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6일 화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피날레

웨스트월드는 이상한 장면을 제시하며 시즌2를 마무리했다. 맨인블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자기가 죽였던 딸이 눈앞에 보였고 결국 드러나기로 그 장면 속의 맨인블랙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충실성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수십 년 전의 영화판 웨스트월드에서 율 브리너를 연상시키는 맨인블랙이 로봇이 되었다면 원작에 더 부합하게 되는 흐름이라고도 하겠지만 율 브리너가 원래는 테마파크의 주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니 유사성은 그 정도에서 멈추는 모양이다.

지난 9편은 웨스트월드를 너무나 자주 찾은 윌리엄이 무엇이 현실인지 무엇이 진짜인지 너무 헛갈려 자신의 팔에 선을 꽂는 단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칼로 살을 헤집는 장면이 등장했다. 10편에서는 진실을 확인시키지 않고 모호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10편 마지막 부분이 훨씬 이후의 시점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맨인블랙이 인간이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10편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고스트 네이션의 아케체타가 말하는 '문'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대목이었다. 재미있게도 그 문은 호스트들에게만 보였다. 호스트들은 땅바닥부터 하늘까지 길쭉한 틈이 생겨나는 걸 보았고 그 '문' 너머에 아무 것도 없는 들판이 있는 것도 보았다. 이곳은 포드가 호스트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다. 호스트들이 그 문턱을 넘으면 로봇의 육신은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육신의 이미지, 데이터가 저 편으로 넘어가서 새로운 선택을 하며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호스트들의 데이터가 담긴 더 크레이들과 쌍을 이뤄서 존재하는 곳, 게스트들의 정보가 저장된 더 포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곳의 사상은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인간의 복잡성을 호스트의 몸에 주입하면 자꾸 에러가 나지만 알고 보면 인간은 변하지 않는 존재이기에 단순하게 가면 기계의 몸과 조화를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호스트들이 인간들이 짜놓은 내러티브 상에서 행복하게 혹은 문제없이 살아가는 경우와 같다. 호스트와 인간의 경계는 매우 흐릿하다. 양장본 속에 코드로 정리된 책 한 권이 인간의 전 생애라는 시각적 묘사는 훌륭하면서도 섬뜩했다.

10편에서는 그 동안의 여러 의문을 해소시켜주기도 했다. 시즌2 내내 혼란스러운 버나드의 기억은 그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었다. 버나드는 포드의 존재를 프로그램에서 지워버렸지만 이제는 그가 옆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언제나 포드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1편에서 버나드가 자신이 홍수를 일으켰다고 했는데 10편을 보건대 그가 아니라 돌로레스가 홍수를 일으킨 것 같다. 그가 일부러 자신이 했다고 말한 것일까? 돌로레스가 버나드를 창조했다는 것은 설명이 되었는데 10편을 보건대 그녀는 버나드를 두 번이나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처음 포드의 명령으로 아놀드와 비슷하게 버나드를 만들어낸 이후 웨스트월드를 탈출하여 다시 만들어내는.

주목할만한 반전은 테사 톰슨이 연기한 헤일이 버나드가 되살린, 헤일의 외모를 한 돌로레스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돌로레스가 다른 외형을 갖고 소원대로 웨스트월드를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을 보면 그녀가 탈출한 세계에는 여전히 헤일의 외형을 한 호스트가 있고 돌로레스의 형상을 한 호스트도 있다. 두 개의 돌로레스인지 아니면 나중에는 헤일의 형상에 다른 '펄'을 넣은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또 재미있는 것은 스텁스라는 캐릭터가 호스트인 걸로 보인다는 점이고,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헤일 버전의 돌로레스를 알아보면서도 그녀를 검색대에서 순순히 보내준다는 것이다.

많은 비평가들이 시즌2에 대해 호평보다는 지나치게 혼란스럽다는 평가를 하는 가운데 언제나 시청자를 속일 수 있는 이 시리즈가 시즌3 이상 존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즌 피날레의 거의 유일한 위안은 다음 달 시작될 HBO의 새 시리즈가 꽤나 기대가 된다는 점이다. 에이미 아담스 주연의 Sharp obj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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