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9일 목요일

블레이드 러너 2049 - 생각들 추가

자기 전에 지난 번 글에서 적지 못했거나 여타 잡다한 생각을 짧게 적어두려고 한다.

지난 리뷰에서 빠뜨린 가장 중요한 내용은 고독에 대한 것이었다. 82년 영화의 LA의 모습도 황량하긴 했지만 2049의 LA와 그 속의 K는 더욱 고독한 존재로 그려졌다. 2049에서 K의 호버카는 하늘에 있는 유일한 차였다.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대도시인 LA 하늘에 차가 한 대만 다닌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 속의 현실이라기보다 K의 고독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유튜브에서 김중혁 작가가 영화의 K라는 이름을 카프카와 연결시키는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카프카의 K야말로 고독한 개인이었다.

82년 영화에서 조라가 죽는 장면에서 주변에 마네킨들이 즐비했던 것도 상징적이었다. 보진 않았지만 큐브릭도 마네킨을 핵심적으로 이용한 영화를 찍은 바 있었는데, 옷가게에 있는 마네킨들은 가끔씩 섬뜩한 느낌을 주곤 한다. 이 사람과 비슷하면서 신체의 여러 부분이 생략되고 영혼은 물론 없는 이 물체는 레플리컨트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레이첼을 연기한 숀 영은 며칠 전까지도 꽤 잘 나가는 배우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지만 실상은 이미 오래 전에 배우 경력이 망가진 상태였다. 그리하여 블레이드 러너는 그녀의 초기 작품이지만 최고 대표작이기도 하다. 이후 두세 편을 제외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 등에 출연했다. 알고 보니 남성에 대한 집착으로 인한 흉흉한 에피소드도 있고, 캣우먼으로 캐스팅되기 위해 기행을 벌이기도 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소동을 일으킨 적도 있고, 알콜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따지고 보면 82년 작품에서도 출연 분량은 매우 적었다. 숀 영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함께 블레이드 러너에 출연했던 대릴 하나도 의외로 화제작에는 별로 출연하지 못 한 것으로 드러나 나름 충격적이었다. 룻거 하우어는 여전히 활발하게 연기 경력을 이어가지만 생각만큼 유명한 작품 출연은 별로 없었다.

지난 번 조이와 K의 인접성을 말했는데 생각해보니 러브도 알파벳 상으로 인접한 이름이었다. J, K, L. 그리고 그들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복제가 가능할 테니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다고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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