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3일 목요일

웨스트월드 시즌2 2편

미스터 로봇의 최근 시즌이 인기가 있었던 시즌1의 과거사 혹은 이면의 역사를 보여주는데 주력했듯이 웨스트월드의 시즌2는 시즌1의 막판 로봇의 반란을 계기로 웨스트월드 조성 초기의 역사를 보여주며 비극의 씨앗은 이미 한참 전에 잉태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이번에도 미국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들의 리캡을 참조했는데 많은 리뷰어들이 공감하는 지점은 현재 페이스북과 웨스트월드 혹은 더 구체적으로 델로스 회사의 유사성이다. 나도 거의 즉각적으로 느낀 점인데 지난 1편에서 얼핏 지나가며 드러난 웨스트월드의 비밀이 2편에서 그 의미가 분명해졌다. 웨스트월드는 고객들이 진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면 법적 처벌을 받았을 악행들을 마음껏 저지를 자유를 허락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더 큰 수익은 고객들의 날 것의 욕망, 취향을 저장하고 해석하는 것에서 나왔던 것이다. 고객의 말과 행동은 호스트들의 머릿속에 데이터로 저장되었고, 드론 호스트들은 호스트들의 몸에 남은 고객의 DNA 정보까지 수집하고 있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래티카로 촉발된 페이스북의 고객정보 유출 스캔들은 이미 예고가 된 바였고,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시작되는 것으로 설정된 웨스트월드의 비극적 미래의 현실성을 높인다. 

웨스트월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스트들의 역할을 여러 가지로 부여하기 때문에 하나의 호스트가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음을 뒤늦게 눈치채는 경우들이 있다. 나에게는 안젤라가 그런 호스트였다. 젊은 윌리엄이 처음 웨스트월드를 방문했을 때 그를 맞았던 여성 호스트인 안젤라는 로봇의 반란 이후 돌로레스의 근처에서 총잡이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사실은 리뷰들을 보고서야 알았다. 2편에서 안젤라는 돌로레스처럼 초창기 모델임이 드러났고 델로스 가문이 웨스트월드에 투자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것은 로건 델로스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유혹자는 돌로레스가 될 예정이었지만 돌로레스를 아끼는 아놀드의 반대로 안젤라나 나섰다. 로건과의 밤이 지난 후 옷을 입는 안젤라를 돌로레스가 지켜보며 둘의 눈의 마주치는데 현재 시점의 반란에서 동지가 된 상황과 겹쳐진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들이 리캡에서 지적된 것들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호스트들이 웨스트월드에 갖혀 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초창기부터 인간들의 세상과 섞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돌로레스가 어떻게 그리고 왜 바깥 세상을 정복하겠다고 했는지 궁금함을 넘어 의아했는데 이번 2편으로 인해 많이 해소가 되었다. 그녀는 바깥 세상을 여러 번 경험했고 그 기억을 창조자들의 의도와 다르게 다 저장하고 있었다. 그것은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지만 메이브도 과거 웨스트월드에서 다른 역할을 할 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니 AI가 인간의 의도처럼 통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와 경고를 담은 설정 같다. 여하튼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호스트들이 인간 사회에 섞여들었고 로건의 반응처럼 사람과 차이를 분간할 수 없었다면 어느 리뷰어의 지적처럼 호스트들의 인간 사회 침투는 돌로레스가 웨스트월드를 박차고 나가려고 하기 전부터 일어난 것은 아닐까?

두번째로 아주 명백한 알레로기였는데 완전히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 있다. 병력 확충을 위해 크래독(?)인가 하는 인물을 돌로레스 일행이 찾아갔을 때 그의 식사 장면은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켰다. 여기까지는 나도 느낀 바인데 이후 돌로레스가 그를 살해하고 다시 부활시킨 장면은 예수에 대한 비유를 더 짙게 만들었다. 물론 여기서 크래독이 예수일리는 없고, 그를 죽였다 살리는 돌로레스의 행위가 신적인 능력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1편의 노아의 홍수의 비유 이후 다시 기독교적 알레고리가 사용되었다.

많은 리뷰어들은 브레이킹 배드의 거스 프링 역할을 했던 에스포시토의 등장에 열광했는데 그는 잠깐 등장한 이후 사망하는 엘 라조 역할을 맡았다. 나는 그보다는 포드 박사의 목소리가 다시 등장한 것이 소름끼쳤다. 리뷰어들이 포드가 대개 시즌1 피날레에서 확실히 죽었음에 동의했지만 그의 목소리 혹은 그의 정신의 잔여(?)는 웨스트월드에 귀신처럼 혹은 유일신처럼 남아있었다. 포드는 웨스트월드의 소유주인 윌리엄이 게임을 즐기도록 유도한다. 윌리엄 혹은 맨 인 블랙의 행적에 대해서는 미국의 리뷰어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로레스 일행과 늙은 윌리엄이 모두 달려가는 계곡 너머 혹은 글로리 등으로 불리는 곳에 대한 암시가 있었다. 젊은 시절의 윌리엄이 돌로레스를 물건만도 못한 존재라고 모욕한 이후 보여준 곳에는 커다란 기계들이 땅을 깊이 파며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것이 돌로레스에게는 인간을 파멸시킬 무기였고, 늙은 윌리엄에게는 가장 큰 실수라고 한다. 그래서 두 세력은 아마도 그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