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받은 대로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쎈 공포영화의 레벨은 아니었지만 현실감이 있기에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가 광대들의 이야기지만 처음부터 현대사의 비극인 스페인 내전으로 시작하여 프랑코가 스페인 1인자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1973년의 이야기로 끝난다. 그러므로 영화는 프랑코 독재기를 광대들을 이용하여 은유하였다고 볼 수 있다. 프랑코는 직접적으로 영화에서 등장하기도 하는데 슬픈 광대인 하비에르는 원수인 살세도 대령의 명령으로 개가 되어 프랑코에게 사냥당한 새를 물어서 바친다. 그러자 프랑코조차도 그러한 인권 모독을 참지 못하는 우스운 장면이 연출된다.
영화 후반 광기어린 슬픈 광대의 폭주가 이어지던 와중 실제 사건이었던 폭탄 테러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에서 볼 때는 '프레지던트'였는데 찾아보니 프랑코의 후임으로 1973년 총리가 되었던 루이스 까레로 블랑코가 그 때 죽었다.
해외를 포함해 몇 개의 영화평을 참고하긴 했지만 기독교, 가톨릭에 대한 영화의 표현에 대한 국내 영화 리뷰는 잘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부분이 거대한, 정말 거대한 십자가 위에서 세 명이 생사를 걸고 싸운 장면이었고, 하비에르가 살세도 대령을 살해하는 즈음 교황 복장을 했던 것을 보면 영화가 가톨릭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고 볼 수 있는데 당시 시대상황을 잘 모르겠다. 모르긴해도 교계가 독재체제에 저항하진 않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기독교의 핵심이 사랑이라고 할 때 광기로 폭주하는 두 광대와 가해의 결과물인 자신의 피를 맛있다는 듯 혀로 핥는 영화 초반의 나탈리아의 모습은 도대체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슬픈 광대의 아버지를 포함해 내전의 양 당사자들의 해골이 여기저기 발로 차이는 계곡은 내전의 상처가 프랑코가 물러날 시기에도 여전하고 아마도 이후로 4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아물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전은 외국과의 전쟁보다 더 아플 수 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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