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의 제목은 '아카네 노 마이'였다. 극의 내용을 보건대 '아카네의 춤'이 그 의미일 것이다. 그 춤은 죽음의, 복수의 춤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는 비밀스럽던 쇼군 월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극중 웨스트월드의 작가인 리 사이즈모어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쇼군 월드는 웨스트월드에서의 재미가 덜하다고 느낀 고객들이 더 강한 자극을 원했기 때문에 탄생한 세계라고 한다. 이곳은 칼이나 활로 살상을 해야하기에 미국 서부에서 총질을 할 때보다 더욱 참혹한 죽음의 광경이 창출될 수밖에 없다. 3편을 감안하건대 지리적으로 웨스트월드와 연결되었을 것 같다. 메이브 일행이 윌리엄의 딸처럼 한 세계의 경계를 넘어서는 장면이나 암시도 없었다.
쇼군 월드에는 익숙한 일본 배우들도 보인다. 사나다 히로유키는 무사시라는 캐릭터로, 예전에 바벨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 키쿠치 린코는 제목에 나오는 아카네 역할이다. 극중에 명확히 나오지만 쇼군 월드는 웨스트월드와 완전히 다른 맥락이어야 할 것 같지만 창조자인 리는 시간이 부족하여 웨스트월드의 내러티브를 거의 그대로 쇼군 월드에 복사해서 적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종교적 창조주를 생각한다면 인간 세상이 지리적으로 아무리 분리되어 있어도 결국 다 비슷하게 돌아간다는,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세간의 평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리하여 웨스트월드의 인물들은 각기 자신의 캐릭터의 복사판인 일본의 캐릭터들을 발견하며 공명하기도 하고 경계하기도 한다.
이번 편은 지난 편에서 완전히 제외된 돌로레스 일행과 메이브 일행의 스토리로만 진행되어 반대로 맨 인 블랙, 윌리엄의 스토리는 나오지 않는다. 돌로레스는 테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며 요즘에는 잘 보지 못하는 정사신까지 짧지 않게 연출했는데 이는 결국 큰 반전을 위한 것이었다. 돌로레스는 앞으로의 여정이 험악하여 테디 같이 착하디 착한 캐릭터는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웨스트월드의 엔지니어를 통해 테디의 캐릭터를 안전히 바꿔버린다. 그 결과 테디가 어떻게 변하는지 아직 모르지만 그의 운명은 물에 빠져 죽는 것이 분명하다. 한 리뷰에서는 테디의 캐릭터를 바꿔버리는 행위를 보며 자신의 연인을 바꿔버리는 것이 연애의 꿈이라는 식의 표현을 보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부나 연인은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게 마련이다.
이번에 쇼군 월드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은 메이브가 또 한 번 진화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말로 다른 호스트들을 조종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죽음의 위기에서 말을 하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호스트들을 움직이는 능력을 획득한 것이다. 호스트들이 말을 안 해도 연결되었다는 설정은 이미 드러났는데 호스트가 종교적인 의미에서 한 차원 높아졌다는 것인지 아니면 호스트의 기계적 특성에서 그런 잠재력이 있었던 것인지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녀 일행이 쇼군의 병사들을 대적하게 되며 이야기가 끝난다.
이번 편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점은 호스트들의 성적 역할에 대한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의 남성, 여성의 역할, 성격 등은 생물학적 차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몸과 마음이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인데, 호스트들은 일차적으로는 기계적 존재이고 그네들의 머릿 속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넣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심지어 남녀의 신체적 차이란 것도 호스트에게 큰 장애는 아닐 것 같다. 그래서 메이브가 딸을 애타게 찾는 것도, 돌로레스가 와이어트이면서도 테디를 여성으로서 사랑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면서도 완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 캐릭터의 스토리라인이 남녀를 구분지어 제작되었기 때문에 남성 캐릭터의 이야기를 여성 호스트에 넣으면 이상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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