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8에 대한 리뷰들을 보고

예상대로 언론의 리뷰어/리캐퍼들도 이번 에피소드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트윈 픽스 시리즈를 꿰차고 있는 한두 명은 이번 편조차도 나름대로 많이 설명을 해내고 있어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들의 글을 보고 새삼 깨닫는 것은 시즌1만 재밌게 보고 많이 기억하는 내가 시즌 2와 극장판까지의 세계관을 계승한 이번 시즌3를 제대로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파이어 워크 위드 미라는 제목의 트윈 픽스 극장판은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정도 보긴 했는데 트윈 픽스 TV판의 전사를 다뤘다는 점 말고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3에서는 그 극장판의 이야기들이 종종 다뤄진다. 세상을 떠난 데이빗 보위가 연기했던 FBI 에이전트 필립스는 이번 편에서 통화의 상대방으로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 오랫동안 흔들리는 화면 속에 등장한 편의점도 영화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 편에 대한 리뷰어/리캐퍼들의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두기로 한다. 이번 편을 밥이라는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본 나의 의견은 그들의 공통된 관점이기도 하다. 원자폭탄 실험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이 세계와 저 너머 세계의 경계를 허물거나 흐려지게 만들었고 이후 밥도 등장하고 시커먼 얼굴의 나뭇꾼(Woodman)도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거인, 세뇨리타 다이도 같은 하얀 오두막의 존재들이 로라 팔머를 세상으로 내보냈다.

로라는 이미 1945년부터 릴랜드의 딸로 태어나 밥에 점령된 릴랜드에게 능욕되고 살해된 후 천사에게 구원될 운명이라는 이야기로까지 해석된다. 로라가 그냥 망가진 십대 소녀가 아니라 일종의 구원자로까지 격상되는 해석인데 애초에 밥과 검은 오두막의 힘을 너무 크게 잡아놔서 대항 세력의 대표로서 로라의 존재감도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8편 후반부의 주역인 젊은 커플 중 여자가 로라의 어머니가 아니냐는 재미있는 해석도 있었다. 그 배우의 출생연도를 따지기도 하고 극중 여성의 나이를 따져서 로라의 엄마가 될 만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삼킨 것의 정체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달랐다. 제일 먼저 읽은 리뷰에서는 말벌+개구리라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바퀴벌레, 파리 등 온갖 곤충들이 다 나왔다. 맥락은 다르겠지만 나는 거울 나라 앨리스의 이상한 생물체들이 떠올랐다.

우드맨이 갓 어 라이트?를 외치며 악행을 저지르는 걸 보고 한 리뷰어가 누가 좀 불을 주지 그랬냐!고 절규할 때는 무릎을 탁 치며 동의했다. 우드맨은 미국 대통령인 링컨을 연기했던 배우가 맡았다고 한다. 

2017년 6월 26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8

지난 주의 에피소드7이 린치의 작품 치고는 너무 알기 쉬운 전개였다면 이번 편은 다시 시즌3의 에피소드 1, 2를 볼 때와 비슷한 아니 오히려 훨씬 아리송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솔직히 이번 편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대강은 악 혹은 밥(Bob)의 탄생에 관한 역사적 기원을 살피는 내용 같지만 원자폭탄 실험이 그 시작점이라는 주장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시즌 초반부와 지난 주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검은 얼굴의 남자들이 이번 편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원래 검은 얼굴이 아니라 그을음 같은 것이 얼굴에 묻어서 그렇게 되었다. 지난 편까지 그들은 감옥에서 홀연 사라지거나 병원에서 복도를 어슬렁거릴 뿐이지만, 이번 편에 나타난 그들은 피를 부르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었다. 한 손으로 두개골을 으깨기도 하고, 레이의 총을 맞고 죽은 것 같은 나쁜 쿠퍼를 되살리기도 했다. 결국 이 미지의 검은 얼굴들이 밥과 연결되고, 검은 오두막과도 상관이 있을 것 같다.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시즌 3의 매 에피소드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는 로라 팔머지만 그녀의 이름은 항상 엔딩 크레딧에 포함되었다. 이번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밝고 둥근 물체 속에 그녀의 얼굴이 등장했다. 그 물체는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지도 속의 미국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적으로는 1940, 50년대의 일 같아 보였는데 그렇다면 트윈 픽스의 비극은 이미 예견되었다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매 에피소드에서 밴드의 공연을 어떻게든 집어넣으려고 하는 린치의 시도가 이번에는 비교적 초반부에 나인 인치 네일스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인 인치 네일스가 노래를 부르고 나자 나쁜 쿠퍼가 벌떡 일어났다. 이번에는 노래 가사와 드라마 내용이 연관이 있을 듯 한다.

2017년 6월 22일 목요일

써틴 리즌스 와이 시즌 1

넥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써틴 리즌스 와이'는 우리나라에서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드라마 방영 전에 한국에서 책으로 이미 소개가 되었던 듯 하다.

추리극의 형식이고 자살한 소녀가 남긴 테잎 13개의 내용을 통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인물들이 누구인지 직접 밝히는 형식의 드라마다. 자살의 당사자인 하나 베이커는 소녀이긴 하나 거의 성인에 근접한 상태였다. 드라마 속에서 그녀 또래의 미국 고교생들은 어른들이 하는 즐거움 혹은 악행을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었다. 음주, 마약, 섹스 등등.

드라마는 매우 우울했다. 소녀의 자살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그 과정이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특히 두 번의 강간 장면과 면도칼로 자살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 때문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아마 제작자는 가해자들의 야만적인 행동이 한 소녀를 '불가피하게'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그녀는 외로운 고민 끝에 그 고통스러운 자살을 위한 행위를 했다고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보기 힘들었다는 것도 새삼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 피날레는 그 자체로 이 시리즈의 종말로 충분할 수도 있다. 일단 하나가 만든 테잎을 다 들었으니 시즌 2가 나온다면 하나가 나레이셔을 하는 방식을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시즌 2는 내년에 방영된다고 한다. 하나 베이커의 시점이 아닌 가해자 친구들의 시점에서 나레이션이 있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변호사들 앞에서 증언하는 식의 형식이 될 지도 모르겠다. 최대 악한인 브라이스에게 어떤 보복이 이루어질지가 최대 관건이겠는데 지역 사회에서 그 집안이 가진 권력이 걸림돌이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2017년 6월 21일 수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7에 대한 리뷰들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식의 표현을 보게 된다. 서양인-그 중 아마도 대부분은 미국인일터인데-의 덕력이 최고라는 의미다. 트윈 픽스의 경우도 양덕의 해석은 대단한 점이 있다. 물론 내가 보는 게 영어로 된 리뷰들이니 상당히 편향된 소스를 접하는 셈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그네들의 꼼꼼한 리뷰에 무릎을 탁 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확인하는 것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TV recap의 일환으로서 트윈 픽스 리뷰는 그 길이도 압도적일 뿐더러 매우 세세하고 때로는 과하다 싶은 해석들을 볼 수 있었다. 다른 매체의 리뷰들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내용들이 있었는데, 어떤 리뷰들은 그저 리뷰를 위한 리뷰인 것도 있다. 양덕이 아니라 직업 글쟁이의 흔한 생산물은 수준이 떨어진다.

가장 놀란 점은 닥터 헤이워드, 그러니까 원래 트윈 픽스 시리즈에서 마을의 의사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이 워런 프로스트였고, 그 성에서 알 수 있듯이 데이빗 린치와 함께 이 시리즈를 창조한 마크 프로스트의 아버지라는 점이다. 시즌1, 2에서 배우들 이름은 매 번 봤는데 워런 프로스트를 그렇게 많이 보면서 마크와 연관이 있으리라는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하여간 7편에서 닥터 헤이워드는 스카이프를 통해 해리 트루먼 대신 트윈 픽스의 치안을 담당하는 프랭크 트루먼과 스카이프로 대화를 했다. 그는 노회했지만 여전히 유쾌해보였다. 그러나 리뷰들에서 그가 올해 초에 돌아가신 걸 알게 되었다. 이번이 워런이 시즌 3에 출연한 유일한 경우라는 이야기다. 로그 레이디와 더불어 원작 시리즈의 또 한 명의 주요한 인물이 죽었다.

하나 더 리뷰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뱅뱅 바에서 전화를 받은 그 친숙한 외모의 인물이 원작 시리즈에서 죽은 것으로 된 자크 르노와 성이 같다는 점이다. 알고 보니 자크를 연기했던 배우가 다른 이름으로 출연했다. 그렇기 때문에 형제일 것으로 추측된다. 트윈 픽스에서 여전히 로라 팔머 같은 십대 소녀들이 매춘에 이용되고 있으니 우울하다.

어떤 리뷰어는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더기를 찾아온 경찰 세 명이 모두 성이 같다는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세 경찰이 형제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번 에피소드 전체가 형제 이야기로 꾸며졌다고도 주장한다. 꽤 설득력이 있는데 왜냐하면 보안관 트루먼 형제가 등장했고, 제리와 벤자민 혼이 있고, 예의 경찰 형제가 있겠고, 착한 쿠퍼와 나쁜 쿠퍼도 일종의 형제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번 편이 미국의 아버지의 날 즈음에 방영된 점도 지적되었다. 트윈 픽스에는 릴랜드 팔머와 벤자민 혼과 같이 나쁜을 넘어 사악한 아버지들이 많지만 돌아가신 닥터 헤이워드처럼 좋은 아버지도 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 워런 프로스트를 기억한 것은 좋은 제스쳐였다.

가장 놀라운 추측은 리차드 혼이 오드리 혼과 나쁜 쿠퍼의 아들이 아니냐는 설이다. 레딧 같은 곳에서 이미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인데, 헤이워드가 나쁜 쿠퍼가 혼수상태의 오드리의 병실에서 한 시간 정도 있었다는 증언을 하여 불가능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쁜 쿠퍼가 감옥소장을 협박할 때 미스터 스트로베리를 언급했는데, 일부 리뷰어는 스트로베리가 개라는 해석을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마 나쁜 쿠퍼가 개 다리를 언급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지만, 개 다리에 어떤 메시지를 첨부하거나 해서 몇 명에게 보내놨다는 다른 리뷰어의 말이 더 그럴 듯 하다.

2017년 6월 19일 월요일

트윈 픽스 시즌3 에피소드7

18편의 트윈 픽스 시즌3의 중반에 접어들었다. 아마도 이번 편은 지금까지 시즌 3의 에피소드 중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평가될 것이다. 좀비 같던 쿠퍼의 뛰어난 액션이 있었고, 다이앤이 입이 거친 여성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벤자민 혼 집안이 여전히 트윈 픽스에서 중요함이 드러났다.

지난 편에서 더기에 대한 암살 지령이 떨어졌고, 이번 편에서 더기-쿠퍼가 죽을 운명이었으나 역시 주인공답게 갑자기 FBI의 본능이 깨어나 암살자를 물리쳤다. 지난 주에는 빨간 방의 외팔이가 도움을 줬다면 이번에는 그에게서 떨어져나가서 자체적으로 진화한 팔이 쿠퍼에게 암살자를 물리칠 방법을 알려줬다. 쿠퍼는 이후 원래대로 정신이 꽤 돌아오나 싶었는데 린치가 더 이상의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마 아직은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올 시점은 아닐 것이다.

다이앤은 쿠퍼의 비서이자 부하였음이 분명하게 밝혀졌다. 하지만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았으리라는 암시들이 있었다. 쿠퍼가 시즌1, 2에서 그렇게 말을 속삭여댔으니 단순히 같은 팀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쿠퍼의 상사인 고든과 동료인 알버트는 감옥에 갇힌 나쁜 쿠퍼가 어딘기 이상하다, 즉 진짜 쿠퍼같지 않다고 여겼고, 그를 매우 잘 아는 인물로 다이앤을 지목하여 그녀로부터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역시 그녀도 나쁜 쿠퍼가 진짜가 아님을 알아봤고 좌절했다.

레딧인가 어느 신문의 리뷰엔선가의 예상처럼 호크가 화장실에서 발견한 것은 로라 팔머의 다이어리 중 찢겨진 세 페이지였다. 아직 찾지 못한 한 페이지도 있는데 한 페이지의 내용이 매우 놀랍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인데, 좋은 쿠퍼가 빨간 방(정식 이름은 검은 오두막)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로라 팔머의 일기에 있다. 쿠퍼는 로라의 사망 때문에 트윈 픽스에 왔으므로 미래의 일이 이미 꿈 속에서 예견되었던 것이다. 이 미스터리는 어떻게 풀릴지, 애니가 빨간 방을 통해 복귀를 할지도 궁금한 일이다.

벤자민 혼이 오래간만에 출연했고, 그의 비서로 연기 중인 애슐리 주드도 등장했다. 이 두 명은 호텔의 어느 곳에선가 이상한 소리가 나는지 확인 중이었다. 원래 시리즈에서 벽 사이에 어떤 공간이 있어서 혼의 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 소리일 것으로 보인다. 비서는 궁금해했지만 벤자민은 효과적으로 의문을 비켜갔다. 애슐리 주드는 집에 돌아가서 아마도 남편으로 보이는 인물과 만나는데 그의 이름이 톰이었다. 원래 시리즈에 나왔던 인물인가 싶어 구글링을 했지만 아마도 아닌 듯 하다.

나머지의 큰 이야기는 나쁜 쿠퍼가 감옥을 벗어나는 이야기다. 다이앤의 방문으로 진짜 쿠퍼가 아님이 드러난 상황에서 감옥 관리자를 협박해서 유유히, 당당하게 어디론가 떠났다.

또 시즌 3 초반에 발견된 머리와 몸통이 다른 시체에서 몸통 부분이 젊은 시절(아마도 실종 시점)의 갈란드 브릭스 소령임이 이번 편에서 밝혀졌다.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진 이번 편 덕분에 새로 트윈 픽스를 접하고 그만 보려던 시청자들을 다시 잡아둘 수 있을 것 같다.

2017년 6월 18일 일요일

제이니-이와 더기의 이상함

어제 레딧에서 트윈 픽스에 대한 글들을 조금 읽어보았다. 시즌3이 시작된 이후 처음 방문이다. 이미 그곳에서는 시즌3의 괴상한 세상을 나름대로 설명해두고 있었다. 특히 더기와 관련된 내용은 꿈 속의 이야기일 것 같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었다. 아직 수긍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가 그랬다. 레딧의 글은 익숙치가 않아서 잘 안 읽게 된다.

오늘은 가디언을 비롯해 다른 유력 매체들의 시즌3 리뷰들을 조금 읽어보았다. 세네 곳의 글을 본 거라 한정적이긴 한데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리뷰였다. 가장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럴듯하게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을 설명해준다.

가디언 등의 에피소드 5, 6 리뷰에서는 나도 느꼈던 제이니-이와 더기의 그 이상함에 대해 재미있는 해석이 나온다. 어떤 이는 더기의 행동이 로봇과 같다고 느꼈고, 어떤 이는 더기가 아이 같다는, 즉 제이니-이가 엄마 같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당연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데 더기의 이상함, 즉 쿠퍼보다는 더 살이 찌고 머리 모양도 다르고 무엇보다 거의 사람 같지 않은, 의지가 없는 존재인 이 사람의 괴이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조차 외모는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쿠퍼-더기를 그냥 받아들여 버린다. 직장 동료들도 더기가 '조금' 이상해졌다고만 여길 뿐 심각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있을 법하지 않은 장면들인데 오히려 린치, 프로스트가 친밀한 대상에게조차 무심한 세태를 비판하려고 이런 연출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보인다.

하나 새로 알게된 점은 에피소드5의 막판에 등장하고 에피소드6에서 갱단에 위협당하고 아이를 차로 치는 사고를 저지른 젊은 남자의 성이 혼이라는 것이다. 벤자민 혼은 원래 트윈 픽스 마을의 최고 권력자인데 그와 모종의 혈연 관계가 예상된다. 리뷰어들은 오드리 혼의 아들이 아니겠냐고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엄마의 성을 따를 이유가 없다. 기억하기론 벤자민의 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쪽의 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017년 6월 13일 화요일

더 블랙리스트 시즌 4

시즌 4의 중반은 참 지루했다. 레딩턴의 가장 큰 적들이 쓰러져가며 내용보다는 이 시리즈를 어떻게,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지 궁금한 와중에 몇 개의 에피소드들은 안 봐도 무방했다.

후반부로 와서 레딩이에 독이 든 술을 먹고 의식을 잃고 그 범인을 찾는 과정이 나오고, 범인이 바로 시체를 완벽히 처리해주던 미스터 캐플란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녀가 엘리자베스, 즉 아기 리즈의 돌보미였음이 드러나고 여자인 그녀가 왜 미스터 캐플란이 되었는지 알게 된다.

시즌 4는 죽은 줄 알았던 그녀의 귀환과 복수극이 큰 흐름이라 하겠고, 누구보다 레딩턴에 가까웠던 그녀의 복수로 인해 레드의 왕국은 거의 궤멸되기에 이른다. 미스터 캐플란은 다리에서 뛰어내려 익사를 시도했으나 그녀가 정말 죽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시즌 피날레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마침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레드가 리즈의 아버지임이 밝혀졌고, 엄마, 양부, 돌보미까지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린 리즈가 남아있는 생부인 레드가 아무리 악인이라도 버릴 수 없다며 둘이 껴안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레딧에는 지금의 레딩턴은 리즈의 친부인 레딩턴이 아니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고, 블랙리스트의 제작자도 그런 가설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목숨까지 버릴 것 같은 레딩턴의 리즈에 대한 헌신적 태도를 보면 그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이 이상한데 만약 아니라면 실제로는 무슨 관계일지 모르겠다.

미스터 캐플란이 죽기 전에 땅에서 파낸 뼈를 리즈의 남편인 톰 킨이 받아서 어디론가 가져가는데 이게 누구의 뼈인지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처음에 가방에 붙어있는 이름표에 엘리자베스라고 되어 있길래 레드가 진짜 레드가 아닌 게 아니라 리즈가 진짜 리즈가 아닌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는데 그건 아닌 듯 하다. 이름표에 엘리자베스 킨이라고 되어 있으니 그것은 톰을 만난 이후의 리즈의 이름이다. 나무에 새겨진 K 글자 때문에 레딧에서는 카타리나가 아니냐는 말이 많은데 여태껏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사람의 유골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른 사람 중 같은 의문을 제기한 사람을 발견하지는 못 했는데 내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미스터 캐플란이 레딩턴을 사랑했다는 말을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했다는 대목이다. 그녀의 사랑 이야기는 딱 한 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일단은 동성애 성향이 있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성애적 취향이나 경험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카타리나를 어느 정도는 동성애적 감정으로 대했을 수도 있겠는데 왜 레딩턴을 사랑한다고 했을까 모르겠다. 이에 대해 레딩턴이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일방적인 사랑이었다는 것일까? 둘 사이에 어떤 비밀스런 관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시즌 5는 리즈를 보호하기 위해 건설한 악의 제국을 상실한 레딩턴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여전히 리즈에게 드러나지 않은 비밀이 얼만큼 밝혀질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