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6일 화요일

영화들

근래 본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나는대로 적어본다.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시리즈를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못 하던 차에 지난 여름 극장에서 토르: 라그나로크의 예고편을 보고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봉 이후 평가가 꽤 좋기에 늦게나마 봤는데 확실히 몇 가지 지점에서 이야기할 점이 있었다. 우선 라그나로크, 즉 신들의 세계의 종말이 제목이고 실제로 영화에서 완전히 망가지는데 이를 시리즈의 종결로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고향이 망가져도 희망은 언제나 있다는 식의 우회로를 택했다. 강력한 토르 누님의 등장 앞에서 라그나로크를 토르가 선택하는 방식은 원래 신화 중에 그런 스토리가 있었는지 몰라도 좀체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였다. 발퀴레, 발키리를 연기한 테사 톰슨도 인상적이었는데, 웨스트월드에서 처음 주목하게 된 배우인데 20대는 지나간, 경력이 짧지 않은 배우지만 최근 출연작들이 모두 만만치 않아서 차기작들도 기대가 된다.

<쓰리 빌보즈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
영화는 이미 주요 영화시상식에서 많은 상들을 휩쓸고 있고, 특히 여우주연상을 독식하고 있다. 줄거리만 보면 평범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강한 여성 캐릭터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있는 샘 락웰의 경찰관 연기도 좋았다. 망나니지만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딸을 누가 죽였는지 알기 위한 엄마의 집념은 지역 경찰관들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지만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경찰 캐릭터는 자살을 했고(진짜 동기는 그 사건이 아니고 투병 과정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경찰은 상관 자살 이후의 광기로 말도 안 되는 폭력을 행사했다. 빌보드, 광고판들이 불타고 엄마는 경찰서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은 더 큰 폭력으로 이어졌다.

<다키스트 아워>
왜 영화가 남우주연상 후보로만 거론되는지 이해가 간다. 다른 캐릭터들은 그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다. 매번 촬영을 위한 분장에 3, 4 시간이 걸렸다는데 개리 올드먼은 처칠과 외모가 매우 다르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처칠과 매우 유사했다고 한다.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 막판에 나온 처칠의 연설이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덩케르크 해안의 영국군 병사들이 사투를 벌인 것처럼 처칠도 자신의 정치적 위치와 영국의 국토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처칠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영국 왕의 태도가 왜 갑자기 바뀌었는지는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화면이 처음부터 좋았던 영화. 주인공 엘리오를 연기한 샬라메는 가만 보니 인터스텔라에서 케이시 애플렉이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였다. 당시는 10대였겠으나 이제 22살이 된 그는 이 영화에서 17살을 연기했고 그 나이로 보였다. 아미 해머가 20대 중반의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걸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다. 자세한 이야기는 별도로 써보겠다.

<더 셰입 오브 워터>
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시상식에서 17년 최고의 영화로 꼽혔다. 동화 같고, 영화에 대한 영화고,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게 용기를 주는 이 영화에서 흠잡을 곳이 별로 없을 것이다. 표절 시비가 있고, 노골적 오마주(이창동의 오아시스 오마주도 있다고 한다)를 비롯하여 과거의 고전들에서 빌려온 장면이 많다는 점은 논란이 되었다. 샐리 호킨스는 모디에 이어 유사하게 신체적 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 다만 여기서 그녀는 명백히 인어공주였다. 동화와 달리 땅위의 왕자가 아닌 수륙양용의 혹은 양서류의 왕자 혹은 신을 만나 그녀는 구원되었다.

<저스티스 리그>
기왕에 저 멀리 별나라에서 온, 그리고 예수 캐릭터의 변형임이 분명했던 기존작품을 감안할 때 수퍼맨의 부활은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아쿠아맨이 왜 지상에서 그렇게 잘 싸우는지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아쿠아맨이 왜 저스티스 리그에 포함된 것일까?

<1>
휘슬 블로어라는 내부고발자의 영어식 표현을 화면과 소리로 직접적으로 보여준 흥미로운 사례다. 김상경의 군인 연기가 좋았다.

<강철비>
작품의 내력을 전혀 모르고, 변호인의 감독의 두번째 작품임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 이 영화는 화면의 완성도를 볼 때 꽤 공을 들인 작품으로 인정할만했다. 미사일 씬과 엔딩 크레딧이특히 인상적이었다. 작품 속 설정은 공교로움이 넘치고 작위적이라 할만한 것도 많아 어색하지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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