메달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가장 따기 힘든 금메달의 비율이 제일 낮아야 한다. 은메달을 따고도 처절한 눈물을 흘리는 한국 스포츠계의 풍토 때문일까. 우리 선수들은 유난히 금메달에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것이리라.
메달 순위 세계 10위 안을 보면 흔히 선진국이라 부르는 혹은 강대국의 경험이 있는 국가들이다.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호주,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묘한 경쟁 의식을 가지게 되는 일본이 지난 대회 5위에서 8위로 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래저래 한국은 자랑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주된 동기는 영국의 순위 때문이었다.
영국의 BBC는 영국의 올림픽 선수단의 환영식을 중계했다. 방송 자체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그런 게 있었던 건 확실하다. 한국의 경우도 기를 들고 앞장선 박태환, 장미란 등 금메달을 딴 선수를 중심으로 환영식을 열었다. 잠깐 보니 트로트, 댄스, 인순이 누나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있었고, 금메달 딴 선수들은 개인기를 선보였다. 국민대축제란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런 행사를 왜 하냐, 지금이 80년대냐라며 불만을 표현했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수많은 근대 스포츠의 발상지이자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내용은 다를지라도 환영식을 한단다.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이런 행사를 계속 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번에 특별히 하는 거라도 쳐도 이해할만하다. 메달 순위 4위이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의 올림픽 중계만 봐서는 중국이나 미국이 금메달 따는 건 봐도 영국 금메달은 거의 못 본다. 어디서 그렇데 메달을 획득했을까 싶어 찾아보니 사이클에서 무려 8개. 요트, 조정, 수영 등 물 관련 스포츠에서 8개를 땄다. 얘네도 메달 편중이 참 심하구나 싶다.
5위를 한 독일은 카누, 승마, 펜싱, 근대5종, 트라이애슬론 등 한국에서 안 보여줄만한 종목들에서 많은 금메달을 얻었다. 재미를 잘 느끼지도 못하는 종목에서 선전했던 영국, 독일의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여주지 않은 한국 방송의 중계 행태를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자기들 유리한 종목에 많은 메달을 만들어 놓고 동양인이 유리한 종목은 메달 수를 적게 제한하는 있는지없는지 모를 차별을 규탄하자는 것도 아니다.
올림픽이 세계 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위해 개최된다는 취지와 아주 작은 성과를 인정할수밖에 없지만 결국 국가 중심의 경쟁은 화합보다 큰 갈등의 씨앗이 되기에 경계해야 한다. 올림픽 메달 순위라는 것이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올림픽 메달이라는 것이 거의 모든 운동 선수들의 최종 목표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TV를 응시하면 자기 몸을 혹사하는 인간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펼쳐진다.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 몸은 붕대투성이가 된다. 이건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는 운동선수를 메달을 따는 기계로 만들어버린다. 메달에 너무나 집착하는 한국이기에 운동기계는 수시로 새 기계로 대체된다. 선진국에 급하게 도달하려는 국가의 비극이리라. 10대신 13을 얻은 이번 올림픽은 다음 올림픽 메달 수에 대한 부담을 낳아 한국 체육계에 불행한 미래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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