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7일 목요일

단편적 감상 정리

그동안 읽고 본 것들이 많지만 딱히 정리를 해두지 못했다.

읽은 것으로 우선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가 있겠다. 영국과 파리를 재미있게 비교한 도입부만 영문판으로 몇 번을 읽다 그만두었는데, 전자책으로 대출이 가능해서 번역본으로 읽었다.

18세기말 혁명 전야의 프랑스와 영국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특히 프랑스의 현실이 처참하게 묘사되어 있다. 더구나 혁명은 주동자에 의해 예고되었던 것처럼 되어 있었고, 혁명을 주도한 소위 민중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담겨있다. 소설 막판의 희생은 디킨스의 재미있는 설정으로 보인다. 프랑스 귀족을 대신해 단두대에서 죽은 영국인은 무엇을 의미할까.

스타 배우가 주연한 영화 개봉을 기회로 '위대한 개츠비' 마케팅이 출판계에 활발했다. 열림원은 김석희 번역본으로 새 책을 내놨는데, 아마 실용서로 구분해서 신간임에도 50% 할인을 해서 팔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책을 중고로 조금 더 싸게 사서 읽어봤다. 번역은 정확성은 대조를 하지 않아 모르겠으나 매끄러웠다.

그러나 유명하다는 것만 알고 내용은 전혀 모르던 이 소설을 읽어본 결과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김석희씨가 후기로 쓴 말 같은데 개츠비가 '위대한'지는 모르겠고, '대단한' 사람이긴 하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가 생각나고, 벼락부자가 더구나 부당한 돈으로 일어선 젊은이의 앞날이 밝기는 힘들다는 뻔한 교훈이 생각난달까. 오히려 개츠비는 불쌍한 인간이라는 게 정당한 평가 같다.

영화들 중에서 최근에 본 것으로 시작해보자.

더스틴 호프만의 영화 '콰르텟'은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는데, 실제 음악인들이 영화에 다수 출연하였다. 그리고 이제야 생각나는 것이지만 주연 배우 네 명이 모두 음악인은 아니었던 것처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젊은 시절 그들의 사진이 올라간 것은 그들의 음악적 성취에 대한 경의라기보다 음악을 했건, 연기를 했건 그들이 노년까지 열심히 살았음을 축하하는 그리고 존경을 표하는 의미였던 것 같다.

'프랭크와 로봇'은 흥미로운 소재지만 과연 새로운 점이 있을까 의구심을 품으며 보게 되었고, 영화 막판의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며 영화를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의지와 무관하게 사라지는 인간의 기억, 원한다면 저장소에 영원히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로봇.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은 알아본다는 기막힌 진리? 가장 익숙하고 잘 하는 것을 집중하면 기억을 찾을 수도 있다는 희망? 여하튼 기대보다는 상당히 좋은 영화였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 싶다.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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