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3일 목요일

홍명보 감독 유임

바야흐로 관용의 시대다. 지도자들의 사의는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에 의해 반려된다. 아마도 닮은 꼴인 두 사람은 식물권력자의 삶을 조금은 더 살아야할 모양이다. 한 명은 총리, 한 명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홍명보 감독이 2015년까지의 계약 기간을 채우기로 공식 결정이 난 것은 놀라자빠질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미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에게 많은 아량을 베풀었고, 국민감정이 악화일로로 치달았어도 감독 경질에 대한 암시조차 준 적이 없다. 오히려 오전의 공식 발표 전까지 유임할 것 같다는 말만 자꾸 흘러나왔다.

이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축구인, 심지어 이번 월드컵 첫 경기인 러시아와의 경기를 무승부로 마친 이후 전술로 칭찬을 받기조차했던 이 사람은 결국 알제리, 벨기에라는 같은 조 16강 진출 팀들에 무참히 패배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대표팀 축구를 그다지 보지 않게 된지 오래이기에 월드컵 때 조금 보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댈 자격은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감독의 권한을 운운하며 함량 미달의 선수들을 안고 대회에 임한 그에게 1년의 주어진 시간 동안 잘 모르는 선수를 뽑아 쓸 여유는 없었다고 그의 선수 기용을 이해해버릴 수는 없다.

 홍명보에게 일단 주어진 하나의 대회는 아시안컵이다. 그런데 그는 징계 때문에 두 경기를 나올 수 없을 예정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없는 카드가 되어버린 박주영을 비롯하여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소위 홍명보의 아이들을 제외해야 할텐데 그가 어떤 선수들을 쓸지가 가장 관건이다.

 만약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이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다시 한 번 홍명보의 아이들만을 중용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다른 아이들에게 뛰어 볼 기회라도 줘야 한다. 그러나 식물감독이 두 경기나 벤치에도 앉지 못할 대회에서 어떻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늦었더라도, 차기 감독을 생각조차 해본적 없는지 몰라도, 약간의 공백기가 있을지 몰라도 역시 새 감독을 찾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부적절한 후보자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 결국 그나마 홍명보 유임이 가장 나은 선택지였을까? 어떻게 보아도 암담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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