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아이 인 더 스카이 eye in the sky

미국에 의한 드론 공격의 비인간성은 몇 번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된 것 같은데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영국이 주도하는 작전의 드론 미사일 공격을 다룬다. 주도권은 영국군이 가지고있지만 드론은 영국 것이 아니라 미국 소유다. 이 드론을 조종하는 인물 중 하나가 아론 폴이다.

007시리즈도 그렇지만 이런 영화를 보면 여전히 제국주의 시절을 영국이 잊지 못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 영국 고위층들은 우호국의 특정 지역에 미사일을 쏘게 되는 작전을 오직 미국과 상의하여 실행해버린다. 다른 행위자들의 의견 따위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헬렌 미렌은 작전을 총지휘하는 대령이다. 그녀는 영국과 미국에서 공히 높은 순위에 오른 테러리스트(아마 넘버2, 3, 4였을 것이다)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절호의 기회, 그들이 입은 조끼 폭탄이 도심에서 터질 경우 80여명이 죽을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케냐에서 드론 공격을 준비하게 된다.

정책결정자들의 우왕좌왕이 거듭되는 가운데 영국 군부는 계속 작전 실행을 요구했고 간신히 결정이 내려진 찰나 테러리스트 결집지의 바로 옆집에 사는 꼬마가 어머니가 집의 화덕에서 구운 빵을 하필 미사일 투하 지점 바로 옆에서 팔게 되며 이야기의 핵심적 갈등이 빚어진다.

미사일을 쏠 경우 이 꼬마 아이가 죽을 확률이 최대 65%인데 실행해야 하는가. 만약 테러리스트들을 놔둘 경우 수십 명 혹은 백 명 이상이 죽거나 다칠 예정인데 꼬마 아이 한 명의 죽음을 묵과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샌덜 교수의 Justice에서 다뤘던 내용 같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투하 지점을 약간 조정하였으나 죽을 확률은 65%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암묵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분석관은 사망확률을 최대 45%라고 수정해서 보고했고 결국 떨어진 미사일에 여자아이는 죽고 만다. 처음에 약간 몸을 움직여 희망이 보이는 듯 했지만 병원에 가는 길에 숨을 거둔다.

탑 타겟 테러리스트를 일소했다는 기쁨에 들떠야 할 정책 결정자들과 군인들은 아무 것도 모른채 빵을 다 팔았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고작 몇 걸음만 가면 있는 자기 집에 돌아가려던 여자아이의 죽음 앞에서 찝찝함만 남기고 말았다.

작전 지역이 케냐가 아니라 소말리아라면 모두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닐 수도 있다. 결국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인간적으로 죄를 지었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자기 합리화가 쉬울 것인가는 상황마다 다를 수는 있겠다.

제목은 드론 비행기와 소형 감시카메라로 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에 대한 암시라고 할 터인데 요즘 종교적 글을 조금 읽다보니 다른 식으로도 읽힌다. 하늘의 시선은 신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난데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미사일은 불벼락, 번개, 천벌을 떠올리게 한다. 제국의 통치자들은 식민지 혹은 그에 준하는 지역에 대해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감정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고 하늘의 눈은 그런 오만함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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