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의문이 해소된 에피소드였다. 리차드 혼은 벤자민 혼의 손자가 맞았고, 벤자민은 부인과 별거 상태고 조니와 부인이 함께 살고 있었다. 가장 쇼킹한 사실은 다이앤이 나쁜 쿠퍼와 내통했다는 점이다. 나쁜 쿠퍼의 의미불명의 메시지를 받고 나서 다이앤은 헤이스팅스에 대한 정보를 나쁜 쿠퍼에게 넘겼다.
리차드 혼은 정말 사악한 인물임이 재확인되었다. 그는 목격자, 제보자를 거침없이 살해했고, 제보자가 트루먼에게 보낸 편지를 채드를 이용해 가로챘다. 지난 편에서 회의실에서 식사를 하다 무안을 당했던 채드는 트윈 픽스의 악한 캐릭터였음이 밝혀졌다. 리차드는 이에 더해 자신의 할머니 집에 방문해 그녀를 위협하고 강도질을 벌였다. 일찍이 제기된 추측처럼 나쁜 쿠퍼와 오드리의 자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착한 쿠퍼 더기는 제이니 이와 정사를 벌였다. 더기의 펑퍼짐한 몸이 아니라 날렵한 쿠퍼의 몸매를 본 제이니 이는 쿠퍼의 성적 매력에 홀딱 빠졌고, 쿠퍼가 카지노에서 헬로오오오를 외친 것처럼 침대에서 더기이이이를 외쳤다. 물론 쿠퍼는 가만히 있을 뿐이지만 기분은 좋아보였다.
하지만 드라마 속 여러 캐릭터는 나쁜 쿠퍼의 지시에 따라 착한 쿠퍼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다. 스파이크 아이크는 체포되었지만 이제 카지노 운영자가 보험 처리에 대한 악의적인 정보를 듣고 쿠퍼를 처리하려고 한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번 편에서 짧게 등장했다. 이렇게 간헐적으로 등장하다 나중에 한 건 하겠거니 기대는 하지만 최대의 깜짝 캐스팅 중 하나인 그녀는 너무너무 분량이 적게 등장한다.
셰릴 리는 이번 편에서 언제나 그렇듯 오피닝 씬에서 잠깐 등장하는 것 외에 고든의 환상 속에서 절규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마 고든은 불길함을 느꼈던 것 같고 그 느낌은 다이앤의 배신(?)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 세계에서 냉정하고 기분 나쁜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캐릭터였던 알버트가 부검실의 여성과 식당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장면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제는 18개 에피소드의 반환점을 돌아 결말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다음 주도 기대해본다.
2017년 7월 17일 월요일
게임 오브 쓰론 시즌 7 에피소드 1
전세계 많은 팬들이 기다린 게임 오브 쓰론, 왕좌의 게임 시즌 7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시즌 1부터 겨울이 온다, 온다 말은 많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 와서야 모두들 겨울이 왔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아무리 주연급으로 보이는 캐릭터라도 언제나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고 셀링 포인트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보건대 시리즈의 정말 막판이 아니면 죽이지 않을 캐릭터가 정해진 것도 보인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제일 먼저 이름을 등장시키는 피터 딩클리지를 비롯해 킷 해링턴, 에밀리아 클락은 핵심 인물이고 산사, 아야, 브랜 스타크, 써씨와 제이미 래니스터, 리틀 핑거, 하운드, 샘 등도 가능한 끝까지 갈 것 같다.
새 시즌 첫 편은 기존의 혼란의 와중에 세력 재편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이어진다. 써씨는 마당에 거대한 지도를 그려놓고 형세를 따졌고, 끝날 무렵 드디어 웨스테로스에 도달한 대너리스도 지도를 훑으며 게임의 시작을 선언했다. 모든 주요 캐릭터들의 상황을 정리(훈 훈을 비롯하여 죽은 자들까지도 보여줬다)해주다 보니 큰 사건은 없었다. 이 시리즈의 비주얼을 감안할 때는 아주 얌전한 에피소드였다고 할 수 있다.
아야의 프레이 가문 학살은 엄청난 일이지만 예측 가능한 일이었고, 해부 장면이 눈으로 보기에 꽤 거슬릴 장면이었다. 샘이 똥물을 치우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메스껍게 만들었는데 어쨌거나 그는 화이트워커를 없앨 수 있는 자원이 드래곤스톤에 많음을 발견했다. 드래곤스톤은 이번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하고, 대너리스가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시청자들을 가장 속터지게 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산사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전략적인 인물로 거듭났다. 하운드가 불을 보며 겨울의 진짜 위험을 깨닫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아직은 별로 더할 말이 없으니 이만 마친다.
이 드라마는 아무리 주연급으로 보이는 캐릭터라도 언제나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고 셀링 포인트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보건대 시리즈의 정말 막판이 아니면 죽이지 않을 캐릭터가 정해진 것도 보인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제일 먼저 이름을 등장시키는 피터 딩클리지를 비롯해 킷 해링턴, 에밀리아 클락은 핵심 인물이고 산사, 아야, 브랜 스타크, 써씨와 제이미 래니스터, 리틀 핑거, 하운드, 샘 등도 가능한 끝까지 갈 것 같다.
새 시즌 첫 편은 기존의 혼란의 와중에 세력 재편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이어진다. 써씨는 마당에 거대한 지도를 그려놓고 형세를 따졌고, 끝날 무렵 드디어 웨스테로스에 도달한 대너리스도 지도를 훑으며 게임의 시작을 선언했다. 모든 주요 캐릭터들의 상황을 정리(훈 훈을 비롯하여 죽은 자들까지도 보여줬다)해주다 보니 큰 사건은 없었다. 이 시리즈의 비주얼을 감안할 때는 아주 얌전한 에피소드였다고 할 수 있다.
아야의 프레이 가문 학살은 엄청난 일이지만 예측 가능한 일이었고, 해부 장면이 눈으로 보기에 꽤 거슬릴 장면이었다. 샘이 똥물을 치우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메스껍게 만들었는데 어쨌거나 그는 화이트워커를 없앨 수 있는 자원이 드래곤스톤에 많음을 발견했다. 드래곤스톤은 이번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하고, 대너리스가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시청자들을 가장 속터지게 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산사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전략적인 인물로 거듭났다. 하운드가 불을 보며 겨울의 진짜 위험을 깨닫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아직은 별로 더할 말이 없으니 이만 마친다.
2017년 7월 11일 화요일
에일리언: 커버넌트
에일리언이라는 이름을 걸고 새롭게 개봉했던 에일리언 커버넌트. 원래 시리즈는 본 지 오래되어 기억도 잘 나지 않아서인지 프로메테우스가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일반적인 평가야 리들리 스콧의 1편과 제임스 캐머런의 2편이 가장 훌륭하다고 하고, 3, 4편은 각각 나름대로 괜찮은 작품이라는 평과 별로라는 평이 갈린다.
영화의 부제인 '커버넌트'는 내러티브 속에서는 우주선의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원래는 기독교 성경에서 신과 인간의 언약이다. 그래서인지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대해 토론하는 독립된 웹사이트에서 누군가는 이 영화의 해석을 위해 성경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엔지니어 외에 기독교의 신과 천사 같은 존재들이 있고, 그 신적 존재들이 인류의 멸망을 명령했다는 식이었던 것 같다.
영화 개봉 전에 유튜브에 공개된 프롤로그 중 하나의 제목이 '최후의 만찬'이어서 기독교적 해석을 만든 이들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단서들이 그저 보는 이들의 흥미를 배가하기 위한 조치인지 정말 시리즈의 세계관의 일부인지는 모르겠다. 기독교적 해석을 할 수는 있지만 당연하게도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AI에 대한 온갖 영화, 드라마의 내러티브들처럼 기계가 정신이란 걸 갖게 된다면 인간과 기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기계보다 낫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등등의 이야기들.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대한 많은 이야깃거리들-가령 마지막에 남은 것이 데이빗이 아니라 월터일지 모른다는 가설이나 우주선의 시스템인 마더가 무엇이냐 등-이 있었지만 며칠 동안 다른 것들을 보면서 잊혀지기도 하여 두 가지 점에 대해서만 더 적어두려고 한다.
첫번째는 로빈슨 크루소다. 데이빗은 엔지니어들을 몰살시킨 후 살아있는 동물이라고는 자신이 유일했던 그 행성에서의 삶을 대니얼 디퍼의 유명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처지에 빗댔다. 크루소 이야기 전에 의문스러운 것은 데이빗이 행성에 도착한 날 뿌린 바이러스(?)로 인해 엔지니어들이 죽었다고 할 수는 있는데, 그 몸 속에서 튀어나온 괴생물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데이빗의 설명을 보건대 그는 여러 가지 조작을 통해 변종을 계속 만들어나갔다. 그렇다면 숙주가 될 죽지 않은 엔지니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마 적지 않게 필요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데이빗은 엔지니어의 몸을 찢고 튀어나온 괴물을 다시 숙주로 삼아 실험을 했다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커버넌트 선원의 몸에서 나온 변종은 인간과 상당히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었으니. 그렇더라도 피에 주린 이 괴물들을 데이빗이 어떻게 다루었을지 궁금하다. 이 부분에서 크루소가 다시 적실성을 가진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라고 여겨진 섬에서 유일한 인간으로서, 원시 상태와 유사한 상황에서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세계를 손으로 구축한 인물이다. 나중에 등장한 프라이데이는 그의 세계의 하나의 부속품일 뿐이다. 그는 무인도의 세계에서 실로 신과 같은 존재였다. 데이빗은 무엔지니어, 무동물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가진 존재로서 외로이 군림했다. 그는 생명을 조작하고 조작하고 또 조작해서 인간 멸절을 위한 최상의 도구를 만들어냈다. 로빈슨이 결국 인간 세계에 돌아와 잘 적응한 것에 비하면 데이빗은 애초에 자신보다 못한 인간들을 없애려는 목적 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생명을 창조하는 자신에 비해, 인류 생존의 최적지인 지구를 파괴하고 다른 식민지 행성을 찾아나서는 인간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엔지니어나 데이빗이나 인류 파괴에 대한 목적은 동일하다.
다음으로는 영화 처음과 끝을 장식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이야기다. 신들의 발할라 입성이라는 곡을 데이빗이 웨일랜드 앞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했고, 마지막에는 마더에게 들려달라고 요청한 음악이었다. 이 음악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바그너 작품을 알아야하고, 그에 앞서 북유럽 신화까지 섭렵해야 한다. 마침 닐 게이먼의 어메리칸 갓스를 읽는 중이니 며칠 후에는 할 말이 더 많아지리라 기대한다. 현재로서는 인간의 예술성이 인조인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를 시험해보려는 웨일랜드의 요청에 따라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던 데이빗이 인간은 물론 엔지니어까지 없애고 자기 마음대로 생명을 주물러본 이후 인간에 대한 비웃음의 의미로 이 곡을 들려달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 시리즈와 연결이 되지만 그 작품만으로는 연결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터인데 이제 제목부터 '에일리언'이 포함된 이번 영화로 인해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1편 에일리언과 프로메테우스를 연결시켜보려는 감독의 의도가 확고히 드러났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이 어떻게 생겨났는가, 인간의 창조주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여정과 그 와중에 발생한 사고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에일리언의 괴물들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초반은 웨일랜드가 데이빗을 만들어낸 이후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데이빗은 자기를 웨일랜드가 만들었다면 웨일랜드는 누가 만들었냐고 질문한다. 웨일랜드는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강조한다. 예술이라는 인간 정신의 최고봉의 행위는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꽤 논쟁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지구에서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고, 자신과 닮은 인조인간까지 훌륭하게 만들어낸 인간이라는 존재는 과연 누가 만들었나를 궁금해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기도 하다. 다만 웨일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이 아니라 우주 너머 어느 별에 살고 있을 창조주를 탐색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사실 나로서는 이 영화 시리즈의 세계관에서 인간을 엔지니어가 만들었다면 결국 질문은 엔지니어는 누가 만들었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적이다. 엔지니어들은 그 답을 알고 있을까? 엔지니어들의 건축물을 보건대 그들도 어떤 영웅이나 신을 믿고 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 세계관에서는 우주 곳곳에 식민지 비슷한 행성들을 관리하는 엔지니어들이 지구를 멸망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데 이 인간보다 고등한 존재조차 데이빗의 만행에 의해 일거에 소멸된다. 물론 다른 식민지 행성에 거주하거나 출장간 엔지니어들은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긴 해도 따지고 보면 피조물의 피조물이 현재까지 드러나기로는 최상위의 창조주를 파괴한다는 건 비참한 일이다.
영화의 부제인 '커버넌트'는 내러티브 속에서는 우주선의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원래는 기독교 성경에서 신과 인간의 언약이다. 그래서인지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대해 토론하는 독립된 웹사이트에서 누군가는 이 영화의 해석을 위해 성경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엔지니어 외에 기독교의 신과 천사 같은 존재들이 있고, 그 신적 존재들이 인류의 멸망을 명령했다는 식이었던 것 같다.
영화 개봉 전에 유튜브에 공개된 프롤로그 중 하나의 제목이 '최후의 만찬'이어서 기독교적 해석을 만든 이들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단서들이 그저 보는 이들의 흥미를 배가하기 위한 조치인지 정말 시리즈의 세계관의 일부인지는 모르겠다. 기독교적 해석을 할 수는 있지만 당연하게도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AI에 대한 온갖 영화, 드라마의 내러티브들처럼 기계가 정신이란 걸 갖게 된다면 인간과 기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기계보다 낫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등등의 이야기들.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대한 많은 이야깃거리들-가령 마지막에 남은 것이 데이빗이 아니라 월터일지 모른다는 가설이나 우주선의 시스템인 마더가 무엇이냐 등-이 있었지만 며칠 동안 다른 것들을 보면서 잊혀지기도 하여 두 가지 점에 대해서만 더 적어두려고 한다.
첫번째는 로빈슨 크루소다. 데이빗은 엔지니어들을 몰살시킨 후 살아있는 동물이라고는 자신이 유일했던 그 행성에서의 삶을 대니얼 디퍼의 유명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처지에 빗댔다. 크루소 이야기 전에 의문스러운 것은 데이빗이 행성에 도착한 날 뿌린 바이러스(?)로 인해 엔지니어들이 죽었다고 할 수는 있는데, 그 몸 속에서 튀어나온 괴생물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데이빗의 설명을 보건대 그는 여러 가지 조작을 통해 변종을 계속 만들어나갔다. 그렇다면 숙주가 될 죽지 않은 엔지니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마 적지 않게 필요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데이빗은 엔지니어의 몸을 찢고 튀어나온 괴물을 다시 숙주로 삼아 실험을 했다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커버넌트 선원의 몸에서 나온 변종은 인간과 상당히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었으니. 그렇더라도 피에 주린 이 괴물들을 데이빗이 어떻게 다루었을지 궁금하다. 이 부분에서 크루소가 다시 적실성을 가진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라고 여겨진 섬에서 유일한 인간으로서, 원시 상태와 유사한 상황에서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세계를 손으로 구축한 인물이다. 나중에 등장한 프라이데이는 그의 세계의 하나의 부속품일 뿐이다. 그는 무인도의 세계에서 실로 신과 같은 존재였다. 데이빗은 무엔지니어, 무동물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가진 존재로서 외로이 군림했다. 그는 생명을 조작하고 조작하고 또 조작해서 인간 멸절을 위한 최상의 도구를 만들어냈다. 로빈슨이 결국 인간 세계에 돌아와 잘 적응한 것에 비하면 데이빗은 애초에 자신보다 못한 인간들을 없애려는 목적 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생명을 창조하는 자신에 비해, 인류 생존의 최적지인 지구를 파괴하고 다른 식민지 행성을 찾아나서는 인간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엔지니어나 데이빗이나 인류 파괴에 대한 목적은 동일하다.
다음으로는 영화 처음과 끝을 장식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이야기다. 신들의 발할라 입성이라는 곡을 데이빗이 웨일랜드 앞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했고, 마지막에는 마더에게 들려달라고 요청한 음악이었다. 이 음악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바그너 작품을 알아야하고, 그에 앞서 북유럽 신화까지 섭렵해야 한다. 마침 닐 게이먼의 어메리칸 갓스를 읽는 중이니 며칠 후에는 할 말이 더 많아지리라 기대한다. 현재로서는 인간의 예술성이 인조인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를 시험해보려는 웨일랜드의 요청에 따라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던 데이빗이 인간은 물론 엔지니어까지 없애고 자기 마음대로 생명을 주물러본 이후 인간에 대한 비웃음의 의미로 이 곡을 들려달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9
2주의 휴식을 마치고 트윈 픽스 시즌3이 돌아왔다. 난해하고 폭력적인 8편에 이어 쉬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한 리뷰어는 이것이 일종의 흐름이라고 봤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난해한 에피소드가 제시되고 이어서 이야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나오는 식의.
이번에는 팀 로스의 등장이 가장 반가웠다. 출연 분량은 짧지만 사악한 쿠퍼의 부하로서의 불량한 모습을 잘 연기했다. 팀 로스의 TV 드라마 출연인데 분량이 짧다는 게 이상하지만 대화를 보건대 다음 편들에서 살인자로서의 연기를 더 보여줄 것이다. 그는 심지어 휴대폰마저 총으로 쏴서 죽이는 남자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바비와 갈란드 브릭스의 부자지간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진 장면들이다. 애초의 시즌1, 2를 돌이켜보면 트윈 픽스 마을의 가장 불량 소년인 바비 브릭스가 트윈 픽스의 보안관이 되리라고 상상하긴 어려웠다. 바비의 어머니가 말하듯 갈란드는 이미 25년 전에 바비가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자식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라기보다는 보안관 트루먼이 호크에게 말한 것처럼 미래를 이미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바비는 트윈 픽스의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그와 아버지의 추억에 녹여낸 갈란드의 조치를 확인하며 기쁨과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다.
카일 맥라클란의 사악한 쿠퍼는 초반에 약간의 연기를 했지만, 착한 쿠퍼는 가만히 앉아있는 자세로 잠깐 출연한다. 대신 트윈 픽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반가웠다. 바비의 어머니의 등장도 그렇고, 앤디와 루시는 예의 그 멍청한 커플 연기를 보여줬고, 혼 형제들도 등장했다. 내가 그레이트 노던 호텔의 이상한 소리의 진원지로 의심했던 벤자민 혼의 아들 조니는 이번 편에서 죽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그러니까 그가 이상한 소리의 발신자는 아니었다.
착한 쿠퍼가 미국 국기를 보고, 미국에 대한 노래를 듣는 와중에 그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한 젊은 여자의 맨 다리였다. 나는 즉시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오드리 혼이 쿠퍼를 유혹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역시나 어떤 리뷰어도 그 점을 지적했고, 이번에 쿠퍼의 시선을 잡은 여성은 물론 제이니 이와 다이앤까지 빨간 신발을 신었다고 말한하. 분명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고, 오드리가 어서 출연해주길 바란다.
난쟁이 청부살인업자 스파이크 더 아이크는 모텔에서 체포되었다. 지난 편에서 작은 버전의 팔이 쿠퍼에게 지시한 결과 아이크의 손바닥의 살점이 커다랗게 떨어져나간 바 있다. 그래서 퍼스코 형제 형사들은 그걸 두고 이번 편에서 농담을 했다.
이번 편은 뱅뱅 바에서 젊은 두 여성이 농담을 주고 받는 와중에 한 여성이 겨드랑이를 자꾸 긁고 나서 배경에 깔린 음악을 공연한 한 여성 삼인조 밴드의 공연 실황으로 이어지며 끝난다. 겨드랑이에 피부병이 걸린 듯한 그 여성을 두고 트윈 픽스의 유명한 외팔이 마이크의 팔과 연결시키는 해석도 있었다.
뱅뱅바의 밴드 공연들이 이번 시즌에 적극적으로 들어간 것에 어떤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편을 보건대 블랙 코미디가 가미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비극적인 이 시리즈를 보는 이의 마음을 이완시키는 효과는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다르게 생각해보면 트윈 픽스의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하루의 여독을 풀지만 그 마을은 사악한 무언가가 수십 년을 맴돈 곳이기에 어느 날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를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팀 로스의 등장이 가장 반가웠다. 출연 분량은 짧지만 사악한 쿠퍼의 부하로서의 불량한 모습을 잘 연기했다. 팀 로스의 TV 드라마 출연인데 분량이 짧다는 게 이상하지만 대화를 보건대 다음 편들에서 살인자로서의 연기를 더 보여줄 것이다. 그는 심지어 휴대폰마저 총으로 쏴서 죽이는 남자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바비와 갈란드 브릭스의 부자지간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진 장면들이다. 애초의 시즌1, 2를 돌이켜보면 트윈 픽스 마을의 가장 불량 소년인 바비 브릭스가 트윈 픽스의 보안관이 되리라고 상상하긴 어려웠다. 바비의 어머니가 말하듯 갈란드는 이미 25년 전에 바비가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자식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라기보다는 보안관 트루먼이 호크에게 말한 것처럼 미래를 이미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바비는 트윈 픽스의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그와 아버지의 추억에 녹여낸 갈란드의 조치를 확인하며 기쁨과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다.
카일 맥라클란의 사악한 쿠퍼는 초반에 약간의 연기를 했지만, 착한 쿠퍼는 가만히 앉아있는 자세로 잠깐 출연한다. 대신 트윈 픽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반가웠다. 바비의 어머니의 등장도 그렇고, 앤디와 루시는 예의 그 멍청한 커플 연기를 보여줬고, 혼 형제들도 등장했다. 내가 그레이트 노던 호텔의 이상한 소리의 진원지로 의심했던 벤자민 혼의 아들 조니는 이번 편에서 죽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그러니까 그가 이상한 소리의 발신자는 아니었다.
착한 쿠퍼가 미국 국기를 보고, 미국에 대한 노래를 듣는 와중에 그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한 젊은 여자의 맨 다리였다. 나는 즉시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오드리 혼이 쿠퍼를 유혹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역시나 어떤 리뷰어도 그 점을 지적했고, 이번에 쿠퍼의 시선을 잡은 여성은 물론 제이니 이와 다이앤까지 빨간 신발을 신었다고 말한하. 분명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고, 오드리가 어서 출연해주길 바란다.
난쟁이 청부살인업자 스파이크 더 아이크는 모텔에서 체포되었다. 지난 편에서 작은 버전의 팔이 쿠퍼에게 지시한 결과 아이크의 손바닥의 살점이 커다랗게 떨어져나간 바 있다. 그래서 퍼스코 형제 형사들은 그걸 두고 이번 편에서 농담을 했다.
이번 편은 뱅뱅 바에서 젊은 두 여성이 농담을 주고 받는 와중에 한 여성이 겨드랑이를 자꾸 긁고 나서 배경에 깔린 음악을 공연한 한 여성 삼인조 밴드의 공연 실황으로 이어지며 끝난다. 겨드랑이에 피부병이 걸린 듯한 그 여성을 두고 트윈 픽스의 유명한 외팔이 마이크의 팔과 연결시키는 해석도 있었다.
뱅뱅바의 밴드 공연들이 이번 시즌에 적극적으로 들어간 것에 어떤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편을 보건대 블랙 코미디가 가미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비극적인 이 시리즈를 보는 이의 마음을 이완시키는 효과는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다르게 생각해보면 트윈 픽스의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하루의 여독을 풀지만 그 마을은 사악한 무언가가 수십 년을 맴돈 곳이기에 어느 날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를 곳이기도 하다.
2017년 6월 27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8에 대한 리뷰들을 보고
예상대로 언론의 리뷰어/리캐퍼들도 이번 에피소드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트윈 픽스 시리즈를 꿰차고 있는 한두 명은 이번 편조차도 나름대로 많이 설명을 해내고 있어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들의 글을 보고 새삼 깨닫는 것은 시즌1만 재밌게 보고 많이 기억하는 내가 시즌 2와 극장판까지의 세계관을 계승한 이번 시즌3를 제대로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라는 제목의 트윈 픽스 극장판은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정도 보긴 했는데 트윈 픽스 TV판의 전사를 다뤘다는 점 말고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3에서는 그 극장판의 이야기들이 종종 다뤄진다. 세상을 떠난 데이빗 보위가 연기했던 FBI 에이전트 필립스는 이번 편에서 통화의 상대방으로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 오랫동안 흔들리는 화면 속에 등장한 편의점도 영화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 편에 대한 리뷰어/리캐퍼들의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두기로 한다. 이번 편을 밥이라는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본 나의 의견은 그들의 공통된 관점이기도 하다. 원자폭탄 실험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이 세계와 저 너머 세계의 경계를 허물거나 흐려지게 만들었고 이후 밥도 등장하고 시커먼 얼굴의 나뭇꾼(Woodman)도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거인, 세뇨리타 다이도 같은 하얀 오두막의 존재들이 로라 팔머를 세상으로 내보냈다.
로라는 이미 1945년부터 릴랜드의 딸로 태어나 밥에 점령된 릴랜드에게 능욕되고 살해된 후 천사에게 구원될 운명이라는 이야기로까지 해석된다. 로라가 그냥 망가진 십대 소녀가 아니라 일종의 구원자로까지 격상되는 해석인데 애초에 밥과 검은 오두막의 힘을 너무 크게 잡아놔서 대항 세력의 대표로서 로라의 존재감도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8편 후반부의 주역인 젊은 커플 중 여자가 로라의 어머니가 아니냐는 재미있는 해석도 있었다. 그 배우의 출생연도를 따지기도 하고 극중 여성의 나이를 따져서 로라의 엄마가 될 만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삼킨 것의 정체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달랐다. 제일 먼저 읽은 리뷰에서는 말벌+개구리라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바퀴벌레, 파리 등 온갖 곤충들이 다 나왔다. 맥락은 다르겠지만 나는 거울 나라 앨리스의 이상한 생물체들이 떠올랐다.
우드맨이 갓 어 라이트?를 외치며 악행을 저지르는 걸 보고 한 리뷰어가 누가 좀 불을 주지 그랬냐!고 절규할 때는 무릎을 탁 치며 동의했다. 우드맨은 미국 대통령인 링컨을 연기했던 배우가 맡았다고 한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라는 제목의 트윈 픽스 극장판은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정도 보긴 했는데 트윈 픽스 TV판의 전사를 다뤘다는 점 말고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3에서는 그 극장판의 이야기들이 종종 다뤄진다. 세상을 떠난 데이빗 보위가 연기했던 FBI 에이전트 필립스는 이번 편에서 통화의 상대방으로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 오랫동안 흔들리는 화면 속에 등장한 편의점도 영화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 편에 대한 리뷰어/리캐퍼들의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두기로 한다. 이번 편을 밥이라는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본 나의 의견은 그들의 공통된 관점이기도 하다. 원자폭탄 실험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이 세계와 저 너머 세계의 경계를 허물거나 흐려지게 만들었고 이후 밥도 등장하고 시커먼 얼굴의 나뭇꾼(Woodman)도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거인, 세뇨리타 다이도 같은 하얀 오두막의 존재들이 로라 팔머를 세상으로 내보냈다.
로라는 이미 1945년부터 릴랜드의 딸로 태어나 밥에 점령된 릴랜드에게 능욕되고 살해된 후 천사에게 구원될 운명이라는 이야기로까지 해석된다. 로라가 그냥 망가진 십대 소녀가 아니라 일종의 구원자로까지 격상되는 해석인데 애초에 밥과 검은 오두막의 힘을 너무 크게 잡아놔서 대항 세력의 대표로서 로라의 존재감도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8편 후반부의 주역인 젊은 커플 중 여자가 로라의 어머니가 아니냐는 재미있는 해석도 있었다. 그 배우의 출생연도를 따지기도 하고 극중 여성의 나이를 따져서 로라의 엄마가 될 만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삼킨 것의 정체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달랐다. 제일 먼저 읽은 리뷰에서는 말벌+개구리라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바퀴벌레, 파리 등 온갖 곤충들이 다 나왔다. 맥락은 다르겠지만 나는 거울 나라 앨리스의 이상한 생물체들이 떠올랐다.
우드맨이 갓 어 라이트?를 외치며 악행을 저지르는 걸 보고 한 리뷰어가 누가 좀 불을 주지 그랬냐!고 절규할 때는 무릎을 탁 치며 동의했다. 우드맨은 미국 대통령인 링컨을 연기했던 배우가 맡았다고 한다.
2017년 6월 26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8
지난 주의 에피소드7이 린치의 작품 치고는 너무 알기 쉬운 전개였다면 이번 편은 다시 시즌3의 에피소드 1, 2를 볼 때와 비슷한 아니 오히려 훨씬 아리송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솔직히 이번 편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대강은 악 혹은 밥(Bob)의 탄생에 관한 역사적 기원을 살피는 내용 같지만 원자폭탄 실험이 그 시작점이라는 주장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시즌 초반부와 지난 주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검은 얼굴의 남자들이 이번 편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원래 검은 얼굴이 아니라 그을음 같은 것이 얼굴에 묻어서 그렇게 되었다. 지난 편까지 그들은 감옥에서 홀연 사라지거나 병원에서 복도를 어슬렁거릴 뿐이지만, 이번 편에 나타난 그들은 피를 부르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었다. 한 손으로 두개골을 으깨기도 하고, 레이의 총을 맞고 죽은 것 같은 나쁜 쿠퍼를 되살리기도 했다. 결국 이 미지의 검은 얼굴들이 밥과 연결되고, 검은 오두막과도 상관이 있을 것 같다.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시즌 3의 매 에피소드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는 로라 팔머지만 그녀의 이름은 항상 엔딩 크레딧에 포함되었다. 이번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밝고 둥근 물체 속에 그녀의 얼굴이 등장했다. 그 물체는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지도 속의 미국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적으로는 1940, 50년대의 일 같아 보였는데 그렇다면 트윈 픽스의 비극은 이미 예견되었다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매 에피소드에서 밴드의 공연을 어떻게든 집어넣으려고 하는 린치의 시도가 이번에는 비교적 초반부에 나인 인치 네일스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인 인치 네일스가 노래를 부르고 나자 나쁜 쿠퍼가 벌떡 일어났다. 이번에는 노래 가사와 드라마 내용이 연관이 있을 듯 한다.
솔직히 이번 편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대강은 악 혹은 밥(Bob)의 탄생에 관한 역사적 기원을 살피는 내용 같지만 원자폭탄 실험이 그 시작점이라는 주장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시즌 초반부와 지난 주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검은 얼굴의 남자들이 이번 편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원래 검은 얼굴이 아니라 그을음 같은 것이 얼굴에 묻어서 그렇게 되었다. 지난 편까지 그들은 감옥에서 홀연 사라지거나 병원에서 복도를 어슬렁거릴 뿐이지만, 이번 편에 나타난 그들은 피를 부르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었다. 한 손으로 두개골을 으깨기도 하고, 레이의 총을 맞고 죽은 것 같은 나쁜 쿠퍼를 되살리기도 했다. 결국 이 미지의 검은 얼굴들이 밥과 연결되고, 검은 오두막과도 상관이 있을 것 같다.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시즌 3의 매 에피소드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는 로라 팔머지만 그녀의 이름은 항상 엔딩 크레딧에 포함되었다. 이번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밝고 둥근 물체 속에 그녀의 얼굴이 등장했다. 그 물체는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지도 속의 미국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적으로는 1940, 50년대의 일 같아 보였는데 그렇다면 트윈 픽스의 비극은 이미 예견되었다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매 에피소드에서 밴드의 공연을 어떻게든 집어넣으려고 하는 린치의 시도가 이번에는 비교적 초반부에 나인 인치 네일스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인 인치 네일스가 노래를 부르고 나자 나쁜 쿠퍼가 벌떡 일어났다. 이번에는 노래 가사와 드라마 내용이 연관이 있을 듯 한다.
2017년 6월 22일 목요일
써틴 리즌스 와이 시즌 1
넥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써틴 리즌스 와이'는 우리나라에서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드라마 방영 전에 한국에서 책으로 이미 소개가 되었던 듯 하다.
추리극의 형식이고 자살한 소녀가 남긴 테잎 13개의 내용을 통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인물들이 누구인지 직접 밝히는 형식의 드라마다. 자살의 당사자인 하나 베이커는 소녀이긴 하나 거의 성인에 근접한 상태였다. 드라마 속에서 그녀 또래의 미국 고교생들은 어른들이 하는 즐거움 혹은 악행을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었다. 음주, 마약, 섹스 등등.
드라마는 매우 우울했다. 소녀의 자살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그 과정이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특히 두 번의 강간 장면과 면도칼로 자살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 때문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아마 제작자는 가해자들의 야만적인 행동이 한 소녀를 '불가피하게'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그녀는 외로운 고민 끝에 그 고통스러운 자살을 위한 행위를 했다고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보기 힘들었다는 것도 새삼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 피날레는 그 자체로 이 시리즈의 종말로 충분할 수도 있다. 일단 하나가 만든 테잎을 다 들었으니 시즌 2가 나온다면 하나가 나레이셔을 하는 방식을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시즌 2는 내년에 방영된다고 한다. 하나 베이커의 시점이 아닌 가해자 친구들의 시점에서 나레이션이 있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변호사들 앞에서 증언하는 식의 형식이 될 지도 모르겠다. 최대 악한인 브라이스에게 어떤 보복이 이루어질지가 최대 관건이겠는데 지역 사회에서 그 집안이 가진 권력이 걸림돌이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추리극의 형식이고 자살한 소녀가 남긴 테잎 13개의 내용을 통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인물들이 누구인지 직접 밝히는 형식의 드라마다. 자살의 당사자인 하나 베이커는 소녀이긴 하나 거의 성인에 근접한 상태였다. 드라마 속에서 그녀 또래의 미국 고교생들은 어른들이 하는 즐거움 혹은 악행을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었다. 음주, 마약, 섹스 등등.
드라마는 매우 우울했다. 소녀의 자살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그 과정이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특히 두 번의 강간 장면과 면도칼로 자살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 때문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아마 제작자는 가해자들의 야만적인 행동이 한 소녀를 '불가피하게'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그녀는 외로운 고민 끝에 그 고통스러운 자살을 위한 행위를 했다고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보기 힘들었다는 것도 새삼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 피날레는 그 자체로 이 시리즈의 종말로 충분할 수도 있다. 일단 하나가 만든 테잎을 다 들었으니 시즌 2가 나온다면 하나가 나레이셔을 하는 방식을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시즌 2는 내년에 방영된다고 한다. 하나 베이커의 시점이 아닌 가해자 친구들의 시점에서 나레이션이 있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변호사들 앞에서 증언하는 식의 형식이 될 지도 모르겠다. 최대 악한인 브라이스에게 어떤 보복이 이루어질지가 최대 관건이겠는데 지역 사회에서 그 집안이 가진 권력이 걸림돌이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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