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FTA를 봐서인지 아카데미 시상식이 수상자에 있어서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었다. 골든 글로브까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세 개의 시상식이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잘 만들었거나 운이 좋은 사람은 몇 달 안에 영광스러운 상을 끌어모을 수도 있다.
문자 중계로 수상 소감을 얼핏 봐서 수상자들의 떨리는 감사의 말들이 그다지 감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단점이 있었다. 어쨌거나 장장 세 시간에 달한 시상식을 봤는데, 호아킨 피닉스가 열연한 더 마스터가 아무 상도 얻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고, 제로 다크 써티도 아마 수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르고는 이번에도 좋은 상을 받아갔고, 장고 언체인드, 링컨 같은 순전히 미국적인 영화들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스필버그의 링컨이라니, 과연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놨을지 빨리 보고 싶다.
아직 보지 못했고 국내 개봉중인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이 제니퍼 로렌스로 여우주연상을 배출했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제니퍼의 출연작을 하나도 못 본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레미제라블은 이번에도 앤 해써웨이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겼지만 많은 상을 받진 못했다. 휴 잭맨은 시상식 공연에서 제일 처음 나와 단독샷으로 많이 노출되었지만, 러셀 크로우는 이젠 조연이 어울리는 배우가 된 것인가 싶어 마냥 안타까웠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3D와 컴퓨터 그래픽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안이 감독상을 받았다. 이런 영화에서 감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궁금한 일이다. 특수효과를 이러저러한 식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하긴 했겠고, 그게 전체적으론 더 중요한 일이긴 할 것이다.
많은 남자배우들이 무대에서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하고 나와서 아니, 턱수염은 수많은 나비넥타이처럼 아카데미 시상식의 드레스코드인가라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찾아보니 그건 아니고 그냥 요즘 할리우드 남자배우들이 수염을 많이 기른다고 한다.
마지막 최고의 작품상을 미셸 오바마가 (아마도 백악관에서) 발표하는 장면도 이색적이었다. 기왕이면 행사장에 나와서 발표를 해도 좋으련만, 경호상의 이유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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