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6일 화요일
90번째 아카데미 시상식
이번 시상식을 생방송이나 재방송으로도 접하지 못한 상태인데 주요한 상들의 수상작/자를 보면 이변이 하나도 없다시피한 시상식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여우주연상에 프란시스 맥도먼드, 남우주연상에 개리 올드먼, 장편 애니메이션의 코코, 작품상에 더 셰입 오브 워터까지. 그동안 무시당하고 있다고 주장되어온 겟 아웃은 수상했으나 그레타 거윅의 레이디 버드는 하나도 상을 받지 못했다. 시상식 실시간 중계글에서는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코비 브라이언트가 참여한 작품이 수상한 것을 두고 미투, 타임스 업 캠페인의 와중에서 논란이 될만한 선정이었다는 평이 있었다. 성폭력의 과거 때문에 케이시 애플렉은 관례와 달리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덩케르크는 주로 사운드 부문에서 상을 받았고, 블레이드 러너는 촬영 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 같다.
2018년 1월 11일 목요일
2018 골든 글로브
올해 1월에도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거행되었다. TV 부문과 영화 부문을 한꺼번에 시상하고, TV, 영화도 세부 장르에 따라 더 나눠져서 매우 많은 배우들이 상을 받는 행사다. 작품상, 감독상까지 더하면 숨이 차다. 기타 부문은 음악상, 해외영화상 정도가 있을까?
올해는 공로상 정도로 보이는 세실 드 밀 상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이 화제였다. 이미 수십 년간 자신의 쇼를 진행했던 오프라는 영화에도 종종 출연했다. 나도 몇 편 본 적이 있는데 시상식을 보니 모르는 출연작들도 있다. 그녀는 이번 영화제의 화두였던 타임스 업, 미투 캠페인과 연결되는 일장연설을 펼쳤고 이는 언론들에서도 크게 다룰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당장 오프라를 2020년 대선 후보로 내세우자는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많은 경우 그렇지만 올해에도 쟁쟁한 후보들이 경쟁을 해서 누가 수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부문이 많았다. 그렇지만 수상 후보들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누군가는 들어갔어야 했는데 제외되었다고 두루 인정되는 배우, 감독, 작품들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그레타 거윅을 비롯한 여성 감독들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많이 거론된다. 거윅은 자신은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작품상을 받았다.
나로서는 가장 이상한 수상자는 이완 맥그리거의 남우주연상 선정이다. 해당 부문은 트윈 픽스 더 리턴의 카일 매클라클란도 후보로 올라 수상 가능성을 점쳤던 미니시리즈 드라마 부문이었다. 기사들에서도 이완 맥그리거의 수상은 이상하다는 평가가 보였고, 그가 파고에서 쌍둥이로 1인 2역을 했기 때문에 준 거 아니냐는 말도 했지만 그렇게 따지면 카일은 1인 3역을 했기에 납득이 되지 않는다. 파고는 커리어의 하락세인 이완 맥그리거의 재기작 격이었지만 눈부신 연기였다고 하기는 힘들다.
쓰리 빌보드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가 많은 상을 가져갔고, 드라마 부문 영화 남우주연상은 예상대로 처칠을 연기한 개리 올드먼에게 돌아갔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좋은 작품으로 많이 평가를 받았지만 수상에는 실패했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수상 소감을 그만두고 퇴장하라는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자기는 25년을 기다렸으니 1분다 더 달라며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셰잎 오브 워터는 많이 기대가 되지만 짤막짤막하게 볼 수 있는 영상들만으로는 평론가들의 찬사가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올해는 공로상 정도로 보이는 세실 드 밀 상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이 화제였다. 이미 수십 년간 자신의 쇼를 진행했던 오프라는 영화에도 종종 출연했다. 나도 몇 편 본 적이 있는데 시상식을 보니 모르는 출연작들도 있다. 그녀는 이번 영화제의 화두였던 타임스 업, 미투 캠페인과 연결되는 일장연설을 펼쳤고 이는 언론들에서도 크게 다룰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당장 오프라를 2020년 대선 후보로 내세우자는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많은 경우 그렇지만 올해에도 쟁쟁한 후보들이 경쟁을 해서 누가 수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부문이 많았다. 그렇지만 수상 후보들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누군가는 들어갔어야 했는데 제외되었다고 두루 인정되는 배우, 감독, 작품들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그레타 거윅을 비롯한 여성 감독들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많이 거론된다. 거윅은 자신은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작품상을 받았다.
나로서는 가장 이상한 수상자는 이완 맥그리거의 남우주연상 선정이다. 해당 부문은 트윈 픽스 더 리턴의 카일 매클라클란도 후보로 올라 수상 가능성을 점쳤던 미니시리즈 드라마 부문이었다. 기사들에서도 이완 맥그리거의 수상은 이상하다는 평가가 보였고, 그가 파고에서 쌍둥이로 1인 2역을 했기 때문에 준 거 아니냐는 말도 했지만 그렇게 따지면 카일은 1인 3역을 했기에 납득이 되지 않는다. 파고는 커리어의 하락세인 이완 맥그리거의 재기작 격이었지만 눈부신 연기였다고 하기는 힘들다.
쓰리 빌보드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가 많은 상을 가져갔고, 드라마 부문 영화 남우주연상은 예상대로 처칠을 연기한 개리 올드먼에게 돌아갔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좋은 작품으로 많이 평가를 받았지만 수상에는 실패했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수상 소감을 그만두고 퇴장하라는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자기는 25년을 기다렸으니 1분다 더 달라며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셰잎 오브 워터는 많이 기대가 되지만 짤막짤막하게 볼 수 있는 영상들만으로는 평론가들의 찬사가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2017년 12월 13일 수요일
트윈 픽스와 골든 글로브
아침에 가디언 뉴스를 보다가 골든 글로브 후보들이 공개된 걸 알게 되었다. 후보들을 쭉 보면 영화 부문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작품이 많아 모르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TV 시리즈들은 최소한 들어본 것들이 대부분인데 눈에 띄게도 트윈 픽스는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직 남우주연상 후보로서 카일 매클라클란만 볼 수 있다.
영미의 뉴스, 잡지들에서 이번 후보 선정을 두고 말이 많은데 원더 우먼의 패티 젠킨스가 왜 감독상 후보에 들지 못했냐는 것이 가장 큰 논란이다. 할리우드의 성폭력 스캔들 시국에 여성 감독들이 너무 무시를 당한다는 것이다. 나는 원더 우먼이 그렇게 뛰어난 작품이라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패티 젠킨스의 후보 미선정은 이상하지 않지만 더 비가일드의 소피아 코폴라 혹은 디트로이트의 캐서린 비글로우, 혹은 작품상 후보에 오른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윅은 고려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고 본다(디트로이트는 기대 이하였지만).
이 외에도 겟 아웃 감독의 감독상 후보 배제, 영화 mother!의 배제, 드라마 마인드 헌터가 하나도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들도 많이 언급된다. 미녀와 야수 그리고 그 주인공 에마 왓슨도 후보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골든 글로브 후보 리스트를 보면서 눈에 띄는 배제 작품은 블레이드 러너 2049였다. 엄청난 제작과 홍보비 때문에 본전을 건지지 못한 이 비운의 영화는 적어도 평단의 압도적 호평은 얻었는데 이번 시상식에서는 전혀 호응을 얻지 못 했다. 골든 글로브에 촬영 부문 시상이 있었다면 적어도 여기에는 후보로 올랐을 것 같다. 음악도 나쁘지 않았는데 한스 짐머는 덩케르크로 해당 부문의 후보가 되었다.
누가 후보가 되지 않았냐를 두고 논란이 많지만 막상 후보로 선정된 작품이나 배우, 영화인들을 보면 납득이 안 된느 것은 아니다. 그만큼 후보로 오르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닌 것이고, 시상식마다 전통적으로 편애하거나 미워하는 작품이 있는 만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영미의 뉴스, 잡지들에서 이번 후보 선정을 두고 말이 많은데 원더 우먼의 패티 젠킨스가 왜 감독상 후보에 들지 못했냐는 것이 가장 큰 논란이다. 할리우드의 성폭력 스캔들 시국에 여성 감독들이 너무 무시를 당한다는 것이다. 나는 원더 우먼이 그렇게 뛰어난 작품이라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패티 젠킨스의 후보 미선정은 이상하지 않지만 더 비가일드의 소피아 코폴라 혹은 디트로이트의 캐서린 비글로우, 혹은 작품상 후보에 오른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윅은 고려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고 본다(디트로이트는 기대 이하였지만).
이 외에도 겟 아웃 감독의 감독상 후보 배제, 영화 mother!의 배제, 드라마 마인드 헌터가 하나도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들도 많이 언급된다. 미녀와 야수 그리고 그 주인공 에마 왓슨도 후보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골든 글로브 후보 리스트를 보면서 눈에 띄는 배제 작품은 블레이드 러너 2049였다. 엄청난 제작과 홍보비 때문에 본전을 건지지 못한 이 비운의 영화는 적어도 평단의 압도적 호평은 얻었는데 이번 시상식에서는 전혀 호응을 얻지 못 했다. 골든 글로브에 촬영 부문 시상이 있었다면 적어도 여기에는 후보로 올랐을 것 같다. 음악도 나쁘지 않았는데 한스 짐머는 덩케르크로 해당 부문의 후보가 되었다.
누가 후보가 되지 않았냐를 두고 논란이 많지만 막상 후보로 선정된 작품이나 배우, 영화인들을 보면 납득이 안 된느 것은 아니다. 그만큼 후보로 오르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닌 것이고, 시상식마다 전통적으로 편애하거나 미워하는 작품이 있는 만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2017년 12월 11일 월요일
트윈 픽스 더 리턴 다시 보기 - 1
트윈 픽스 블루레이 디스크가 인기를 끌어서 많은 구매자들이 아직 못 받고 있다는 소식이 보이는 가운데 아마존의 블루레이 세트 가격은 예매 때보다 십몇 달러 정도 인상되었다. 당분간 사지는 못할 듯 하고 '더 리턴'의 초반 에피소드 몇 개를 다시 보았다.
예상대로 1편부터 다시 보면 몇 달 전 어리둥절한 상태로 보았던 조각들이 더 잘 맞춰진다. '더 리턴'을 18시간 짜리 영화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확실히 18편까지 전체를 염두에 두고 봐야, 즉 다시 보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리즈다.
이번에 다시 발견한 부분은 3편 초반에 끝도 없이 어디론가 떨어지는 듯한 장면에서 흔들리는 쿠퍼의 얼굴이 고든 콜 사무실의 카프카 사진의 얼굴과 매우 비슷하게 연출된 점이다. 그 의도가 카프카의 어떤 소설과 연관이 있는지는 짐작이 잘 되지 않는다.
빨간 방에서 마이크가 쿠퍼에게 한 이야기는 잘 몰랐던 것을 알게 해준다. 마이크는 빨간 방에 갖힌 쿠퍼가 나가기 위해서는 도플갱어인 미스터 C가 빨간 방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어떤 이유에서인지 미스터 C가 알고 있었고, 손을 써놨다고 말했다. 이후의 전개 과정을 보면 미스터 C가 돌아간 후 쿠퍼가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라, 더기가 빨간 방으로 들어갔고 쿠퍼는 더기로서 세상에 나왔다.
위의 상황을 감안하면 더기라는 존재는 미스터 C가 빨간 방에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이며, 세상에 존재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더기가 커리어를 쌓았다는 보험사의 공간과 제이니 이와 소니 짐이 있는 가정의 공간은 모두 미스터 C가 만들어냈거나 혹은 미스터 C가 조작해낸 장소들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의 흐름상 이는 명확해보인다. 미스터 C는 쿠퍼의 암살도 사주했다.
통나무틀 통해 마가렛은 호크에게 인디언의 유산과 연관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라고 했다. 회의실에서 증거물들을 늘어놓은 이후 증거품 중 하나인 토끼 그림이 그려진 초콜릿이 의혹의 대상이 되는데 호크는 토끼가 상관있을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그 과정에서 설마하는 심정으로 돌아가다가도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중에 드러나듯이 잭래빗의 궁전이 가야할 장소였으니 통나무의 조언은 확실한 정보였다.
쿠퍼가 더기로 세상에 나온 이후의 모습은 어린아이 같다는 이야기는 이미 나온 바 있는데 그는 확실히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더기/쿠퍼는 남들이 자기를 미스터 잭팟이라고 부르면 그렇게 받아들였고, 남들이 너는 더기 존스라고 부르자 나는 더기 존스라고 말했다. 자신이 에이전트 쿠퍼라는 의식은 전혀 없었다. 그는 갓난아이처럼 말들을 배우고, 화장실 이용하는 법을 배운다. 그렇지만 커피에 대한 본능이나 암살자를 제압했을 때의 반응처럼 쿠퍼로서의 경험이 무의식 상태로 남아있다.
실버 머스탱 카지노에서 CCTV 카메라가 두 번 카메라에 잡히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쿠퍼 덕에 두 번의 메가잭팟을 터뜨린 가난한 할머니는 쿠퍼가 잭팟을 떠뜨리고 수거하지 않은 동전을 탐내다가 머리 위의 감시 카메라를 보며 손가락 욕을 했다. 카지노를 떠나 집으로 가려던 쿠퍼는 카지노 사무실에서 돈자루를 받으며 관리자의 위협을 받고는 역시 머리 위의 카메라를 보았다. 그의 의식 수준에서 감시 카메라의 존재를 안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그 카메라를 통해 미첨 형제들이 감시를 하는 것이지만 쿠퍼가 그들을 만난 적도 없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감시 카메라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도 아니었다. 마치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감시를 인식하듯이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이 시리즈에서 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행위다. 처음부터 뉴욕의 고층 빌딩 옥상에서 텅 빈 상자를 멍하니 한참 바라보는 청년이 등장했고, 커다른 TV를 보는 새라의 장면은 초반은 물론 이후로도 몇 번 등장한다. 화이트 로지로 알려진 거인과 세뇨리타 다이도의 공간은 극장처럼 생겼고 극장처럼 작동한다. 이러한 보는 행위들은 모두 다른 의미가 있다. 카지노 사무실에서 쿠퍼의 감시 카메라 보기는, 쿠퍼가 눈길이 바로 가는 관리자 책상 위에 놓인 주사위로 만든 펜꽂이를 호기심에 바라보는 행위와는 다른, 마치 카메라가 나를 보라고 명령해서 바라본 것 같은 시선의 이동이었다. 카지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감시 카메라가 출입자들을 다 파악하고 있으니 다시는 카지노에 오지 말라는 관리자의 말을 확인하는 차원의 행위이겠으나 이 때의 쿠퍼가 그럴리는 없다. 요원으로서 쿠퍼의 무의식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 장면은 매우 이상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즉각적으로 어떤 신의 시선을 느낀 피조물의 의식 같은 것이 연상되었다. 그러나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예상대로 1편부터 다시 보면 몇 달 전 어리둥절한 상태로 보았던 조각들이 더 잘 맞춰진다. '더 리턴'을 18시간 짜리 영화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확실히 18편까지 전체를 염두에 두고 봐야, 즉 다시 보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리즈다.
이번에 다시 발견한 부분은 3편 초반에 끝도 없이 어디론가 떨어지는 듯한 장면에서 흔들리는 쿠퍼의 얼굴이 고든 콜 사무실의 카프카 사진의 얼굴과 매우 비슷하게 연출된 점이다. 그 의도가 카프카의 어떤 소설과 연관이 있는지는 짐작이 잘 되지 않는다.
빨간 방에서 마이크가 쿠퍼에게 한 이야기는 잘 몰랐던 것을 알게 해준다. 마이크는 빨간 방에 갖힌 쿠퍼가 나가기 위해서는 도플갱어인 미스터 C가 빨간 방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어떤 이유에서인지 미스터 C가 알고 있었고, 손을 써놨다고 말했다. 이후의 전개 과정을 보면 미스터 C가 돌아간 후 쿠퍼가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라, 더기가 빨간 방으로 들어갔고 쿠퍼는 더기로서 세상에 나왔다.
위의 상황을 감안하면 더기라는 존재는 미스터 C가 빨간 방에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이며, 세상에 존재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더기가 커리어를 쌓았다는 보험사의 공간과 제이니 이와 소니 짐이 있는 가정의 공간은 모두 미스터 C가 만들어냈거나 혹은 미스터 C가 조작해낸 장소들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의 흐름상 이는 명확해보인다. 미스터 C는 쿠퍼의 암살도 사주했다.
통나무틀 통해 마가렛은 호크에게 인디언의 유산과 연관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라고 했다. 회의실에서 증거물들을 늘어놓은 이후 증거품 중 하나인 토끼 그림이 그려진 초콜릿이 의혹의 대상이 되는데 호크는 토끼가 상관있을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그 과정에서 설마하는 심정으로 돌아가다가도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중에 드러나듯이 잭래빗의 궁전이 가야할 장소였으니 통나무의 조언은 확실한 정보였다.
쿠퍼가 더기로 세상에 나온 이후의 모습은 어린아이 같다는 이야기는 이미 나온 바 있는데 그는 확실히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더기/쿠퍼는 남들이 자기를 미스터 잭팟이라고 부르면 그렇게 받아들였고, 남들이 너는 더기 존스라고 부르자 나는 더기 존스라고 말했다. 자신이 에이전트 쿠퍼라는 의식은 전혀 없었다. 그는 갓난아이처럼 말들을 배우고, 화장실 이용하는 법을 배운다. 그렇지만 커피에 대한 본능이나 암살자를 제압했을 때의 반응처럼 쿠퍼로서의 경험이 무의식 상태로 남아있다.
실버 머스탱 카지노에서 CCTV 카메라가 두 번 카메라에 잡히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쿠퍼 덕에 두 번의 메가잭팟을 터뜨린 가난한 할머니는 쿠퍼가 잭팟을 떠뜨리고 수거하지 않은 동전을 탐내다가 머리 위의 감시 카메라를 보며 손가락 욕을 했다. 카지노를 떠나 집으로 가려던 쿠퍼는 카지노 사무실에서 돈자루를 받으며 관리자의 위협을 받고는 역시 머리 위의 카메라를 보았다. 그의 의식 수준에서 감시 카메라의 존재를 안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그 카메라를 통해 미첨 형제들이 감시를 하는 것이지만 쿠퍼가 그들을 만난 적도 없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감시 카메라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도 아니었다. 마치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감시를 인식하듯이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이 시리즈에서 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행위다. 처음부터 뉴욕의 고층 빌딩 옥상에서 텅 빈 상자를 멍하니 한참 바라보는 청년이 등장했고, 커다른 TV를 보는 새라의 장면은 초반은 물론 이후로도 몇 번 등장한다. 화이트 로지로 알려진 거인과 세뇨리타 다이도의 공간은 극장처럼 생겼고 극장처럼 작동한다. 이러한 보는 행위들은 모두 다른 의미가 있다. 카지노 사무실에서 쿠퍼의 감시 카메라 보기는, 쿠퍼가 눈길이 바로 가는 관리자 책상 위에 놓인 주사위로 만든 펜꽂이를 호기심에 바라보는 행위와는 다른, 마치 카메라가 나를 보라고 명령해서 바라본 것 같은 시선의 이동이었다. 카지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감시 카메라가 출입자들을 다 파악하고 있으니 다시는 카지노에 오지 말라는 관리자의 말을 확인하는 차원의 행위이겠으나 이 때의 쿠퍼가 그럴리는 없다. 요원으로서 쿠퍼의 무의식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 장면은 매우 이상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즉각적으로 어떤 신의 시선을 느낀 피조물의 의식 같은 것이 연상되었다. 그러나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2017년 12월 6일 수요일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1991)
비정성시를 보아야지 마음만 먹고 있던 와중에 최근 한국에 개봉한 거의 4시간짜리 대만 영화,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화제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전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유명한 영화(음악) 팟캐스트들에서는 주요한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 영화를 보고 씨네21 송경원의 글과 중앙일보 김형석의 글까지 읽어보았다.
이제는 고인이 된 영화감독의 역작이라는 말보다는 대만의 1960년대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 마음이 더 끌렸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기대보다 훨씬 복잡한 당시 대만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물론 감독이 60년대 대만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재현했는지는 미지수고 우리나라 사람이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송경원의 말처럼 누군가가 다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치더라도 영화의 장면이 실제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따져볼 수는 있다. 어느 정도 고증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가 위에 언급한 두 가지 글은 공히 빛을 중요하게 다뤘다. 그러한 지적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납득이 된다. 영화에는 빛이 매우 중요한 테마였다. 샤오쓰는 야간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주간학교로 진입하고자 했다. 영화 촬영장에서 빛/조명이 중요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촬영장에서도 장면마다 손전등을 비추는가 마는가, 촬영 중인가 아닌가, 밤인가 낮인가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등장한다. 김형석이 소년이 손전등을 훔쳐서 놀다가 말미에 다시 촬영장에 반납하고는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어둠의 세계로 완전히 가버린 소년의 마음과 행동으로 해석한 것은 맞는 말 같고 감독이 의도한 것 같다. 전력 공급이 부족해서 일어난 밤의 깜빡거림에 대한 지적도 유익했다.
나에게 더 주목되는 지점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군인의 풍경이다. 소년들의 학교 교복마저 군복처럼 보이는 가운데 영화 속 대만의 도시에는 갑작스럽게 탱크들이 거리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학교에서 멀지 않은 평지에서 군인들이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당시의 대만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해방 직후, 한국전쟁 즈음 혹은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에나 상상할만한 탱크의 시내 활보는 충격적이었다.
군인의 폭력은 적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거대한 살상이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그 가능성, 그 상상 자체가 사회의 긴장을 유발했을 것이다. 공산화된 중국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은 60년 정도라면 여전히 고향에 대한 기억이 생생할 것이고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가능성마저도 배제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대만이라는 땅은 아직 낯설 뿐이고, 일단 왔으니 어떻게든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싸워야 할 투쟁의 장이다. 어른들은 직업의 안전성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부모의 관심이 부족한 아이들, 사내 아이들은 갱이 되어 다른 조직과 싸움을 벌인다.
소년 갱들의 다툼은 성인의 범죄 조직과 연결되어 있었고, 갱들의 다툼은 종종 살인으로 이어졌다. 일본과 공산당과의 싸움과 그 유산으로서 대만에는 사무라이 칼과 총들이 많았다. 일본인 지배자들이 살다가 도망치듯 버리고 간 집에 들어와 살게 된 대만/중국인들의 아이들은 다락에서 사무라이 검(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다)과 권총을 찾아내서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실제 조직간 다툼에서 살상 무기로도 사용했다. 이런 종류의 유혈낭자한 소년 폭력은 한국 문학에서 본 기억이 없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갖고 놀 정도로 검이나 총이 많지는 않았던 것일까? 정부에서 강력한 단속을 했을까?
밍이 권총으로 장난을 치다가 샤오쓰를 향해 권총이 격발되었을 때는 영화 제목의 ‘소년 살인’이 밍이 소년 샤오쓰를 죽이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샤오쓰는 멀쩡하고, 그 뒤편 어딘가가 총알에 맞은 흔적도 없다. 그러나 그 상징적 장면과 정반대로 샤오쓰가 밍을 죽이는 것이야말로, ‘소년’ 샤오쓰가 여자아이를 살인한 사건의 진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진상 자체는 송경원의 말처럼 영화의 본질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대만 사회에서 최초의 미성년 살인 사건으로 기록되어 널리 알려지면서 사건 이름이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굳어진 모양이지만 고령가 주변에서 소년들은 이미 많은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 사건이 크게 된 이유는 갱단 멤버를 다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찰의 의문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철학적이고 얌전한 소년이 저지른 살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샤오쓰는 갱단과 함께 다니긴 하지만 나름대로 성적도 괜찮은 아이였다. 하지만 갱단과 다니며 폭력에 전염 혹은 면역이 되었기 때문인지 그의 폭력성은 영화 초반부터 튀어나온 것 같다. 막판에 교무실에서 전구를 야구방망이로 깨버린(직후 아버지와 자전거를 밀며 나누던 대화에서 나온 것처럼 그가 때린 것은 전구라기 보다 교장(?)의 머리였던가?) 그의 행동은 어린 시절 나의 행동 혹은 드러내지 못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현실성은 미국에 대한 동경으로도 드러난다.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일본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있던 60년 경의 대만은 이제 일본이 아니라 미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으로 도배된 캣(키가 너무 작아 친구라고 보기 불가능할 정도지만 노래와 의리 하나는 기막혔던 캣)의 방이 상징적이고, 샤오쓰의 큰 누나의 미국 유학도 그런 사회의 단면이다. 자격 서류를 중국에 두고 온 엄마는 미국으로 가능한 빨리 가라고 딸을 종용했다. 이런 부분에서 한국과 대만은 매우 닮아있는데 아들이 아닌 딸을 유학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도 구한말부터 여자아이가 해외 유학을 가긴 했다. 캐릭터들의 이름이 허니, 슬라이, 캣과 같이 영어식인 것도 재미있다.
야구방망이라는 물건도 재미있다. 야구방망이가 있다는 것은 아이들이 야구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이 즈음에 세계적으로 야구를 많이 하는 나라는 별로 없었다. 미국에서 개발된 이 스포츠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일본의 식민지인 대만과 한국에도 깊이 이식되었다. 일본을 벗어나 미국의 우산으로 들어간 대만과 한국에서 야구방망이는 이상하지 않은 물건이긴 한데 영화에서는 야구를 하는 장면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방망이는 그저 흉기인 몽둥이로 사용될 뿐이다. 여전히 한국에서 야구 '빠따'는 흉기로 인정된다.
4시간이 한 시간 같다는 뉴스 제목이 보이긴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생각만큼 지루하지 않았다, 감독의 다른 작품도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 작품이 인생에서 누구나 꼭 봐야할 영화라고 찬양하는 평론가, 작가들의 말에 100% 공감은 안 되지만 곱씹어볼 여지가 많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영화감독의 역작이라는 말보다는 대만의 1960년대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 마음이 더 끌렸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기대보다 훨씬 복잡한 당시 대만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물론 감독이 60년대 대만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재현했는지는 미지수고 우리나라 사람이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송경원의 말처럼 누군가가 다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치더라도 영화의 장면이 실제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따져볼 수는 있다. 어느 정도 고증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가 위에 언급한 두 가지 글은 공히 빛을 중요하게 다뤘다. 그러한 지적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납득이 된다. 영화에는 빛이 매우 중요한 테마였다. 샤오쓰는 야간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주간학교로 진입하고자 했다. 영화 촬영장에서 빛/조명이 중요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촬영장에서도 장면마다 손전등을 비추는가 마는가, 촬영 중인가 아닌가, 밤인가 낮인가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등장한다. 김형석이 소년이 손전등을 훔쳐서 놀다가 말미에 다시 촬영장에 반납하고는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어둠의 세계로 완전히 가버린 소년의 마음과 행동으로 해석한 것은 맞는 말 같고 감독이 의도한 것 같다. 전력 공급이 부족해서 일어난 밤의 깜빡거림에 대한 지적도 유익했다.
나에게 더 주목되는 지점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군인의 풍경이다. 소년들의 학교 교복마저 군복처럼 보이는 가운데 영화 속 대만의 도시에는 갑작스럽게 탱크들이 거리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학교에서 멀지 않은 평지에서 군인들이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당시의 대만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해방 직후, 한국전쟁 즈음 혹은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에나 상상할만한 탱크의 시내 활보는 충격적이었다.
군인의 폭력은 적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거대한 살상이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그 가능성, 그 상상 자체가 사회의 긴장을 유발했을 것이다. 공산화된 중국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은 60년 정도라면 여전히 고향에 대한 기억이 생생할 것이고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가능성마저도 배제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대만이라는 땅은 아직 낯설 뿐이고, 일단 왔으니 어떻게든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싸워야 할 투쟁의 장이다. 어른들은 직업의 안전성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부모의 관심이 부족한 아이들, 사내 아이들은 갱이 되어 다른 조직과 싸움을 벌인다.
소년 갱들의 다툼은 성인의 범죄 조직과 연결되어 있었고, 갱들의 다툼은 종종 살인으로 이어졌다. 일본과 공산당과의 싸움과 그 유산으로서 대만에는 사무라이 칼과 총들이 많았다. 일본인 지배자들이 살다가 도망치듯 버리고 간 집에 들어와 살게 된 대만/중국인들의 아이들은 다락에서 사무라이 검(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다)과 권총을 찾아내서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실제 조직간 다툼에서 살상 무기로도 사용했다. 이런 종류의 유혈낭자한 소년 폭력은 한국 문학에서 본 기억이 없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갖고 놀 정도로 검이나 총이 많지는 않았던 것일까? 정부에서 강력한 단속을 했을까?
밍이 권총으로 장난을 치다가 샤오쓰를 향해 권총이 격발되었을 때는 영화 제목의 ‘소년 살인’이 밍이 소년 샤오쓰를 죽이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샤오쓰는 멀쩡하고, 그 뒤편 어딘가가 총알에 맞은 흔적도 없다. 그러나 그 상징적 장면과 정반대로 샤오쓰가 밍을 죽이는 것이야말로, ‘소년’ 샤오쓰가 여자아이를 살인한 사건의 진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진상 자체는 송경원의 말처럼 영화의 본질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대만 사회에서 최초의 미성년 살인 사건으로 기록되어 널리 알려지면서 사건 이름이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굳어진 모양이지만 고령가 주변에서 소년들은 이미 많은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 사건이 크게 된 이유는 갱단 멤버를 다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찰의 의문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철학적이고 얌전한 소년이 저지른 살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샤오쓰는 갱단과 함께 다니긴 하지만 나름대로 성적도 괜찮은 아이였다. 하지만 갱단과 다니며 폭력에 전염 혹은 면역이 되었기 때문인지 그의 폭력성은 영화 초반부터 튀어나온 것 같다. 막판에 교무실에서 전구를 야구방망이로 깨버린(직후 아버지와 자전거를 밀며 나누던 대화에서 나온 것처럼 그가 때린 것은 전구라기 보다 교장(?)의 머리였던가?) 그의 행동은 어린 시절 나의 행동 혹은 드러내지 못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현실성은 미국에 대한 동경으로도 드러난다.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일본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있던 60년 경의 대만은 이제 일본이 아니라 미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으로 도배된 캣(키가 너무 작아 친구라고 보기 불가능할 정도지만 노래와 의리 하나는 기막혔던 캣)의 방이 상징적이고, 샤오쓰의 큰 누나의 미국 유학도 그런 사회의 단면이다. 자격 서류를 중국에 두고 온 엄마는 미국으로 가능한 빨리 가라고 딸을 종용했다. 이런 부분에서 한국과 대만은 매우 닮아있는데 아들이 아닌 딸을 유학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도 구한말부터 여자아이가 해외 유학을 가긴 했다. 캐릭터들의 이름이 허니, 슬라이, 캣과 같이 영어식인 것도 재미있다.
야구방망이라는 물건도 재미있다. 야구방망이가 있다는 것은 아이들이 야구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이 즈음에 세계적으로 야구를 많이 하는 나라는 별로 없었다. 미국에서 개발된 이 스포츠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일본의 식민지인 대만과 한국에도 깊이 이식되었다. 일본을 벗어나 미국의 우산으로 들어간 대만과 한국에서 야구방망이는 이상하지 않은 물건이긴 한데 영화에서는 야구를 하는 장면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방망이는 그저 흉기인 몽둥이로 사용될 뿐이다. 여전히 한국에서 야구 '빠따'는 흉기로 인정된다.
4시간이 한 시간 같다는 뉴스 제목이 보이긴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생각만큼 지루하지 않았다, 감독의 다른 작품도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 작품이 인생에서 누구나 꼭 봐야할 영화라고 찬양하는 평론가, 작가들의 말에 100% 공감은 안 되지만 곱씹어볼 여지가 많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12월 4일 월요일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On body and soul (2017)
영화음악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영화로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뤘다. 방송에서 들었던 내용과 실제 봤을 때 내 느낌은 좀 달랐는데 짧은 방송 시간 때문에 비약, 생략된 소개를 했던 거라고 이해해본다.
한국 개봉명은 영화의 내용, 핵심 테마를 그대로 공개해버린다. 헝가리어의 원제는 영어 번역의 제목과 같아 보인다. 몸과 영혼, 신체와 영혼에 대해.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의 남녀가 꿈 속에서 매번 만난다는 이유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이상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다면 이해할 수는 있다. 부부조차 같은 꿈을 꾸는 일은 거의 없다. 같은 꿈을 꾼다는 말은 밤 중의 수면 행위의 일부로서, 일종의 불가사의한 체험으로서의 꿈을 두 사람만이 공유한다는 영화 속의 표면적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겠고, 일상의 관용적 표현으로, 그러니까 훨씬 현실적인 의미로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부부는 도축장의 사장 부부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부부의 사이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고, 결코 같은 꿈을 꿀 것 같지 않다.
영화는 주인공 남성 엔드레(?)의 불편한 신체, 쓰지 못 하는 왼쪽 팔을 상당히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늙었고, 한 팔이 불편하지만 회사에서는 사장과 가장 친한 중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꿈 속에서 당당한 숫사슴으로서 암사슴이 먹이를 찾는 것을 도와주고, 눈 덮인 숲 속을 끝없이 질주한다. 여자와의 사랑을 몇 년 전에 포기했다는 그가 사슴이 되는 꿈을 꾼 것은 마리아가 도축장에 오기 전부터의 일처럼 보였다. 영화의 시작 자체가 사슴 장면이고, 이후 회사에 첫 출근한 마리아를 엔드레가 눈여겨 보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즉 본 적도 없는 여자의 영혼을 꿈 속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다. 몸으로 만나기 전, 눈으로 보기 전부터 만나는 영혼의 만남이라니 매우 시적이고 해야할까 싶은 재미있는 설정이다.
남성은 둘이 같은 꿈 속에서 숫사슴, 암사슴으로 만난다는 걸 알아채고, 그것에 대해 마리아와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어떤 순간에는 꿈 속에서 왜 도망갔냐고 추궁하기까지 했다. 보통 이해하기로 꿈은 꾸는 사람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일 터인데.
마리아는 매우 독특한 사람이다. 대인관계랄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휴대전화가 없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숫자에 강하고 기억력이 비상하게 발달되어 있다. 그녀는 엔드레를 처음 만나서 한쪽 팔이 불편하다는 점을 대놓고 말할 정도로, 그리고 자신을 마리카라고 부르지 말라고 말하는 식으로 너무 솔직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심리 상담을 해준 것으로 보이는 의사?를 성인이 되어서 다시 찾았다. 그녀로서도 자신에게 다가와 준(실제로 엔드레는 두 사람이 꿈에서 만난다는 걸 알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접근했고 그녀도 그 점을 집에 가서 인형극을 하며 고마워하는 식이었다) 엔드레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평범한 인간관계의 문법들을 공부해가며 연기해가며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엔드레는 어느 순간 포기하는 듯 보였고, 그 순간 그녀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영화 후반의 피칠갑의 잔혹한 순간이 지나가고(영화 초반 무표정한 소가 틀에 갖혀 살해되고, 머리가 예리한 칼에 의해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피가 흥건했던 장면과 연관이 있을까?) 둘은 서로의 사랑을 아주 직접적으로 확인한다. 마리아가 사랑의 순간에 매우 조용했던 장면이 인상적인데 왜냐하면 그녀는 사랑을 연기하는 교성이 요란한 성인 비디오물을 보며 어떻게 할지를 공부해놨기 때문이다. 그녀는 책 혹은 동영상에서 배운 사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본 모습으로서 사랑을 했다.
이 일이 있은 이후 재미있게도 그녀는 이제 꿈을 꾸지 않았다고 한다. 사랑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사슴으로서 만났던 것으로 보이는 숲 속의 장면, 나무에서인지 무언가 떨어져 물 위에 파문이 이는 장면으로 끝난다. 사슴들이 없는 풍경, 이 곳은 다른 사슴들 혹은 토끼들 혹은 여우들(?)의 영혼의 만남을 주선하는 곳일까? 아름답다면 아름답지만 기괴함하다는 느낌도 가시지 않는 영화였다.
한국 개봉명은 영화의 내용, 핵심 테마를 그대로 공개해버린다. 헝가리어의 원제는 영어 번역의 제목과 같아 보인다. 몸과 영혼, 신체와 영혼에 대해.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의 남녀가 꿈 속에서 매번 만난다는 이유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이상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다면 이해할 수는 있다. 부부조차 같은 꿈을 꾸는 일은 거의 없다. 같은 꿈을 꾼다는 말은 밤 중의 수면 행위의 일부로서, 일종의 불가사의한 체험으로서의 꿈을 두 사람만이 공유한다는 영화 속의 표면적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겠고, 일상의 관용적 표현으로, 그러니까 훨씬 현실적인 의미로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부부는 도축장의 사장 부부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부부의 사이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고, 결코 같은 꿈을 꿀 것 같지 않다.
영화는 주인공 남성 엔드레(?)의 불편한 신체, 쓰지 못 하는 왼쪽 팔을 상당히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늙었고, 한 팔이 불편하지만 회사에서는 사장과 가장 친한 중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꿈 속에서 당당한 숫사슴으로서 암사슴이 먹이를 찾는 것을 도와주고, 눈 덮인 숲 속을 끝없이 질주한다. 여자와의 사랑을 몇 년 전에 포기했다는 그가 사슴이 되는 꿈을 꾼 것은 마리아가 도축장에 오기 전부터의 일처럼 보였다. 영화의 시작 자체가 사슴 장면이고, 이후 회사에 첫 출근한 마리아를 엔드레가 눈여겨 보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즉 본 적도 없는 여자의 영혼을 꿈 속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다. 몸으로 만나기 전, 눈으로 보기 전부터 만나는 영혼의 만남이라니 매우 시적이고 해야할까 싶은 재미있는 설정이다.
남성은 둘이 같은 꿈 속에서 숫사슴, 암사슴으로 만난다는 걸 알아채고, 그것에 대해 마리아와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어떤 순간에는 꿈 속에서 왜 도망갔냐고 추궁하기까지 했다. 보통 이해하기로 꿈은 꾸는 사람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일 터인데.
마리아는 매우 독특한 사람이다. 대인관계랄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휴대전화가 없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숫자에 강하고 기억력이 비상하게 발달되어 있다. 그녀는 엔드레를 처음 만나서 한쪽 팔이 불편하다는 점을 대놓고 말할 정도로, 그리고 자신을 마리카라고 부르지 말라고 말하는 식으로 너무 솔직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심리 상담을 해준 것으로 보이는 의사?를 성인이 되어서 다시 찾았다. 그녀로서도 자신에게 다가와 준(실제로 엔드레는 두 사람이 꿈에서 만난다는 걸 알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접근했고 그녀도 그 점을 집에 가서 인형극을 하며 고마워하는 식이었다) 엔드레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평범한 인간관계의 문법들을 공부해가며 연기해가며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엔드레는 어느 순간 포기하는 듯 보였고, 그 순간 그녀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영화 후반의 피칠갑의 잔혹한 순간이 지나가고(영화 초반 무표정한 소가 틀에 갖혀 살해되고, 머리가 예리한 칼에 의해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피가 흥건했던 장면과 연관이 있을까?) 둘은 서로의 사랑을 아주 직접적으로 확인한다. 마리아가 사랑의 순간에 매우 조용했던 장면이 인상적인데 왜냐하면 그녀는 사랑을 연기하는 교성이 요란한 성인 비디오물을 보며 어떻게 할지를 공부해놨기 때문이다. 그녀는 책 혹은 동영상에서 배운 사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본 모습으로서 사랑을 했다.
이 일이 있은 이후 재미있게도 그녀는 이제 꿈을 꾸지 않았다고 한다. 사랑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사슴으로서 만났던 것으로 보이는 숲 속의 장면, 나무에서인지 무언가 떨어져 물 위에 파문이 이는 장면으로 끝난다. 사슴들이 없는 풍경, 이 곳은 다른 사슴들 혹은 토끼들 혹은 여우들(?)의 영혼의 만남을 주선하는 곳일까? 아름답다면 아름답지만 기괴함하다는 느낌도 가시지 않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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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픽스 블루레이, DVD 판매 소식
트윈 픽스 더 리턴의 폭풍이 지나가고 한동안 이 시리즈를 잊고 살았다. 그런데 이틀 전쯤 우연히 새 블루레이 발매에 대한 소식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블루레이가 12월에 발매되기로 예정된 것은 알고 있었다. 당시 린치 자신이 직접 트윗을 했던 것 같고, 그 때 블루레이의 제목으로 트윈 픽스 시즌3이라고 소개를 해서 내가 예전에 올린 글의 내용과 배치되는, 그러니까 시즌4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 하루이틀 내에 나올 새 블루레이/DVD 타이틀의 제목은 트윈 픽스 시즌3이 아니라 '트윈 픽스 : 어 리미티드 이벤트 시리즈'다. 제작 과정이 필요했을 터이니 타이틀이 바뀐 것이 한 달 내의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일찌감치 나왔던 OST 음반의 제목은 진작부터 시즌3이 아니라 어 리미티드 이벤트 시리즈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시즌 3으로 할 것인지 말지 린치 자신이 고민했던 모양이다.
12월 4일 정오 즈음인 지금 영국 아마존을 보면 이 블루레이는 이미 판매 중이다. 제품 정보를 보면 오늘 발매한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은 여전히 12월 5일 발매한다고, 즉 지금은 예약구매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https://www.amazon.co.uk/Twin-Peaks-Limited-Packaging-Blu-ray/dp/B075MVHM41
https://www.amazon.com/Twin-Peaks-Limited-Event-Blu-ray/dp/B076M4XM6H
6시간 혹은 8시간으로도 소개된 부가 영상들이 기대가 되는 바이지만 한참 배송대행지들이 바쁜 요즘에 이 타이틀을 주문한다면 언제나 도착할지 모르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직전까지 가보니 직배 운송료가 7.98달러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고민을 해봐야겠다.
어디선가 블루레이가 리지언 프리라고 본 것 같은데, 미국 아마존의 제품은 A/1로 되어 있고, 다행히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영국 아마존 제품은 리지언 프리였다.
하지만 이제 하루이틀 내에 나올 새 블루레이/DVD 타이틀의 제목은 트윈 픽스 시즌3이 아니라 '트윈 픽스 : 어 리미티드 이벤트 시리즈'다. 제작 과정이 필요했을 터이니 타이틀이 바뀐 것이 한 달 내의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일찌감치 나왔던 OST 음반의 제목은 진작부터 시즌3이 아니라 어 리미티드 이벤트 시리즈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시즌 3으로 할 것인지 말지 린치 자신이 고민했던 모양이다.
12월 4일 정오 즈음인 지금 영국 아마존을 보면 이 블루레이는 이미 판매 중이다. 제품 정보를 보면 오늘 발매한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은 여전히 12월 5일 발매한다고, 즉 지금은 예약구매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https://www.amazon.co.uk/Twin-Peaks-Limited-Packaging-Blu-ray/dp/B075MVHM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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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혹은 8시간으로도 소개된 부가 영상들이 기대가 되는 바이지만 한참 배송대행지들이 바쁜 요즘에 이 타이틀을 주문한다면 언제나 도착할지 모르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직전까지 가보니 직배 운송료가 7.98달러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고민을 해봐야겠다.
어디선가 블루레이가 리지언 프리라고 본 것 같은데, 미국 아마존의 제품은 A/1로 되어 있고, 다행히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영국 아마존 제품은 리지언 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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