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만 보면 꽤 기대를 가질 만한 두 편의 영화였지만 보고난 후의 감상은 모두 별로였다. 오히려 심각한 주제는 뒤로 가고 종종 실소를 자아낼 뿐이었다.
개봉 전부터 손예진의 파격 변신이 예고된 무방비 도시를 보며 관객들은 적어도 배우들의 외모 변신에 무방비로 당하지는 않았지만 그밖의 극적 전개에서는 제대로 당했을 것이다. 조폭의 변종인 폭력적인 소매치기단의 권력 다툼이 그렇게 심각하지 몰랐고, 로미오와 줄리엣 류의 해서는 안 되는 사랑, 부모에 대한 원망 등 비극적 요인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슬픔을 강요하지만 그다지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진 않는다. 강한 여장부로 분한 손예진은 영화 내내 여러 남자들의 물리적 폭력과 협박에 의외로 쉽게 굴복하며 그녀가 강한 캐릭터인 건 맞는지조차 의심을 사게 했다.
연의 황후에서 진혜림은 연의 공주으로서 최초로 여성 군주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훈련을 받는 그녀의 표정은 항상 코믹하게 끝난다. 영화 내내 코믹 연기가 절반은 되는 것 같았다. 군주의 책임을 버리고 유유자적하는 멋진 남성과의 전원 생활을 택했지만 혈통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최근 많이 보게 된 견자단의 연기는 좋았건만 좀처럼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온갖 설정은 몰입을 방해한다. 중국의 자신감은 역사마저 간단히 무시하게 만드는 것인지, 이 영화가 원래 판타지 영화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미녀들이 수다를 떨건 수난을 당하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두 영화는 결국 여성의 역할과 이미지에 대한 고정 관념을 고착시키는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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