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학 온 후배로부터 일본에서 인기있다는 소문을 들었던 드라마다. 오구리 슌은 나름 좋게 봤던 배우였고 이 드라마에서는 그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잘 발휘했다.
몇 달 전엔가 이시하라 사토미 미모의 '포텐이 터졌다'는 말을 듣고 정말 그런가 했는데 내가 보기엔 여전히 예전의 그 이시하라 사토미였다. 그녀도 오구리 슌처럼 전형적인 역할을 잘 소화했던 것 같다.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드라마다. 20대에 일본 최고 수준의 IT 기업을 일궈낸 휴가 토오루. 그러나 그는 학력이 일천하다. 그의 절친이자 사업 파트너 아사히나는 동경대 출신이다. 그리고 나츠이 마코토 역의 이시하라 사토미도 동대 출신. 동대 출신들은 당연히 기대되는 대로 지식을 잘 암기하고 사람들에게 예의바르지만 꽉 막히고 최고가 되기엔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그러나 넥스트 이노베이션이라는 IT계의 신성은 아사히나가 개인정보를 유출하며 급격히 무너진다. 아사히나의 배반은 이해가 갈 듯 하면서도 상당히 우발적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개연성이 떨어져 보였다. 나츠이에 대한 애정 표현도 얼마나 진실성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넥스트 이노베이션은 신데렐라 같은 기업이었지만 천재 사장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일본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토오루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겸손함을 배우며 또 신생 IT 기업의 한계를 체감하며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는 기존의 대기업의 힘에 의지한다. 드라마는 그러면서 젊은 벤처 기업의 성공 이야기를 미화하지만은 않으면서 그렇다고 기를 꺾지도 않는다. 새로운 기업가와 기존의 중견 기업이 모두 살아야한다는 정석의 대답을 내놓았달까.
이 드라마의 중요한 한 축은 토오루의 어머니 찾기였다. 토오루는 천재지만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병이 있었다. 어머니와 어린 시절 헤어진 것이 그 원인인 듯 한데, 이 드라마에서 넥스트 이노베이션의 신성장 핵심 프로젝트로 제시된 개인정보 종합 관리 솔루션인 '퍼스널 파일'도 토오루의 어머니 찾기가 원래 목적이 아니냐는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사실은 나츠이가 고향에 있을 때 인근에 살던 토오루의 어머니 사와키 치히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이름을 이용해 넥스트 이노베이션에 들어갈 수 있었다(초반엔 거대한 음모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찌어찌하여 어머니를 만난 토오루는 자신이 그녀의 아들임을 밝히지 않고 돌아선다. 약간 맥이 빠지지만 나중에 다시 만날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미모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아이부 사키가 아사히나의 여동생으로 출연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미모가 빛나지 않았다. 캐릭터에도 아쉬움이 있었고, 음식점 쪽의 사람들은 주요 역할은 아니지만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느낌이다.
야스오카 역의 '아사리 오스케'(몇 번 본 배우지만 이름은 처음 적어봤다)는 전에 신선조에서 처음 봤던 것 같은데 가끔씩 유쾌한 캐릭터로 나오고 있다.
재미있게 쭉 볼 수 있는 드라마지만 그렇게 대단한 드라마였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분기엔 경쟁자가 워낙 없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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